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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86)화 (86/504)

86화. 새집 (1)

비록 부둣가에 지은 집을 객상에게 세를 주었지만 부두가 점점 번화해지면서 인구유입량이 증가했다. 그래서 별의 별 사람들이 다 모여 들어서 거주하기 이상적인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성벽이 있는 성안에 집을 사는 것이 더 안전했다. 

그날 저녁, 고청운은 노진씨와 고이하와 함께 작은 길로 집까지 걸어갔다. 

새집은 이미 다 지어졌는데, 전보다 더 면적이 넓은 농가원이었다. 5척도 더 높은 벽으로 후원의 대나무, 금은화 나무 등을 전부 에워쌌다. 

대문 양측이 바로 도좌(*倒座: 사랑채)였는데, 전부 방이었다. 앞으로 손님이 오면 이곳에 묵을 수 있었다. 더 안으로 들어가면 큰 정원이 나왔고, 전에 심었던 과일나무가 여전히 있었다. 고청운의 과녁은 여전히 구석에 있었지만, 다른 농구와 잡동사니들은 작은 방으로 들여 놓아서 보다 한갓진 느낌이 들었다. 

나머지는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저 흙 기와를 청색 벽돌과 흑색 기와로 바꾸었다든지, 좌우 상방이 작은 두 원자로 바뀐 것뿐이었다. 모든 작은 원자는 방 일고여덟 채로 둘러쌓여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묵을 곳이 부족할 염려는 하지 않았다. 

고계산과 나머지 식구들도 여전히 같은 곳에서 묵었다. 다만 방이 몇 개가 더 생겨서 곡식 창고와 침실이 완전히 분리 되었다. 후원 구석에 텃밭을 남겨서 채소를 심었고 나머지는 동물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후문도 새로 만들었는데, 보통 우마차가 후문으로 드나들었다. 

이 집을 다 지었을 때 마을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모두 와서 집을 구경하며 이러쿵저러쿵 한 마디씩 했다. 고씨 집안은 옛날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있었지만 모두 그저 부러워할 뿐 싫은 소리는 하지 않았다. 

청색 벽돌과 흑색 기와는 견고했고 매년 한 번 정도 지붕을 수리하면 오랫동안 이 집에 살 수 있음을 의미했다. 기본적으로 수십 년 안에는 기와를 새로 덮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가구까지 포함해서 80냥이 넘은 은자를 썼는데도 고계산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이번 생을 사는 동안 이런 원자를 지을 수 있다는 자체로 심히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집을 지어두면 나중에 분가를 하더라도 고대하와 고이하가 각각 방과 원자를 하나씩 가지고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모두 자신의 지분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 모두가 같이 밥도 먹고 일도 했기 때문에 분가를 할 생각이 없었다. 

저녁을 먹은 후 고청운이 자신의 돈으로 현성에 작은 집을 살 계획을 언급했고, 모두 이견이 없었다. 

전에 고씨 집안은 각자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나면, 베짜기 등을 해서 밖에 가져가 팔고 비상금을 모으는 걸 허락하는 규칙이 있었다. 노진씨가 전에 고청운이 번 돈은 자기가 쓰라고 했지만 점점 더 원고료를 많이 받게 되어 매달 은자 20냥을 받게 되자, 그는 알아서 집에 5냥씩 내기 시작했고 이미 그렇게 한지 9달이 되었다. 

그래서 새 집을 짓는데 일부는 그가 냈다고 할 수 있었다. 

허나 그는 그 돈이 원고료라고 말하는 대신 책을 베끼거나 다른 사람의 장부를 봐주고 번 돈이라고 했다. 

고계산은 식구 전체를 보며 말했다. 

“현성에 집이 있어도 좋겠구나. 내년에 거인 응시를 하는 전자도 조용히 공부를 할 수 있고. 그리고 여럿이 모은 돈으로 집을 사는 것도 아니니, 그 집은 전자 명의로 하면 되겠구나. 둘째야, 다른 의견 있느냐?”

고이하는 고개를 내저으며 웃었다. 

“아버지, 그건 당연한 일이지요. 다른 의견 없습니다.”

그는 지금 방에서 곤히 자고 있는 두 아들들을 떠올렸고, 앞으로 열심히 공부 뒷바라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저 일개 수재인 조카는 농사일을 하는 것보다 돈을 몇 십 배는 많이 벌었다. 

노진씨는 이 씨를 바라보았다. 

이 씨는 고청운이 아까 자신에게 준 연지와 백분을 사용하는 법을 궁리 중이었는데, 시아버지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고개를 들어보니 시어머니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는 급히 답했다.

