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80)화 (80/504)

80화. 대랑(大郞)

다음 날 고청운은 시간에 맞춰 부학에 돌아왔고, 그 후 평소처럼 매우 열심히 공부를 했다. 동시에 그의 책략 작문 성적은 경의와 시문과 달리 매우 훌륭했다. 부학에서 그의 성적은 여전히 상위권이었다. 교수는 그의 글을 근거가 있고 충실하나 필력이 부족해서 흡입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그는 장서각에 가서 더 많은 책을 빌려 보았다. 역사 서적을 더 보려고 했고, 책방에 가서 이전에 향시에서 우수한 책론으로 꼽힌 글들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을 본받아 공부를 할 예정이었다. 

홍정(洪正) 20년 8월, 고청운은 이미 만 14세가 되었다. 부학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운동을 꾸준히 한 덕에, 이때 그의 몸은 다부졌다. 아마 키가 160센티미터 정도가 되는 듯 했다. 비록 여전히 큰 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더 자랄 수 있는 희망이 있었다. 옷을 벗으면 근육이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살이 단단했다. 그리고 괜한 우월의식이 아니라 그는 정말로 자신의 몸의 비율이 좋다고 생각했다. 

구리거울을 비쳐볼 때면 둥글둥글했던 얼굴선이 길어져서 이제는 각이 생긴 것이 보였다. 아무튼 이제는 그 누가 봐도 아이가 아닌 어엿한 소년이었다.

8월 5일, 그는 학적을 임산현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훈도는 그의 결정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고청운은 이곳에서 공부한지 이미 2년이 거의 다 되었고, 이제 교수들의 강의 내용이 다시 중복될 예정이었다. 이때마다 현성의 수재들은 보통 자신의 호적 소재지로 돌아가서 집에서 향시를 준비하거나, 스승을 찾아 단독 지도를 받았다. 특히 대대로 공부를 하는 집안 같은 경우에는 돌아가서 전문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혹 어떤 이들은 이미 장가를 들고 자식을 낳은 연령이었기 때문에, 혼인 후 더 이상 부학에 묵지 않았다. 

황언성은 일찍이 몇 달 전에 혼인을 하기 위해 북산현으로 돌아갔다. 

황언성을 이야기 하자면, 고청운은 둘이 인연이 상당이 깊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고하의 약혼자가 바로 황언성의 사촌 동생인 임요조(林耀祖)였다. 그는 바로 이웃진에 200묘가 넘는 땅이 있는 소지주의 아들이었다. 

사실 고하가 임요조를 선택한 것을 보고 그는 매우 놀랐다. 그는 둘째 누이가 동생(童生)인 집안 혹은 이 수재의 남동생을 선택할 줄 알았는데, 농가집을 선택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상황을 파악한 후, 고청운은 고하가 역시 영특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선택은 매우 이성적이었다. 

임요조는 비록 독자였으나 성정이 온화했고 성실했다. 인물도 훤칠했고 글을 읽을 줄 알았으며 특기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가 심은 과일나무는 매우 잘 컸고, 과일나무의 병을 볼 줄 알았다. 그는 몇십 묘나 되는 과수원을 직접 돌보고 있었다. 

집안 식구가 단출한 편이었지만, 누이 셋이 모두 시집을 잘 간 편이었다. 누이 중 하나는 현성의 나이 든 서리집에 시집을 갔다. 그리고 임요조의 고모가 바로 황언성의 어머니였다. 

임요조의 양친 모두 성정이 온화했기 때문에 고하가 시집살이를 할 일은 없어보였다. 

고청운이 이 얽히고설킨 관계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순간 멍해지며 다시금 탄식했다. 전에는 도화진이 작다고 여겼는데, 지금 보니 임산현도 큰 곳이 아니었다. 

모든 수속을 밟은 후, 고청운이 짐을 다 챙기고 마지막으로 가기 전에, 동창 한 무리가 몰려와 그를 배웅했다. 다들 그를 도와 짐을 우마차에 올려 주었고, 부두까지 갔을 때 서신으로 연락을 주고받기로 약속했다. 

고청운은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부학에서 공부하는 2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퉁소, 금, 양궁, 공차기 등을 배웠는데, 사실 장서각 외에는 부학에 끌리는 부분이 없었다. 아니, 항상 홍색 옷을 입고 계시던 구 스승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두 달 전에 그만두셨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리움의 대상이 하나 더 늘어났을 것이다. 

