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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60)화 (60/504)

60화. 더 큰 목표를 생각하다

거의 방 앞까지 걸어갔을 때, 주인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뒤에는 소이도 같이 서 있었다. 

“주인장, 무슨 문제 있소?”

고대하가 깜작 놀랐다. 

“하하, 그렇습니다. 우리 가게는 고 어르신과 고 수재의 모든 비용을 면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제 상방으로 옮기시지요. 우리 가게의 성의니 부디 거절하지 마십시오.”

주인의 태도는 매우 깍듯했다. 전에도 태도가 매우 좋았지만, 절대로 지금처럼 좋지는 않았다. 

“그럼 저는 무엇을 해야 하죠? 

고청운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상황파악을 못 하고 있는 고대하보다 그는 반응이 매우 빨랐다. 

객잔 주인은 순간 멈칫하더니 살짝 굽은 허리를 세우며 웃었다. 

“묵보(*墨宝: 남의 글씨나 그림을 높여 이르는 말) 한 점을 남겨주시면 됩니다. 때가 되면 대당에 걸어놓게요.”

“아들, 이걸……”

고대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숙박료가 무료면 좋았다. 은자 몇 냥을 아낄 수 있으니.

고청운은 살짝 웃었다. 하지만 여전히 거절을 하며 말했다. 

“아니 됩니다. 아직 글자가 그렇게 훌륭하지 않아서요. 게다가 저는 시도 잘 못 지으니 원래대로 값을 치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손해를 안 보지요. 돈 벌려고 하는 장사 아닙니까.”

“괜찮습니다.”

고청운이 바로 거절하는 것을 보고 주인은 매우 실망했다. 고청운이 걱정하는 게 이거라니, 그는 바로 이어 말했다.

“아무 시 한 수나 베껴주시면 됩니다. 직접 지으시지 않으셔도 되어요. 마지막에 개인 도장을 날인해주시면 되어요.”

고청운은 고대하를 한 번 보고, 또 다시 객잔 대당 벽에 걸려 있는 글자와 그림을 생각하고는 이에 응했다.

주인이 크게 기뻐했다. 

그래서 그들은 소이의 도움을 받아 짐을 상방으로 옮겼다. 

고대하는 이곳저곳을 만져보고 쉴 새 없이 움직였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핀 상태였다. 

고청운은 묵을 갈며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아버지, 너무 기뻐하시는 거 아니에요? 한참 되었는데도 그리 기쁘셔요?"

객잔 주인이 이미 선지와 필묵을 준비해 두었기에, 그는 글자만 쓰면 됐다. 

그는 좋은 선지를 만져보았다. 사실 그는 지금껏 이런 등급의 종이에 글을 써본 적이 없어 약간 흥분이 된 상태였다. 

“아이고, 너무 기쁜 걸 어떡하니? 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가 알면 얼마나 기뻐할까?”

고대하는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로 웃으며 답했다. 

“가족들 역시 소식을 받았을 거예요. 좋은 소식이 여기에서 출발했으니 현성에 도착하면, 현아에서 사람을 보내 가족들한테 통지해줄 거예요. 우리가 돌아가는 것보다 조금 더 빠르겠지요. 필경 저는 내일 학정이 여는 사사연(谢师宴)에 참석해야하니까요.”

방금 소식을 전한 이가 이 소식을 이미 그에게 전해주었는데, 이 역시 의례적인 행사로, 마치 향시의 녹명연(鹿鸣宴)과 같은 것이었다. 학정이 열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기본적으로 열리는 행사였다.  

고대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나는 우리가 돌아가서 알려줘야 할 줄 알았단다.”

고청운이 살짝 웃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해체(楷体)로 쓸 예정이었는데, 해체가 가장 익숙하고 가장 잘 쓰는 글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크게 써야 했기 때문에, 어쩌면 몇 장정도 연습 삼아 써야할지도 몰랐다. 

