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금의환향 (2)
하겸죽과 헤어진 이후, 고청운은 선실로 들어가니 고대하가 면포를 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 또 세고 계세요? 지겹지도 않으셔요?”
고청운은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수재에 합격한 후, 그의 아버지는 기쁜 마음으로 도박에 건 돈을 되찾아왔고, 줄곧 매우 흥분한 상태로 도박으로 얻은 포목(*布木: 베와 무명)과 은을 매일같이 만지고 또 만져보았다.
중국의 은 저장량은 줄곧 많지 않았기에 현재 민간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다수는 동전이었다. 물론, 포목을 동전 혹은 물물교환 형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마치 외출할 때 돈을 가지고 나가는 것처럼 대다수는 동전이었기에 은으로 바꾸고 싶으면 전장(*钱庄: 옛날, 개인이 운영하던 금융 기관. 금융업 점포)에서 바꿔야 했고, 이론적으로 1,000문을 은자 한 냥으로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10~20문을 수수료로 내야했기 때문에 보통 백성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환전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 고청운이 원시를 보러 갈 때 두 사람은 동전을 잔뜩 이고 갈 수가 없어서 약간의 손해를 보고 은냥으로 바꾸었다.
이번에 고대하는 본전을 제외하고 은자 8냥을 벌었는데, 그는 이 중 은자 3냥으로 포목을 사기로 했다. 비록 가져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면포 도매상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가서 돈을 벌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 집에서 가장 좋은 천 재료는 포목이었다. 이제 고청운이 수재에 합격했으니 집안사람들이 더 이상 덧댄 마옷을 입지 않아도 되었고, 조금씩 스스로에게 보상을 해도 되었다.
고청운은 그의 결정에 동의했다. 허나 고대하의 행동에 이런 저런 할 말이 많았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버지, 이제 다시는 그런 곳에 가서 도박을 하시면 안 돼요. 만약 도박에 중독되시기라도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나요?”
불로소득의 즐거움은 정말 자극적인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이토록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위험한 일이라고 여겼다.
그는 그 말을 듣고 고청운을 흘겨보며 포목을 조심스럽게 제자리에 두고 입을 열었다.
“전자야, 정말 네 아비를 뭘로 보는 게냐. 내가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당연히 도박의 해로운 점을 잘 알고 있지 않겠니. 이번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일시적인 충동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고청운은 아버지의 이전의 행동을 돌이켜보고 자신이 작은 일로 너무 소란법석을 떨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는 아버지가 이번에 이성을 잃고 충동적으로 무슨 일을 벌일까봐 두려웠다.
“전자야, 너와 의논할 것이 있단다.”
고대하는 그의 옆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본 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이번에 번 은자 8냥은 네가 잘 가지고 있으렴. 할아버지 할머니께 말씀드리지 말고 살게 있으면 네가 알아서 잘 사려무나.”
고청운은 깜짝 놀라서 들고 있는 책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그에게 말했다.
“아버지, 그러면 안 되지요.”
은자 8냥이라니!
“그러면 안 될게 뭐가 있니? 아무튼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알게 되시면 날 때리실 게 분명하다.”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고대하는 약간 겁을 먹은 듯 보였다.
“그럼 저도 안 가질래요. 어머니께 간수해달라고 해주세요.”
고청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이제 스스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고, 매달 관부에게 은냥과 쌀을 받았다.
고대하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
고청운이 물었다.
“참, 큰할아버지께 진 빚이 있으니 먼저 조금 갚은 건 어떨까요?”
고대하는 바로 고개를 연신 내저으며 말했다.
“이는 가족이 진 빚이니 나중에 자연스럽게 가족이 갚아야지. 그리고 말했지 않니, 이 돈의 존재를 할아버지께서 알게 되면 안 된다고.”
그는 지금 후회가 될 지경이었다. 도박으로 돈을 벌었는데도 당당하게 꺼내지도 못하고 이렇게 마음을 졸여야 하다니. 하지만 은자 8냥을 생각하면 그럴 가치가 있었다! 정말 충분히 그럴 만했다!
고씨 집안은 도박을 매우 엄격하게 다루었다. 고계산은 도박을 증오했기 때문에 만약 이 일을 알게 되면 결코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었다. 지금 고청운이 수재가 된 큰 경사마저도 그의 마음을 누그러뜨리지 못할 것이다.
전에 조상님 중 한 분이 모든 가산을 도박으로 탕진한 게 문제였다. 결국 몇 대의 노력 끝에 논밭 200묘를 겨우 축적했는데, 천재지변으로 고향에서 쫓겨나 임계촌으로 이주를 했고, 이제 겨우 생활이 나아지려고 하는 게 보이는데, 이런 시점에서 도박을 더욱 엄하게 금하는 건 당연지사였다.
“이번에 돌아가면 집에서 며칠 있다가 다시 부학에 가려고 해요. 아버지, 저는 이제 수재가 되었고 집안의 부담이 크지 않잖아요. 면세가 되고 요 몇 년 동안 향시를 보지 않을 테니 집안 사정이 점점 좋아지겠지요. 올해 동생이 다섯 살이니 글을 익힐 때가 되었어요. 그럼 기회를 봐서 할아버지께 동생을 큰할아버지께 보내서 공부를 시켜달라고 말씀해주세요.”
고청운은 매우 진지하게 이 말을 꺼냈다. 이는 그가 오래 전부터 생각해둔 것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낼 수 있었지만, 부귀한 것은 함께 누리지 못했다. 어려움 앞에서 사람들은 끈끈하게 힘을 합쳤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오히려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일은 고대부터 줄곧 있는 일이었다.
