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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66)화 (66/504)

66화. 잔칫날

그 다음 고계산이 고청평이 글을 깨치는 일을 이야기하자 고이하와 이 씨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두 사람은 고대하 일가를 보며 평온한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깨달은 듯 더욱 기뻐했다. 

“하지만 구단이는 너무 활발해서 백부님 집에 보내는 게 적합하지 않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전자처럼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고이하는 기뻐하다가 잠시 머뭇거리며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안 그래도 전에 고청평에게 글을 가르쳐 보려고 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해서 나가서 놀 궁리만 했다. 또, 잊는 속도가 기억하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고계산은 그 말을 듣고 고청운의 평소 생활 태도를 떠올렸다가 담뱃대를 치며 말했다. 

“너무 어려도 안 좋지. 그럼 이렇게 하자꾸나. 그 아이가 6살이 지나면 다시 큰집에 보내서 글을 익히게 하도록 하자. 그동안 집에서 네가 그 아이의 성정을 잘 구슬려 놓아야 한다. 전자 역시 글을 익힌 후에 형님한테 가서 배웠지만, 훌륭하게 잘 배우지 않았느냐.”

고청운은 난감했다. 마치 가족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아래 있는 동생 둘에게 모범이 되게 하려는 뜻이리라. 

“할아버지, 숙부님, 아이마다 다 다르잖아요. 동생은 비록 활발하지만 매우 총명하죠. 기억도 잘 하니 인내심만 좀 기르면 분명 잘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 말을 들은 고이하와 이 씨는 저도 모르게 활짝 웃었다. 

고청운은 집에 있는 시간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고청평을 조금씩 가르칠 계획이었다. 고백산이 평소에 너무 엄격해서 고청평이 공부를 아예 싫어하게 된 것을 보고 그러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 * *

다음 날, 고청운은 하겸죽과 조문헌 두 사람과 함께 하씨네 우마차를 타고 현성에 갔다. 현아의 사람과는 부두 일을 처리할 때 이미 안면을 텄고 셋은 새로운 수재였기 때문에 현아에서 일처리를 하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고청운과 나이든 서리, 이 서판은 그들과 옛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역 한 명이 오더니 현령이 그들을 보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그들은 다시 한번 유 현령을 알현했는데, 그가 이전보다 훨씬 더 정신이 맑아 보이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 전체의 분위기가 기세등등해진 느낌이었다. 

부두의 성공과 그의 관리 하에 새로운 조대 이래로 가장 많은 수재가 배출된 사실로 인해 유 현령은 그들을 미소로 맞이했다. 

고청운은 괜시리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번에 알현할 때만 해도 그와 조문헌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려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더욱 편안함을 느꼈다. 

“그대들은 모두 얻기 어려운 총명한 청년들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야 하오. 수재는 기점에 불과하고 앞으로 가야할 길은 머니 말이오.”

자신이 공부하던 시절이 떠올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 현령은 감탄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미소를 띠며 말했다. 

“특히, 고청운. 그대는 어린 나이에 부학에 가서도 초심을 기억해야 한다. 부성의 번화함에 마음을 빼앗겨서 학업을 소홀히 하여 앞날을 망쳐서는 아니 되오.”

고청운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수를 하며 답했다. 

“학생은 현존 대인의 가르침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왜 모든 선배들이 자기에게 교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자만해서 자신을 잃을 사람처럼 보이는 것인가?

그 다음 유 현령은 문제에 대해 가르침을 조금 줄 테니 한번 말해보라고 일렀다. 

세 사람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 현령은 공무로 바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보고를 하러 왔기 때문에 세 사람은 눈치를 보다가 아쉬운 마음을 안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하세요! 현존 대인도 그저 동진사(同进士)일 뿐인데, 이렇게 경의를 잘 이해하고 계시다니. 그리고 시간이 꽤 오래 흘렀는데도 문제 푸는 법을 기억하시는 게 정말 대단해요!” 

고청운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전생에서 대학 졸업 후 몇 년 동안 영어를 쓰지 않았는데도 미드를 볼 때 어렴풋이 기억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조문헌도 존경하는 얼굴로 함께 감탄하며 말했다. 

“그러게. 동진사도 이 정도의 실력인데, 장원급제를 하신 분들은 얼마나 대단할까?”

하겸죽 역시 매우 동의했다. 

세 사람은 처음으로 진사의 가르침을 받았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대답에서 수확을 얻었다. 

