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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77)화 (77/504)

77화. 그건 하늘의 뜻이지요

시험이 끝난 후 종이 울리자 연령대가 있는 수재들이 하나씩 시험장 밖으로 나왔고, 밖에서는 이미 기다리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몇 명이서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청운은 이런 광경을 보고 유가의 교육사상이 그래도 매우 좋다고 여겼다. 스승을 존경하는 사상이 이미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으니 말이다. 비록 그들은 아직 수재여서 위력이 별로 없었지만, 진사가 되면 수많은 사형 사제들, 혹은 동창, 동문, 동년, 동향의 사람들과 파벌을 만들 수 있었다. 매 조대마다 경쟁이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 수재가 고청명이 건네준 생강탕을 마시고 나자 사람들은 그를 부축하여 객잔으로 모시고 갔다. 

오래 앉아 있는 것 같지 않았는데도 하 수재 자신 역시 큰 피로감을 느꼈다. 

“문제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 자네들은 어땠나?”

세 사람은 모두 나름 괜찮았다고 답했다. 

그제야 그는 안도하며 말했다. 

“나 역시 잘 한 것 같구나. 속도가 조금 느렸는데, 시험지에 인쇄된 글자가 너무 작아서 제목을 보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세 사람 역시 급히 글자가 너무 작았다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 

이 시간에는 우마차가 없었기 때문에 객잔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게 다행이었다. 

하 수재가 쉴 수 있도록 안배한 후, 모두 다음날 아침 일찍 임산현에 돌아가기로 말을 해두었다. 고청명은 오후에 부두에 가서 임산현으로 돌아가는 배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는데, 배는 보통 있었고 상인들의 정보는 정확한 편이라서 분명 누군가는 이 날 세시를 치른 수재들이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 * *

일찍이 훈도와 교수들에게 연말연시 선물을 했기 때문에, 고청운은 다음 날 바로 돌아갔다. 방자명 역시 같이 돌아갔는데, 그는 외숙이 준 선물 때문에 가져가야 할 것들이 많았다. 지금 마침 부성에 있었으므로 가는 길에 가져가는 것들이 많았다. 

돌아가는 길은 순조로웠지만 하 수재의 기분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의 아들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고 군성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제자들이 자신을 보살펴 주고 모든 걸 잘 준비해놓은 것을 보니, 기쁘면서도 위안이 되었다. 

고청운이 동창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하 수재가 그를 옆의 선실로 불렀다. 

“스승님, 혹시 손난로가 더 이상 따뜻하지 않은가요? 제가 가서 사람을 시켜 목탄을 더 넣으라고 할게요.”

고청운이 들어오면서 말했다. 

“그 일 때문에 부른 게 아니다. 가까이 오너라.”

하 수재가 손짓을 했다. 고청운이 천천히 다가갔다. 

하 수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왜 보자고 했는지 아는가?”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험 이후 피할 수 없는 일인 것을 알고는 있었다. 

“어쩌다가 백화 소설을 쓸 생각을 한 것이냐?” 

하 수재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그저 매우 궁금할 뿐이었다. 

“그냥 생각나서 쓰게 된 거예요. 책을 베끼는 것보다 돈도 더 많이 벌고요.”

고청운은 솔직하고 뻔뻔하게 답했다. 그는 부성에 오고 나서 화본을 쓴 후 하림을 찾아갔다. 하림은 책방의 주인이었고 하 수재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인맥이 있으면 활용하는 게 당연했다. 당시 그는 만약 하림이 별로라고 생각하면 다른 책방을 알아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하림은 바로 그의 소설을 마음에 들어 했고, 바로 협력을 할 수 있었다. 고청운은 지난 번 군성에서 사용했었던 필명인 ‘일침황량(一枕黄粱)’을 사용했는데, 첫 방문 외 나머지 두 번은 고청명이 같이 가주었다.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화본을 쓸 시간이 있느냐? 그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게 낫지 않느냐? 앞으로 무언가를 쓰고 싶으면 시문(诗文)과 경사(经史)를 쓰면 된다. 문장은 나라를 경영하는 대업이고 썩지 않는 훌륭한 사업이니, 글을 잘 쓰면 더욱 밝은 미래로 갈 수 있지.” 

하 수재는 침통하게 뉘우치는 듯 말했다. 

고청운은 코를 만지며 발끝을 보다가 말했다. 

“스승님, 저도 물론 시문과 경사가 제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실력이 있으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도 있겠죠. 화본은 벼슬길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스승님께서는 제 수준도 생각하셔야지요. 제가 빼어난 시문이나 경사를 지어낼만한 실력이 되던가요?”