“고 형, 여기서 작별인사를 해야 하니, 시 한수를 지으시죠.”

한 동창이 그에게 꺾은 버들가지를 건네주었다. 

고청운이 막 서글퍼하고 있던 찰나, 그 말을 듣고 옆으로 흘겨보며 말했다. 

“일부러 내 아픈 곳을 건드리는 거지요?”

고청운은 이제 변성기가 와서 목소리가 굵어졌고 최근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특히 고청명이 군성에 원시를 치르러 간 뒤로는 말수가 더욱 적어졌다. 

그 말에 모두 하하 웃게 되어 슬펐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하하, 고 형, 최근 2년 동안 산학으로 우리를 눌러 놓고서는? 우리도 그간 눌려 있었던 한을 좀 풀어야죠.”

누군가가 웃으며 말했다. 

“교수님이 고 형이 아직 시문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고 말씀하신 거 모르세요?”

……

고청운은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언짢아하다가 다시 손을 내저었다. 

“이제 정말 배를 타야겠어요. 임산현에 오면 꼭 들러요. 내가 제대로 대접할게요.” 

모두 그 말을 듣고 웃는 걸 멈추고 그가 배에 올라타는 것을 보았다. 

모든 이들의 아쉬움 속에서 그는 버들나무 가지를 들고 동창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렇게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2년 동안 쌓은 동창의 정. 방학 때를 제외하고는 매일 같이 동고동락하는 사이였는데 이렇게 갑자기 헤어지려니 정말 아쉬웠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이별이었다. 그 역시 전에 동창 몇 명과 이렇게 작별인사를 한 적이 있었다. 

* * *

오후에 임산현에 도착한 후, 부두의 일꾼에게 짐을 가게로 옮겨달라고 부탁하려고 할 때, 같은 마을 묘대랑의 목소리를 들었다. 

“묘 아저씨, 어쩐 일이세요?”

고청운이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니, 단갈(短褐) 마옷을 입고 있는 묘대랑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제 막 옥수수를 심은 지 얼마 안 되어 여유가 있어서. 그래서 품을 팔러 왔단다. 마침 큰손자가 태어났는데 나중에 공부할 때 필요한 돈 좀 모아서 주려고.” 

묘대랑은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얼굴과 몸에 땀이 한가득이었다. 

고청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소식은 아직 모르고 있었네요. 축하드려요.” 

“촌장 밑에서 글을 좀 익혀서, 도성에서 점원 정도만 해도 만족할 것 같다.”

“그뿐인가요. 어쩌면 진사가 될 지도 모르죠.”

고청운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 임계촌에서 조금이라도 여윳돈이 있는 집은 모두 아이를 고백산에게 보내 공부를 시켰다. 사실은 글을 좀 익히는 정도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말을 들은 묘대랑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었지만 손사래를 치며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짐을 어디로 옮기려고 하니?”

묘대랑이 물었다. 

“우리 집 가게까지 옮기면 되어요.”

고청운 역시 허리를 숙여 자신의 책 상자를 짊어졌다. 

그의 책 상자는 여전히 대나무와 나무로 만든 것이었지만, 이전 것보다 크기가 컸다. 키가 컸기 때문에 전에 쓰던 책 상자는 더 이상 맞지 않았다. 

이때 임계촌의 다른 남자들도 모두 모여 두말없이 배에 올라 고청운의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 

고청운이 막 제지하려고 했을 때, 묘대랑에게 저지를 당할 거라곤 전혀 예상지 못했다. 

“대랑(*大郞: 장남) 어여 가지. 어차피 가까운 곳에 있으니 그리 번거로운 일도 아니네.”

고청운이 수재에 합격한 후 지긋이 나이가 든 분들 말고는 모두 그의 아명을 부르기가 애매해져서 언제부턴가 그를 ‘대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청운’이라는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았다. 

고청운은 그저 그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먼저 가족들과 상의를 했었기 때문에, 고청운이 짐을 한가득 끌고 가게 앞에 나타났어도 노진씨와 고대하는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묘대랑과 다른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 후, 노진씨는 고청운의 손을 끌어당기며 연신 말했다. 

