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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135)화 (135/504)

135화. 회시 (2)

해가 지기 전 고청운은 마침내 문제를 다 풀어서 네 가지 경의 문제의 답안마저 모두 시험지에 베껴 적었다. 자신의 글씨가 가지런히 배열되어있고, 글씨가 둥글고 힘이 느껴져 보기에 좋았다. 작년과 비교하면 글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다. 그는 배에서조차 평온한 틈을 타 매일 서예 연습하는 습관은 유지하고 있었지만, 서예 솜씨가 오랫동안 아주 크게 향상되지 않아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계속 글을 쓰면서도 아직 많이 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인소는 자신의 글솜씨는 이미 한 병목에 이르러 정체가 왔다고 했는데, 지도할 수 있는 것은 지도하고, 나머지는 스스로 깨닫는 바가 있을 때 글이 나아지리라고 했다. 

돈오(*顿悟: 갑자기 깨달음이 찾아오는 것)라니? 전설 같은 것에나 전해져 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단지 들어보기나 했지, 그런 것은 직접 체험해 본 적이 없었다.

시험지를 말린 후 고청운은 양초를 켜지 않았다. 이미 시험 문제를 다 풀었기 때문에 나중에 미완성일 경우 촛불을 마저 켜기로 했다. 촛불의 빛과 기름등불의 빛은 차이가 컸다. 원칙적으로 해가 지면 답안지를 제출해야 하는데, 촛불을 켜면 불이 꺼질 때까지 제출을 미룰 수가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3개의 초가 다 타는 시간만큼의 규정시간 외 추가 유예시간을 주는 셈이었는데, 이 기회를 허투로 허비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내일 시험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으면 어쩐단 말인가?

그가 시험지를 창문에 올려놓자, 잠시 후 누군가가 와서 시험지를 가져갔다. 날이 점점 어두워졌는데, 그가 위치한 호실이 복도의 가장 안쪽에 있어서, 남들보다 빨리 어두워졌다.

고청운은 일어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느낌에 온도가 다시 내려가기 시작해 약간 추워지고 있었다. 오늘 밤은 또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청운은 숯을 보고 있었는데, 분명히 양이 모자랄 것 같았다.

오래지않아 저녁밥이 왔는데, 이번에도 전병과 맑은 물이었다. 이번에 보내온 물은 놀랍게도 이미 차가워져 있었다. 고청운은 냉수를 마시고 싶지 않아 등불을 켜고, 사기그릇을 등잔 위에 두어 열을 쬐게 했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물 온도가 조금은 오르겠지 싶었다. 

식어버린 전병을 가까스로 따뜻해진 물 덕에 입에 쑤셔 넣고, 고청운은 바로 언제쯤 잠에 들지 궁리해보았다. 이번에는 날이 밝을 때까지 자고 일어나려면, 거의 다섯 시진 남짓한 시간 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해서, 분명히 많이 불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각이 나오지 않았다. 간이 침상 위에서 몸을 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할 수 없이 밤새 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자세를 바꾸어댔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몸이 다 시큰시큰했는데, 너무 추워서 한데 움츠러들어, 모든 뼈가 아파왔다. 특히 어깨가 많이 아팠다.

잠에서 깬 고청운은 재빨리 일어나서 발을 동동 구르고, 곧 화장실에 다녀온 후 화로의 재를 변기에 부었다. 이제야 편안함이 찾아왔다. 

갑갑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야 3일에 한 번 큰일을 봐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는 매일 아침에 큰일을 봐야하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호실내의 변기통에 그것을 방치한 채 낮과 밤을 보내야 한다고 하니 속이 메스꺼웠다.

물론 예전의 향시를 치를 때 악명 높은 곳에 가깝게 기거했던 경험을 생각하면 이쯤은 별거 아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후련해졌다.

이날은 산술, 시부 문제를 풀었다. 그는 문제를 보고 이 시대의 산술이란 모두 응시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시험하는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전쟁할 때 몇 명이 참전하는지, 사람마다 매일 소비하는 식량은 얼마 만큼인지. 또 군량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고, 얼마나 많은 양곡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쟁터에서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해 있는 당신은 군량미를 담당하는 관리로서 어떻게 해야 병사들이 끊임없이 취사를 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가 나왔다.

또 치수 영역에 관한 문제는 모두 실제 시행 가능한 문제와 관련하여, 수험생에게 실제 해결법을 제시하게 했다. 그래서 한시름 놓은 것도 있었다. 산술 분야의 경우 문제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좋았다. 그렇지 않으면, 고청운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 격차를 벌리겠는가?