왼손 옷깃을 접고 붓을 종이 위에서 시원스럽게 움직이니 네 자가 큰 글씨로 종이 위에 쓰여 있었다. 고청운이 자세히 보니, 필획이 명확하며 정갈하고 시원스러운 느낌이 꽤 훌륭했지만, 아주 약간의 결점이 보여서 성에 차지 않았다. 

“빈지여귀(*宾至如归: 제 집에 온 것처럼 편한 대접을 받다).”

고대하가 작은 소리로 읽어보더니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들아, 시를 쓴다고 하지 않았니?” 

“안 쓸래요. 시를 잘 짓지도 못하는데 남의 것을 따라할 수도 없고, 이 몇 글자를 쓰는 건 안 되나요? 아버지, 객잔 주인이 보면 분명 매우 좋아할 거예요.”

고청운은 연속으로 몇 장을 더 써내리다가 그 중에서 가장 좋은 한 장을 골라서 개인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다 말랐을 때, 붓을 씻어서 붓걸이에 올려두었다. 

고대하는 고청운의 말을 듣고 알아들 듯 말 듯 했으나, 다른 소리 하지 않고 잠시 생각하다가 고청운을 도와 물건들을 돌려주러 갔다. 

고청운은 자신의 필묵으로 글씨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자꾸 방방 뛰니,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 

처음에 그의 글씨는 약간 날림 같은 느낌이 있었고, 쓰는 속도도 빨라서 필획이 모두 엉겨 붙었지만 천천히 시간이 흐르면서 글자체도 안정적으로 변했다. 고청운은 자신의 마음도 차분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그는 확신했다. 자신이 정말 수재가 되었구나! 수재에 합격하는 것은 그가 세 살 때부터 품고 있던 가장 큰 꿈이었다. 지금 그 목표를 달성했는데, 시기적절함과 모든 것이 맞아 진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노력이었다. 

수재는 비록 공명이 가장 낮았지만, 향간에서는 충분했다. 수재에게는 한 명의 복역을 면제해주고, 지현(知縣)을 뵐 때도 무릎을 꿇지 않고 형(刑)을 마음대로 줄 수 없는 특권 등이 있었다. 즉, 고청운네와 숙부네가 어느 날 분가를 한다고 해도 그가 복역 면제 정원을 숙부에게 주면 숙부네도 복역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 밖에도, 30묘의 땅이 면세가 되었다. 새로운 조대는 이전 조대보다 훨씬 통이 컸는데, 어떤 조대의 수재들은 면세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방자명의 말을 들으니 이전 조대의 거인에게는 면세가 되었고, 가지고 있는 밭의 양도 제한적이지 않았다. 지금은 면세 정원에 200묘라는 제한이 있었는데, 어떤 지역은 더 적기도 했고 딱 이렇다고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사는 곳은 문풍이 거센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수재라고 해도 30묘밖에 면세가 되지 않았다. 방자명이 한 말에 따르면 인구 밀도가 더 높고 문풍이 거센 지역은 10묘밖에 면세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조정은 수재들이 최남단 혹은 최북단으로 이주하는 것을 격려했다. 

아쉽게도, 땅을 면세 받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 수재는 거의 없었다. 조정의 이런 정책은 거의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는 알았다. 고대 중국에서 수재는 지방 권력가 계층의 지주 가운데 하나였다. 향간에서 그들은 지식인을 대표하고 일정한 권력을 가졌으며, 이것이 바로 ‘모든 것이 다 하찮고, 공부만이 고상하다(万般皆下品,惟有读书高)’는 말의 영향력이었다. 

지방 관리 앞에서도 수재는 일정한 특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적어도 현관을 볼 때 무릎을 꿇지 않아도 되었다. 입으로는 ‘학생’이라고 불렀기에 수재는 자주 일반 평민과 관부 사이를 소통하는 교량의 역할을 하곤 했다. 지방에서 어떤 논쟁이 일어나거나, 평민과 관아가 소통을 하려면 반드시 수재를 거쳐야 했다. 그리고 일반 평민가에서 혼인 혹은 상을 치르거나 매번 춘절을 보낼 때도 마을의 수재에게 대련과 계장(祭帐)등을 써달라고 청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즉 고청운이 지금부터 수재의 공명 명부를 팔며 생활해도 스스로를 부양할 정도는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쉽게 만족하는 이던가?

