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금의환향 (3)
“형, 형, 돌아왔어?"
멀리서 고청평의 앳된 환호성이 들렸다.
고청운이 소리를 따라 쳐다보니, 고청평이 면포 적삼을 입고 작은 다리로 총알처럼 뛰어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길을 비켜주었다.
고청운은 급히 몸을 굽혀서 자신의 양다리를 안은 어린 아이를 안고서는 웃으며 말했다.
“응, 형이 돌아왔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니?"
본래 뽀뽀라도 한 번 해주고 싶었지만, 아이 얼굴에 있는 더러운 자국을 보고서는 입을 맞출 생각이 달아났다.
‘아이고, 이 더러운 꼴은 마치 마을 안의 조무래기들과 똑같구나.’
“어떤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형이 돌아왔다고 해서 마중 나왔어요. 형, 수재에 합격한 거예요?”
고청평이 유창하게 말하면서 고청운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는 매우 자랑스러운 듯 주위의 어린 친구들을 쳐다보며 작은 턱을 위로 치켜세웠다.
“그렇단다. 집에서 말 잘 듣고 있었니?”
“당연히 잘 들었죠."
고청평은 작은 가슴을 쭉 피며 내밀었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축 늘어졌다.
고청운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고청평이 태어났을 때는 집안 상황이 훨씬 나아졌기 때문에 그를 토실토실하게 키울 수 있었다. 고청운은 몇 걸음 채 가지 못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는 책 상자도 짊어지고 있어서 그를 내려놓고 손을 잡고서 옆에 있는 사람들과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집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고청운의 태도가 변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매우 기뻐하며 그들을 에워싸고 함께 집까지 걸어갔다.
마을 입구부터 끝까지 일각이나 들여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전자, 예쁜 내 새끼!”
집 앞에 있는 뱅골보리수 앞에 가니 나이 든 아낙들로 둘러싸여 있던 노진씨가 가장 먼저 그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사람들 틈을 헤치고 나와 빠른 걸음으로 달려 나와 항상 그러듯이 고청운을 품에 안았다.
“할머니, 저 돌아왔어요.”
고청운은 평소처럼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잘 돌아왔다. 돌아왔으면 됐어. 아주 살이 쏙 빠졌구나.”
노진씨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하자, 옆에서 소진씨가 말했다.
“어머니, 먼저 전자보고 책 상자를 내려놓으라고 하지요.”
“참, 우리 강아지를 고생시키는구나. 네 아비도 참, 네 대신 매지 않고? 네가 몇 살이나 되었다고?”
그녀는 말하면서 고대하를 흘겨보았다.
몸에 물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고대하는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도 짐을 메고 있어서 도와주시질 못했어요. 저 혼자서도 멜 수 있어요. 별로 안 무거워요.”
고청운이 말하며 활짝 웃고 있는 숙모 이 씨, 이아, 삼아와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자 가족들이 더 활짝 웃었다. 그는 할머니와 어머니한테 둘러싸인 채로 집에 들어가는 동안 숙모가 밖에 있는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고청운은 짐을 내려놓은 후 물었다.
“할아버지랑 숙부는요?”
지금은 이미 오후였고, 그들이 가게에 갔을 때는 이미 문이 닫혀있었다.
“아직 수확이 남은 옥수수가 있어서 밭에서 일을 하고 있단다. 좀 이따 돌아올 거야.”
노진씨는 웃으며 전자를 쳐다보았고, 또 한참동안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별 문제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인내심을 갖고 대답했다.
“할머니, 제가 수재에 합격한 건 언제 아셨어요? 현아 사람이 알려주었나요, 아니면 이정이 알려주었나요?”
고청운은 이아가 건네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
“현아에서 사람을 보내서 알려주었다. 야단법석을 떨어서 우리까지 기분이 날아가는 줄 알았지. 네 할아버지는 폭죽도 터트렸단다. 전자야, 네가 수재가 되었으니 우리는 정말 만족한단다. 이번에 큰 고생을 했으니 집에서 몸보신을 제대로 해야지.”