“없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어도 이 자리에서 어찌 말하겠는가. 여럿이 돈을 내는 것만 아니면 상관없었다. 게다가 조카는 사람 노릇을 할 줄 알았고, 어머니에게 사다주는 건 꼭 자신의 몫까지 챙겨주었다. 

지금 집에서는 그에게 의지하고 있었고, 돈도 잘 벌었는데 어찌 반대할 명목이 있겠는가? 앞으로 아들들도 사촌형의 덕을 봐야할 텐데? 남편이 이런 이야기를 이불 속에서 이미 누누이 했기 때문에, 이 씨 또한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었다. 

가문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이 이렇게 가볍게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고청운은 살짝 놀랐다. 하지만 현재 집안 상황이 몇 년 전보다 훨씬 나아져서 다들 먹고 사는 게 수월해진 걸 생각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작은 일 하나하나 걸고넘어지지 않는 게 당연했다. 

쪼잔한 마음은 가난으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몰랐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집안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기 때문에 그가 손해 볼 일은 없었다. 아버지가 그에게 직접 이야기를 꺼내보라고 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다 같이 중요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후, 고청운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그는 혼자서 쓰는 침실과 책방이 있었다. 

고하와 몇 마디를 나누다가 그녀가 자리를 떠나려는 것을 보고, 고청운은 부모님을 책방으로 모셔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제 나이가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침실을 드나드는 건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 

그가 자신의 난초를 관찰하고 있을 때 부모님께서 오셨다. 

고청운은 마른기침을 하고 방인소와의 일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고대하는 자세히 듣더니 미친 듯이 기뻐했다. 

 “전자야, 정말 좋은 일이구나! 방 대인은 우리 임산현이 생긴 이래 최초의 진사이신데, 그분께서 돌봐주시면 네 앞날은 창창한 것과 다를 바 없구나!”

고대하는 석유등 아래서 자신의 아들을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아들은 흠 잡을 곳이 없었다. 방 대인마저 아들을 탐내다니! 

다른 건 그만 두고 방인소가 고청운을 제자로 받아주기만 하면 임산현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 수 있었다. 아내를 얻는 문제는, 대갓집 규수에게 장가를 든다면 고씨 가문이 떠받들어야겠지만 아들래미가 잘나면 이 모든 건 문제 될게 없었다. 

소진씨도 매우 기뻐했지만 잠시 후에 고민에 잠겼다. 그녀는 고대하를 흘겨보며 말했다. 

“당신 제대로 못 들었나요? 나중에 전자가 아들을 낳으면 방씨 성을 따라야 하는데, 그럼 남의 집 자식이 되는 거잖아요.”

오히려 고대하는 이것이 매우 정상적이라고 여겼다. 이런 조건이 있어야 아들이 등쳐먹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방씨 가문의 여식에게 장가를 들 기회조차 있을까. 게다가 방인소의 외손녀라면 안 보고도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자란 처자일 것이다. 만약 정말 혼인을 하게 된다면 방씨 가문을 등에 업고 올라가는 격이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사람은 높은 곳을 향해 오르는 법이오. 이 일이 방씨 가문에게 좋은 일이겠소, 우리 가문에게 좋은 일이겠소? 방 대인 연세도 있으신데 손자는 당연히 우리 아들이 키우게 할 것이오.”

고대하는 여러 가지 일과 집안 상황을 고려하며 탄식했다. 

“꼭 대를 이을지는 가봐야 아는 일이오. 방 대인을 스승으로 모시면 아들에게 매우 좋은 일이니까 난 동의하오. 네 할아버지도 동의할 거란다. 그렇게 틀에 박힌 분은 아니시니까."

“우리 집은 동의한다고 백부님댁에 말씀 드리면, 아마 동의하실텐데 방씨 가문에서 동의를 하겠어요?”

소진씨는 여전히 미래의 손자가 아쉽기만 했다. 

“분명 동의하겠죠. 방 대인께서는 말한 대로 이미 다 생각이 있는 거예요.”

고청운은 율법책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전 조대의 율법에 따라, 대를 이을 수 있었다. 

이전 조대의 황후 부모는 여식만 둘이었기 때문에 가문의 어떤 이들이 돈을 노리고 여러 가지 술수를 썼고, 집안이 엉망이 되어 나중에는 황후의 어머니가 홧병에 죽고 말았다.