고청운은 집안의 화목 문제를 살짝 염려했다. 필경 그가 수재가 되는 과정에서 고이하네는 매우 큰 공헌과 희생을 했다. 집안의 모든 자원은 그에게 투자 되었고, 이는 간접적으로 그들 일가족의 생활의 질을 떨어뜨렸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이 공부를 하는 일을 크게 지지해주었고, 그가 공부를 하는데 들어간 은전 역시 일부는 그들이 벌어온 것이었다.
발목을 잡는 어른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걱정할 일이 크게 없었다. 만약 그가 태어난 가정이 화목하지 않거나 허구한 날 불공평하다고 따지는 집이라서 분가를 하고 밭을 나눠야 했다면, 그는 절대로 지금처럼 마음 편안하게 공부를 하다가 단번에 수재에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도 집안일로 노심초사하면서 살고 있겠지? 그래서 그는 정말 진심으로 고이하네 희생에 매우 감사했다.
이제 그는 드디어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딛은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보답을 할 때가 되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 이것은 만고의 진리였다.
고대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찬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요 몇 년 동안 숙부와 숙모가 네게 참 잘 해주었지. 그들 역시 쉽지 않았어. 지금 집안 상황이 호전되고 있으니 정말 구단이 공부 뒷바라지를 시작할 때가 된 것 같구나. 너만 공부를 시키면 아마 이견이 있겠지.”
이런 방면에서 고대하는 그래도 깬 사람이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내도 될 것 같구나. 하지만 가장 좋은 건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래야 비교적 공평해 보이거든.”
고대하가 고청운을 쳐다보며 의논했다.
고청운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고, 자신이 할아버지께 찾아가서 말씀 드릴 계획이었다.
두 사람은 또 집안의 다른 일을 의논했고, 시간이 늦은 것을 보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 * *
배 위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집에 더 가까워지면서 고대하와 고청운은 마음이 점점 더 벅차올랐다.
그들이 마을 입구에 발을 들여놓은 그 순간 고청운은 그들이 발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처음으로 그들을 본 사람들이 큰 소리를 내면서 마을 전체가 떠들썩해졌다.
“수재공이 돌아왔어요! 수재공이 돌아왔어요!”
마을 사람들은 서로에게 소식을 알려주었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고청운과 고대하는 중간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두 사람은 짐을 옮기는 걸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을 연신 거절하며 앞으로 걸어가면서 마을 사람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주었다.
“군성이요? 군성은 엄청 크고 사람들도 많아요. 객잔 문을 나가면 동서남북이 어딘지 구분하기 어려워서 멀리 갈 엄두가 안 났죠. 처음에는 객잔으로 돌아가는 길을 못 찾을까봐 두려웠어요.”
“그곳 사람들은 불친절하냐고요? 그렇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꽤 열정적인 편이에요. 제가 길을 못 찾으니까 다들 길을 찾아줬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큰 곳이다 보니까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었죠. 어떤 사람들은 제가 시골 출신이라고 촌놈이라고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만약 낯선 곳이 아니었으면 한 대 치고 싶었죠.”
“그곳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냐고요? 우리랑 같아요. 비단 옷을 입은 사람도 있고, 마로 된 옷을 입은 사람도 있었어요. 거지도 우리 도화진보다 훨씬 많았고요.”
“뭐를 먹고 사냐고요? 그걸 말이라고 하나요. 우리랑 비슷하게 먹지요. 달라봤자 조금 더 잘 먹고 고기를 조금 더 많이 먹는 정도예요.”
“물건을 비싸게 파냐고요? 당연히 비싸죠. 우리가 묵고 있는 곳 부근 시장에 가봤는데 달걀 하나당 얼마에 팔게요?”
“얼마인데요?"
어떤 마을 사람이 매우 궁금한 듯 물었다.
“2문에 하나인데요. 조금 크면 3문이었어요! 개당 5문인 달걀도 있다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네요.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큰 집안은 정말 부자더라고요.”
“고씨 집안에서 파는 달걀보다도 비싸네요. 그럼 이제 우리 달걀을 바로 군성에 내다 파는 건 어때요?”
“그렇게 하시죠. 뱃삯이 800문이고, 배 위에서 또 먹고 자야 하니 한 사람당 은자 1냥 정도는 써야 하는데 아무도 붙잡지 않으니까요.”
고대하가 냉소를 지으며 조소했다.
그 마을 사람은 머리를 긁적이고서는 한 번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는 마을 사람이 크게 웃었다.
고청운은 자신의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서는 저도 모르게 웃고 싶었다. 마을 사람들은 군성의 모든 것에 대해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온갖 질문들을 다 했다. 이건 아마 사람들이 먼 길을 떠날 일이 거의 없어서 그런 거겠지.
고대하처럼 그와 같이 부성과 군성을 가본 적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으로 도화진에서는 이미 식견이 넓은 사람에 속했다.
“수재공, 시험을 어떻게 본 거예요? 단 한 번에 바로 합격하다니!”
소수의 마을 사람들은 고청운 옆에 붙어서 물었다.
“열심히 공부했고, 여기에 운도 조금 더해져서 붙은 거지요.”
고청운이 미소를 지었다.
“이삼백 아저씨, 제 아명을 부르셔도 되어요. 제가 크는 걸 지켜보신 분들이니,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계시지 않나요?”
이번에 돌아와서 마을입구밖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고청운은 그의 아명을 부르는 이들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들 ‘청운’ 아니면 ‘수재공’이라고 칭했고, 마을사람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존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고대하를 에워싸고 있는 마을사람들은 매우 많았지만 고청운을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적었다. 거의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감히 말 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다른 마을 사람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