소설리스트

고대생활 (146)화 (146/504)

146화. 세삼(洗三) (1)

이날은 하루가 유난히 길었다. 고청운의 눈에서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나왔다. 지금은 그가 환생한 지 20년이 지난 뒤였다. 그는 어렸을 때 울었다는 것 외에 거의 운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그는 단지 간미를 아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복잡한 감정이 그 속에 끼어들어 감정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마당 밖에는 방인소가 있었다. 고청운과 왕 씨가 기다리고 있고, 주위에서 하인들이 대기하고 있지만, 고청운은 추한 것도 모른 채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방인소는 아연실색하여 울고 있는 고청운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란 듯 급히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주며 위로했다.

“울지 말거라. 미아는 별 탈 없을 게야.”

고청운은 흑흑 흐느꼈다.

“스승님, 감정조절이 잘 안되네요. 간미가 아이를 낳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 보여요.”

방인소는 그의 준수한 얼굴이 눈물범벅인 것을 보고는 할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그저 ‘출산이란 다 그런 것이야.’ 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고청운의 큰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태어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 아버지도 밖에서 힘껏 우는 와중에, 마침내 아기가 큰 소리로 울리면서 태어났다.

어린 아기가 “응애.” 하고 우는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지며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의 정신을 흔들어 놓았다. 

산파가 아이를 안고 나와서 아들을 얻은 것을 축하했을 때, 고청운은 아직 얼떨떨해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좋구나! 상을 내려라.”

방인소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크게 웃고는 분부를 내렸다.

“집사, 모두에게 3개월만큼의 월급을 돌리도록!”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가까이 가서 아이를 보고, 탐색하듯 손을 내밀었다. 안아들고 싶었던 것이다.

“예, 나리.”

방 집사도 기쁨에 겨워 대답했고, 이 말을 들은 주위의 하인들도 웃음꽃이 피었다.

“제 아내는 어때요? 괜찮습니까? 별일 없지요?”

이때, 고청운이 정신을 차리고 잽싸게 달려가 물었다.

산파가 어리둥절해하며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엄마는 상태가 좋으시고, 순산을 하셨습니다.”

‘이 집 거인 나리께서는 왜 이렇게 눈이 부어계시는 거지?’

고청운은 그 말을 듣고, 한시름 놓았다.

간미가 괜찮아 보이자 그제야 아이에게 관심이 간 고청운은 방인소가 기쁨에 겨워 안달이 난 모습을 보고 급히 그를 저지하며 말했다.

“스승님, 어린아이는 몸이 약합니다. 지금은 늦은 밤이니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시지요. 바람을 쐬면 안 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쪼글쪼글한 피부의 갓난아기를 한 번 쳐다보았는데, 주위의 밝은 초롱불 아래에서 보이는 아이가 그저 너무 사랑스러웠다. 특히 저 꿈틀대는 입술, 빨간 피부, 숱 많은 머리, 꼭 감은 눈이…….

‘너무 어여쁘구나! 세상에 어쩌면 그렇게 어여쁜 갓난아이가 또 있을까?’ 

고청운은 가슴에 기쁨이 가득 차올랐지만 자신의 신분을 떠올리며 겨우 자신을 억제했고, 고함을 지르며 기뻐 날뛰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 

“이 녀석 정말 어여쁘구나.”

방인소가 웃으며 말하려다가, 아이가 찬바람을 쐴까 또 무서워져서 다급하게 이어 말할 수밖에 없었다.

“청운이 말이 맞다. 얼른 아이를 안고 들어가거라, 바람 쐬지 말고.”

산파가 저도 모르게 멍해져있던 정신을 다잡고 말했다.

“자, 그럼 노신이 바로 안고 들어가겠습니다.”

고청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재촉했다.

“빨리 들어가 보시오. 수고 많았소.”

그는 말을 하며 곧바로 허리춤의 주머니 하나를 산파에게 찔러주며 벙글벙글 웃었다. 물론 아이에게 주머니가 닿지 않게 조심히 건넸다.

상금도 탔겠다, 산파는 더욱 기쁜 모양이었다. 

“빨리빨리, 빨리 나가서 문 입구에 화살을 걸어 두거라.”

아이가 안겨 들어가는 것을 본 방인소는 고청운이 바보처럼 계속 웃기만 하고 서있자 다그치듯 말했다.

고청운은 정신을 차리고 대답하고는 집사의 손에서 활을 받아 들고 문 앞까지 달려갔다. 이때 그는 더는 발이 흐물거리지 않았고, 더는 마음도 아프지 않았지만, 눈이 부어 뜰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시대엔 사내아이를 낳으면 작은 활과 화살을 대문에 매달아야 하는 풍속이 있었다. 고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이 풍습은 그의 집에 아들이 태어났음을 알려 주었다. 또한, 산모와 막 태어난 아이를 보호하는 용도로도 사용되었는데, 낯선 사람을 아직 만나볼 수 없는 아기가 집에 있다는 표시로 외부인이 피해서 쉽게 찾아오지 못했다.