노진씨는 하도 웃어서 눈이 안 보일 지경이었다.
“그 이야기는 이따가 해요.”
고청운이 웃으며 이아를 향해 말했다.
“둘째 누이, 고마워. 아이고, 고작 이십 일 정도 안 봤을 뿐인데 정말 많이 하얘졌네?”
이아는 더욱 환한 미소를 보이며 고청운의 팔을 치며 큰소리를 쳤다.
“전자야, 막말하면 안 되지?”
“아무튼 나는 사실대로 말한 거야.”
고청운이 진지하게 응했다.
“오라버니, 그럼 나는?"
열 살 된 삼아가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고청운은 자세히 관찰하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무슨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어. 여전히 까만데 이는 하얗구나.”
“오라버니 나빠요.”
삼아는 부끄러우면서도 살짝 기분이 나빠서 고청운의 팔을 때렸다.
고청운은 헤헤 웃으며 줄곧 노진씨 다리에 붙어있는 고청안을 안고서는 하얗고 통통한 볼에 뽀뽀를 하면서 물었다.
“안안아, 이제 큰형도 못 알아보는 거니?"
고청안은 그를 낯설게 바라보면서 큰 눈을 깜빡거리며 고민하다가 노진씨와 삼아를 쳐다보고서는 앳된 목소리로 답했다.
“기억해요. 큰형이잖아요.”
“우리 같이 소 방목도 했었는데, 네가 기억 못하면 형이 너무 슬플 거야.”
고청운은 웃으며 그의 작은 손을 잡았다. 지금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지만, 조금만 있으면 개구쟁이가 되겠지.
가족들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고계산과 고이하가 돌아왔다. 두 사람은 옥수수가 가득 든 광주리를 내려놓은 후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일가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다들 얼마나 기쁘고 흥분했는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저녁에 고씨 집안은 늙은 암탉을 잡아서 탕을 끓였고, 고백산 가족을 초대해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밥상에서는 주로 땅 30묘가 면세되는 일을 이야기 했는데, 아직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고청운네는 논밭을 사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집에는 땅이 18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남은 12묘를 어떻게 분배할지가 문제였다.
고청운은 이런 일에 관여할 필요가 없었다. 고백산 형제 둘이서 논의한 후 나중에 결과나 듣는 정도였다.
“그럼 이렇게 결정하지. 우리 집 6묘, 삼방 일가에 1묘, 수전의 세금은 높은 편이니 수전을 청운 명의로 돌리도록 하지. 얼른 일처리를 하도록 이따가 가서 이야기하겠네.”
고백산이 모든 문제를 정리해서 말했다.
고계산은 별 다른 의견이 없었다. 이번에 고청운이 예비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삼방 역시 돈을 냈기 때문에 그들도 얻는 게 있어야 했다. 게다가 그들이 논밭을 사면 이 논밭을 돌려주어야 했기 때문에 이런 이득을 취하는 것도 고작 2~3년간의 일이었다.
“하하, 전자가 수재가 되니 우리 고씨 집안이 임계촌에서 태산처럼 자리잡게 되었구나.”
고백산은 매우 기뻐하며 8년 전 그의 안목과 결정이 정확했다고 말했다. 만약 그가 동생에게 전자를 가르치자고 피력하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날이 없었을 지도 몰랐다. 게다가 그가 글을 깨우치게 했으니 전자의 성공 일부는 자신과도 연관이 있었다.
‘앞으로 사숙에 더 많은 학생들이 올 테니 잘 골라봐야겠구나.’
그리고 고청운이 수재가 되었으니 앞으로 마을에서 고씨 집안의 입김이 더욱 세졌다. 그래서 앞으로 일처리를 할 때 허리를 꼿꼿이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다른 마을과 물과 밭을 다툴 때 조금 더 수월할 터였다.
아무튼 마을에 수재 하나만 있어도 마을 전체가 이득을 보았고, 불량배들조차도 함부로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도 기뻐한 것이었다.
