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119)화 (119/504)

119화. 조화 (1)

고계산은 지금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쪽이 여전히 즐겁지 않았는데, 그것은 바로 그의 목수로서의 솜씨가 앞으로 전해 내려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솜씨가 조상으로부터 전해내려 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잘 전수해왔는데, 지금 그의 손에서 끊어져서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세 손자가 이제 와서 그를 따라 목공업을 배울 리 만무했다.

아무래도 목수는 명색이 좋지 않아서 학자에는 훨씬 못 미쳤다.

고청운은 할아버지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어 왔기에 당연히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고는 말했다. 

“할아버지, 가족들 말고도 우리 마을에 또 다른 셋째 집이 있잖아요. 모두 성이 고씨가 아닙니까. 만약 그 집 아이들이 원한다면 할아버지께 공부하러 올 수도 있고, 할아버지는 그저 가끔씩 시범이나 보여주시면 될 거예요.”

그의 할아버지는 지금 퇴직을 한 것과 같은 상태이니, 차라리 그에게 할 수 있는 일을 좀 찾아주는 게 나았다.

“그건 나중에 다시 말해보자꾸나.” 

고계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해 보고 싶어 안달이었다.

“큰할아버지, 이 물레방아는 물로 돌릴 수도 있고, 소와 당나귀 등으로도 끌 수 있는데, 주변 환경이나 지형 등에 따라 서로 번갈아 가며 쓸 수 있어요. 하지만 가격이 싸지 않으니, 사람들이 잘 관리해야 할 거예요.”

고청운이 웃으면서 말했다. 물레방아 한 대는 은자로 십여 냥이 좀 넘었는데, 만약 그들 가문 일가족이 모두 논밭에 가까이 붙어 있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설치 과정이나 좀 보려고 했을 뿐,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설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고장 나게 두지 않을게다. 이제 임계촌에는 닭과 개를 훔치는 사람이 없겠구나.”

고백산이 말하자, 고계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물레방아가 우리를 통해 계속 보급되기 시작하면 대당 가격이 내려갈 테지.”

고청운은 물레방아가 회전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수레를 빼낸 후, 고청운은 돌아가서 그 속의 깨달을 바를 적어 남겨 두었다가 나중에 참고하려고 잘 기록해 두었다. 

* * *

집에서 한 달을 다 지낸 후, 그와 간미는 현성으로 이사했다.

이 한 달 동안, 그들 집에는 40여 세의 작은 주방 이모 한 분을 더 모셨는데, 그녀는 외지에서 온 자였다. 아들과 남편 모두를 병으로 보내고 그녀 혼자만 남게 되자 그녀 스스로 자신을 팔았다고 했는데, 바로 그때 방 씨를 만나게 되어 간미를 통해 그녀를 사서 매일 밥을 짓고 옷을 세탁하며 가축먹이는 일 등을 돕게 하였다. 

이렇게 되자 사실상 소진씨와 고용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준 것이 되었는데, 두 사람은 이제 시간이 나게 되어 간미와 함께 자수 놓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고대하는 오히려 수중에 돈이 좀 있는 틈을 타서, 황무지 20묘를 사들였고 사람을 좀 고용하여 개간할 준비를 하였다. 고청운은 거인의 신분이라 200묘 한도로 면세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들 집의 논밭만으로는 아직 한도를 다 채울 수 없었다.

간미 역시 신혼생활 한 달 동안 챙겨온 혼수를 정비해 놓았다.

고청운은 그녀의 혼수를 보고 그중 값어치가 가장 큰 것은 100묘짜리 논이라고 말해주었다. 위치도 현성에 가깝고 이미 소작인이 씨를 뿌려놓았다. 그 외에는 도강의 부둣가에 위치한 한 묘 크기의 상점 한 채와 그가 보내준 작은 정원이 있었다. 

현재 그녀의 상가와 저택은 이미 세를 놓았다.

논, 가게, 저택을 제외하고도, 시집올 때 가져온 각종 금, 은 장신구도 몇 벌과 비단 등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챙겨온 은자들은 혼수 명단에도 기입해 두지 않은 것인데, 그래서 고청운도 모르고 있는 것들이었다. 

