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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65)화 (65/504)

65화. 혼사

하씨네 가문을 떠난 후, 고청운은 진 입구에서 할아버지의 우마차를 기다리면서 마음속으로는 조옥당이 했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계산은 우마차에 물건을 한가득 싣고 돌아왔다. 3일 후가 잔치를 벌이는 날이었기 때문에, 그날 정신없지 않으려면 이제부터 조금씩 준비를 해야 했다. 

고청운은 이런 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고계산이 전적으로 지휘를 하고 있었다. 

우마차에 올라탄 후 고청운은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물었다. 

“할아버지, 큰 사촌형이 제 동창 조옥당 사형의 여동생과 혼인하기로 정했나요?"

방금 전에 조옥당이 한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고청명은 마음에 둔 사람이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떻게 조옥당의 여동생과 혼인을 정한 거지? 만약 기억하는 게 틀리지 않았다면, 상대방은 아마 14살이 된 조몽리(赵萝莉)일텐데? 고청명은 이미 17살이 넘은 나이였다.

‘이렇게 계산을 하니 나이도 잘 맞는군.’

고청운은 고청명이 평소에 가는 곳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옥당의 여동생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조옥당이 혼인을 하던 날, 그는 그 아가씨를 본적이 있었다. 몸이 왜소하고 피부가 하얗고 부드러운, 큰 눈을 가지고 있고 언행이 온화한 아가씨였다. 보기만 해도 바른 아가씨였기 때문에 고청명이 그녀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혼인을 정했냐고? 그렇지, 줄곧 이 일을 논의하고 있단다. 네가 원시를 보러 가서 다들 네게 말해줄 겨를이 없었지. 얼마 전에 날들이 좋아서 질질 끌게 될까봐 얼른 혼사를 정했단다.”

고계산은 우마차를 몰면서 천천히 말했다. 

고청운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어젯밤 고청명이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하지 않고 그저 기쁜 내색을 내비치면서 가끔 바보같이 웃더라니. 그게 자신 때문에 너무 좋아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속이 너무 좋아서 그런 거였다. 

그 녀석…… 고청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원하는 바를 얻는 것 역시 운이 좋은 일이었다. 

“할아버지네 집안도 좋은 편이고 큰 사촌형도 장남이니 비록 농촌이라고 해도 그 정도면 격이 맞지요.”

아무래도 고청명이 자신의 사촌형이었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었다. 

“매우 훌륭하지. 앞으로 네가 어떤 손주며느리를 데리고 올지 궁금하구나.”

앞에 있는 고계산이 웃으며 말했다. 

고청운은 길가의 풀과 꽃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끄러운 게냐? 부끄러울 게 뭐가 있다고. 때가 되면 장가들고 시집을 가는 건 마땅한 이치이거늘. 몇 년 뒤에 때가 되면 장가를 들어야지. 마을에서 나랑 나이가 비슷한 이들은 일찍이 증조할아비가 되었단다. 나도 그날을 매우 기다리고 있다.”

고계산은 고청운이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을 보고서는 부끄러워 그러는 줄 알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 그만하세요. 아직 이른 걸요. 둘째 누이도 아직 시집을 안 갔는데, 아직 제 차례가 아니죠.”

고청운은 자신이 아이를 낳는 이야기까지 가는 걸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할아버지의 말을 잘랐다. 

“하하, 그게 뭬 어려운 일이라고? 네가 수재가 되었는데 둘째 누이가 시집을 못 갈까봐? 오늘부터 매파가 집으로 찾아올게다.”

고계산이 크게 웃으며 이 말을 할 때 얼굴의 주름이 팽팽하게 펴졌다. 

이아의 혼사를 언급하자, 그녀도 곧 14살이 다 되니 적합한 사람이 있으면 이제 혼사를 논의해도 될 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일에 그가 관여할 수는 없었고 마지막에 결과만 알아도 되었다. 좌우지간 그는 비슷한 집안 출신의 인품이 좋은 사람이라면 이아와 함께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요 몇 년간, 이아는 내향적이고 말수가 적었지만, 고청운은 그녀가 베짜기, 바느질, 밥 하기, 돼지 밥 주기 등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열심히 배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심지어 밭일마저도 곧잘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계산을 다 해둔 듯했다. 적어도 대아가 시집을 간 이후 노진씨와 소진씨는 알게 모르게 대아를 대하던 것보다 이아에게 더 대우를 잘해주었다. 