“전자야, 시간 될 때 어서 현아에 가서 수재 문서를 처리하거라. 그래야 네 땅을 네 명의로 돌리기가 수월하고, 하루라도 빨리 면세가 된단다.”
고백산이 신신당부를 했다.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뒤에 현아에 가서 동생 신분을 수재 신분으로 바꿀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앞으로 노인(*路引: 여행 허가증)없이 아무데나 자유롭게 갈 수 있었다.
수재 문서는 이 시대의 신분증과 같아서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고청운이 수재에 합격해서 고씨 가문 전체에 화목한 기운이 감돌았기 때문에, 한 번 술잔치를 거하게 차려서 친지와 벗을 초대하기로 했다.
고백산이 떠날 때, 고청운은 자신이 군성에서 산 <구법산술(九章算术)>과 삼자경을 주었다. 구장산술은 인쇄판이었고 삼자경은 직접 베낀 책이었는데, 안에는 어떤 거인의 해석이 쓰여 있어서 이해하기가 쉬웠다.
고백산은 그 책들을 건네받은 후, <구장산술>을 보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삼가경>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그는 고청명에게 책을 들라고 하고서는 양손으로 뒷짐을 지고 여유롭게 걸어갔다.
고백산 일가가 떠난 후에서야 고대하는 이번 예비시험에 들어간 비용을 자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좌우지간 일가족의 공동재산이니 불필요한 갈등을 빚는 걸 피하기 위해서 일일이 말하는 게 좋았다.
현의 늠생에게 2냥을 주었고, 뱃삯과 식비로 3냥을 썼다. 객잔의 숙박비는 주인이 이미 면제를 해주었지만, 지난 이십 일 동안 모두 밖에서 사먹었기 때문에 식비를 합치니 2냥이 조금 넘었다. 게다가 관부의 원시 수속비와 식비, 그리고 시험장에서의 식비 역시 직접 내야했다. 관부에서 무료로 줄 리가 없었기 때문에 관부에 낸 돈만 해도 4냥이 넘었다. 그리고 시험 볼 때 사용한 붓, 먹, 종이와 벼루 등 기타 용품에 5냥이 넘게 들었다. 이렇게 쓴 모든 비용을 합치니 23냥이 넘었다.
객잔에서 숙박비를 면제해주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더 많은 돈이 들었을 것이다.
고청운은 처음에 20냥 정도만 들 줄 알았는데, 그건 계산을 적게 한 것이었다. 만약 그가 혼자서 군성에 갔다면 20냥 정도만 들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사용한 돈은 공용재산이었고, 부모님의 비상금은 쓰이지 않았다.
물론 고청운이 책을 베껴서 번 돈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화본을 써서 번 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해서 팔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고대하가 단기 날품을 팔아서 번 돈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군성에서 면포가 저렴하게 팔길래 은자 3냥을 써서 몇 필을 사왔다는 말만 했다.
고대하는 그저 그에 맞장구를 치며 답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은자 5냥은 삼방 사람들에게 주거라. 그들도 쉽지 않으니.”
고계산이 마른 담배를 피며 말했다.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아버지, 아마 안 받을 거 같아요.”
고대하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고이하 역시 형의 의견에 동의했다.
고계산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 일이 약간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는지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럼 먼저 돈을 백부에게 가져다주거라.”
그가 또 다시 말했다.
“아버지, 도강 부두 근처에 있는 땅 1묘에 집을 제대로 다 짓지도 않았는걸요. 이 돈으로 먼저 집을 지은 다음에 세를 놓는 게 낫겠어요.”
이 씨는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도화진 부근 방향에 있는 땅 2묘에 집을 지을 때, 돈이 부족해서 절반만 지어 객상에게 세를 주고, 나머지 절반은 돈이 없어서 비워둔 상태였다.
“먼저 있는 만큼 돈을 갚자꾸나. 네 백부도 돈을 써야 되니까.”
고계산은 잠시 생각하다가 원래 생각대로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가 한 집안의 가장 높은 어른이었기에, 나머지 사람들은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