봐야할 일을 다 봤기에 세 사람은 급하게 집에 가지 않고 방자명의 집에 가서 그를 불러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보는 김에 잔치에 참석할 수 있냐고 물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자명의 저택에 도착해서야, 그가 어제 아버지를 따라 이웃 현인 북산현(北山县)에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 사람은 크게 실망하며 초대장을 남겨두고 현성에서 정처 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딱히 할 만한 유희거리가 없어서 결국 책방에 가서 시간을 때우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아직 흥이 채 다하지 않았는데도 우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 * *

이틀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고 어느새 잔칫날이 되었다. 하늘은 가을의 아름다움을 뽐냈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임계촌 끝자락에 있는 고씨 집안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집안이 온통 시끌벅적 붐비는 소리로 가득했다. 원내와 원외의 공터에는 마을사람들에게 빌린 식탁과 의자가 빼곡 세워져 있었다. 뱅골보리수 아래에는 간단한 초막을 세웠는데, 그 안에는 매우 큰 솥에서 밥과 요리가 되고 있었고, 옆에는 한 무리의 아낙들이 채소를 고르고 씻고 있었다. 

고연 부부도 일을 도우려고 하루 전에 일찍 왔다가, 노진씨가 시키는 일을 하느라 쉴 새 없이 계속해서 일을 했다. 

고청운은 일을 도울 필요가 없어서, 고계산과 고대하와 함께 문 앞에 서서 손님맞이를 하면 되었다. 

사실 친척이 얼마 되지 않았다. 노진씨와 소진씨의 친정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숙모인 이 씨의 친정만 이웃 마을에 있었기 때문에 잔치에 온 사람들은 마을사람들 말고는 숙모의 친정 식구들, 그리고 큰누이 고연의 시댁 사람들뿐이었다. 이 외 사람들은 하 수재와 조옥당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 외에도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며칠 전에 다른 현으로 출타를 했던 방자명은 이날 우마차를 타고 그의 앞에 나타나 그를 놀래켰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예를 갖춘 후, 고청운이 그의 팔을 쓸면서 웃으며 말했다. 

“외지로 출타했던 거 아니었나요? 언제 돌아오신 거예요?”

방자명 역시 웃음 가득한 얼굴로 화답했다. 

“어제 마침 집에 돌아와서 남기고 간 초대장을 봤어. 오늘 별 다른 일이 없어서 와봤지. 어때? 놀랐니?”

고청운은 지금 예를 올리고 있는 방 집사를 한 번 흘깃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얼른 안으로 맞이했다. 그가 계속 밖에 서 있다가는 길이 막혀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될 것 같았다. 

옆에 있는 마을 사람이 고청운과 같은 작은 수재가 온 것을 보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특히 방자명이 곱상하게 생긴 것을 보고 주위에 있던 아낙들과 처녀들은 얼굴을 붉히며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한 방자명은 이를 당연하게 여겼다. 고청운만 사람들의 시선이 뜨겁다고 여겼고, 얼른 그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고청운은 정원에서 둘째 누이를 보고 급히 말했다. 

“누이, 당옥에 그릇이랑 젓가락을 더 놔줘.” 

이아는 방자명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응, 잠시만.”

고청운은 저도 모르게 방자명을 흘겨보았다. 

방자명은 부채를 부치면서 시선은 정원에 두고 있었다. 그는 구석에 있는 과녁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정원에서도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기에 고청운은 방자명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당옥에도 식탁이 있었다. 그곳엔 고백산이 자리했고, 하 수재와 같은 이들은 모두 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집 근처의 향신(*乡绅: 퇴직 관리로, 그 지방에서 학문과 덕망이 높은 사람)들과 가게 주인들이 와서 예를 갖추고 인사를 하러 왔다. 갖고 온 선물이 매우 귀중한 것은 전부 고청운과 안면을 트기 위함이었다. 비록 지금 그의 지위는 높은 편이 아니었기 망정이지, 만약 거인 정도가 되었다면 아예 집 한 채를 선물하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이중 하 수재의 아들 하림도 진의 책방을 대표해서 자리했다. 하지의 아버지는 하지의 용모와 매우 비슷했고, 꽤 잘생긴 편에 속했다. 말할 때 역시 배운 사람처럼 조용하면서도 품위가 있었다. 

