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회시 (4)
고청운은 시장과 거리에서 비슷한 소문을 듣고 머리를 짜내서 결국 엎치락뒤치락 두 문제를 풀고 난 후, 다시 한번 검토해 봤는데 괜찮은 것 같았다. 시험관들의 마음에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답변을 하였다.
‘우울하다.’
전생에 그는 소위 관영 문학이라는 것을 봤지만, 그런 부분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지금 와서 쌓여있는 많은 지식들은 거의 다 이번 생에서 축적된 것이었다.
마지막 논제는 해금(*해상 통행금지)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고청운은 평소에 이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의 사상은 당연히 해상 통행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관점을 조금 변경하여 짧은 시간동안 수천 자를 거침없이 썼고, 자세히 수정하고 삭제하고 다시 문장의 순서를 조정하며 문장 구조를 완전하게 다듬었다. 관점이 분명하고 명확해지게 정비한 후 마지막에 글자 수를 세어 본 고청운은 몇백 자 정도로 축약이 된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쭉 읽어보니 마음에 쏙 드는 답변이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에서 내 능력 이상의 답변이 완성된 것 같구나.’
앞의 두 문제는 푸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기에, 이날 저녁 그는 촛불 하나를 사용하고서야 비로소 답안지를 제출할 수 있었다.
그 다음 날 율법과 시부라는 두 가지 문항들은 그를 난감하게 만들지는 못하였으나 율법 문항의 문제 하나는 그를 꽤 망설이게 하였다.
문제는 간단했다. 모 지방의 한 문인은 입이 험하여 어떤 말이던 입에 담지 못할 것이 없어 남들에게 미움을 받고 다니면서도, 자신은 정작 그랬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한 번은 그가 관원 한 명의 노여움을 샀는데, 그 관원은 분노하여 그를 해하려고 마음을 먹고 옥에 가둔 뒤 나중에 그를 참수하려고 하였다. 문인의 열몇 살 된 아들이 이 일을 알고 난 후 칼 한 자루를 들고 연회 중이던 관원의 집에 침입하여 그를 살해하고는 당당하게 자수했다.
고청운은 시험 제목의 대략적인 의도를 이해하기 아주 쉬웠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고민됐다. 하 왕조의 율법에는 과실치사, 오인 살해 등은 사형에 처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소년의 살인 목적은 매우 명확했다. 특히 관원을 죽였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직 죽지 않았다.
율법에 의거해, 이 문제를 가장 많이 적용되는 사례를 써 내려가 그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그래도 매우 쉬웠다. 그러나 중국은 효를 중시하여 ‘백 가지 효를 행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말이 있고 황제마저도 ‘효로써 천하를 다스린다.’고 제창할 정도였는데, 이번 문제가 바로 효에까지 율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는 문제였던 것이다.
이 소년이 여자라면, 고청운도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효도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여자라면 법의 예외를 두어 은혜를 베푸는 것이 어느 역사책을 펴도 나오는, 어느 시대에나 적용이 가능한 규율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원수를 죽인 여자가 관청의 포상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나중에 그녀에게 가택을 하사하고 시집까지 보내 주었다고 하였다.
남자의 경우에는 좀 가혹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같았다. 이 문제의 유일한 난제는 그의 아버지가 아직 살해당하지 않았는데, 그가 먼저 관원을 찔러 죽인 것이었다.
고청운은 관보에서 황제가 드러낸 ‘법치국가’의 성향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지금은 황제 앞에서 치르는 전시가 아니었기에, 그의 시험지는 황제의 손에 들어가지 않고 시험관의 수중에 들어갈 것이었다. 그러니 그가 헤아려야하는 것도 시험관의 뜻이지 황제의 의중이 아닐 터였다.
황제의 생각이 과연 주임 시험관과 같을 것인가? 이것이 바로 그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만약 평소에 주임 시험관과 접점이 있고, 또 그 사람의 성향이 익숙했더라면, 고청운은 지금 바로 문제를 써 내려갔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 참 곤란했다.