아쉬운 것은 그에게 있어 이런 산술 문항이 그리 어렵게 출제되지가 않아서 매우 순조롭게 풀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를 꽤 실망시켰다. 차라리 좀 어려웠으면 좋으련만.

오후에는 단지 시부 한 문제만 남았는데, 아마 첫 번째 장의 시험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문제로 출제되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비록 귀와 뺨을 잡아당겨가며 풀기야 했지만 자신의 실력이 좀 늘은 탓도 있는 것 같았다.

또한, 좋은 시문 실력을 겸비한 아내를 얻은 덕에 훈련을 좀 해왔는데, 자신과 배 위에서 매일매일 함께 지내는 동안 해가 저물면 그의 자발적인 부탁 아래 두 사람은 시를 나누었었다. 그동안 아내 앞에서 창피할 일은 있었지만, 적어도 그 덕에 시험장에서는 그만큼 점수 잃을 일이 줄어들었을 것이었다. 

저녁이 되자 고청운은 양초에 불을 붙이고 시험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번 검토 한 후, 고칠 곳이 없자 그제야 촛불을 끄고 시험지를 창가에 내놓았다.

촛불이 꺼지자마자 사람들이 문제지를 받아갔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고청운은 오늘도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오늘 밤의 기온은 어젯밤보다 빨리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밤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추웠던 것이다. 

잠시 뒤 그는 고사장 전체의 시험 응시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듯한 소리가 매우 크게 들려온다고 생각했다. 모두들 시험지를 제출했으니, 이번 제1장의 시험은 끝난 셈이었다. 내일 이른 아침에 외출하여 집으로 돌아갔다가 한밤중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 터였다.

“추워라! 옆에 계신 형님, 혹시 아직 숯이 남으셨는지요?”

고청운은 발을 구르고 있다가, 바로 옆방에서 누군가가 그의 벽을 힘껏 차는 소리를 들었다.

“조금 남았지요. 그런데 그걸 왜 여쭈시는지요? 사방이 막혀 있어서 넘겨드릴 방도도 없는데!”

그가 기꺼이 주려고 한들 넘겨줄 방도가 없었다. 그가 주지 않으려 한 것이 아니었다.

“너무 추워요!”

그 사람은 부러워하며 목청을 돋우었다.

“오늘 밤에 잠을 자기는 글렀고, 우리 대화나 좀 나누는 건 어떠신지요?”

고청운은 급히 거절했다.

“안 될 듯합니다. 목이 아파 소리 지르기 힘들어요.”

“그럼 형님을 더 괴롭히지 않고, 다른 벽 넘어있는 형제를 찾아보겠습니다.”

그 사람도 더 강요하지 않았고, 고청운은 또 그가 옆방을 발로 차는 소리를 들었다. 

이날 밤, 모두들 큰 소리로 옆방의 사람과 이야기했고, 다들 흥미진진하게 대화를 나눴다. 고청운의 옆방 사람은 새로 찾은 이웃과 시험에 나왔던 문제를 토론하다가, 이웃이 아마 답변을 잘못 기재한 것인지, 한순간에 잡담이나 나눌 기분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이에 옆방 사람은 다시 고청운쪽 벽을 두드리며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고청운은 못 들은 척 무시했다.

밤에 그는 숯을 태우고 있어도 한밤중에 너무 추워서 잠에서 깼다. 기침을 하고 더 이상 구부릴 수 없을 만큼 움츠렸는데도 추위를 견딜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는 남은 숯을 모두 화로에 얹고 말았다. 그래도 여전히 방은 춥게 느껴졌다.

‘제길!’ 

고청운은 손수건을 꺼내 코를 닦으며 감기에 걸린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왜 이렇게 온도가 뚝 떨어졌는지. 벌써 3월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전 왕조에서처럼 2월에 시험을 거행했더라면 얼마나 더 추웠을 것인가? 

지금 그는 전혀 잠에 들 수가 없어 얼어붙은 벽과 널빤지 사이에서 안절부절 한 채 결국 널빤지들을 다 세우고 좁은 방안을 서성거렸다.

결국 하는 수 없이,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알고 그는 남은 두 개의 촛불마저 손을 데우는데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조금 더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고청운 혼자서만 춥다고 느끼지는 않을 터였다.

‘그래, 술을 마시자. 술을 마시면 춥지 않을 거야!’ 

고청운은 뒤늦게 가지고 온 대추주를 한 모금 마셨다. 술마저도 차가웠다! 그는 한참을 입에 머금고 있다가 술을 삼켰다. 순식간에 배가 뜨끈해졌다.

