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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136)화 (136/504)

136화. 회시 (3)

잠에서 깬 고청운은 후끈한 이불 속이 너무 좋아서 전혀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돌려 방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들의 침실은 작은 편이여서 옷장, 침상, 화장대 말고 다른 가구는 놓을 수 없었다. 거실은 병풍이 아닌 벽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었지만, 문은 휘장을 사용해 가려놓았을 뿐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사는 지역은 매우 크지만 기거하는 곳은 좁았기에, 양식과 비단천의 크기는 따져도 침실의 크기는 그다지 따지지 않았다. 또한, 풍수상으로도 큰집에 사는 사람은 소인이고 좋지 않은 것으로 쳤다. 

이와 같은 이유로 고청운도 한눈에 방 전체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익숙한 장식품들을 보고, 편안하게 한숨을 쉬었다. 

시험장의 추위는 정말 악몽과도 같았다. 

창문이 닫혀 있었고, 실내엔 해도 비추지 않아, 시간을 가늠하지 못했던 고청운은 잠시 생각해 보고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결정했다.

옷을 걸쳐 입고 발을 걷어 올리고 나간 후, 고청운은 간미가 거실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한손으로는 가볍고 부드럽게 배를 어루만지며 다른 한손으로는 읽던 책을 넘기고 있었는데, 그녀의 다리 쪽에서 혜향이가 안마를 하고 있었다. 영향은 그 옆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고청운의 가벼운 발걸음 소리에 그녀가 머리를 들고 눈을 번쩍 뜨며 부군을 바라봤다. 

“부군, 잘 주무셨어요?”

간미가 혜향의 부축을 받으며 허리를 받쳐 일어났다. 

고청운은 바쁘게 몇 걸음 걸어가, 그녀의 반대편 팔을 붙잡아주며 웃었다. 

“서둘러 몸을 일으키지 말아요, 난 아주 잘 잤소.”

그 말에 간미가 싱긋 웃었다. 간미는 얼굴에 웃음기가 더 짙어지며 뺨의 보조개가 드러난 것이 기분이 좋아 보였다.

간미는 흰 얼굴에 연지도 바르지 않은 상태였는데, 비록 얼굴에 반점이 몇 개 있고 얼굴형도 계란형에서 동글동글하게 변했지만 조금 부은 것일 뿐, 고청운의 눈에는 그녀가 예전보다도 더 예뻐 보였다. 

“식사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괜찮소. 이미 시간이 다 되어 일어나서 곧 나가봐야 할 참이었으니.”

“그래도 좀 드시고 나가세요. 영향이는 어서 주방에 가서 말린 생강과 계수나무를 넣은 양고기 국물이 끓었는지 보고 오너라.”

간미가 재빨리 분부했다.

“네.”

영향은 몸을 숙여 예를 한 후 간미를 한 번 보고, 무심코 고청운에게도 눈길을 줬다가 종종걸음으로 나갔다.

고청운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고, 그는 간미의 볼록해진 배를 보면서 마음속의 말을 삼켰다.

“이 요리는 의원에게 물어 준비한 거예요. 양고기는 오늘 아침 일찍 장에 가서 사온 것이라 아주 싱싱해요. 말린 생강은 생강을 직접 말려서 만든 것인데 말리기 전보다 몸의 온도를 더 올려준다고 합니다. 지금 말린 생강, 계수나무와 양고기를 한데 끓여 약선육수를 만들고 있는데, 의원 말로는 위를 따뜻하게 만들고 원기를 보충하며, 한기를 내쫒고 혈맥이 잘 통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시험장에서 다들 추위에 떨다 오셨으니, 마침 요리를 드시기 딱 좋을 것 같아요.”

간미는 길을 걸으며 천천히 설명했다.

고청운은 손을 흔들어 혜향을 물리고, 자신이 직접 간미를 부축해 집 안을 한 바퀴 걸었다. 그동안 그녀의 감칠맛 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는 마음속 한가득 따뜻함이 밀려왔다.

“미아, 만약 내가 이번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매우 실망하지 않겠소?”

고청운은 그녀가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것이 약간은 부담스러웠다. 

“부군, 제가 이번에 여자아이를 낳으면 저한테 실망하실 건가요?”

“당연히 남자, 여자 어느 성별이라도 상관없소.”

