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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61)화 (61/504)

61화. 금의환향 (1)

저녁에 고청운이 열래 술집에 갔을 때 다른 동창들은 이미 그럭저럭 차분해져 있었다. 조문헌의 기분이 엄청 좋은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것 외에는 모두 매우 기뻐보였다. 

나머지 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고 떠들며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내일 아침 연회에 가야 했기 때문에 모두 술을 마실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저 밥 한 끼로 때웠다. 

그들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네 사람 모두 수재가 되었으니까. 방자명의 말에 따르면, 임산현에서는 그들 넷을 포함해서 여섯 사람만 수재에 합격했는데, 이전의 2~3명이나 어떤 해에는 수재가 아예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올해는 매우 많은 편이었다. 유 현령도 매우 기뻐할 게 뻔했다. 이는 그가 제대로 다스리고 있고, 배움의 새싹을 키우는 능력이 있단 뜻이었다. 특히 고청운과 방자명의 명차에 대해서 유 현령은 올해 ‘우’를 주고 어쩌면 승진을 시킬지도 몰랐다. 

고청운과 방자명은 모두 기뻤다. 둘 다 유 현령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다음 날 사사연에 참가했을 때, 고청운이 기대하던 좋은 일은 비록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는 현장에서 학정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장수원, 방자명과 순위권에 있는 수재들 역시 결코 실력이 뒤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정이 그에게 문제를 물어봤을 때 그는 제대로 답을 잘했다는 점이었다. 학정 또한 본래 고청운에 대해 비교적 만족스러워했지만, 고청운은 현장에서 시를 짓는 부분은 10명 중에서 가장 못했다. 

그가 어떻게 알았냐고? 양 학정이 그의 시를 보고서 이렇게 비평을 했다. 

“영감이 없는 작품이구나. 본관은 시험장의 그 시 두 수는 급한 상황에서 지은 건줄 알았는데, 그저 그렇게 써도 할 말은 있다고 여겼지만, 지금 가장 만족스런 시 한 수를 쓰라고 했는데 이런 시를 쓰다니……”

그는 뒤의 말을 더 이상 내뱉지 않고 그저 고청운은 또 자세히 들여다 볼 뿐이었다. 

고청운은 씁쓸하게 웃으며 공수(拱手)를 하고 말했다. 

“제 집이 가난하여 수재가 된 것은 열정과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매일 같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단련을 하며 공부를 했고, 산학 방면에는 조금의 깨달음이 있지만, 속수무책입니다. 아직 충분히 갈고 닦지 못한 탓이니 대인께서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양 학정은 본래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다가 그 말을 듣고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필경 고청운의 집안 환경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고, 이 역시 거의 정치적 업적 가운데 하나였다. 12세의 신동 수재라고 해야 듣기 좋았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듣기 안 좋은 소리를 하는 건 적합하지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의 신분 차이는 너무나도 컸고 주위에서 보고 있는 눈이 있었기 때문에 양 학정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이번에 10위 안에 든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지. 본관은 너의 시험지를 보았다. 산학 부분은 전부 맞았더구나. 너의 천부적인 재능은 산학에 있는 것 같구나. 시 짓기 같은 경우에는 부학(府学)에서 기억해두었다가 제대로 배우면 좋겠다. 필경 이는 정신수양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 더 배워두면 좋은 일이지.”

이번 앞 10등까지는 바로 부학에 들어가 공부할 수 있었다. 집에 다른 관계가 있지 않은 이상 다른 등수의 수재들은 보통 현학에 들어갔다. 

“대인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학생은 반드시 노력하겠습니다.”

고청운은 속으로 너무 속상했지만 그저 감사의 인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양 학정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겠구나. 양 학정은 장수원 같은 풍류가를 좋아하는 듯했다. 특히 시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을 말이다. 

오늘 사사연을 시작할 때 그는 양 학정과 장수원의 매우 친밀한 모습을 보고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특히 그들이 시사(诗词)에 대해서 뜨겁게 논할 때 마음은 더욱 가라앉았다. 