‘좋구나!’

고청운은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도 이 방법이 아직 남아있었다. 어쩐지 방인소가 반드시 대추주를 챙겨가라고 당부를 하더라니! 관청에서 소지할 수 있는 술의 양을 규제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정말 몇 병 더 챙겼으면 했다.

예상하기로는 인삼주를 챙겨 온 사람도 있을 터였다. 

‘흠흠, 젊고 건강한 나이에 인삼주를 많이 마셔도 되는 건가?’

전에 시험장 밖에 줄을 서 있을 때 보니, 그는 사람들이 가지고 온 술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높은 도수의 술을 챙겨온 것을 보았다. 도수가 높은 백주는 아마도 몸을 덥히기 위한 것이었나 보다. 

이날 밤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는데, 결국에는 마침내 날이 밝았으니, 그들은 그제야 차례대로 병사들의 인솔 하에 시험장을 나섰다.

문밖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해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마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숙부!” 

고삼원이 그를 눈썰미 좋게 찾아내고는, 즉시 손에 들고 있던 솜옷을 그에게 입히면서 말했다.

“집에서 다들 너무 걱정하고 계세요. 어젯밤에 별안간 바람이 불며 날씨가 추워져서 다들 걱정하느라 난리가 나서 밤부터 여기서 기다렸습니다. 괜찮으세요?”

“괜찮다.”

온기가 돌자 고청운은 편안해진 듯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고삼원의 안내로 자신이 탈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 안에는 하겸죽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방자명 부자는 다른 마차에 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가 한 번 살펴보니, 하겸죽은 솜이불로 몸을 감싸고 푹신한 방석에 누워 어렴풋이 잠든 듯 했으나,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눈만 살짝 떠 보았을 뿐 말도 하기 싫어 보였다.

고청운도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 너무 졸려서 얼른 누워 자버렸다.

얼마가 지났는지도 모른 채, 그들은 마침내 집에 도착했다.

* * *

막 문에 들어서자마자 온 방택이 들끓기 시작했다.

“미아, 요즘 몸은 괜찮았소? 뱃속 아이가 장난치지는 않았고?”

고청운은 간미를 보고 빨리 걸어 나섰다. 그녀를 보자 깜짝 놀라서 잠이 다 달아났다. 

간미는 머리가 산발이 되고 지저분한 얼굴을 한 부군을 보고는 거의 울 것 같았다. 서로 알게 된 이래 지금까지 부군의 외모는 늘 단정했었다. 

언제 이렇게 지저분한 면모를 보인 적이 있었단 말인가? 부군의 이목구비는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얼굴이 전반적으로 볼수록 매력적이고, 게다가 키가 크고, 자세가 꼿꼿하며, 중후하고 예의 바른 모습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 부군의 모습에 그녀는 당연히 만족하면서 지내왔지만, 지금 그의 눈 밑에 멍이 든 것처럼 검푸른 빛이 어린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아파왔다.

“나는 집에서 모자랄 것 없이 잘 지냈지요. 지금은 부군 몸을 더 돌볼 때예요.”

그녀는 마음 아파하며 그를 부축했지만, 고청운은 서둘러 피했다. 

“안 돼, 지금 내 몸이 더럽소. 씻고 나서 다시 얘기 합시다.”

“그만 되었다. 어서 의원에게 먼저 청운이를 보이거라.”

연 씨는 다른 세 사람이 모두 의원의 진맥을 받은 것을 보고 급히 어린 부부의 잡담을 끊었다. 

역시 몸이 제일 중요하지 않은가.

집에서는 이미 큰돈을 치르고 잘 아는 의원을 모셔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기간의 의원의 인기란 정말 대단했는데, 그나마 이렇게라도 납치하듯 모셔올 수라도 있는 것이 매우 큰 행운이었다. 

의원이 진맥을 마치고 진찰 결과를 말해주었다. 

하늘에 감사하게도 모두들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고청운은 한기가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탕약 한 그릇을 처방받았다.

하겸죽은 가벼운 풍한으로 약을 지어먹고는, 하씨 아저씨의 시중을 받으며 잠이 들었다.

방인례와 방자명은 모두 그런대로 괜찮았다. 고청운과 비슷한 정도였다. 

4명은 기진맥진해있었다. 하지만 아직 제 1장밖에 치르지 못한 것이었고 앞으로 제2, 3장의 시험이 남아있었다. 순조롭게 잘 헤쳐 나가고야 싶지만 말이나 쉽지,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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