하 수재는 옆에서 소개를 하며 하림에게 부성에 있을 때 만약 가능하면 고청운을 잘 보살피라는 당부를 했다. 고청운은 이 말을 들으며 퍽 감동했다. 

고대하는 전에 부성에서 하림과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금세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또, 올해 같은 과에 합격한 서른 몇 살의 수재들 역시 인편으로 선물을 보냈다. 

고이하와 고청명은 문 앞에서 장부를 기록하고 있었다. 나중에 돌려주기 편하도록 누가 무엇을 선물했는지 모두 적어두어야 했다. 

고신하와 고청량 부자는 하겸죽과 조문헌 집에 선물을 가져다주는 일을 도왔다. 이때, 고씨 집안은 식구가 적을 때의 어려움을 느꼈다. 잔치를 한 번 벌이는데 고씨 집안 전체가 나섰는데도 정신이 없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손님들을 하나 둘 씩 보내기 시작했고, 폭풍 후의 잔해와 같은 모습만이 남았다. 하지만 다행히 청소를 도와주겠다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돌려보내야하는 이들이었지만, 이들은 돕다가 중간에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갔다.

그러고 아침에 사당을 열 때, 고백산은 고청운의 일을 족보에 써 넣었다. 이 한 줄짜리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닿지 못해서 안달 나는 목표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아와 삼아의 정식이름을 각각 고하(顾荷)와 고용(顾蓉)으로 지어 두 사람은 매우 기뻐했다.

* * * 

잔치를 마친 후 다시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고청운도 생활에 딱히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느끼질 않았다. 그는 여느 때처럼 집에서 공부를 했는데, 이번에는 중점을 율법서에 두었다. 

이번 조대에는 리(吏), 호(户), 예(礼), 병(兵), 형(刑), 공(工) 육률율법이 있었고, 이는 조정의 육부(六部)와 대응하는 것이었다. 고청운은 이전에 이런 것들을 배운 것이 아니라 <명례율(名例律)>을 배웠었다. 이는 율전(律典)의 머리 부분으로 형명(刑名), 형등(刑等), 형지가감(刑之加减), 휼형(恤刑), 공범, 자수, 유추(类推) 등 방면의 원칙성 규정 및 율법에서 사용되는 어휘에 대한 해석이 담겨 있었는데, 명사 해석과 같다고 보면 되었다. 

현대의 법률법규와 비교하면, 이번 조대의 율법규정은 훨씬 적은 편이었다. 정문 부분은 480조항밖에 없었지만 정문 부분 외에는 많은 율주(律注)와 율해(律解)가 있었다. 이는 각 정문의 필수적인 주석으로, 보통 각 율조(律条) 사이사이에 작은 글씨로 일정하게 적혀져 있었다. 이는 정문이 너무 간결하여 생길 오차 혹은 다른 의미의 파생을 막기 위한 역할을 했다. 

현재 고청운은 아직 육률율법 서적을 사지 않았는데, 진사 시험을 치기 전에서야 필요하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명례율> 한 권밖에 없었고, 이 책을 통독한 다음에 책에 삼강오상(三纲五常), 친친존존(亲亲尊尊), 긍로휼유(矜老恤幼), 친친상은(親親相隱) 등 유가(儒家) 윤리적 원칙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나라 이후 유가만 중시했기 때문에, 중국의 유학(儒学)은 줄곧 역사를 관통하고 있어서 후세에 이르러서도 유학의 영향력을 소멸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청운은 삼강오상이니 친친상은이니 이런 것이 아니꼬왔지만 대놓고 반대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오히려 이런 것들에 익숙해지고 더 잘 알아야 했다. 

이번에 원시에서 나온 율법 문제는 비교적 간단했다. 좌우지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정에서 시늉 정도만 한 셈이었다. 만약 출제한 문제가 비교적 어려웠다면, 그 자체로 이미 화제가 되었을 상황이었고 응시생들의 불만을 자아내지 않겠는가? 

고청운은 시험 전에 이미 여러 차례 책을 보았기 때문에 원시에서 이점을 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는 더 어려운 문제가 출제될 게 뻔하니, 책을 전부 달달 외워야만 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어휘나 단락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최소한 하루에 한 번씩 외우면 조금은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나면 대략적으로 이해가 되는 것 같았고,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면 조금 더 빨리 늘었다. 

이게 바로 ‘책을 백 번 보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낫다’라는 건가? 아무튼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은 것이 매우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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