막 과거로 거슬러 왔을 때, 그는 자신이 그런 사람인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더 큰 목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더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싶었다. 그는 고대의 경성에도 가보고 싶었고, 거인, 진사 시험도 보고 싶었다. 그는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는 이쪽 세계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전생의 시공(時空)에서 청나라는 300년 후 침입을 당한다. 이 시공에서도 그런 같은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생을 거슬러 온 이전 조대의 황제를 생각하면, 그의 사생활 때문에 후유증이 생겨 병들었지만 그가 한 공헌은 길이 남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청운은 스스로를 구하는 동시에, 할 수 있는 다른 유익한 일이 있는지 고민했다. 

하지만 이는 그저 그의 야망이었기에 그는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승님을 새로 모시는 일이었다. 하 수재와 같은 스승은, 현학에서의 평범한 스승 제자 사이가 아니라 그가 과거 공부와 교류하는 방법과 어떻게 하면 시험장의 그런 선생들을 대응하는지 일러주는 친아비처럼, 평생을 모실 그런 스승이었다. 

전생에서 고청운은 그저 몇 년 동안 말단 공무원으로 일한 게 다였기 때문에 암투 같은 것은 그와 매우 먼 일이었다. 게다가 그는 고향 토박이라서 나이든 간부가 그에게 이런 저런 일을 시키는 바람에 일이 고되었지만, 기본적으로 번거로운 일은 없었다. 

좋은 스승은 그에게 매우 중요했기에, 그는 어렸을 때 얼른 수재가 되고 싶었다. 

전생과 이번 생에 축적한 것을 긁어모아 수재가 되었는데, 거인이 되는 건 만만찮은 일이었다. 경의, 산학, 잡문, 율법 외에도 책론을 시험쳐야 했는데 이것들을 잘 배우려면 좋은 스승을 모셔 와서 교수로 삼아야 했다. 지금 그가 7등이면 또 어떠한가? 3년이면 또 두 무리들의 새로운 수재가 생길 텐데, 1등이라고 해도 반드시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현학에는 거인이 두 사람이 있었고, 교유는 관리직을 맡고 이익을 취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그들에게 딱히 관심이 없었다. 방 거인은 진사가 되는데 여념이 없었기에 자신의 아들조차 가르칠 시간이 없었으니, 청운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서장자인 방자뢰는 왜 아직 동생에도 합격하지 못했을까? 

고청운은 내일 열리는 사사연을 떠올렸다. 양쟁이라는 학정을 시험장에서 본 적이 있었다. 약 50세 정도의 나이였는데 매우 올곧고 엄격한 성격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내일이면 그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그저 수재의 신분으로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생각을 여기까지 마쳤을 때, 고대하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 

“아들아, 방금 전에 나가서 알아보니 이 객잔에 묵은 동생들 중에서 세 명만 수재에 합격했다는구나. 하지만 객잔 주인은 모든 수재들의 방값을 면제해준 게 아니었다. 요 며칠 동안의 방값은 면해주었지만 그 이전 방값은 원래대로 내라고 했더구나.”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뜻을 밝혔다. 이 주인은 수없이 많은 사람이 수재가 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신기하지 않았으리라. 지금 그에게 이토록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분명 자신의 잠재력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미 일정한 모임에서 소소한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주인 양반은 그 글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던가요?”

“매우 기뻐했다.”

고대하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 글자가 시 한 수와 맞먹는다니? 하지만 묻지 않기로 결정하며 다른 말을 꺼냈다. 

“아까 방씨 집안의 작은 머슴이 왔는데, 오후 갑시 일각에 우리 객잔에서 멀지 않은 열래(悦来) 술집으로 축하할 겸 밥을 먹으러 오라고 하더구나.”

“네, 알겠어요. 갈게요.”

고청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같은 날 축하를 하는 건 마땅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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