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78)화 (78/504)

78화. 방자명의 소식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큰매형이 술을 마시고 계세요. 전 술도 안 마시는데 여기서 같이 이야기 좀 나누는 것도 안 되나요?”

고청운은 불쌍한 척 했다. 

소진씨는 아들이 자신을 그렇게 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약해진 나머지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 저는 지아비 말을 들을게요. 마시라는 대로 마실게요.”

고연은 고청운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고청운은 그런 누이를 보고 안도했다. 

“어머니, 둘째 혼사는 어때요? 이야기가 좀 오고 가고 있나요? 이제 춘절 지나면 열다섯이 되는데, 좋은 상대가 있으면 혼사를 정해도 되겠어요.”

고연이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

“혼담을 꺼낸 이들도 있었지. 동의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 말고는 이제 세 집안만 남았는데 나와 네 아버지는 아직 결정을 못 했으니 너도 좀 알아봐주렴.”

소진씨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이야기를 꺼냈다. 

고청운 역시 집중해서 들었다. 

첫 번째 집안은 근처에 있는 소지주집의 독자로, 16살 밖에 되지 않았다. 임씨는 공부한 지 2년 정도가 되었고 지금은 집안일을 돕고 있는데 집안에는 200묘의 토지가 있었고 조부모와 부모가 건장했다. 2대 독자 출신으로 위로 누이가 셋이 있었는데 모두 시집을 갔고, 다들 시집을 잘 간 편이었다. 

“이 집 사람들은 이웃 마을에 사는데, 듣기로는 선한 성정을 갖고 있고 주위 이웃 친척들과도 잘 지낸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우리처럼 괴롭힘을 잘 당하기도 하고, 기근 때문에 도망쳐 왔더구나.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많은 토지를 살 수 있었을 리 없지.”

소진씨가 평가했다. 

“두 번째 집안은 현성에 있는데 주택이 있더구나. 앞쪽에는 두부와 아침을 팔고 뒤쪽에는 사람이 사는데, 3남 1녀 중 이미 두 아들은 혼인을 했고 딸 역시 시집을 갔는데, 이번엔 남아있는 작은아들 혼담을 건넨 거야. 18살에 동생에 합격했고, 근처에 십 몇 묘 정도밖에 안 되는 땅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 아이가 사는 공간은 조금 좁은 편인데, 집안 노인이 매우 예뻐한다고 하는구나.”

사실 소진씨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가 이미 동생이라고 하니 잠재력이 있는 것 같아서 후보지에 남겨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남겨두지 않았을 것이다. 

셋째 집안은 고청운과 같은 해 수재가 된 이 수재였다. 그는 비록 서른 몇 살이었지만, 집에 17살 난 어린 동생이 있었다. 2년 정도 공부를 하고서는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았고 집에는 홀어머니와 형제 둘 뿐이었다. 현성에 있는 저택으로 상점 한 칸을 세를 놓고 있었고 시골에 삼십 몇 묘의 땅을 가지고 있었다. 

“이 집 어르신께서 어린 손자를 매우 예뻐한다고 들었는데, 이제 공부를 안 하니 집안일을 맡아서 돌본다고 하더구나.”

소진씨는 약간 주저하며 말했다. 

“매파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어서 아버지한테 가서 좀 알아보라고 했단다.” 

고청운은 듣자마자 만약 선한 성정까지 갖추고 있다면 첫 번째 집안이 꽤 괜찮다고 여겼다. 물론 시집가서 아들을 낳아야 하는 압박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시대에 어느 집안으로 시집을 가든 아들을 낳아야 하는 압박은 있었다. 

“전자야, 네가 볼 때는 어때?"

고연은 세 집안이 모두 괜찮은 것 같아서 고청운의 의견을 물었다. 

“이런 일에 남동생 의견을 물어서 뭐하니?”

소진씨가 웃으며 말했다.

“전자가 잘 아는 것도 아닌데.” 

