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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111)화 (111/504)

111화. 지위 (2)

고청운은 수재에 합격했을 때보다 지금이 자신의 위상이 훨씬 더 올라갔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그는 단번에 현지의 향신 중의 하나가 되어, 사회적 지위가 대폭 높아졌다. 이전에는 현의 관리를 한 번 알현하려 하면 먼저 명첩을 보내야 했었으나, 지금은 현의 관리를 보고 말고 하는 문제 자체가 대수롭지 않은 문제가 되었다. 지금은 그가 거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가 원하기만 하면 일반적으로 관리들은 그와 만나줘야만 했다. 특히 지금의 현의 관리는 거인이 담당하는 자로서, 현지 출신의 관리가 아닌 이상에야 그들에겐 거인들이 더욱 예를 갖춰야 하는 대상이었다. 

이전의 유 현령은 이미 진급을 거듭해 부성에서 관리직을 맡고 있었는데, 이번에 고청운이 거인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특별히 축하서신을 보내오며 사람을 시켜 선물을 함께 보내왔다. 

그들의 집에서 축하연을 벌일 때, 유 현령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주의 퇴직 향신들도 일일이 선물을 보내왔는데, 그가 수재에 합격했을 때보다도 더 귀중한 물건들이었다.

일은 벌어진 이후에나 점검이 된다고, 집도 있고 땅도 있고 용모가 빼어난 오누이까지 다 가진 그는 일부 선물 항목은 그 자리에서 돌려보내고 받지 않았다.

또 한 상인은 세 식구의 노비 문서를 보내왔는데, 노진씨가 이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은 시중들 사람이 필요없다며 돌려보냈다.

고청운의 집안은 예전에 이런 삶을 영유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러한 교제 방식이나 접대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보내오는 이런 선물도 받을지 말아야할지, 받았다가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고백산도 이쪽으로는 아주 조금밖에 알지 못해서, 감히 주도적으로 결정했다가 남의 웃음거리나 되진 않을 런지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결국 고청운은 방씨 집안에 도움을 청했다.

방씨 집안은 기꺼이 도움을 주었다. 고청운네를 도와 손님들을 함께 대접했고, 나중에는 노모인 방 유모를 보내 그들에게 지도를 부탁드렸다. 그들에게 방 유모는 현내 유지(*有志: 마을이나 지역에서 명망 있고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구체적인 상황과 기본적인 예의범절, 치장하고 꾸미는 법 등에 도움을 주었다. 

물론 고계산과 노진씨는 이것들을 배울 필요가 없었는데, 임산현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어디를 가도 남에게 존중을 받을 연령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노인은 아직도 자신들이 정정하다고 생각했고 익숙하지도 않아서, 다른 이들에게 시중을 들게 시킬 필요 없다며,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더 성가시다고 느꼈다. 

고청운은 생각을 해보더니, 그들의 연세가 더 많아지면 그때나 사람을 데리고 와서 돌봐 드리는 것으로 정했다.

고대하와 소진씨는 배움에 있어 오히려 매우 열심히 했다. 마치 목말라있던 지식을 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이유는 훗날 아들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함이었다. 

요컨대, 고청운의 지위가 상승함에 따라 고씨 가문의 사람들의 신분도 덩달아 높아져 남들의 비웃음을 사지 않기 위해, 고씨 집안도 집안을 더욱 신경 쓰고 명성을 아끼기 시작했다.

방 유모가 그들에게 비밀스런 관행을 몇 가지 설명해 준 이후, 고씨 집안에서는 귀중한 물건들 위주로 선물 받았던 목록을 기록하여 후에 동등한 값어치를 지닌 선물을 찾아 돌려보내기로 결정하였다. 자신들의 집에 거인이 있는 한, 너무 과한 선물은 보내지 않을 것이고, 선물의 대부분은 문방사우들로 구성하기로 했는데 이런 선물들은 원례 답례 용도로도 썩 괜찮은 것이었다. 

상인들이 보내온 집과 밭에 대해서는, 재량껏 일부를 받아 두었다. 선을 넘지 않는 한에서는 문제없을 터였다. 다른 거인들도 이렇게들 해왔다.

“우리가 그들의 물건을 받은 탓에, 후일 우리 전자가 그들 때문에 일을 처리해주게 되면 어떻게 하죠.”

소진씨가 조급한 듯 방 유모에게 물었다.

방 유모는 50여 세의 노인인데도, 옷차림이 단정하고 행실이 좋았다. 방씨 가문에서 계속 지내왔기에 세상물정에 밝아 그녀를 보낸 것이었다.

“마님, 그들을 도와 일을 해결해 주실 필요 없어요. 그들도 우리가 손을 내밀어 뭔가를 하자는 것이 아니고, 물건들을 보내오며 그저 우리가 방해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방 유모는 조금의 짜증도 내지 않고, 아주 참을성 있게 설명 해 주었다.

고청운은 옆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이 말을 듣고는 문득 깨닫는 바가 있었다.