하 수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하 아저씨는 제 상황을 어디에 이야기 하실 분이 아니잖아요. 제가 실명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니, 다른 사람들은 제가 화본을 쓰는 줄도 모를 거예요.”

그는 자신이 화본을 쓰는 사실을 방자명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매번 고청명과 몰래 나가서 책방과 연락을 했다. 

사실 규수들과 일부 문인들도 화본을 좋아했지만, 그저 몰래 볼 뿐 남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화본을 쓰는 일은 떳떳한 일이 아니었지만 일부 문인들은 이걸로 생계를 꾸려 나갔다. 

“그럼 조심하려무나.”

하 수재는 아들이 돌아와서 몰래 자신에게 이 일을 말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이토록 어린 나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 줄은 몰랐고,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나는 이제 뒷방 늙은이니 네가 그걸 써도 뭐라고 하지 않겠다. 하지만 스스로가 공부하는 목적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스승님, 걱정 마셔요. 결코 잊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전 거인이 될 거랍니다.”

고청운은 스승님께서 한시름 놓은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그는 지금까지 총 네 편의 소설을 썼는데, 앞으로 더 많이 쓰면 이 소설들을 모아 인쇄를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림이 말해주었다. 

그는 지금 세속적인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일반 독자들 시각에 맞는 인생 철학이나 위안이 될 만한 내용을 어려운 글자 없는 소박한 문체로 쓰니 독자들의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하림이 말했다. 

고청운은 지금 정말 돈이 없었다. 관부에서 매달 주는 보조금으로는 생활비와 식비 정도만 해결할 수 있었는데, 그 보조금으로는 솜이불이나 솜옷을 살 수 없었다. 지금 쓰는 건 전부 집에서 만든 것을 가져온 것이었다. 

그는 현재 한창 자라는 시기였기 때문에 먹는 양이 크게 늘고 있었다. 이제 몸이 자라면서 아마 매년마다 옷을 새로 지어야 할 텐데, 그것도 전부 돈이었다. 조금 좋은 솜옷은 1냥 은자를 훌쩍 넘는 가격이라서 마음이 조금 답답했다. 

게다가 춘절 때 훈도와 교수한테 주는 선물비용도 만만치 않은 지출이었다. 그는 왕씨 집안에서 번 돈을 모두 선물에 썼다. 평소 쓰는 먹, 종이, 붓 같은 것들도 책을 베끼는 돈으로 샀는데, 부학에는 장서각(*藏书楼: 책을 보관하는 서고)이 있어서 무료로 책을 빌릴 수가 있는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더 많은 돈이 들었을 것이다. 

돈은 영원히 부족했다! 

고청운은 그리 생각하며 탄식했다. 

도화진에 도착했을 때, 마침 그의 할아버지가 손님을 태우는 것을 보았다. 고청운과 고청명은 매우 기뻐하면서 짐을 우마차에 싣고 고계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걸어서 집에 가려고 했다. 추운 겨울 날, 위가 뻥 뚫린 우마차를 타고 가는 건 너무 추운 일이었다. 차라리 걸어가는 게 나았다. 

길을 걷고 있을 때 고청명은 고청운에게 하 수재가 그를 불러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었다. 

고청운은 그에게 쭉 이야기 해주었고, 고청명은 그 말을 듣고 답했다. 

“공부하는데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닌데, 청운아, 나는 네가 소설 쓰는 거 응원해. 좌우지간 네가 쓰는 소설은 다른 사람들이 쓴 것보다 재미있거든. 그런데 남이 쓴 건 또 네가 쓴 것보다 뭔가 있어 보인단 말이지. 참, 아지(阿智) 아버지한테 물어보니까 네 소설 잘 팔린다고 하더라.”

고청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리 있어 보여도 화본을 읽는 사람의 입맛에 안 맞으면 그만이지요. 무슨 선녀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너무 어려운 글자를 쓰잖아요.”

그는 예를 들어 한 단락을 읊어 주었다. 

“매번 봄이 올 때마다 홍록색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서후(西湖)의 절경을 이루었다. 호수에는 다섯 색의 연화가 있었는데, 만개할 때마다 호수빛이 찬란해졌고, 감미로운 향 때문에 사람들이 자연스레 호수로 모여들었다…… 형, 봐봐, 아무리 잘 써도 화본 읽는 사람들 입맛에 맞는 내용은 아니잖아요.”

그는 당시 이 화본을 베낀 적이 있었는데, 절묘한 풍경 묘사가 감명 깊어서 아예 외워버렸다. 

