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물에 빠진 사람
난처한 때에 배의 1층에서 한 남자가 나오고 있었다. 그가 비틀거리며 뱃전으로 가서 허리띠를 풀기 시작한 것이, 아마도 볼일을 보려는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그의 운은 너무 좋지 않았다. 그들의 배는 수심이 깊은 곳에 있어 선실 바닥은 화물로 채웠기 때문에 갑판 위의 이 층은 수면 가까이에 있었고, 그 남자는 재수 없게도 서로 죽고 죽이는 현장에 나타나, 그 세 명의 검은 사람들 중 한 명에 의해 물속으로 끌려들어갔다.
그 사람은 물에 빠져서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단지 ‘아!’ 하고 소리칠 뿐이었는데, 그 소리가 크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그의 울음소리는 생기를 되찾지 못했고, 고청운은 그를 물에 빠뜨린 검은 의복의 사람들이 그의 입을 가린 채 치켜든 손에 비수가 번쩍번쩍 빛나며, 칼날이 내리 꽂히는 것을 보았다.
얼굴에 흉이 있는 남자가 그것을 보고는 그를 덮쳐 칼이 두 번째 꽂히려는 것을 제지했는데, 그렇게 몇 사람은 또 엉켜서 싸웠다.
저 사람들은 결코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도와줘야 할 것 같았다. 하루 한번 선행을 행한 것으로 치자!
고청운은 여기까지 생각하고선 활시위를 당겨서 화살 통에서 활을 꺼내 각도를 조절하고 숨을 죽였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쏜 화살은 남자의 입을 가리고 있는 검은 의복의 몸에 정확하게 꽂혔는데, 그 사람은 끙 하는 소리를 냈다. 고청운은 결과를 더 보지 않고 다시 재빨리 화살을 집어 들고, 몇 사람이 아직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것을 보고는 또 매우 신속하게 화살을 쏘았다! 그 화살은 마침내 물 아래에서 기습을 하려던 사람에게 꽂혔다.
남은 검은 옷의 사람만 칼자국의 남자와 싸우고, 화살을 맞은 검은 옷 두 명은 고청운에게 급소를 맞은 듯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천천히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물에 빠졌던 재수 없는 사람은 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인지 검은 옷을 입은 사람에 가로막혀 허우적대며 심하게 기침을 하고 있었다.
고청운이 세 번째 화살을 쏴서 앞뒤로 협공하자 마지막에 남은 검은 복장의 사람마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귀신이다! 살려줘!”
그 재수 없는 사람은 결국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칼자국 있는 남자가 잠시 뜸을 들이다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고청운은 그가 연안 쪽으로 헤엄쳐가는 것을 보았다.
고청운은 재수 없는 남자의 울음소리가 다른 사람을 깨우지 못한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잠에서 깼는데도 아무도 문을 열지 않은 것이었다.
“음……”
뒤편 침상 위에서 간미의 소리가 들려왔다.
고청운은 깜짝 놀라 재빨리 자신의 활과 화살을 행낭에 집어넣고, 자신은 재빨리 침상 옆으로 가서, 정신없이 눈을 뜬 간미를 위로하듯 토닥이며 작게 말했다.
“소리 내지 마시오. 아래는 취객이오. 취객이 물에 빠졌소.”
사실 고청운의 숨결은 고르지 못하고 목소리가 떨렸다.
간미는 어리둥절하게 그를 보고 하품을 했지만,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내가 나가서 보고 오겠소.”
고청운은 다시 창가에 다가가서 보았다.
“불이야! 살려줘!”
그 사람은 체력이 버티지 못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물속에서 퍼덕거렸다.
고청운은 그 사람이 오랫동안 물에 잠겨있던 데다가 부상까지 당해 체력이 떨어져 저렇게 되었다고 보았다. 게다가 본래 물에 약할 수도 있었다.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이 익사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미동도 없었다. 그래서 문을 열고 나가며 소리쳤다.
“누구요? 한밤중에 이게 무슨 소리요?”
그 물속에서 푸드덕거리던 사람은 고청운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구해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러고는 또 깊이 가라앉아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내가 바로 내려가겠소!”