상인들이 그에게 돈을 보내기는 하였지만, 실은 공경의 의미나 다름없었다. 그가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쌍방이 각각 무탈할 것이다. 다만 이런 경우는 단 한 번뿐이었다. 앞으로 그 어떤 특수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들이 더 이상 무언가를 보내오는 일은 없을 터였다. 그들은 그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거나, 또 다른 정분을 쌓으려 하는 의도가 있기 전에는 말이다.

고청운은 이런 일들을 이해하고 나자, 역시 장사꾼은 아무나 쉽게 하는 것이 아니구나, 많이 버는 만큼 쓸 일이 많겠구나 싶었다. 

자신의 어릴 적 생각이 옳았다. 역시 학자의 지위가 제일 높은 것이었다. 

하나하나 점검을 마친 후, 고청운은 자신의 재산이 크게 늘어난 것을 발견했는데, 현성에 삼중 정원으로 지어진 저택 한 채와, 50묘의 논밭이 더 늘어난 것 외에도 포목과 기타 축의금이 더 있었는데, 그 중 10묘의 논은 현내 관아의 이 서판이 보내온 축의금이었다.

고청운은 축의금 이면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받기로 했다. 사실 그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 서판이 일전에 자신의 집안을 핍박하여 땅을 팔아버리려고 했던 일을 진작에 잊어버렸다. 오히려 이 서판이 여즉 그 일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또한 그가 과거에 급제한 후 10묘씩이나 되는 토지 문서를 보내 온 것은 사과의 뜻이지 또 뭐겠는가. 이 정도면 약 70냥의 은자에 해당하는 액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그는 낮은 벼슬자리라 하더라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밖에도 또 하나의 작은 일이 그의 말문을 잇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금 고청운의 방은 이미 모습이 크게 바뀌었는데, 문방사우는 두 번씩이나 더 상등급의 물건들로 교체되었고, 이전에 쓰던 붓, 붓꽂이, 문진 같은 것들은 모두 사람들에게 빼앗겼다.

그렇다, 사람들이 뺏어간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했다. 그 사람들은 더 고급 문방사우들을 가지고 찾아와 곧 대머리가 될 붓, 대나무 나무로 만든 붓걸이, 돌을 갈아 만든 문진들을 교체해가더니, 심지어 그가 어렸을 때 입었던 작은 옷은 그 문방사우보다도 더 황송해하며 다뤘다고 했다.

소진씨는 거기에 더해 한껏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내가 보니 상황이 뭔가 이상했단다. 그래서 재빨리 개구멍바지와 기저귀를 따로 챙겨서 두 누이에게 넘겼지. 내가 재빠르게 처신하지 않았더라면 네 어릴 적 물건이라고는 남아나질 않았을 거야. 세상에 원, 네 물건을 달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넌 모를 거다.”

이날 고연과 고하가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후에, 소진씨는 자신의 선경지명에 상당히 만족한 모양새였다. 

고청운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어머니, 내가 아기 때 쓰던 기저귀 천을 어디에 가져다 쓰실 거예요. 그런데 그때 쓰던 천이 아직도 안 썩었나요?”

“썩기는 무슨? 처음엔 깁고 또 기우다보면, 몇 겹씩 천이 두꺼워지는데 그런 천들이 어디 그렇게 쉽게 썩겠니? 내가 그걸 또 매년 꺼내다가 씻고 말리고 잘 관리해서 큰손자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는데 네가 이렇게 잘나가서 앞으로 못 쓰게 될 줄이야.”

고청운은 갑갑했다. 장차 자신의 아이가 자신이 사용했던 기저귀를 또 쓴다고?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

“어머니, 우리 현에 있는 그 저택말인데요, 언제 이사하실 거예요?”

고청운은 어머니께 다시 한번 알렸다. 잔치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그 집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가족들이 없었다. 

“우리가 거기 가서 살면 뭐 하니? 우리가 네 할아버지 할머니와 상의해 보았는데, 우선은 시골에서 조금 더 살다가 내년 초봄에 너희들 혼례가 끝나면 그냥 그대로 너희가 그곳에 가서 살려무나. 가끔 네가 보고 싶어지면 우리가 현성으로 건너가마.” 

소진씨는 속으로는 다른 생각중인 듯, 다른 사람이 보내온 비단을 청운의 몸에 대고 가늠하며 말했다.

“전자야, 네 키가 또 자랐구나. 이제는 아버지나 숙부보다도 더 키가 큰 것 같아. 더 자랄지 몰랐는데.”

소진씨는 이것이 그녀의 착각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간 아들의 옷은 모두 그녀가 지어왔기에, 키가 컸는지 살이 쪘는지는 모두 그녀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고청운은 입을 오므리고 웃었는데, 확실히 아직도 키가 자라고 있는 것 같더니, 지금 키는 현대에서의 175cm에서 170cm 사이로 짐작되었다. 이후에는 한 180cm까지는 자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남자라면 180cm는 되어야 보기는 좋겠지?’ 

적어도 나중에 경성에 가면 북쪽 사람들은 다들 키도 크고 말(馬)도 크고 한데 크게 비교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머니, 내일 현성에 가서 묵으려 하는데, 함께 가요. 방씨 집안에서 현내의 저택을 측량한다는데 저희 집안사람들도 좀 가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집도 좀 정돈해야하고요.”