고청운이 활과 화살을 잘 매다는 동안, 안에 있는 사람들은 산실을 정리했다. 그제야 고청운은 마침내 산실에 들어가서 간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사내가 산실에 들어가는 것이 불길하다는 말을 절대 믿지 않았다.

다만 안전과 위생을 위해 고청운은 얼굴을 씻고 자기 옷을 새것으로 갈아입은 다음에야 들어갔다. 

* * *

그는 병풍을 둘러보더니 살금살금 다가가 바로 냄새를 맡았다. 짙은 피비린내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침상에선 간미가 눈을 감고 숙면을 취하고 있었고, 옆의 아들도 깊은 잠을 자고 있는지 눈을 아직 뜨지 않고 있었다.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해 갓난아기를 보던 연 씨는 고청운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조용히 손짓을 하였다. 

두 사람은 또 잠시 아이를 바라보았다가, 유모 이 씨와 혜향, 영향이 모두 있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아기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아직 젖도 못 먹였다. 대신 미지근한 물을 먹였고, 잠에서 깨면 젖을 먹일 게다.”

연 씨가 말했다.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간미의 휴식에 폐가 될까 연 씨의 손짓에 다시 살금살금 산실을 나왔다.

뒤이어 그는 눈이 많이 부었기에 달걀로 눈을 찜질했다. 지금은 이성이 돌아왔던지라, 그는 방금 자신이 놀라서 눈물을 흘렸던 모양새만 생각하면 답답해졌다. 

‘혹시라도 내가 2세의 영명을 망치는 건가.’ 

하지만, 그는 어른도 아이도 무사하기만 하면 어찌되어도 좋았다.

 * * *

한밤중이 되어, 간미가 깨어났다.

“부군, 사내아이예요.”

그녀가 눈이 초롱초롱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이마에 내려온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겨주었다. 

“아, 미아, 정말 고생 많았소.”

첫 아이가 사내아이라니, 이후 간미는 중압감을 덜 수 있었다. 결혼 후 1년 넘게 아이가 없었기에, 고청운은 간미가 내심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성별이 어떻게 됐든 회임하길 바랐는데, 막상 회임한 걸 알게 되자 사내아이를 원하게 되었다.

고청운 내외 두 사람이 여자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세상 물정 탓에, 누가 사회를 떠나 따로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첫 번째가 사내아이인 것이 모두에게도 좋았던 것이다.

그날 밤, 고청운은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그는 멍하니 아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연 씨 때문에 등 떠밀려 방으로 돌아가지만 않았어도, 그는 산실에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잤을 것이었다. 

나중에 다시 방 안으로 돌아간 그는 마구 뒤척이면서도 마음만은 즐거웠다. 아들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었다. 그래서 아들 이름을 지어줄 생각이었는데, 대외적인 이름은 집에서 지어 줄 것이니 애칭을 직접 지어 주기로 하였다.

방인소는 이미 그에게 이름 짓는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름을 짓는 것만 보면, 고청운은 이미 간미 때부터 스승님의 작명 수준이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기에 다행이라 여겼다. 그 이름들이 전혀 어울리지도 않았거니와 듣기에도 불편했던 것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그의 눈 밑에는 두 개의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는데, 다행히 그는 젊어서 정력도 왕성하여, 하룻밤 잠을 자지 않아도 거의 영향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의 그는 좋은 일까지 겹쳐서 더 기운이 팔팔했다.

그가 일찍 일어나자마자 한 것은 간미와 아들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그와 간미는 정말 보고 있기만 해도 어린아이의 모든 것이 싫증나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럽게 여겨졌다. 

그들은 또 미리 약속한 유모를 고용하여 아들에게 젖을 먹이도록 하였다. 

약간의 상식을 알고 있었던 고청운은 아이가 어머니의 초유를 먹는 것이 좋다고 간미에게 말했고, 사전에 간미와 상의를 마친 상태였다. 이제 간미에게 모유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으니, 남은 진행은 매우 순조로웠다. 

대감 집에서는 아기의 젖은 유모가 주는 것이지만, 두 사람은 낮에는 간미가, 밤에는 유모가 먹이기로 하였다.

결국 영양적인 면으로도 고청운은 간미가 유모를 시키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는 연 씨조차도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는데, 젊은 부부는 벌써 논의를 끝낸 사안이라 할 수 없이 타협했다.

