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동방(洞房) (1)
“새댁이 너무 예뻐요.”
“네, 제수씨 너무 예쁘세요!”
……
방안에 있던 여인들의 탄성소리가 들렸다.
남자들은 조용히 있었는데, 남자는 신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지 않는 것이 이곳의 풍속이었다.
중매쟁이는 빙글빙글 웃으며 눈앞의 한 쌍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새 신랑신부는 합근주(合卺酒)를 드세요!”
그래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청운과 간미가 함께 앉았다.
“청운아, 안 돼. 너 신부랑 너무 멀어. 가까이 앉아.”
하겸죽이 불만족스럽다는 듯 고청운을 간미 쪽으로 밀어 앉혔다.
모두들 깔깔 웃으며 고청운을 바라보았다. 남자 쪽은 휴가를 쓰고 돌아온 하겸죽, 황언성, 조옥당, 고청명, 고청량 등이 있었고, 여자 쪽에는 그의 큰누이, 작은누이, 친구들의 부인, 그리고 간미가 데리고 온 두 여종이 있었다.
“지난번에 하 사형 혼례식에서, 나는 조금도 곤란하게 굴지 않았는데요!”
고청운은 혼례식 때마다 그들 편을 들어주었었다.
하겸죽은 막 무슨 말을 하려다 부인에게 심하게 허리를 한 번 꼬집히고는 더 말을 하지 않고 부채만 흔들며 허허 하고 웃었다.
조옥당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어서 와서 앉아. 제수씨가 너무 기다리셨어. 오늘 밤에 너 상대 안 해주시면 어쩌려고 그러냐.”
사람들은 더욱 크게 웃었고, 목소리에는 응큼함이 숨어 있었다.
고청운은 간미를 한 번 보았는데,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희고 작은 손에는 사과 한 개를 꼭 쥐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생각해보더니 그녀에게 좀 가까이 가서 앉았는데, 간미가 뜻밖에 놀라서 그로부터 다시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귓가에 친구들의 응큼한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고청운은 낯짝 두껍게 다시 가까이 다가가 앉아 나직이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이 술만 한잔 마시면 되오.”
간미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멀리 떨어지지도 않았다.
중매쟁이의 사회아래 합근주를 마신 두 사람은, 간미의 몸에서 풍기는 체취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섰다. 그녀에게서 전해져오는 향이 무슨 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은은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향이었다. 다만 두꺼운 얼굴 화장을 다시 보자 고대의 신부 화장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술맛에 대해서는 그는 조금도 맛을 느끼지 못했는데, 다만 자신의 혈액이 모두 얼굴 쪽으로 솟구치는 느낌이었고, 가슴도 매우 빠르게 뛰었다.
“새신랑 신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 머리카락을 묶습니다!”
중매쟁이가 또 소리쳤다.
고청운은 중매쟁이가 건네준 가위를 넘겨받아 두 사람의 머리를 모두 조금씩 잘랐다. 그리고 잘라낸 머리카락을 미리 준비해둔 주머니에 넣고 묶었다.
“새신랑 신부가 영원히 한마음으로 살기를 기원합니다. 두 사람의 혼인이 성사되었습니다!”
중매쟁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을 향해 돌아보며 계속 말했다.
“자 다 됐어요, 됐어. 여기 계신 나리들, 공자님들 이제 바삐 나가시면 됩니다. 이제부터는 여러분들이 계실 곳이 아닙니다. 합방하시는 분들 말고는 모두 나가세요.”
많은 사람들이 안달이 나 있었지만 고청운의 매서운 눈초리를 보고서는 눈치껏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기 전에는 다들 곁눈질을 실컷 했다.
간미의 두 계집종은 나가기 전에 걱정스럽게 자기 집 아가씨를 쳐다봤는데, 고청운은 어이가 없었다.
혼방에 마침내 그들 둘만 남게 되자,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그동안 두 사람 모두 편지 왕래는 많았지만, 이는 모두 간지원을 통한 교류였고, 또 정정당당히 하는 시의 교류였을 뿐이었다. 두 사람의 사사로운 감정들은 편지에 거의 드러나지 않았었다.
“일단 봉관부터 내려놓으시오. 많이 무거웠을 텐데.”
고청운이 먼저 말을 꺼냈다.