자신이 쓴 시구를 ‘영감이 없다’고 평했으니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으리라. 

사실 양 학정이 말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많이 속상했다. 

남은 시간동안 고청운은 양 학정과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는 주의력을 주위 환경으로 옮기려고 노력했다. 

탁 트인 이곳은 풍경이 아름다웠고 푸릇한 나무와 붉은 꽃이 어우러져 있었다.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사람이 시원했다. 

지금은 또 아침인데다가 햇빛이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좁고 긴 탁자에는 정교한 다과가 놓여있으니, 그저 좋은 곳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비록 많이 실망했지만 오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그는 빠르게 실망한 마음을 거두고 다과를 먹기 시작했다. 

‘다과를 만든 양반 솜씨가 참 좋기도 해라.’ 

고청운은 고대에서 이토록 맛있는 다과를 먹은 적이 없었다. 이름조차 몰랐지만 나중에 조금 사서 가족들에게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청운은 다과를 먹으면서 옆에 앉은 사람과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명차 순으로 앉았기 때문에 방자명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고, 하겸죽과 조문헌은 뒤에 앉아서 사람 코빼기조차 볼 수 없었다. 

고청운 주위에는 낯익은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그저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비록 양 학정이 귀중한 시간을 내어준 것이었으나, 그가 있으니 모두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서 먹고 마시는 것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 * *

잠시 뒤, 그가 자리를 떠났지만 남은 수재들은 여전히 마음껏 먹고 마실 엄두를 못 내고 그저 서로 통성명을 하며 얼굴을 익혔다. 모두 동과동년(同科同年)이었으니 관계를 반드시 잘 유지해야 했다. 

좌우지간 이곳은 관리의 근거지였고, 모두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청운과 다른 이들은 차를 타고 돌아갈 때 서로 얼굴을 쳐다볼 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순위권에 든 10명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은 학정과 이야기를 할 기회조차 없었다. 

고청운이 웃으면서 정적을 깼다. 

“방금 전에 많이 못 먹었어요. 우리 같이 가서 면을 먹어요.” 

“다과를 계속 먹고 있는 걸 봤는데도 배가 안 부르다고? 체구는 작지만 참 많이 먹는구나.”

방자명이 놀리며 웃었다. 

“나보다 2살밖에 안 많으면서.”

고청운이 반박하자 방자명이 ‘흥’ 소리를 냈다. 

고청운이 투덜거리며 말을 이었다.

“시골 출신 녀석이 맛있는 걸 보고 길을 못 걷는 건 극히 정상적인 일이지요. 제 옆에 있는 방 수재는 저보다 훨씬 맛있게 먹더군요.”

방 수재는 마흔이 넘은 이로, 양 학정은 그를 한 번 쳐다보고 격려의 말 몇 마디를 건넨 게 다였다. 

하겸죽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고, 조문헌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모두 편한 마음으로 어디 면이 맛있는지 논하기 시작했다. 명단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고청운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여러 차례 외출을 한 듯 했다. 

“너는 그렇게 슬퍼할 필요 없어. 양 학정은 민첩하고, 학풍이 있고, 시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학생을 좋아하는데, 이건 네 잘못이 아니니 마음에 둘 필요가 없지. 좌우지간 우리는 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할 거고, 그곳에는 실력이 높은 스승님들이 더 많잖아.”

면을 먹을 때 하겸죽과 조문헌이 잠시 일을 보러 자리를 비운 사이, 방자명이 이렇게 그를 위로했다. 

“네, 알아요. 사실 저도 한시름 덜었어요. 학정 대인께서 원하는 제자는 저 같은 유형이 아니니, 설령 제가 운이 좋아서 그분을 스승으로 모셨다고 한들 둘이서 잘 지내지는 못했겠지요.”