어차피 알고 있었다고 한들 큰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그녀의 혼수를 달라고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100묘짜리 밭은 간미가 그와 의논했을 때, 두 사람은 지금 잠시 그의 명의로 두기로 하였다. 어쨌든 면세 혜택이 있으니, 나중에 고씨 집안의 논밭이 많아지면 그때나 다시 간미의 명의로 돌려도 될 터였다.

물론 진사에 합격할 경우 면세 적용 한도는 더 늘어났다.

현성에서 거주하는 생활은 의심의 여지없이 아름다운 나날들이었다. 번잡한 곳이지만 정적을 즐길 수 있었는데, 그들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고청운은 조용한 환경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임계촌에 있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임계촌에서는 가끔가다 친척이나 마을 주민들이 찾아왔는데, 모두가 그와 같은 거인 신분의 사람이 너무 희소해서 본 적이 없었기에 그와 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영광으로 여겨서, 그가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핑계를 댈 때까지 잘 놓아주지 않았다. 

게다가 그곳은 몇 백 명이 사는 마을이 아닌가. 작은 사건들이 왕왕 발생했는데 가끔씩 마을 주민의 닭을 족제비가 잡아먹었다거나 하면 그 집 부인이 반 시진 동안이나 욕을 해댔었다. 

마을에 무슨 경사만 생겨도 다 그를 초대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고청운이 또 거절하기 어려워, 그의 공부 계획에 늘 큰 영향을 미치고는 하였다. 

그래서 현성에서 보내는 이런 안정적인 날들이 고청운에게는 제법 편안하게 다가왔다. 매일 무슨 일을 하든지 모두 그의 계획안에서 진행이 되었고, 그는 그것이 못내 안정적이고 심적으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간미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녀와의 감정도 점차 좋은 단계로 접어들어, 처음처럼 그렇게 서먹서먹하게 굴지는 않게 되었다. 

물론 여기 와서 그들도 누군가와의 교류에 응할 일은 있었다. 횟수로는 아주 적었는데, 어느 곳에서 경사를 치른다 하는 경우에만 초대에 응하는 정도였고, 문회 같은 경우는 아주 가끔 다녀왔다.

그와는 반대로 장인어른은 교류가 아주 활발해져서, 기본적으로 고청운이 나타나는 자리라면 어디에서나 다 장인어른을 만날 수 있었다. 고청운이 자세히 관찰한 결과, 모두들 장인어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이 아주 좋아 모두들 기꺼이 그의 체면을 세워 주었다.

고청운은 방인소의 평가를 떠올리며 역시 그의 평가가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 * *

햇빛이 맑고 화원의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던 어느 날, 고청운은 마침 시간이 있어서 간미의 초대에 응해 화원에 그녀의 칠현금 연주를 들으러 갔다. 

한 곡을 연주하자 고청운은 빠르게 박수를 치며 칭찬을 담아 말했다.

“미아, 아주 잘 치는군. 아주 듣기 좋았소. 잠이 하나도 안 오는 걸.”

간미는 눈을 부릅떴지만, 애교스럽게 말했다.

“당신 참 쓸데없는 소릴. 좋아요, 이제 당신 차례예요.”

고청운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인재가 앞에 계신데, 제 어찌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쓴단 말이요. 안될 말이지.”

간미는 그를 무시하고 그의 팔을 흔들었다.

고청운은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알겠소, 알겠어. 내 당장 연주하리다. 당신께 제 목숨이 걸려있는데, 어찌 감히 따르지 않겠단 말이오. 칠현금 타기는 고사하고 연못에서 당장 뛰어내리라고 해도 내 따르리다.”

간미는 활짝 웃고는 그의 이마를 매만지며 말했다. 

“정말 저를 잘 달래실줄 아는 것 같아요. 말만 번지르르하셔가지고는.”

이제 반년밖에 안 지났는데 왜 자신의 상공이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을까?

이전에는 그녀 앞에서 늘 과묵했었는데, 뜻밖에도 서로가 익숙해진 후에는 지금처럼 이렇게 변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여자가 막 시집와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지 않는다는 말인가? 심지어 본가의 시골이 아닌 현성까지 따라와서 기거 할 수 있었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남편이 거들지 않고서야, 거기에 시어머니의 선의가 더해지지 않았더라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현재 그녀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아주 자유로웠는데, 자주 친정에 갈 수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에 시부모님이 없으니 이런 조건들은 어린 자매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간미는 이번에 시골에 돌아갈 때 반드시 시어머니께 몇 가지 장신구를 사드리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고청운은 그 의견에 따라주지 않았다. 

