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129)화 (129/504)

129화. 회임 (1)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고, 8월 15일 중추절(*중국의 추석)이 되었다. 방인소의 한 부하 직원이 그에게 대방게 몇 근을 보내왔는데, 이 시기가 바로 방게가 제일 연하고 맛있을 때여서, 저녁에는 모두들 신이 났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간미는 몇 입 먹지 못하고 게워냈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이 게에 무슨 문제가 있는 줄 알고 혜향과 영향이 소란을 피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고청운만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얘야, 거기서 뭘 하고 서있는 게니?”

연 씨는 마음이 급해 고청운이 꼼짝도 않자 소리쳤다.

고청운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임을 한 게 아닙니까?”

그는 어떻게 이 광경이 매우 익숙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까? 다만 어떤 여자가 밥을 먹다말고 입을 가리고 토하려고 하면, 회임이 떠올랐을 뿐이었다. 

마치 신속한 조건반사 같았다.

모두들 일순 멍해졌다. 

“정말이냐?”

연 씨가 크게 반겼다.

간미는 이 말을 듣자마자 토하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사라져, 고청운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해 하였으나, 눈에는 기쁨과 불신이 교차하고 있었다.

고청운이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빨리 의원을 부릅시다.”

방금 그가 속으로 재빨리 한 번 가늠 해 보았는데, 마침 이번 달 아내의 정기 휴가가 열흘 늦은 것 같았다. 요 며칠간 간미가 중추절 선물을 준비하는 것을 돕고 있어서, 아마 바빠서 잊어버린 것 같다고만 생각했었다. 

“쇤네가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방 집사가 빙긋이 응수하며 몸을 돌려 뛰어나갔는데, 50대 중반의 나이인데도 정말 빨리 뛰었다. 그는 자기 집 주인과 마님 모두 후세를 몹시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순식간에 방택 일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의원이 간미는 이미 회임한 지 한 달이 넘었다고 진단했는데, 지금은 단지 비린내 때문에 자극을 받은 것일 뿐이지 입덧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안태약조차도 마실 필요가 없으며, 간미의 몸은 비교적 건강한 편이기 때문에 최대한 탕약을 마시지 않을 수 있다면 더 마시지 말라고 말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고청운은 이때 이미 완전히 멍해져서, 온몸이 덜렁덜렁하게 느껴질 뿐, 걸을 때는 마치 목화솜 위를 밟는 것 같이 현실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청운아, 지금 제정신이 아니구나?”

고청운의 옆에 서 있던 방자명이 그가 또 어리둥절해 있는 것을 보고는, 그를 밀치며 말하는 말투가 꽤나 시큰둥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먼저 아버지가 되려고 하다니! 그래도 축하해.”

“저 역시 감축 드립니다.”

고청운은 엉겁결에 이상한 대꾸를 했다.

“부군.” 

간미의 울먹이는 소리가 마침내 그를 정신 차리게 했다. 실제로 그가 경성에 도착하여 피임을 하지 않은 후부터, 그는 간미가 조만간 회임할 것을 알았지만, 그 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아직은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는 재빨리 쪼그리고 앉아 간미의 손을 맞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아, 아이가 생겼다니 정말 좋소! 고맙소. 그리고 고생이 많겠소.”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있는데, 역시 연 씨가 제일 먼저 반응을 보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뻔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이 녀석들, 여자들이 아이를 낳는 게 무슨 고생이라는 게야? 이것은 당연한 것이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딸을 낳으면서 난산이 와서 딸아이를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가. 그녀의 건강이 일반적인 여자들보다 건강하라고 무던히 애를 써서 키워오긴 했다지만, 이 젊은 부부가 혼인한 지 일 년이 넘어서도 아직 소식이 없어서 내심 걱정이 많았었다. 

그녀는 입으로는 뱉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꽤 조급해 하고 있었다. 지금은 드디어 태동이 있다는 말을 듣고 줄곧 긴장하고 있던 마음을 놓았다.