마침 그 황후는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황후가 울며불며 하소연하는 것을 듣고 황제는 화가 나서 계승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위(爵位)가 있는 훈귀(*勋贵: 공훈이 있는 귀족) 및 황실 외 5품 이상의 관원은 자녀가 출가 후, 대를 건너 뛴 아이가 대를 이어도 되지만, 반드시 딸이 낳은 아이여야 하며 양가가 동의를 해야 했다. 이 외에도 대를 잇는 아이의 가정에는 재산 8할을 무상으로 주어야 했다.

당시 법을 세운 이들은 모두 고급 관리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율법이 그들에게는 매우 유용했다. 특히 독자밖에 없었던 집안은 이를 더욱 신봉하여 빠르게 통과했고, 만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

고대에서는 권력을 가지면 모든 게 가능했다.

이전 조대 후기에는 가족 전체가 장병사 집안이 전쟁에서 남자가 모두 죽었는데, 집안에는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딸 하나만 남은 적이 있었다. 당시 황제는 집안의 작위를 그녀에게 내리고 집안의 대를 잇게 했다.

이전 조대에서 대부분의 경우 여인의 지위는 그래도 꽤 높은 편이었다. 허나 건국 초기 이번 조대의 황후가 여인이 길거리에 자주 보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여자들은 그때부터 점점 집안에 있게 되어 지위가 낮아진 것이었다. 

“내일 가서 할아버지께 슬쩍 말씀 드려보마. 아직 결정된 게 없고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 일이니 방 대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이 일은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게 좋겠다. 앞으로 방 대인 밑에서 공부하려면 어떤 사례품을 준비해야 하니?” 

그는 심히 고민스러웠다. 아들이 자주 방가촌에 가서 번거롭게 했기 때문에 매번 명절 때마다 선물을 보내곤 했지만, 방인소는 아들에게 정말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선물을 해도 그 은혜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느꼈다. 

고대하가 이렇게 말하니 소진씨도 같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청운은 옆에서 부모님의 그런 모습을 보고 그저 할 말을 잃었다. 오랜 시간을 들여야 겨우 설득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그 제안을 받아들이실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보아하니 방인소의 명성과 자신에 대한 호의는 현대의 어떤 고위급 관리원이 일개 신입 9급 공무원에게 관심을 갖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 듯 했다. 하긴, 현대에서도 그런 일은 거의 없었다. 

* * *

장가를 드는 일을 생각해서 그런 건지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래서 다음 날 해가 뜨기도 전에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그는 말없이 침대에 한참동안 누워 있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결국 올 게 왔구나. 

그의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남성 호르몬은 정말 강력했고 본능은 무서운 것이었다. 마치 생리통처럼 강력한 의지로 통증을 무시하려고 애를 써 봐도 여전히 아픈 것처럼. 

그는 일어나서 침대 정리를 한 후, 속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아직 날이 안 밝았을 때를 틈 타 몰래 정원의 우물가에 가서 빨래를 했다. 

막 빨래를 마치고 원자에 갖고 가서 말리려고 하던 찰나, 고하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청운은 고하의 반쯤 감긴 졸린 얼굴을 마주했다. 

고하는 올해 이미 17살이었다. 가녀린 몸에 청순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는데, 피부색은 전보다 더욱 하얘졌다. 일년 동안 밭일을 하지 않았고, 그간 농사일이 바쁠 때는 날품을 샀다. 

부두 쪽의 가게 수입이 농사일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낭비하면 손실이 컸다. 노진씨는 신중하게 계산을 한 후, 날품을 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집안의 다른 여자들도 더 이상 밭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임요조는 곧 20살이 되었기 때문에 임씨 집안과는 이번 추수 후 혼인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고, 이미 길일을 정했다. 고씨 집안은 그간 고하의 혼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자야, 왜 갑자기 직접 빨래를 하고 그러니? 그냥 누이한테 주지.” 

고하는 하품을 하더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고청운은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방금 전에 한 바퀴 뛰고 들어왔더니 땀이 나서 그냥 빨아버렸어.” 

고하는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고 졸린 채로 씹어서 부드러워진 버드나무 가지에 소금을 올려서 이를 닦기 시작했다. 

이에 고청운은 한 시름 덜고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침밥을 먹는 동안 모두 어찌 그 일을 알았는지, 모두 기쁜 내색을 내보였다. 

고대하는 매우 흥분한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 컸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걱정하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크다니, 이제 정말 장가를 들어도 되겠구나.”

고청운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심히 난처했다. 이 작은 원자에서 숨길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듯 했다.

그 이후에는 고청운이 평소처럼 걸어서 방가촌에 가서 방인소에게 한 시진 동안 지도를 받는 일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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