현성의 저택은 임산현의 상인 몇몇이 공동으로 보내온 것으로, 입지도 괜찮은데, 방자명의 집과도 멀지 않았다. 이전의 집주인은 줄곧 부성에서 머물러,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 가구 같은 것들도 없었지만, 적어도 정원에 초목들은 잘 꾸며져 있었는데, 고청운은 특히 그곳의 그 계수나무를 매우 좋아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공부를 시작한 이후, 그는 계수나무를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하게 된 이유 중 첫 번째는 계수나무의 꽃말이 좋아서였고, 두 번째는 계화떡이 맛있기 때문이었다.

소진씨는 고청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껴서 아이 아빠와 함께 현성으로 따라가기로 했다. 춘절을 쇠기 전에 집을 잘 꾸미고, 또 사돈과 그들 집의 혼수예물로 가구들을 어찌 들여놓을지 등을 상의해야 했다. 

그렇다. 고청운과 간미의 혼사는 계속 진행되어, 혼례식 날짜까지 다 협의한 상태였다. 고청운은 곧바로 경성으로 올라가 지낼 수는 없었기에, 임산현에서 혼인을 하고, 또 얼마간 더 머무를 예정이었기 때문에 현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현학에서 얼마간 학문을 가르칠 생각이었다.

만약 그렇게 일이 진행된다면, 간미는 현으로 넘어와 살게 되니 삼중 정원이 딸린 저택은 그들의 신혼집이 되는 셈이었다. 

소진씨가 자신들은 시골로 다시 내려가고, 두 신혼부부만 현성에 거주하라고 하자, 고청운은 생각으로는 이상할 것이 없었건만 그래도 못내 아쉬워져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저와 함께 현성에 살지 않으시면 저희는 어떻게 해요?”

이 말이 나오자, 줄곧 문간에서 남몰래 배회하던 노진씨가 바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 들어와 거친 손을 내밀어 고청운의 손등을 끌어당겨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이 할미의 예쁜 손주야, 그럼 돌아와서 묵으렴. 현성에 있지 말고. 어쨌든 우리 집이 현성에서 가까우니 현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면야 그리하고, 할아버지께서 매일 현성까지 데려다 주실 게야.”

고청운이 웃었다. 사실 그는 주변을 맴도는 할머니의 모습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할머니, 안심하셔요. 자주 돌아갈게요. 사실 매일 현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니 한 달에 반은 같이 지낼 수 있어요.”

사실은 그도 계속해서 현성에만 머무르는 것은 못내 아쉬웠다. 필경 1년 반 후에는 상경하여 방인소를 따라 공부를 계속 해야 하는데, 그곳은 집에서 멀어서 돌아오려 해도 돌아오는 방편이 영 수월하지가 않았다.

‘특히 우리 부모님께는 아들이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가족들을 다 경성으로 따라오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곳의 물가는 따질 것도 없고, 부모님은 자신과 함께 선생님 댁에 들어갈 수도 없었으니, 할아버지 할머니도 동의하시지 않을 뿐더러 오래 살아온 고향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을 터였다. 두 노인은 더 이상 바삐 몸을 움직이시는 것 가체가 힘드실 것이고 아버지도 장남으로서 줄곧 집에서 노인들 시중을 책임져야 할 것이었다.

노진씨와 소진씨는 그 말을 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며느리와 잘 지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구나. 며느리네 외할아버지가 네 스승님이시고, 공부도 계속 가르쳐주실 게 아니냐. 나중에 우리 집으로 시집온다고 한들 우리가 잘 대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네게 고충이 갈까 걱정이구나. 전자야, 너는 너무 무르게 굴어서는 안 된다. 중심을 잘 잡거라. 물론, 며느리에게는 잘 대해주고. 그렇다고 해서 며느리가 네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오게 두면 아니 된다. 부부란, 자고로 남편 의견이 힘을 얻어야 올바른 게야.”

노진씨는 간미가 생각나자 장황하게 지껄였다.

“할머니, 염려 마셔요. 제게 그러지 못하도록 할게요.”

노진씨는 미심쩍은 듯 쳐다봤다. 그녀는 늘 자신의 손자가 너무 물러서 업신여김을 당하기 쉽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체면을 세워줘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할미가 말을 잘못했구나. 우리 전자는 뭘 해도 옳지, 옳아. 에이그, 대갓집 규수라는 사람이 우리랑 잘 지낼 수는 있으려나? 우리가 시골 사람이라 업신여기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말을 하다 보니 그녀의 근심이 두드러졌다.

고청운은 소진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히 그럴 리 없죠. 그 집의 품행이나 우리 집에 대한 태도는 매우 좋아요. 저번에 가족들이 와서 우리 집에서 혼례 성사주 마실 때 직접 보지 않으셨어요? 사람들이 아주 말도 잘 통하고요.”

 아들의 귀띔을 받고 상황을 이해한 소진씨는, 노진씨를 위로하며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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