고청운은 그저 눈을 깜짝이다가 창밖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누이, 전 이 세 집안 다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수재를 만나봤을 때 신중하고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더라구요. 그러니 그의 남동생도 만약 별 다른 일이 없으면 아마 그 역시 좋은 사람일 거예요. 그래도 한번 자세히 알아봐야 해요.”

그는 소진씨와 고연이 깊은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머니, 아무래도 둘째 누이보고 직접 고르라고 하는 게 나을 거예요. 좌우지간 저는 누이가 어디로 시집을 가든 잘 살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말을 하다가 고개를 숙였고 손가락으로 탁자를 만지다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어딜 가든 잘 살 거예요.”

사려 깊고 똑똑하니 그릇된 길로 빠지지 않는다면, 고하는 분명 잘 살 것이다. 

“직접 시집갈 집안을 고르는 아가씨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니? 얼른 당옥에 가서 큰매형이랑 이야기 좀 나누렴.”

소진씨가 웃고는 핀잔을 주며 독촉했다. 

고청운이 대답을 한 후 당옥에 가니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큰매형이 아직도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점심부터 지금까지 마셨는데 고하가 밥과 요리를 몇 번이나 데워왔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할아버지와 아버지만 술을 마시고 있었고, 큰매형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고이하는 오늘 이 씨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처가에 갔다. 

“매형, 혈삼을 심는다면서요?”

고청운이 앉으며 물었다. 그는 혈삼이 인삼의 별칭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지 사람들은 모두 인삼을 혈삼이라고 불렀다. 

하상춘의 뺨이 붉어지더니 반짝이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계획이 있지. 혈삼은 지혈을 하고 부종을 빼는데 도움이 되는데 지금 산에서 혈삼 찾는 게 점점 어려운 일이 되었거든. 우리 집 한약방에서도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져서, 직접 심으면 어떨지 생각하던 참이었어.”

“만약 가능하다면 그것도 방법이겠네요. 심는 방법은 알고 있나요?”

고청운은 약을 심는 것이 양식을 심는 것보다 더 돈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전제조건은 심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하씨 집안은 한약방을 했으니, 약을 팔 곳이 없는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상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매우 자신감 있게 답했다. 

“다른 현에서 누군가 심는 걸 보아서 특별히 직접 가서 내 두 눈으로 보고 왔어. 그리고 평소에 산에 오를 때마다 주의 깊게 관찰을 했지. 그래서 아마 성공 할 거야. 만약 안 된다고 해도 기록해 둔 후에 몇 번 시도하면 언젠가는 되겠지.”

고청운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칭찬했다. 

“매형,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먼저 조금 심어보고 경험이 쌓이면 많이 심는 거죠.”

하상춘은 고청운이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혈삼을 심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릴 뿐이야. 한 3~4년 정도 걸리니.”

“조급해 하지 말게.” 

옆에 있는 고대하가 혀가 꼬인 채로 말했다. 

“네 아버지를 모시고 방으로 가거라. 주량이 참……”

고계산은 고개를 내저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밥 한 끼를 이렇게 먹고 나니 하상춘은 얼마 마시지 않았는데도 머리가 약간 어질어질했다. 고씨 집안에선 그가 술 취한 채 우마차를 모는 걸 걱정해서, 고청운의 침상에서 반 시진 동안 쉬게 한 다음 부부 둘이 돌아가도록 했다. 

고연이 간 후 고계산은 원자를 보며 말했다. 

“눈 깜짝 할 사이 19년이 흐르다니. 전에는 집이 매우 큰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크니까 비좁게 느껴지는구나.” 

“빚을 갚고 나면 돈을 모아 집을 지어요.”

노진씨가 입을 열었다. 

“먼저 논을 안 사고?”

고계산이 머뭇거렸다. 

“먼저 집을 지읍시다.”

노진씨는 매우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가게 절반도 세를 주어 다달이 세를 받고 있었고, 달걀과 먹을거리를 팔아서 버는 돈도 있으니 올해 안으로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이었다. 집을 새로 지어서 좀 편하게 사는 게 뭐 어때서?