고청운은 말 그대로 1층으로 뛰어 내려가 내복을 벗어 던지고, 손발을 움직이며 뛰어내렸고, 겨우 마침내 그 사람을 배의 가장자리에 걸쳐두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가 수영 기술을 익히지 못할 수 있었겠는가? 그가 전생에 할 줄 알았다고는 말할 것도 없이 7~8세에 벌써 강가에서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고청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는데, 이때는 이미 사람들이 시끄러워져 있었고 고청운이 앞장서서 대담하게 나서자, 모두들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는 그제야 너도나도 도와서 사람을 끌어당겼다.
고청운은 체력이 약해진 척하며 물에 가라앉았다.
물속에 시체가 있었다! 원래 그가 거둬올 줄은 몰랐지만, 그의 화살은 일반적인 대나무 화살로, 그의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것이었다. 대나무 재질은 매우 단단하고 화살촉이 뾰족하여 평소에는 토끼를 잡는 데 쓰일 수도 있었다.
그는 문득 자신의 화살이 본인의 신분을 노출하진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러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래도 물 밑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바닥이 검었다. 아래에 세 구의 시체가 있다고 생각하니 그는 겁이 났다가도 결국 참고 수색하려 하였으나, 결국에는 찾아내지 못했고, 또 위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알아볼까봐 걱정되어 서둘러 물위로 떠올랐다.
“부군! 어서 올라오세요!”
간미가 울부짖으며 뱃전에 몸을 내밀고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고청운은 생각해보다가 다시 내려가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배에 올라갔는데, 간미가 그의 옷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급히 옷을 걸쳐주며 원망스럽게 소리쳤다,
“부군, 당신 정말 사람을 놀래키시는 군요!”
항주를 건넌 후부터 간미는 그를 '상공'이라 부르지 않고 '부군'으로 바꾸어 불렀다.
장강 너머 이쪽 사람들은 남편을 '부군(夫君)'이라고 불렀기 때문이었다.
고청운은 그녀가 겉옷은 걸쳤으나 머리가 산발인 것을 보고 자신이 갑자기 뛰어나온 것을 알고 곧장 쫓아 나온 것임을 알았다.
“괜찮소, 나는 물에 강하니 어서 돌아가시오.”
고청운이 그녀를 감싸고 있을 때, 혜향과 환영도 달려 나왔고, 두 사람은 서둘러 간미를 둘러싸고 방으로 돌아갔다.
간미가 끊임없이 그를 돌아보자 고청운이 그녀에게 말했다.
“일단 돌아가시오. 나중에 얘기하겠소.”
고청운은 손을 흔들었는데, 그제야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공자, 괜찮으세요?”
이삼이 달려왔는데 뒤로는 옷이 단정하지 못한 고삼원이 따라 나왔다.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다. 소란에 깼는데, 물에 빠진 술주정뱅이를 구했어.”
그 재수 없는 남자는 땅바닥에 누워 어깨를 감싸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선주는 그를 해안으로 보내 치료를 받게 하려고 채비했다.
“형제여, 목숨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사장정(谢长亭)입니다. 제가 몸을 추스르고 다시 한번 감사를 올리겠습니다!”
사장정은 구경꾼들 속에서 고청운을 찾아 다급히 소리쳤다.
고청운은 손을 흔들며 인파를 밀치고 이삼과 고삼원에게 에워싸여 방으로 들어갔다.
“정말 재수가 없군. 물에 들어갔다가 뭔가에 내 어깨를 찔렸어. 정말 아픈데, 피까지 나고.”
고청운은 잠시 멍해졌지만 발길은 여전히 천천히 자신의 선실로 향했다.
“먼저들 방으로 돌아가거라. 나는 괜찮으니.”
두 사람이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멈추는 모습을 보았지만, 고청운은 두 사람과 말을 할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그럼, 편히 쉬시고 계세요. 제가 생강탕을 끓여드릴게요.”
고삼원이 다급히 말했다.
고청운은 칭찬하며 그를 힐끗 보았다.
고청운이 문을 밀고 들어갔을 때, 간미가 갈아입을 옷을 이미 다 준비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고청운은 머리와 몸을 말리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간미가 자신을 보자마자 품에 안기려 하는 것을 보고 급히 말했다.
“안 되오, 난 지금 몸이 더러우니 내일 객잔에서 몸을 씻고 나서 합시다.”