“좋아, 좋구나. 아이가 마침 때 맞춰 와주었다. 오늘은 한가위 명절이니, 정말 경사가 났구나.”

방인소가 수염을 어루만지며 웃었다. 요 2년 사이에 그는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방금 미아가 방게를 먹었는데 괜찮겠죠?”

왕 씨는 서둘러 귀띔하였다. 그녀는 속으로 상당히 부러워했는데, 자기 아들은 20대 초반인데 며느리는 아직 시집도 오지 않았으니, 아버지가 될 날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고향의 그 서자가 낳은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자신의 아들이 장가갈 때의 신분은 서자보다 한참 높아서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 그것에 또 안정감을 느꼈다.

간미는 평평한 배를 어루만지며 웃음기를 거뒀다. 그리고 머리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삼키지는 않았어요. 먹자마자 입이 비려서 바로 뱉어냈어요.”

연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아까 그 장면을 보았다. 

간미의 속이 좀 불편했지만, 또 그 덕에 이번 중추절 연회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모두들 반가워하며 4대를 맞이하게 됐다.

저녁 때 고청운은 간미와 앞으로 만나게 될 그들의 아이가 얼마나 귀여울지, 또 앞으로 어떻게 철이 들도록 가르쳐야 할지 상상하고 있었는데, 그때 바로 연 씨 주변의 유모 이씨 할머니가 임산부가 알아야 할 책자를 선물해 주러왔다.

이어 고청운이 책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니 임산부가 게, 자라, 율무 등을 먹으면 안 된다고 써 있는 등 금기사항과 주의사항이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 임산부들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까지 열거해 놓았다. 그는 자신이 전혀 쓸모없다고 느껴졌다.

물론 이 책이 없다고 하면 회임에 대해서 사실 그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기에, 결국 그들이 그간 관심을 갖지 않아 잘 모르는 내용들에 대해서 다루는 이런 책자가 있으니 부부의 근심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는 이 책자를 서둘러 외울 생각이었다.

“할머니, 자주 뵈러 갈게요.”

간미는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유모, 앞으로 많은 조언을 부탁드려요”

“아가씨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이것은 늙은 쇤네가 당연히 할 일이죠. 할아버님과 마님은 오늘 밤 너무 기뻐서 방금 한잔하신다고 하셔요.”

유모 이 씨는 눈앞에 있는 촛불 아래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이 한 쌍의 인재가 서로 매우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매우 기뻤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어험, 쇤네가 이번에 와서 여쭐 말씀은, 바깥에 있는 침상을 지금 당장 서재로 옮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입니다.”

고청운이 말했다. 

“왜 침상을 들이시죠? 그곳엔 이미 긴 의자가 하나 놓여 있는데요.”

그곳은 그가 점심시간에 누워 쉬는 곳이었다.

간미는 이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며 우울해 보이기까지 했다.

유모 이 씨는 매우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설명 해주었다.

듣자하니 간미와는 같은 침상을 사용할 수 없었는데, 고청운이 그제야 비로소 대갓집들에서는 이런 규정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이치대로라면 이렇게 하는 것이 맞았다. 분명 임산부가 비교적 연약한 몸이기도 하고, 그가 간미보다는 깊이자는 편은 아니지만, 만일 그가 다시 그날 밤의 육탄전의 악몽을 다시 꾸기라도 한다거나 손발을 잘못 놀려 간미의 배를 때리거나 발로 차는 것은 생각만 해도 정말 좋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간미는 자신의 아이를 품고 있고, 자신은 밖으로 나가 살게 되었으니, 이 또한 너무 부질없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그는 회임이 얼마나 큰 수고를 동반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부군, 그냥 옮기시는 게 좋겠어요.”