“이렇게 안고 있으니 온몸이 나른해지는데. 나는 진작에 당신에게 빠져버린 것 같소. 물에 빠지라고 하는 일은 그야말로 작은 일이었고, 나로 하여금 공중제비를 시킨다 한들 이제는 기꺼이 할 생각이오.”

“어찌 이리 놀리시나요. 나빠요!”

간미가 그를 밀쳤다.

“사람 달래는 말을 너무 잘하신다니까.” 

말과는 다르게 마음은 오히려 흐뭇해졌다.

고청운은 하하 하며 생글생글 웃었다.

두 사람은 웃고 떠들다가 비로소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오래된 칠현금 앞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연주를 시작했다.

그의 수준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한 곡을 온전히 매끄럽게 연주할 수 있는 정도였다. 다만 자신의 감정까지 실어 칠현금을 탈 수 있느냐 하면, 그런 것까지는 아직 깨치지 못했다. 

한 곡이 끝나고 간미는 잠시 감상평을 해준 후 고청운에게 칠현금 타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퉁소를 불고, 간미는 칠현금을 연주하여 두 사람은 '봉구황(凤求凰)'이라는 곡을 합주했다.

구체적인 수준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생각으론 비교적 만족스러운 연주였다. 옛날에 그 혼자였을 때는 이런 것을 연습할 일이 적었다. 마음이 번잡할 때나 가끔 연주했었다. 지금은 장가를 들고 나서 색시의 독촉까지 있으니 연습할 시간이 많아졌다. 최근 문회에 참석했을 때 모두들 그의 실력이 이전보다 약간 높아졌다고 말했는데, 시를 짓는 실력에도 역시 발전이 있었을 터였다.

게다가 간미는 그의 생활을 극진히 보살펴 주었는데, 자신이 입은 옷과 꾸밈새는 모두 그녀의 솜씨였다. 추울 때나 더울 때, 언제나 그의 상태가 괜찮은지 물었다. 그 또한 목석이 아니라 간미가 그에게 이렇게 애써주니 고청운도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 더 잘해주고 싶게 되었다. 고청운은 이것이 사랑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확실히 호감을 갖고 있었고, 두 사람이 줄곧 이렇게 생활해 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 *

이날 하겸죽은 부성의 전답일로 휴가를 내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임산현을 지나치며 그를 찾아왔다. 두 사람은 두 달간 만나지 못했었기에 기회를 틈타 친분을 나눌 수 있었다.

고청운은 그를 정원의 정자로 데려갔다.

하겸죽은 혜향이 차를 내어오자 웃으며 말했다.

“역시 장가를 들더니 달라졌구나. 예전에는 내가 너 보러 갈 때마다 맹물만 대접하더니, 지금은 차를 다 마실 수 있게 되었네.”

고청운은 개의치 않았다. 

하겸죽도 개의치 않고 일어서서 사방을 둘러보고 웃으며 말했다. 

“여기 정말 괜찮다. 저 미인초도 잘 자랐고, 그리고 저 연못에는 연꽃을 심은 거지? 꽃이 안 피어 있을 시기라 아쉽네. 매우 향기로울 것 같은데.”

그가 누렇게 시든 줄기 잎을 보고는 추측해 말했다.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연꽃 맞아요. 연말이 되면 연근을 먹을 수 있으니 때를 맞추어 다시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내가 잘 알지. 네 성정에 연못의 연근은 분명 먹을 심산으로 키웠을 게야.”

하겸죽은 부채로 그에게 바람을 부쳐주었다. 

“남들은 고상해보일 생각이나 하지.”

“그게 아니면 제가 이 연못을 아직 남겨뒀겠습니까? 연꽃이 만개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 금물입니다. 그 전에 연못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데, 여름에는 모기도 많이 생기고, 모기 쫓는 풀은 심는다 한들 소용이 없지요.”

고청운은 연못을 집안에 두고 싶지 않았다. 그리 안전하지 않기도 해서였는데, 특히 나중 그들이 아이를 낳고 난 후는 더 그럴 터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