가치관이 다른데 어떻게 잘 지내겠나? 양 학정은 진지하고 반듯한 사람인데다가, 시를 읊고 금을 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저 그의 운이 너무 안 좋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충분히 훌륭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학정은 비록 명목상으로는 그들의 좌사(座师)였지만, 사실 이는 그저 표면적인 것일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월양군에서 3년 동안 재임을 하는 동안 봤던 수재만 해도 300명이 넘었으니 그와 얽히고 싶으면 거인과 진사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나서도 그가 자신을 쓰는지 안 쓰는지 봐야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좌사라는 것도 그저 하나의 호칭일 뿐 그의 그림자조차 못 보는 일이 허다했다. 

그날 밤, 고청운은 양 학정이 장수원을 제자로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와 하 수재와 같은 관계가 아닌 정식으로 스승을 모신 그런 관계였다. 

고청운은 일찍이 마음속으로 이를 예측했었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그저 약간 부러워했는데 그는 이것이 인지상정이니 개의치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그는 평소처럼 공부를 하다가 잠에 일찍 들었다. 기를 채우고 몸을 단련시킬 필요가 있었다. 내일이면 그들은 집에 돌아갈 예정이었고, 오랜 시간 밖에서 묵었던 터라 오래 전부터 집이 그리웠다. 

* * *

다음 날 그들은 배를 타고 돌아갔다. 돌아갈 때는 수재에 합격한 여섯 명밖에 없었는데, 합격하지 못한 이들은 진즉 이곳을 떠났던 것이다.

금의환향을 하니 모두 기분이 좋았다. 줄곧 기분이 썩 별로였던 조문헌마저 환하게 웃었다. 

고청운은 조삼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도 따라서 함께 웃었다. 

그는 조삼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을 가엽게 여겼었다. 조문헌처럼 승부욕이 과도하게 강한 사람을 모시는 일은 분명 꽤나 피곤한 일이리라. 

“문헌 사형, 이번에 돌아가시면 사형 어머니께서 혼인 이야기를 하시겠지요?”

그가 기분이 나아진 것을 보고 새로운 화제를 던졌다. 올해 조문헌은 이미 17살이었고, 그와 나이가 같은 하겸죽도 이번에 수재가 되었으니 이제 혼인을 서두를 예정이었다. 

조문헌의 표정이 굳더니 화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너도 참,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끄집어내는데 선수구나.”

“하하, 그럼 이 이야기 하지 말아요. 그럼 내년 향시를 볼 건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고청운은 그 모습을 보고 그의 말대로 화제를 전환했다. 

‘음, 그가 남이 혼인 이야기를 하는 걸 꺼려하니 이제 이야기 하지 말아야겠다.’

이 화제를 꺼내자 모두 크게 관심을 보이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교류를 통해 조문헌 외 나머지 다섯 사람은 내년에 시험을 볼 생각이 없었다. 모두 자신의 학식이 부족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힘들게 고생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듣자하니 향시를 한 번 보는 것은 수명 절반을 갈아 넣는 것과 같은 듯했다.

“문헌은 가도 되지. 학식이 높으니까. 이번에는 그저 병이 나서 명차가 뒤로 밀려난 것뿐이잖아.”

하겸죽이 찬성하며 말했다. 고청운은 사실 별로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은 마음에 격려의 말을 꺼냈다. 

이에 조문헌은 미소를 지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 하겸죽은 문 앞에서 고청운과 아쉬워하며 몇 마디를 나누었다. 

“이번에는 돌아간 후 앞으로 20일 뒤면 다들 임양부로 수업을 들으러 가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떨어지게 되니 너무 아쉬워. 2년 동안 정말 죽이 참 잘 맞았는데 말이지.”

고청운도 그 말을 듣자 서운한 마음이 올라왔다. 사실 배움을 구하는 길에서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만난 건 사실이지만 그가 사귄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었다. 조문헌의 성격이 약간 강한 면이 있고 오만하기도 했지만 인성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제 조문헌과 하겸죽과 떨어질 생각을 하니 정말 너무 크게 아쉬웠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었다. 전에 그가 조옥당과 고청명과 떨어지는 걸 아쉬워했던 것처럼.

“서신으로 연락을 더 많이 나누는 수밖에요.”

고청운이 그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하겸죽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악수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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