고청운 역시 할머니 생각에 동의했다. 이제 부업도 하고 있으니 먼저 주거 환경부터 바꿀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누이들이 시집간 후에 돌아와서 묵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 * *

휴일이 지난 후, 고청명은 집에 남아서 공부를 하며 2월 달에 있을 현시를 기다렸다. 

그래서 고청운 혼자 부학으로 돌아가 공부를 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다. 바로 방자명이 휴가를 신청한 것이었다. 고청운이 방씨 집안에 갔을 때, 한 하인 가족만 문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할아버지께서 위독하셔서 집안 전체 사람들이 경성에 갔다고 했다.

할아버지? 평소에 방자명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의 가족들은 거의 언급되지 않아서 집안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었다. 그의 할아버지와 백부가 경성에 있는 것 정도만 알았다. 하지만 고청운은 이곳저곳에서 주워들은 게 많았고, 부학에서 방자명의 집안 사정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방자명 집안에는 백부와 아버지 이렇게 형제 둘만 있었고, 백부는 경성에서 벼슬을 했는데 몇 품이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할아버지도 경성에 계셨는데, 지금 작은아들 집 식구들까지 부를 정도라면 정말 위독한 상황임이 틀림없었다. 

고청운이 딱히 도움이 되는 방법도 없었다. 그는 그저 할아버지께서 하루라도 일찍 회복하시도록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개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시 시험 성적이 나왔고, 고청운은 1등급에 속했다. 1등급 정원은 열 몇 명이 있었고, 2등급 정원은 서른 몇 명이 있었는데, 그는 여전히 늠선생의 신분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은자 5냥이라는 상여금까지 얻었기 때문에 그는 뛸 듯이 기뻤다. 

‘고대에도 장학금이라는 게 있다니, 정말 좋구나.’

방자명의 성적은 그와 같았다. 

며칠 후, 그는 하겸죽과 조문헌의 편지를 받았다. 두 사람은 세시를 통과하여 현학의 늠선생이 되었고, 조문헌은 이미 향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 * *

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몇 달이 지났고, 또 9월이 되었다. 

이 한 해 동안 고청명과 조옥당은 함께 과거 시험에 응시했는데, 두 사람은 모두 동생에 합격했다. 

이 일로 큰할아버지와 가족들이 매우 기뻐했다. 이제 수재까지 원시만 치르면 되니 많은 번거로움이 생략된 것이었다. 

원시는 3년에 2번 응시할 수 있었는데, 올해 응시하지 못하면 내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고청운이 처음으로 이 소식을 알게 되었는데, 고청명이 부시를 볼 때 같이 지냈으니 그 역시 매우 기뻐했다. 어쩌면 내년 원시에 떡 하니 붙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설령 내년에 붙지 않는다고 해도 두 사람은 아직 젊으니 언젠가는 붙을 것이었다. 

동생에 합격한 후에도 고청명은 여전히 고청운과 함께 지냈다. 고청명은 현학에 들어갈 수 있는 인맥이 있었는데도, 현학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고청운은 드디어 방자명의 소식을 들었다. 

그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의 백부가 부모상을 치르게 되어 관습대로 27개월 동안 애도를 해야 했다. 지금은 이미 관을 고향까지 모셨기 때문에 그에게 서신을 보낼 수 있었다. 

부고를 받은 고청운은 훈도에게 휴가 신청을 하고, 임산현으로 급하게 돌아가던 중, 배 위에서 방자명의 외숙인 왕금을 만났다. 그 역시 조문을 가던 길이었다.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가셨으니 자명이 아버지는 내년에 회시를 치르지 못하겠구나.”

왕금은 고청운이 혼자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고청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관원은 애도를 해야 했고, 아들이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게 하는 조정의 규정이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반드시 지켜야 했다. 

두 사람은 임산현에 도착한 후 제각기 갈 길을 갔다. 고청운은 현학에 갔고, 왕금은 먼저 방씨 가문에 들렀다. 

고청운은 하겸죽과 조문헌 두 사람과 만난 후, 의복이 적합한지 확인한 다음 부조금을 준비하여 방씨 집안에 조문을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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