고청운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속마음을 말해보자면, 그는 사실 남자아이를 얻고 싶었다. 어쨌든 이곳은 고대의 시절이기에, 여자아이에게는 제약이 많아 남자아이들처럼 자유롭고 즐겁게 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되죠. 부군께서는 올해 겨우 20살이 되시는 거고, 아직 3년마다 몇 번이고 시험을 더 치르실 수 있으시잖아요. 처음 저의 외할아버지께서도 거의 30살이 되어서야 진사에 합격하셨어요. 그런데 우리 아버지께서는…….”

간미가 미소를 지으며 마저 이야기했다. 

“몇 번이나 번번이 시험을 보았지만 합격하지 못하셨지요. 모두들 진사에 합격하는 데는 다섯 가지 덕목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첫 번째는 운명이고 두 번째는 운이며, 세 번째로는 풍수지리를 잘 봐야 하고, 네 번째로는 덕을 쌓아야 하며, 마지막 다섯 번째로는 책을 봐야한다고 하니, 전 부군께서 시험을 어떻게 보든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고청운은 멍하니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지 않아 여종이 양고기 국물을 내왔다. 향을 맡자 배에서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렸다. 

오늘 아침 돌아온 이후, 그는 흰죽 한 사발에 채소 반찬 몇 술만 떴을 뿐이었다. 약탕 한 그릇만 더 마시고 바로 잠이 든 그는 깨어나니 이미 정오가 다 되어 갔기에, 아까 먹은 흰죽이 벌써 다 소화된 참이었다.

양고기 국물을 한 모금 마시니 고소하면서 얼큰한 것이 그의 입맛에 딱 맞았다.

간미는 고청운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말했다. 

“황기 소고기탕이 추위를 쫓을 수 있다고는 해서 외할머니께서 소고기도 사시려고 하셨는데, 아직 건조하고 덥지 않은 날씨인데도 하필 오늘 소고기를 파는 사람이 나오지 않아 여러 군데를 돌아다녀봤지만 소고기를 파는 가게를 찾지 못했어요.”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고기를 사려면 운이 따라야 하니.”

황제라 한들 소는 마음대로 잡을 수 없었다. 매끼 소고기를 먹을 때마다 사치스럽다는 어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고기 국물이 원래 상당히 건조한 성질이 있어서, 간미는 회임 후 거의 먹지 않았기에 고청운은 사양하지 않고 남은 국물을 다 먹어치웠다. 

이때, 영향이 백반 한 그릇과 정교하게 잘 만든 반찬 몇 가지를 같이 올렸다. 그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은 모두 고기가 들어있지 않았다. 

밥을 먹고 난 후, 혜향이 돌아와서 방자명 등의 사람이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알려 주었다. 고청운은 간미에게 한마디 건네고는 옆방 서재로 건너가 첫 번째 시험의 답안을 써 내려갔는데, 시험이 끝나면 방인소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고청운은 지금 보여드리려는 생각은 아직 없었는데, 아마 방인소도 그러할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그는 관서에서 근무 중이지 않은가.

* * *

오후가 되자, 다른 세 사람이 모두 깨어났다. 모두가 연달아 점심을 먹은 후에야 비로소 고청운 등 세 사람이 한데 모여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방인례는 진작에 집에 돌아왔었는데, 그들과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고, 간혹 몇 마디를 하려고 하면 방자명에게 혼이 나 멋쩍어했다. 

한편, 하겸죽의 안색은 창백했다. 한잠 자고 일어났음에도 여전히 원기가 없어 보였다.

고청운은 상황을 보고 꽤 근심스러워하며 하겸죽에게 권유했다. 

“지금 아직 찬 기운이 다 가신 것 같지 않은데 만약 이대로 호실로 돌아가서 열이라도 나면 어떡합니까. 물론 듣기 싫은 말이겠지만, 만일 호실에서 정 안되겠으면 시험을 포기하는 게 좋겠어요. 시험은 어차피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니, 역시 몸이 제일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몸 건강 잘 챙기세요. 푸르른 산이 남아 있어야 땔감 걱정도 없는 법입니다.”

올해의 시험 규율은 예전보다는 좀 관대해졌기에, 사람들이 자진해서 시험을 포기한다고 요청하기만 하면 되었다. 미리 호실에서 나와 정해준 장소에 대기하여 시험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밖으로 내보내줬던 것이다. 

