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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72)화 (72/504)

72화. 방학

저녁 일곱 시 정도에는 이미 몸을 다 씻고, 오늘 배운 내용을 뇌에서 한 번 복습했다. 잘 모르는 부분은 다시 책을 펴서 찾아보았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전에 사서오경을 외울 때와 같았다. 그에게 유용한 방법이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부성에서 파는 초는 살짝 값이 나갔지만 불을 밝히면 매우 환했다. 가끔 고청운은 촛불을 밝히고 화본을 쓰거나 책을 베꼈다. 이것이 그의 생활비였다. 기본적으로 당일 공부한 내용에 따라 결정되었는데, 공부량이 많으면 하지 않고, 공부량이 많지 않으면 조금씩 하곤 했다. 

이 외에도 그는 스스로 일기를 적었다. 하루 동안 보고 들었던 것들, 그리고 했던 생각을 전부 적었다. 몇 줄을 적기도 했고 몇 백 자를 적기도 했는데, 일기를 적는 것 자체가 글씨 연습이 되었고, 가끔은 화본의 소재를 그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고청운은 인맥이 좋은 편이었다. 그가 어린 편이었기에 모두 그의 앞날이 창창하지만 당장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리고 또, 그는 항상 웃으며 별로 말이 없었고 화를 잘 참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도 그 말을 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사자는 자신이 없는 곳에서 자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을 들을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동창이 너무 인색하다, 매번 나갈 때마다 돈을 안 낸다, 어떤 동창이 또 누구에게 선물을 했다, 이런 말을 하다가 자기 집안 이야기까지 다 하곤 했다. 

뿐만 아니라, 고청운은 수업을 매우 열심히 들어서 필기 상태가 가장 우수했다. 수업에 빠지게 되면 그를 찾으면 되었다. 

고청운은 자신이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모두 그를 찾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괜찮다고 여겼다. 일종의 교류인 셈 쳤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말을 못하는 것들을 참다가 마음의 병이 날까봐 그런 것들을 따로 종이에 적어내렸다. 그러다가 그런 내용을 다른 사람이 읽을까봐 두려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들의 이름을 초성으로 대신 적었다. 

그러다가 적은 게 많아지면 한 달을 채웠다가 마로 된 끈으로 묶어서 보관을 할 생각이었다. 

언젠가 고청명이 그것을 보았다가 배꼽 잡아 웃었다.

“아니고, 전자야. 포자 먹은 일까지 이렇게 적어놓다니. ‘개당 3문으로 조금 비싼 편인데 맛이 별로다. 고기가 신선하지 않은 것 같다’.”

고청명이 폭소를 금치 못하며 말했다. 

고청운은 그를 흘겨보며 자신이 쓴 종이를 빼앗고 화를 냈다. 

“이게 뭐 그리 웃기다고 그래요? 글씨 연습할 겸 써본 것일 뿐이에요. 경의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니고,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거지. 그리고 이 종이를 남겨두면 몇백 년 뒤에 후세 사람들이 지금의 생활수준과 경제상황까지 낱낱이 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여기까지 말을 마친 고청운은 무슨 생각이라도 떠오른 듯 넋을 놓은 채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음, 결정했어. 앞으로 주기적으로 나가서 물가 수준을 일기에 적어야겠다.’

고청명은 그가 넋을 놓은 모습을 보았지만 여전히 웃기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다른 벗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러 방을 나섰다. 

고청명의 사교능력 덕분에 그는 서동 모임에서 빠르게 벗을 사귈 수 있었다. 그는 고청운의 소식원 가운데 하나였다. 

이것이 고청운의 대략적인 하루 일과였다. 그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농사일 혹은 다른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시간을 잘 활용할 줄 모르는 것인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고청운은 빨래와 밥 짓는 일을 단련이라는 명목으로 모두 고청명에게 위임했다. 고청명 역시 별로 개의치 않았다. 서동의 존재가 바로 이런 일을 돕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서동은 돈 많은 집 자제의 하인과 고청명처럼 같이 책을 읽는 벗, 즉 수재의 형제나 족인처럼 친인척 관계 이렇게 약 두 부류로 나뉘었다. 어떤 부류든 상관없이 보통 식당에 가서 밥을 가져오고 빨래를 하는 건 서동의 몫이었다. 

사실 원자에는 주방이 있었다. 그래서 채소나 쌀 등을 사서 직접 밥을 지어 먹을 수도 있었지만, 고청명은 그것이 시간과 정력 낭비라고 여겨서 하고 싶지 않아했다. 고청명에게 요리를 바라는 건 무리였다. 고청운을 도와 빨래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최대치로 노력을 하는 것이었다. 고청명은 집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였다.

두 사람은 식당 밥을 먹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요리사의 손맛이 매우 훌륭해서 다행이었다. 

물론 가끔 고청운이 문회에 참석하거나 방자명과 어떤 문제를 가지고 논의하는 등 다른 일을 할 때도 있었지만, 일상은 대략 이런 모습이었다. 

* * *

시간이 쏜살 같이 흘러갔다. 고청운이 막 부학 생활을 적응했다고 느꼈을 때, 이미 10월 상순이 되어 15일 동안 방학을 했다. 방학은 고청운이 생각했던 것보다 5일이나 더 많았는데 아마 집이 비교적 먼 수재들이 오고 가는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고려한 셈이었을 거다. 이번 방학은 집에 돌아가서 수확을 도우라는 것으로 현대의 농번기 방학과 같았다. 

고청운은 이전에 어머니께 방학 때 집에 돌아가겠다고 약조를 하기도 했고, 고청명은 오래 전부터 집을 그리워했다. 부학에서의 첫날밤에는 잠에 들지 못했는데, 흥분이 가신 뒤에는 집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고청운 옆에 누워서 한참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방자명도 당연히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집에 있었다. 