간미가 가볍게 ‘네’하는 소리를 냈다.
그녀는 머리에 봉관을 쓰고, 어깨에 비단 천을 걸쳤으며, 안에는 아주 붉은 빛의 옷을 입고, 허리에는 폭이 넓은 수술이 달린 허리띠를 매고 있어, 한 손에 들어올 것 같은 허리와 허리 받침을 드리우고 있었다. 하의로는 정교하게 수놓아진 치마가 두 발을 덮고 있었는데, 수놓은 신발의 머리 부분만 살짝 노출되어 있었다. 혼례복 전체가 아주 정교해 보였다.
이 크고 붉은 옷을 입고 있는 신부를 보고 있자니 기쁨이 충만해졌다. 특히 간미는 아주 날씬하고 적당히 키가 큰 편이었는데, 자기 어머니보다 머리 반개가 더 컸다. 고청운이 그녀 머리 위의 봉관을 보니 아주 무거워 보였는데, 현성에서 그들 임계촌까지 오는 동안 한 시진을 쓰고 있었을 테니 목이 틀림없이 불편할 터였다.
고대로 넘어와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게 되면서, 고청운은 이곳의 백성들의 키가 매우 극단적으로 양분화 되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릴 때부터 영양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다면 현대인들과 키가 비슷했지만, 어릴 때부터 자주 배를 곯고 영양이 부족했던 남자들의 키는 정말로 작았다. 물론 유전적 요인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고씨 집안 식구의 키는 모두 나쁘지 않은 편이었으나, 그들 집은 남방인이 아닌데다 예전에는 집안이 소지주 출신이었기에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이 두 세대의 키는 여전히 중간 정도였다. 허나 고청운은 어릴 때부터 식사가 훌륭하고 줄곧 몸을 단련한 데다, 그의 성장기가 도래한 후 줄곧 합리적으로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고 있어서 그는 지금 임계촌에서 거의 군계일학으로 통할 정도로 마을에서 가장 키가 컸다.
고청운은 간미의 키가 작지 않은 것이 가장 만족스러웠는데, 아마 요즘 키로는 158cm 정도 되는 키일 것이다.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는 이 정도 키가 아주 좋은 편이었다. 이 정도 신장이면 옷태도 아주 좋았다.
간미가 봉관을 벗는 것이 어려워보이자 고청운이 재빨리 도와 화장대에 올려놓았다.
그 다음으로 고청운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입을 열지 않았는데, 간미는 더 말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내대장부가 아닌가! 당연히 내가 더 주동적이어야지.’
고청운은 자신에게 암시를 걸어 결국 먼저 용기를 냈다.
“배가 고프진 않으시오?”
고청운은 새신부들이 매우 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두 오누이도 혼롓날은 거의 아무것도 먹질 못하지 않았는가.
간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고청운은 믿지 않았다. 허나 이에 관련하여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고, 다시 한마디 했다.
“나는 지금 나가서 사람들에게 술을 좀 대접하려고 하니, 먼저 방에서 좀 쉬고 있으시오. 먼저 씻고 있어도 상관없소. 우리 누님께 도움을 청하시고, 나는 아마 많이 늦게 돌아올 것 같소.”
간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당부하였다.
“다, 당신, 몸 생각해서 술, 술은 적당히 마시도록 해요.”
고청운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은 채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지었다.
“알겠소, 걱정 마시오. 그리 할 테니.”
문을 밀어 열어젖히자, 두 여종이 아직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한마디 분부하였다.
“들어가서 잘 돌보시게.”
그 두 계집종이 예를 갖추어 ‘예’하고 대답했다.
고청운은 한숨을 쉬며 가슴에 달아 둔 새빨간 꽃을 바라보았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그저 사정을 봐가면서 해결해 내면 될 일이었다.
‘지금은 와주신 분들께 술대접을 먼저 하고 나서 다른 일을 처리하자.’
집의 정원 안팎으로 등불이 가득 매달려있었고, 사람도 매우 복작거렸다. 기본적으로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가족을 거느리고 찾아 왔는데, 아이들은 떼를 지어 어른들 사이를 뛰어다녔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때때로 들려왔다.