아무튼 그는 그녀가 너무 조숙해서 스스로를 위한 계획이 있고, 그래서 샛길로 빠지지 않는다면 어디로 시집가든 잘 살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고계산이 말한 대로 그들이 집에 도착하자, 노진씨의 입을 통해 반나절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부근에 있는 매파들이 우르르 몰려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주와 돈이 있는 상인들이 혼담을 꺼냈다고 들었다. 그 중에서는 고청운의 혼담을 꺼낸 이들도 있었다. 비록 고청운은 일찍이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가 고작 12살이었는데, 그 사람들의 딸은 아마 더 어릴 텐데도 그토록 조급해했다. 

물론, 노진씨는 온화한 태도와 말투로 고청운의 모든 혼담을 일일이 거절했다. 고청운은 일찍 결혼하면 안 된다는 소문마저 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정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소화를 시키고 있을 때, 노진씨는 아이들이 모두 잠을 자러 가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너희들도 그 사람이 하는 말들에 현혹되지 말거라. 무슨 자신의 질녀를 소개해준다고 하는데, 우리 전자는 아직 어려서 뼈가 다 안 자랐으니 아직 혼인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안 좋아서 도산사에서 점괘를 뽑아보니 늦게 혼인을 하는 게 좋다고 나왔단다. 그리고 우리 전자 앞길이 이제 훤한데, 나중에 벼슬에 오를 수도 있으니 농촌 집안과 사돈을 맺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니. 글도 전혀 모를 텐데 나중에 다른 관리 부인들과 같이 있으면 무시를 당할 것이야.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지.”

이 말을 할 때 그녀는 이 씨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 씨는 난처한 웃음을 짓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이하는 의아한 듯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고청운은 낮에 집에 없는 동안 분명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일찍 전자의 혼사를 정해서는 안 된다. 만약 나중에 어느 명문가 규수에게 장가를 들 수도 있지 않니?"

노진씨는 늙은 도사가 개천에서 용 난다고 했던 소리가 생각나서 마음속으로 기쁨이 넘쳤다. 이건 손자가 앞으로 벼슬에 오른다는 소리가 아닌가?

이 기회에 고청운이 얼른 한마디 덧붙였다. 

“할머니, 어느 양반집 규수가 저 같은 촌놈을 마음에 들어 하겠어요? 딸을 아끼는 집안이라면 보통 농촌으로 시집을 안 보내지요. 언제 거인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런 큰 집안사람들 눈에는 저 같은 수재가 별 게 아니지요.”

“그…… 그게 참말이냐? 그런데 넌 이토록 총명하고 연극에서도 보면……”

노진씨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할머니, 연극이 어찌 현실과 같겠어요?”

고청운은 가족들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도 일종의 고통이라고 여겼다. 

이제 막 집에 돌아온 지 며칠 안 되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떠받들다 보니 집안사람들의 마음이 둥둥 떠 있는 게 느껴졌다. 다른 이들과 이야기할 때도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져서 이런 말이 오가게 된 것이었다. 

그가 말을 계속 이었다. 

“보통 거인이 되려면 보통 2~30세는 되어야 하는데, 저는 제가 다른 사람보다 총명한지 모르겠어요.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수재가 된 거예요. 수재 전에는 대부분 암기였기 때문에 열심히만 하면 되었지만 거인은 좋은 스승을 모셔야 하거든요. 만약 제가 앞으로 거인이 되지 못하면요? 그럼 벼슬에 오르지 못하겠죠.”

그는 거인과 진사가 되기 얼마나 어려운지 가족들에게 자세하게 말해 주었다. 

고대하는 아들의 뜻을 이해했다. 혹여 가족들이 거인에 붙는 게 쉽다고 여겨 나중에 아들에게 실망할까봐 아들을 거들며 말했다. 