시험장에서의 모험은 살얼음을 밟는 것과 같아서, 자칫 잘못하면 결과가 천양지차로 갈리기 십상이었다. 고청운은 이 말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진사에 급제하여 득의만면하거나 낙방하거나 우울하게 퇴장하거나 셋 중 하나일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런 애매모호한 답안을 가장 싫어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도리가 있었기에, 어떤 방향으로 답안을 작성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시간은 이미 오후가 되어, 고청운은 율법에 따라 재판하는 것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두 개의 촛불을 다 태우고 나서야 답안을 다 작성하여 시험지를 제출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발이 이미 동상에 걸려 마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황을 알게 된 그는 서둘러 대추주 몇 모금을 마셔 몸을 녹였고, 발을 동동 구르며 저녁 식사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차가운 물이 올 것을 생각하니, 그는 입맛이 다 떨어졌다.
다행히도 내일 아침에는 나갈 수 있을 터였다. 지금은 야간 통행금지가 있었지만, 밤만 아니었다면 사실 그들은 일찍부터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북방의 날씨에 정말 적응하지 못했다. 따뜻한 봄의 양춘삼월이라고, 고향에서는 이미 복숭아꽃이 만개하는 계절이라 얇은 웃옷 하나만 입어도 거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성에서는 같은 기간에도 푸릇푸릇한 기운을 별로 볼 수 없어 야채도 매우 비쌌고 솜옷도 몸에 걸쳐야 하였는데, 특히 지금 날씨는 후대에 비해 훨씬 더 추웠기에 더 그러했다.
요 며칠 동안의 추위에, 그는 지금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머리가 무거워져 생각의 속도가 느려졌고, 특히 손이 잘 안 움직였다. 왼손에는 얇은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오른손은 글씨 쓰기에 편리하도록 장갑을 못 끼는 것이 불안했다.
‘감기에 걸리는 것만은 제발 피해야 해.’
* * *
다음 날 밖에 나갔을 때, 고청운은 하겸죽의 온몸이 뜨거워진 것을 발견했다. 그는 벌써 혼수상태에 빠졌었는데, 약은 이미 먹었다고 들었다. 하씨 아저씨는 시험장의 병사들이 그를 끌어내 준 것이라며, 이에 대해 핏대를 올렸다.
뒤따라오던 방 집사는 이를 듣고 즉시 결단을 내렸다. 그리하여 하겸죽과 자신이 한 마차를 타되 하씨 아저씨가 가는 길에 동행하며 그를 돌봐 주고, 다른 사람들은 비좁더라도 다른 마차 한 대에 모여 타기로 하였다.
마차 안, 방자명 외 일행들은 서로 마주보고 있었는데, 꽤 초조하여 모두 동병상련의 느낌이었다.
* * *
돌아가서 의원을 부르니 감기로 진단을 내려, 하겸죽을 방자명의 집으로 보내어 격리한 후 다른 세 수험생이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하씨 아저씨는 이미 하겸죽을 더 이상 시험장으로 보내지 않기로 정했다.
고청운은 매우 불안했다. 고대에서는 감기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청운아, 하겸죽에 대해 걱정이 많지?”
실내에서 불을 붙일 때, 방자명이 그가 침울해 있는 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 잠에서 깬 후, 두 사람은 함께 지내고 있었다.
고청운은 올해 생일만 넘기면 20살이었다. 하겸죽과 방자명의 나이도 벌써 20살이 넘었고, 자(字)도 만들었다. 관례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은 그들의 자를 불렀지만, 윗사람과 친한 친구만이 직접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고청운과 같은 젊은 친구들도 줄곧 바뀌지 않았다. 이름은 십 년이나 불렀으니 이미 익숙했다.
고청운은 자기의 자(字)가 곧 생길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방인소가 벌써 자로 사용할 글자를 선정하느라 고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3월 21일 생일이 도래하는 대로 자(字)를 하사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죠, 바람과 추위를 무서워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요?”