하지만 배 위에서 방자명이 그에게 한 이야기를 듣고 고청운은 매우 큰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일은 대략 이러니 만약 네가 가고 싶으면 추천을 할게. 좋은 일을 남에게 줄 수 없는 노릇이니까.” 

방자명은 부채질을 하며 난간에 여유롭게 기대고 있었다. 

고청운은 강물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본래 방자명의 외숙의 본가는 부성으로, 이곳에 저택이 있는데 어디서 흘러들어온 운인지 그는 면포 장사를 크게 하다가 군성에서 장사를 하게 되었고, 올해 세금을 많이 내게 되었다. 액수는 조정이 규정한 제한치를 넘어서 상적(*商籍: 상인의 이름과 주소 등을 적은 명부)에 등록될 뻔 했다. 

그들은 조정에 의해 상적에 등록되는 것보다는 향신(*乡绅: 퇴직 관리로서 그 지방에서 학문과 덕망이 높은 사람)의 지위를 보존하고 싶어서 얼른 장사를 접고 도매상점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상포를 동족에게 넘기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가문의 회계 장방(账房)이 얼마 전 수금을 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타고 있던 말이 길에 있던 어린 아이에게 놀라는 바람에 그는 넘어져서 다리와 오른손이 부러지게 되었고, 차부 역시 조금 다쳤다. 장방은 나이가 있어서 침상에 몇 달 동안 누워 있어야 회복이 가능했다. 

하지만 관부 쪽에서는 매우 조급하게 굴었기 때문에 방자명의 외숙은 어느 상포가 돈을 벌고 어느 상포가 손해인지 장부 계산을 도울 사람을 찾고 있었다. 셈을 해야만 어디를 팔아야 할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일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적합한 사람을 바로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그의 외숙은 방자명을 떠올렸다. 

지금의 수재는 이전의 수재와 달리 기본적으로 산학을 어느 정도 알았다. 그의 외숙은 장부 정리를 할 수 있는 건 수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서 방자명을 찾았다. 

방자명 가문에서는 혹여라도 나중에 분가를 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사기라도 당할까봐 장부 보는 법을 일찍이 가르쳐 주었지만, 방자명은 장부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장부를 볼 줄 안다고 해서 할 수 있다는 건 아니었다! 방자명은 외숙이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하리라 생각했지만, 문득 고청운이 떠올라서 그에게 먼저 관심이 있는지 물었다. 

고청운은 당연히 관심이 있었다. 그는 본래 돈이 없었고 집안 환경도 받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병조차 나서는 안 되었다. 

비록 이 일을 하면 그가 공부하는 시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는 내년 8월의 향시를 치를 생각이 없었고, 16살이 되는 해 향시를 치를 생각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부업을 할 생각이 있었다. 

그는 본래 공부 외에 다른 일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정환경을 개선하는데 주력을 하고 있었다. 

“하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늦은 건 아닌가요? 벌써 집에 돌아가고 있는데요. 게다가 외숙께서는 제가 군성에 가길 바라시는 건가요, 아니면 부성에 가길 바라시는 건가요?”

그는 부학에 잠깐 휴가 신청을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이 일의 보수는 매우 넉넉한 편이었다. 일당으로 1~2냥 은자였는데, 이는 보통 업계 보수의 열 배나 달하는 비용이었다. 

“우선 조급해 하지 않아도 돼. 우리 외숙부는 먼저 부성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 우리가 부학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꼭 맞거든. 내가 너 대신 이미 셈을 해두었지. 시간이 딱 맞는데, 이 일은 네가 전혀 어려워 할 일이 아니야. 좌우지간 혼자서 다 해야 되는 건 아니니. 우리 외숙이 또 다른 장방을 모셨거든. 그래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 않을 테지. 2주 정도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야.”

고청운은 2주에다가 반나절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더욱 만족스러워하며 방자명에게 말했다. 

“정말 감사해요. 이 일을 마치고 나서 식당에 가서 밥을 살 테니 마음대로 고르세요.”

방자명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 놀리며 말했다. 

“내가 밥 못 얻어먹어 죽은 귀신이냐? 그래도 걱정 마. 그 밥은 내 꼭 먹으러 갈 테니."

고청운은 그를 흘겨보았다.

그 후 두 사람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고청운은 연안에서 멀어지는 푸른 강산을 보고 탄식을 하며 말했다. 

“이번에는 물길을 따라 가고 있으니 오후면 집에 도착하겠어요. 집을 떠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정말 오랫동안 떠나 있던 느낌이에요.”

방자명은 이 말에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정말 오래된 것 같네. 하지만 그래도 이젠 어린 애가 아니니 이런 생활에도 적응이 되었어."

지기가 도시락을 들고 옆에서 지나가다가 한마디 했다. 

“고 도련님, 저희 집 도련님께서는 어제 집 갈 생각에 흥분해서 밤새 잠을 못 주무셨어요.” 

고청운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방자명의 잘생긴 얼굴이 순간 붉어지더니 부채로 지기를 삿대질하며 성을 냈다. 

“돌아가서 두고 보자!”

지기는 이에 헤헤 웃으며 바로 답했다. 

“도련님, 점심 드실 시간입니다.”

지기는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둘은 어릴 적부터 같이 큰 사이였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그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 

방자명은 화가 나서 삐죽거리며 말했다. 

“두고 가. 지금은 먹고 싶지 않아.”

고청운은 어이가 없어서 손을 내저으며 팔자걸음을 걸으며 말했다. 

“먹을 생각이 없으면 저는 가서 밥을 먹고 올게요. 풍경 감상하고 계세요.”

그는 화난 사람을 개의치 않고 그렇게 둔 채로 바로 객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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