해가 아직 완전히 기울지 않아 날이 아직 밝은데도, 모두들 벌써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정원 밖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정원 안에는 바로 고청운의 일가친척들과 동기, 혹은 지위가 비교적 높은 향신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먼저 맏누이 고연을 찾아 간미에게 먹일 음식을 부탁했다.
그 후 고청명이 바로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 물론 진짜 술은 아니었다. 새신랑에게 암암리에 약조된 물탄 술로써, 배만 불룩해질 뿐 술에 취하지는 않는 것이었다.
손님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당연히 지금 막 도착한 심(沈) 현령으로, 그는 상복을 입고 와서 이름과 호를 부르지 않았는데, 만약 그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정원 밖 마을 사람들은 그가 들어오는 동안 모두 꿇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고청운은 현령의 호의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는데, 그는 스승님 및 방씨 가문과 맞서고 있는 사람이었으나 개의치 않고 심 현령과 몇 마디 나누고 술도 한잔 하였다.
심 현령은 축복을 해준 후 수행원들과 함께 총총히 떠났다. 참으로 총총히 왔다가 총총히도 사라졌다.
하 수재의 차례가 되었을 때 고청운이 바쁘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오늘 사모님은 안보이시네요?”
옆에서 미소 짓는 하지를 한 번 쳐다보고 또 말했다.
“사제님은 커갈수록 키가 무럭무럭 자라십니다.”
“네 사모님은 전날 밤 바람을 쐬다 한기가 들어, 오시지 못하게 했다.”
하 수재가 고청운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감개무량해서 말했다.
“당초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키도 작고, 어리기만 했는데…… 어느 덧 장가를 들다니.”
그렇게 젊은 나이에 고청운이 거인에 합격 한 일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 이었다. 확실히 당초 그가 가르쳤던 갑반 학생 중에서는 그의 자질이 뛰어난 편이 아니었는데 그가 제일 먼저 시험에 합격하게 될 줄이야. 정말 뜻밖이었다.
운명이란 것은 정말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집에 있는 부인을 생각하니, 애당초부터 사람들이 '어릴 때 똑똑해도 자라서 잘되지는 않는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고청운이라는 아이가 눈 깜짝할 사이에 기세가 대단해져서 눈 깜짝할 사이에 해원이 되다니. 예전부터 해오던 자신의 생각이 성공했더라면,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뛰어난 자질의 청년은 이미 자신의 집안사람이 되어 있을 텐데.
아무래도 역시 운명은 아니었는지, 기회란 한 번 지나가면 아예 깨끗이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언제나 활달한 성격임을 자인하던 하 수재 자신조차 아쉬움이 남았다.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볼 수 있었다. 고청운은 큰 이변이 없다면, 앞으로 남은 것은 전도유망한 앞날뿐일 것이다. 방씨 집안과 연씨 집안을 제외하고서, 누가 현의 관아에 재직 중인 관리까지 직접 찾아와 축하를 하고 돌아간단 말인가.
집안의 손녀딸이 이제 곧 비녀를 꽂을 나이가 되어 적당한 사윗감을 찾고 있었다. 아내는 이도저도 않는 이유로 후보들을 영 만족스러워 하지 못했다. 오늘은 본디 함께 자리하여 축하를 해줬어야 함이 마땅하나, 그녀는 얼굴을 들 수 없어 미안한 마음에 오지 못하였다. 고청운이란 아이는 옹졸하지 않고 외려 마음이 넓고 그런 일들을 마음에 담고 살지 않아 그녀에게 걱정 말고 참석하러 가자고도 하였으나, 그 당시의 일이 마음에 걸려 결국 데리고 오질 못했다.
고청운은 하 수재가 몇 번 호흡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상념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는지는 몰랐으나, 사모님이 편찮으시다는 말에 정답게 말을 붙였다.
“사모님께서 잘 요양하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시간을 만들어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하 수재가 웃었다.
“그럴 필요 없네. 잠시 한기가 든 것뿐이니 쉬이 물러날 걸세. 약 몇 첩을 먹으면 낫는 일이야.”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 수재와 술 한 잔 마시고, 또 하지가 술잔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넌 아직 어리니 너랑은 안 마실게.”
15살 어린 녀석이 술은 무슨.
하지는 순간 실망을 금치 못해 볼이 퉁퉁 부어 오른 채 고개를 숙였다.
고청운은 생긋 웃으며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하러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