새 황제의 이번 조치에 많은 사람들이 감사하게 여겼는데, 그가 판잣집으로 지어진 고사장을 벽돌집으로 개조한 것도 말할 것도 없이 어진 정치의 행보라고 칭해졌다.

하여 고청운은 뒤에 남겨진 두 번의 시험에서 몸이 정말 어디가 안 좋으면 일찌감치 포기하겠다고 이미 결정했다. 그는 병든 몸으로까지 현장에서 버틸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목숨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시험에 합격했다는 칭호를 얻는 것보다는 이 한 몸 잘 살아 있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전에 시험을 볼 때, 어떤 시험 응시생은 의식을 잃을 때까지 버텼었다. 그래서 시험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는 고열이 올라 열이 떨어지질 않았는데, 만약 병이 나았다고 하면 시험장에서 버틴 시간이 그만한 가치가 있던 셈이지만, 만일 그대로 세상을 하직하기라도 하였다면 그 일은 정말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가져다 줄 것이었다.

이런 불굴의 정신만은 그도 탄복하는 바였지만 절대 따르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와 같은 생각이었던 방인소도 그가 시험을 보러가기 전에 건강의 중요성을 여러 번 반복해서 강조했다. 방인소는 아픈데도 불구하고 시험을 포기하지 않고 보는 것보다 건강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때 하겸죽은 두꺼운 솜옷을 입고 반쯤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머리가 검은데다 귀밑머리가 늘어져 있어 얼굴빛이 더욱 창백해 보였다. 그 말을 듣고 그도 고청운을 한 번 쳐다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뒤에 있던 하씨 아저씨는 한시름 놓더니, 감격하여 고청운을 향해 공손히 읍소했다. 그 집 조카가 먼 길을 돌아 어렵사리 경성에 도착하여 몸이 이제 막 정상으로 회복되어 가는데, 추운 날씨를 만나 몸에 한기가 들기 너무 쉬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 되어 죽을 것 같던 참인데도, 그 고집을 잘 알기에 굳이 다투지 않기 위해 말을 못 꺼내고 있었다.

모두 잠시 한담을 나눈 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고, 고청운은 이미 오전 내내 잠들었었기에 정신이 맑은 상태라 더 잘 생각이 없었다.

그는 정원에서 걸으며 찬바람 속에서도 활짝 핀 매화를 보았다. 다시 돌아와 시집을 보고, 간미와 담소를 나누니 마음이 꽤 평온해졌다.

* * *

곧 새벽이 지나고, 그들은 또다시 고사장 바구니를 들고 시험장 입구로 줄을 서기 위해 가야 했다.      

다만 이번에 그의 옷은 겉과 안을 제외하고 모두 원래 입고 있던 옷이었다. 날씨가 추워서 빨래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시험 한 번을 보기 위해서 15벌의 옷을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던 것이다.

그들 집은 아직 그렇게까지 부유하지는 않았다.

이번 두 번째 장에서는 다른 호실로 배정이 되었는데, 모두 같은 구조였음에도 고청운은 이 차이가 얼마나 큰지 몰랐었다. 전과 달라진 유일한 점은 그의 이웃한 응시생들도 바뀌었다는 것인데, 이번 이웃들은 비교적 활발하여 자주 바스락거리며 움직이는 기척을 냈고, 이따금씩 그의 생각을 중단시키기도 해서 그는 매우 괴로웠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해도 스스로를 제어해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장의 시험이 시작된 첫 날은 책론 문항이 출제되었는데, 모두 세 문제였지만 써내려야 할 양이 많아 결국 답변할 시간이 많이 없었다. 책론은 매우 실질적인 것을 중시했는데, 두 문제는 관청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례를 가져와 답을 하도록 하는 문제였다. 여기서 주로 시험하고자 하는 것은 거인들의 실제 업무에 대한 진행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정말 난이도가 높은 문제였다. 

아마도 관료의 자제들에게는 그나마 조금 쉬웠을 수도 있는데, 그나마 귀동냥으로라도 관련 이야기를 들어 봤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청운은 이 방면의 지식이 부족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방인소는 평소에 그 점을 지적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면의 내용은 공부시간에 거의 언급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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