간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구석에 침상을 두고 자겠소. 여기서 잠만 자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고청운은 한눈에도 자신이 대범한 모습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모 이 씨는 그 말을 듣고 망설였지만, 어쨌든 규칙이 사라진 것은 아니니, 두 사람이 소란을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또 혜향이를 밤에 그들의 침실 앞방에서 자게 배치했다.

고청운은 아직 습관이 들지 않아 줄곧 여종이 그들을 위해 숙직을 서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비상시기기에 만일을 대비하여 그래도 동의하기로 하였다.

다음 날 고청운은 고향에 서신을 보내려다 말고, 석 달을 기다렸다가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 * *

간미의 회임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고청운은 처음엔 도와주고 싶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연 씨는 그가 난동을 부린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나 하러 가라며 쫓아냈다.

간미의 회임 일도 그렇고 내년 3월이 시험인데, 이것은 큰일이었다. 

‘회임은 어떻게 하지?’ 

연 씨가 거들어 주니 큰일이야 없겠다 만은, 고청운은 매일 그녀의 몸 상태를 묻고 무슨 음식을 먹고 싶다고만 하면 뛰쳐나가 사왔고, 회임 기간 동안 여종의 시중도 거절해두었다. 그는 이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사내였다.

고청운은 다시 한번 세대 차이를 느꼈다. 겨우 이 정도로 좋은 사내라 불릴 수 있는 걸까. 이 시대엔 그만큼 남자에 대한 요구치가 적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방인소조차도 지금은 학업에만 전념해, 내년 진사에 합격해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청운이 들어보니, 그도 그런 것이 수중의 은자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고, 계속 스승님 댁에 머무르니 생활비를 드리기도 어려운데, 자신은 용돈까지 매달 꼬박 받고 있어서 부끄러웠다. 그래서 지금 매달 고삼원에게 주는 비용 말고는 거리에 나갈 때마다 물건을 사들고 들어왔다. 물론 큰 값어치를 하진 않겠지만 성의라도 보이고 싶었다. 

나중에 자기 아이가 마냥 남의 집에서 얹혀 살 수는 없을 터였다. 얹혀살더라도 언제든지 집을 사 줄 수 있는 능력은 있어야 했다.

자신의 책임이 막중한 것 같았다. 고청운은 이런 생각이 들자 더욱 열심히 공부하였다. 자신은 <사기>, <전당서>, <송사>, <자치통감> 등의 서적을 개인적으로 공부하면서 학습의 열의가 더욱 커지고 진도도 빨라진다고 여겼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온종일 공부만 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항상 휴식할 때가 있어야 하며, 이럴 때 화본을 집필하면서 기분을 조절했다. 

그가 대강의 이야기를 열거하고 <출해모험기(出海冒險記)> 앞부분의 5만 자를 다 완성한 후, 고삼원에게 원고를 투고하고 오게 시켰다. 그런데 유명한 책방에서 부르는 가격들은 모두 매우 낮아서, 그의 이전 원고료의 5분의 1도 안 되었다. 예전에 받던 고수익에 길들여졌으니 이제 와서 1달에 3~4냥만 받으라고 하니 너무 가치가 없다고 생각이 되었다. 뜻밖에도 지금의 필력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게다가 이야기 속에는 모험, 미남 미녀, 보물찾기, 타향 풍속의 다양한 요소를 모두 녹여내어 새로운 양식을 탄생시켰다. 시중에서는 이런 양식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고청운은 이 경성의 화본 시장에서는 한낱 낯선 사람일 뿐이기에 그 사람들은 값을 깎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삼원아, 제일 크고 실력 있는 책방 네 군데를 다 갔다 온 게 확실해?”

고청운은 다시 한번 물었다.

고삼원은 고민 끝에 머리를 긁적였다.

“네, 제가 다 물어봤는데, 그들이 말한 가격은 바로 이 가격이 맞아요. 분명히 흥미 있게 몰입해서 읽으면서도 막상 가격을 논하면 엄청나게 낮췄어요.”

고삼원은 고청운이 월양군에서 책을 집필했을 때의 수입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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