“몇 달 못 본 새 살이 이렇게 빠지다니. 돌아왔으면 됐다. 부성이 너무 멀어서 우리가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했으니 이제 잘 쉬어야 한다. 몸보신 할 수 있도록 맛있는 걸 해주마. 얼마 전 네가 서신으로 더 이상 부학에서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난 잘 모르는 일이니 그러려니 했단다. 그런데 내일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니? 일찍 알았다면 네 애미 애비한테 부두에 가서 기다리라고 그럴 걸.”

고청운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묘 아저씨가 도와주셨으니 되었어요. 부두에서 절 보고서는 선뜻 나서서 도와주셨어요. 부학에서 수속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먼저 돌아온 거예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니, 고대하가 자신의 짐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급히 말했다. 

“아버지, 그냥 내비 두셔요. 내일 현학에 가서 수속을 마치면 이 짐들을 다시 현학으로 옮겨야 해요.”

말을 하면서 화제를 돌리고서는 다시 노진씨를 향해 말했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이제 현학에서 공부하면 집에 자주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됐다.” 

노진씨는 그를 가까이 잡아 당겨서 자세히 보기도 하고 팔도 쓸어보다가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렸다. 

“내 강아지가 정말 많이 말랐구나! 보렴, 뼈에 살이라고 붙어 있는 꼴을. 서신에서 항상 잘 지낸다고 하더니, 이 늙은 할미를 속인 게구나!"

고청운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할머니를 위로했다. 

“할머니, 이건 다 제가 키가 커서 그런 거예요. 보세요, 이제 할머니보다도 키가 크잖아요.” 

결국 노진씨는 고청운의 위로를 받고 다시 웃었다. 

* * *

다음 날 수속을 마친 다음, 고청운은 정식으로 현학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현학은 부학보다 관리를 느슨하게 했기 때문에, 매일 가서 출석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겸죽과 조문헌 같은 경우에도 지금 현학에 없었다. 

하겸죽은 올해 5월 이미 사촌 여동생과 혼인을 했다. 하씨 가문에서 그들을 위해 현성에 작은 저택을 사주었고, 부부 둘은 하인 둘을 데리고 현성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었기 때문에 번거롭게 불러내고 싶지 않았다.

조문헌은 최근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이미 서신을 주고받지 않은 지 몇 달이나 되었다. 하겸죽은 그가 현재 혼담을 주고받는 중이라고 했는데, 그도 이미 19세가 되었으니 이미 상당히 나이가 많은 청년 축에 속했다. 

고청운은 방자명을 불러내어 찻집에서 만났다. 

“청운아, 네가 이곳에서 같이 차를 마시자고 할 줄 몰랐네.”

1년 동안 방자명은 키가 조금 더 컸고 외모는 더욱 훤칠해졌다. 방금 전 고청운이 방자명을 기다리며 창밖을 보고 있을 때, 처녀들이 어떤 방향을 힐끗 힐끗 보는 것을 보고 방자명이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한 달 더 있어야 끝나지 않나요? 그러니 어찌 술을 먹자고 할 수가 있겠어요.”

고청운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차를 따라준 후 다과를 먹었다. 

두 사람은 줄곧 서신을 주고받았고, 고청운이 방학 때 돌아오면 항상 그와 만났기 때문에 낯선 느낌이 없었다. 

방자명은 찻잔을 들고 그를 쳐다보며 부채질을 하곤 말했다. 

“정말 현학으로 옮긴 거야?”

“학적 처리도 다 했는걸요, 이제 무를 수 없어요.”

“어떻게 돌아올 생각을 한 거야? 부학에서 잘 지내고 있던 거 아니야? 그리고 나이도 어린 편이니 혼인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방자명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고청운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다 자명 사형 때문이죠. 사형네 백부님께서 유 현령에게 설득 당해서 앞으로 현학에 가서 수업을 한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급히 돌아온 거잖아요. 진사라고요, 진사. 자명 사형은 복에 겨워 잘 모르겠지만 밖에서는 진사 출신의 스승을 모시려고 얼마나 안달난 사람들이 많은지 몰라요.”

방자명은 그 말을 듣고 이제야 알겠다는 듯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잘생긴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는데, 갑자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만 이 일을 도와줄 수는 없어. 백부님은 결코 남에게 설득 당할 위인이 아니야.”

“괜찮아요. 도와줄 필요 없어요. 어차피 현학에서 보게 될 건데요.”

고청운은 방자명이 손아랫사람이라서 그를 통해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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