* * *

사흘째 날이 밝았다. 신생아가 태어난 지 3일이 되는 소위 말하는 '세삼(洗三)’ 의식을 진행하는 날인 것이었다. 태어난 지 사흘째에 산파가 홰나무가지와 쑥 가지에 물을 묻혀 씻겨 주었는데, 이렇게 하면 전생에 있었던 나쁜 것을 씻어내고 이번 생애를 평안하고 길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들은 외부인을 부르지 않고 근친만 불러 축하했는데, 이른바 근친이라고 해도 실은 방씨 일가, 조문헌 일가와 장수원 등으로, 이들은 기꺼이 와 주었고 방인소의 지인도 몇 명 같이 와주었다.

세삼 의식은 점심을 먹고 난 후에 하는 것이라 고청운은 걱정을 하였지만, 마침 오시가 되어 기온의 온도가 비교적 높아지자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세삼 세례는 매우 번거롭고 복잡했기에, 고청운이 태어났을 때는 이 의식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태어났을 때 시골에 있었는데, 몸이 허약했고, 마침 형도 요절했을 때였다. 하여 집에서는 그가 혹여 감기에 걸릴까 이 의식을 거행하지 않았었다.

다행히도 그의 아들이 태어난 때는 바로 5월이어서, 단오절을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의원이 와서 보니 아들의 몸은 아무 탈 없고 건강하다고 하자, 모두 그제야 안심하고 기뻐하며 세삼 의식 준비를 서둘렀다. 

* * *

5월 13일 오전, 초청한 몇 명의 가족들이 모두 왔다. 그들은 모두 일반적으로 선물을 보냈다. 기름떡, 계화 과자, 계란, 흑설탕 등의 식품이나 아이에게 입힐 옷, 신발, 양말 등을 선물했다.

고청운은 나서서 그들을 접대했고, 모두들 고청운을 만나기만 하면 축하를 해주었다.

사내들은 앞마당에 남아 있고, 여자는 뒷마당으로 건너가 아이를 보러갔다.

방인소의 친한 친구들은 모두 서재로 들어간 후였다. 

고청운은 몇 명의 젊은이들과 비로소 마음을 터놓고 앞마당 거실에서 한담을 나누었다.

이때, 조문헌이 매우 부러운 듯 말했다.

“언제 네 아들을 안고 나와 줄 거냐? 우리도 아들 구경 좀 하자.”

고청운은 생각도 안하다가 말했다.

“지금 자고 있는데 뭐가 그리 급하십니까? 이따가 의식하러 어차피 나와야 하는데, 아기가 너무 어리니 가만 좀 내버려두시죠.”

“아버지가 되면 달라진다더니, 저 계속 실실 웃는 모습 좀 봐라.”

방자명은 낮은 소리로 고청운을 한 번 노려보았다.

장수원도 부채를 부치며 담소를 나눴는데, 그들 가운데에서도 그만이 이미 아버지가 되었었고 심지어 그만이 또 진사에 합격했기 때문에 유별나게 의기양양했다.

“장 형, 경성에 남기로 확정되었는데, 언제 조시(朝考)에 답하러 들어가십니까?”

고청운은 방자명의 신랄한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희색이 만면한 채 장수원에게 물었다. 4월 26일에 그들은 이미 전시를 치렀는데, 장수원의 석차는 회시보다 몇 단계 위였고, 최종 순위는 50위였다.

조시(*朝考: 황제의 물음에 답하는 것)라는 것은 다시 한번 시험을 보는 것으로, 그 최종 성적에 따라 전시 시험 결과의 등수와 합산하여 벼슬이 내려지게 되었는데 각각 한림원 서길사, 주사, 중서, 지현 등의 직책이 수여되었다.

“며칠 뒤 조시가 시작되니 아직 더 기다려야지.”

장수원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 시험만 보면 다시는 더 시험을 안 봐도 될 거야.”

방자명은 이때 이미 장수원과 표면상의 화해를 한 상태였다.

“우리는 그래도 계속 준비해야 하는데, 언제 끝이 나려나.”

방자명이 말하자 고청운과 조문헌 모두 공감했고, 특히 조문헌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고청운은 크게 서먹해보이지는 않는 장수원과 방자명을 한 번 보고, 두 사람이 얼마 전 일으켰던 소란을 상기했다. 그날 방자명은 화가 나서 그를 찾아와 구토를 하듯 장수원의 욕설을 퍼부었었다.

다음 날 장수원이 방씨 집을 찾아가 자진해서 먼저 이번 제사 때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임산현에 있는 아내를 경성으로 데려와 함께 살려고 하였다는 제안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가 이 말을 꺼내자 방씨 가문과 두 집안의 원망이 신속히 무마되어, 두 사람은 지금 관계가 회복되었다.

고청운은 장수원의 머리가 아직 비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때 그가 서자를 만들어 내지 않은 것만 해도 그의 태도를 알 수 있었는데, 그는 여전히 정실을 중히 여기고 집안에서 두 여자가 어떻게 했더라는 소문도 들리지 않게 하였다.

고청운은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알고 있던 장수원의 면모라며 감탄했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처럼 그렇게 어리숙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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