배에서는 기본적으로 목욕을 할 수 없었고, 선주로부터 뜨거운 물을 돈을 내고 사서 몸을 닦아야 했다.
고청운이 거절하자 간미는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다.
“더러움 따위는 두렵지 않아요. 방금 날 그렇게 죽일 듯 놀라게 해놓고서는…… 엉엉…… 도대체 뭘 뽐내려던 거예요. 나는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요. 당신만 위험하지 않았으면 해요.”
고청운은 그 모습을 보고는 다른 것을 더 돌볼 겨를이 없어 다급히 그녀를 위로하며 다시는 이런 위험한 짓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날 밤은 정말 전시 상황과도 같았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고청운은 먼저 고삼원이 준비해준 생강탕 한 그릇을 마시고, 머지않아 혜향과 영향이 달여준 감기 예방약을 마셨으며, 날이 밝을 때까지 그가 풍한에 걸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모두가 안심하였다.
* * *
날이 밝았다. 마치 어젯밤 일 때문에 모두들 서둘러 하선하는 것 같았지만, 암암리에 사람들은 어제 저녁의 일에 대해 몰래 이야기를 나눴고, 대외적으로는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고청운의 일행들도 마찬가지여서 서둘러 짐을 내렸다.
부두를 떠날 때는 강에 구름 같은 연기가 피어올라 강을 뒤덮었고, 그 강물은 마치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탁하고 고요할 뿐이었다.
고청운은 강물을 한 번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버렸다.
고청운과 일행들은 현지의 중등 정도 되는 객잔을 찾아 숙박을 신청했다.
고청운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세 남자는 함께 모여 어젯밤 일에 대해 의논하였다.
고삼원은 어젯밤에 죽은 듯 자다가 누군가 ‘살려 달라’고 하자, 그제야 깨어났다고 했다. 혜향과 영향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여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푹 자던 이삼은 바깥의 동정을 약간 느꼈지만 나와 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누군가 서로 죽일 듯 싸우고 있던 것이 이들 현지에서의 원한 관계로 보이는데, 그들은 고의로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았다더군요. 그 사장정이란 사람은 매우 운이 없이 밤에 혼자 술에 취해 있다가, 마침 그 상황에 휘말려서 칼에 찔렸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큰 화를 당하지는 않은 거지요.”
이삼은 분석의 정곡을 찔렀다.
“나는 그저 어젯밤 그가 실수로 물에 빠진 줄 알고 구조하러 간 것일 뿐이네. 그게 그리 중요한가? 무슨 문제 있나?”
고청운이 가식적으로 물었다.
“공자는 아무것도 모르셨겠지만 주변에서 이렇게 증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삼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럼 당장 배표를 끊어 와서 가장 빠른 경성행 배편을 타자. 귀찮은 일이 없도록 곧 떠나도록 하자꾸나.”
고청운이 분부했다.
고삼원과 이삼은 어제 저녁 일로 빨리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분부에 따랐다.
운 좋게도 그들은 다음 날 아침 출발하는 표를 구했다.
그날 저녁, 고청운과 간미 방에서 각자 바쁘게 지냈다.
고청운은 일기를 쓰고, 간미는 짐을 챙기다가 갑자기 물었다.
“상공, 활은요? 왜 안 보이죠?”
그들의 방은 커서 휴대 가능한 짐은 모두 자기 방에 두고, 고청운의 책이나 옷 같은 건 간미가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 고청운은 다시 먹을 갈며 웃었다.
“잊었소? 내가 말 안 했나. 어젯밤에 잘못해서 활을 물에 빠뜨렸소.”
간미는 어리둥절해하다가 고청운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듣자하니 사장정이란 사람이 칼에 다쳤다는데, 우리도 몸에 활을 지니지 않는 게 좋겠어요.”
어차피 고청운이 활과 화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두 부부만 알 뿐, 아랫사람도 모르는 일이었다.
“음, 경성에 도착해서 내가 하나 더 사면 되지.”
고청운은 사실 오늘 하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이 일의 후폭풍을 걱정하며 자신이 연루될까 봐 걱정했다. 그런데 의외로 모두가 사장정이 그저 재수가 없었다며 추측했다. 이 소식은 작은 범위에서만 퍼져, 아무도 관청에 가서 신고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신은 아직 물속에서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