고청명은 이 말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어쩐지 그런 대목은 전부 대충 훑어보고 넘기게 되더라.”

고청명은 이제 매우 열심히 공부를 했기 때문에, 화본은 거의 보지 않고 가끔 시간이 날 때만 보는 정도였다. 

필경 그는 곧 혼인을 앞두고 있는 자였고, 공명(功名)이 있어야 아내에게 더 나은 삶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다.

“그런 거지요.”

그리고 고청명이 화본에 대해 몇 가지를 묻자, 고청운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한 다음 속으로 생각했다. 

‘왜 이렇게 자세히 물어보는 거지? 청명 형도 나중에 화본을 쓰고 싶은 건가?’

* * *

집으로 돌아온 후, 고청운은 매우 바쁜 휴일을 보냈다. 춘절에는 다른 사람들이 부탁한 대련(对联)을 쓰느라 며칠 동안 바삐 지냈고, 하 수재와 친척들에게 보낼 선물 준비로 또 한창 바빴다. 물론 동창들 선물 외에 다른 사람들의 선물은 모두 집에서 준비했다. 

새해 첫 날 큰할아버지 고백산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그는 요 근래 골치 아팠던 일에 대해 상담했다.

“그 돈을 안 받으면 안 받았지, 함부로 보증을 서주면 안 된다. 네가 멀리 부학에 있어서 상황을 잘 모르니, 내가 봐서 규정에 맞지 않는 건 절대 보증을 못 서게 하마.” 

고백산이 당부했다. 

“그럼 번거로우시겠지만 부탁드려요. 저는 문제없어요.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청운은 그 말을 듣고 한숨 돌렸다. 요 며칠 집에 있는 동안 집에 찾아와서 보증을 서달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쉽게 응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몇 사람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 

하지만 고씨 집안은 두려울 게 없었다. 이런 일은 아무래도 신중을 기하는 편이 나았고, 이제 고백산이 직접 나서서 이 일을 맡겠다고 하니, 고청운으로써는 기쁠 수밖에 없었다. 

고백산은 한 마을의 촌장으로 다른 마을과도 교류가 있었고, 이는 다른 식구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도화진 사람들은 고청운에게 보증을 받고 싶은 사람들의 집안상황을 상세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도화진 외의 사람들에게는 본래 알던 사람들 외에는 고씨 집안사람들 역시 쉽게 응할 수 없었다. 

새해 둘째 날, 고연이 친정에 돌아왔다. 

큰누이 고연이 이미 회임한 지 한 달이 지난 걸 알았지만, 아직 3개월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밖으로 말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여전히 매우 기뻐했다. 

“드디어 아이가 들어섰다고 하니 이제 어미도 마음이 놓이는구나. 전에 8, 9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으니 매우 걱정했단다.”

소진씨는 방 안에서 마음 놓고 말하며 고연의 손을 잡고서는 그녀를 자세히 보고 또 보았다. 

“어머니, 걱정 마셔요. 전에 회임을 하지 않았을 때도 시어머니께서 눈치주거나 그러지 않으셨는걸요. 지금 큰형님이 아들을 낳았으니, 저도 큰 부담이 없고요.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다 좋아요.”

고연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일단 회임을 했다고 해서 영향을 받는 건 없었다. 

“그래도 남자아이를 낳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럼 시어머니께서 기뻐하실 테고 하씨 집안에서 네 자리도 굳건히 될 테니 말이다.”

소진씨는 기대하며 말을 이었다. 

“맞다. 하씨 집안은 의원 집안인데, 혹시 남자아이를 낳는 비법 같은 게 없다니?”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건 하늘의 뜻이지요. 만약 마음대로 성별을 정할 수 있다면 우리 도화진에는 남자아이만 있겠어요. 그리고 하 의원 집안은 일찍이 신 같은 의원으로 받들어졌겠죠. 누이, 어머니 말씀 듣고 무슨 남자아이 낳게 하는 약 같은 거 먹으면 절대 안 돼. 그런 거 먹었다가 몸만 망가진다고.”

고청운은 그 말을 듣고 바로 반박했다. 

“네 숙모도 무슨 약을 먹고 아들을 둘이나 낳았는데 왜 먹으면 안 된다는 거냐?”

소진씨도 그 말을 듣고 또 반박했다. 

“숙모가 드신 건 보약이겠죠. 아무튼 이 일은 제 말을 들어야 해요.” 

고청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넌 사내아이가 무슨 이런 일까지 끼어들려고 하니? 얼른 썩 당옥으로 가지 못할까.”

소진씨는 그 말을 듣고 그를 쫓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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