“맞습니다. 군성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많은 수재들이 늙도록 거인에 합격하지 못한다고 해요. 그 사람들도 전자처럼 열 댓 살에 수재에 합격했지만 줄곧 거인이 되지 못했죠. 우리 가문은 돈도 없고 연줄도 없으니 학문이 좋은 스승을 찾는 것도 어려워 몇 십 명이서 같이 수업을 듣는 수밖에 없는데, 스승은 한 명 뿐이니 학생들에게 하나하나 신경을 쓸 수가 없을 테지요.”

고청운과 고대하의 말을 듣고, 고씨 집안사람들의 며칠 동안 붕 떠 있던 정신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들은 고청운이 어려움 하나 없이 끝까지 붙을 거라고 생각했다. 필경 그는 순조롭게 모든 시험들에 붙었는데, 거인과 진사가 그렇게 되기 어려운 건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러던 중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백산의 일을 다 같이 잊고 있었다. 

“흠흠, 우리 백부님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고대하가 한 마디 덧붙였다. 

가족들은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그제야 과거시험의 잔혹함을 깨달았고, 며칠 동안 했던 아름다운 상상이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할머니, 딸도 있고 집에 돈도 많은데다가 벼슬자리에 오른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자기 딸을 농촌 출신 수재에게 시집을 보내고 싶으시겠어요? 농촌과 성안의 생활습관은 달라요. 성안에서는 밥 한 끼에 은자 1~2냥을 쓸 때도 있지요. 시집을 오면 분명 우리 집과 맞지 않을 수밖에요. 그럼 다 같이 화목하게 어울리지 못하겠죠. 그리고 사돈 집안이 세력이 있을수록 우리는 사람이 필요하니 집사람을 떠받을 수밖에 없고, 혹여 화라도 낼까봐 전전긍긍하겠죠. 그런데 가족들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니, 제가 누굴 도와도 난처한 건 중간에 낀 저겠죠. 그렇게 중간에서 고통을 받게 되면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되고, 그럼 거인이 언제 될지 아예 알 수가 없게 될 거예요."

고청운은 일부러 근심하는 척 했다. 

노진씨는 이미 고청운이 만들어낸 생각에 잠긴지 오래였다. 

고청운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을 다시 한번 분석해보았다. 물론 그 역시 자기가 되는대로 지껄인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누가 아나? 제대로 예방을 하는 게 중요했다. 

노진씨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고, 줄곧 옆에서 듣고 있던 소진씨와 이 씨 역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오직 집안의 남자들만이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매우 찬성하는 듯 했다. 

“전자야, 농가 여인을 얻을 수도 없고 큰 집안 규수를 얻을 수도 없으면 누구에게 장가를 들어야 하니?”

이 씨가 눈알을 한 번 굴리더니 물었다. 

“우리 집안과 비슷하면 되죠.”

사실 고청운도 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만약 반드시 혼인을 해야 한다면, 비슷한 집안 출신의 글을 아는 처녀와 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평생 동안 그녀를 사랑하지 못할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한눈팔지 않고 자상하게 대할 자신이 있었고, 최선을 다해 상대방이 자신과 혼인한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할 생각이었다. 

“할머니, 제가 거인이 되고 나면 다시 혼사 일을 말씀하셔요. 지금은 이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래요.”

고청운은 마지막에 매우 엄숙하게 이 말을 내뱉었다. 

“전자 말을 듣자꾸나. 앞으로 전자의 혼사는 전자가 동의해야 한다. 전자는 우리와 달라서 장가를 드는 처녀도 자기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둘이서 화목하게 행복하게 살고, 정력을 공부하는데 쓸 수 있지. 다른 사람들이 무슨 친척의 딸 이야기를 꺼내도 이에 함부로 응해서는 안 된다.”

고계산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정리를 했다. 

고청운은 그제야 다들 자신이 수재가 된 후,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그와 혼인을 정하려고 안달이 난 사실을 깨달았다. 이 씨만 해도 친정집 올케언니에게 설득되어, 올케언니의 딸을 고청운에게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노진씨에게 거절을 당했다. 

필경 고계산이 한 집안의 가장 큰 어르신이었기 때문에 모두 그가 입 밖으로 꺼낸 말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청운의 혼사와 관련된 일이 일단락되었다. 

고청운은 속으로 안도하며, 할아버지한테 크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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