고청운은 자기가 주둥이에서 내뱉는 말이 불길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이렇게 들어맞아 버리다니.’
“아직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라네. 불러 모신 의원의 의술이 훌륭하셨어. 하겸죽은 젊기 때문에 정성껏 보살피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방자명이 위로하며 말했다.
“이번 시험은 100명이 넘는 사람을 그냥 쓰러뜨렸다는군. 아버지께 듣자하니 고사장에서 들려나온 사람만 수십이라고 하네. 회시가 시험하는 것은 학식뿐만 아니라 신체와 의지를 이중으로 시험하는 거야.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던가. 대대로 내려오는 권문세가의 자제나 학자 가문의 자제들을 보면, 어려서부터 몸을 단련하고 탕약으로 몸을 보해 몸을 튼튼하게 하였고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것 또한 매우 훌륭했어. 시험 전에는 휴식도 회시와 비슷하게 조절했지.”
고청운이 열심히 경청하는 것을 보고, 방자명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계속했다.
“그들은 아직도 매년 3월 초부터 3월 15일까지는 홑옷만 입고 지내는데, 해를 거듭해 그들이 회시를 치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시험을 보는 동안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네. 게다가 세가에서 축적돼 내려오는 시험에 관련한 기교가 더해지고, 시험관 선호도 면에서도 편하고……. 어쨌든 매번 소외된 가문이나 지주의 자제들의 합격률 비율만 봐도 알 수 있지.”
고청운은 잠자코 있다가 참지 못하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는 왜 이쪽 방면에 대한 요령을 몰랐을까요. 사형은 어디서 들었어요?”
“이것은 모두 그들만 알고 있고, 대외로 전해주지 않는 비밀들이네. 나도 운이 좋게 어떤 두 집안의 자제들이 다투느라 떠들어대는 것을 들은 것이야. 너무 늦게 알았지. 시험 며칠 전에 들은 이야기이니.”
방자명의 얼굴에도 시큰둥한 기색이 역력했다.
방씨 집안 역시 소외된 가문 중의 하나이기는 하였다. 저력이 두터운 그런 권문세가의 귀족들이나 대대로 학자 가문들인 집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고청운은 남몰래 감탄했다. 어찌 그리도 둔한지. 그는 이런 방법이 있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아니, 그는 정말로 이쪽 방면의 시험 기술은 완전히 잊고 지냈다. 비록 작년 3월에 아직 경성에 도착하지 않았고 또 그 기간 동안 마음이 간미에게 쏠려 있었더라도, 그는 이 방법을 듣자마자 그 안에서 핵심원리를 이해했다.
회시는 향시랑은 다르게 시험을 치르는 9일간 갇혀있지 않았다. 그는 매 시험장에서의 시험 중 이틀간만 정식으로 시험에 몰두하였는데, 비교적 쉽게 통과할 것 같아 그냥 이렇게 지냈었다.
‘정말 그래서는 안 되었는데!’
그들은 모두 틈만 나면 시간을 다투어 공부하기 때문에 시험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밖의 요소는 그처럼 매일 몸을 건강하게 하고 최상의 상태로 시험을 보려고 하는 것일 뿐, 특별히 휴식 등의 방법을 강구한 적이 없었다.
남이 성공하는 것은 아무렇게나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 고청운은 그 풍족한 생활을 영유하고 있는 거인들도 이러한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매우 탄복했다.
오래지 않아, 그들 세 사람은 또 풍한을 예방하는 탕약을 먹었고, 고청운은 약을 마신 후 아예 한잠 더 잤다. 그는 정말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지만 감히 그렇다고 말을 하지 못해 간미를 걱정시켰다.
운 좋게도 고청운은 잠에서 깨어나자 머리가 맑아진 것을 느꼈다. 조금도 어지럽지 않았던 것이다.
고청운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지 못해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10년 동안 공부했던 그는 학식이 모자라 합격하지 못하는 건 괜찮았지만, 몸이 안 좋아서 합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