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축하 인사
“명단이 나왔어요! 다들 가서 보세요!”
대청 사람들은 모두 동시에 일어나서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멀지 않은 관아 문의 벽에 어떤 사람이 풀칠을 하고 있고, 두 사람이 명단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또 그 옆에는 두 명의 사병이 긴 총을 들고 질서를 유지하고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보았다.
고청운은 창문 앞에서 기다리고 싶었지만, 모두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부끄러웠다. 이건 마치 자기만 조급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그건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먼저 보기로 했다.
고청운은 먼저 창문 쪽으로 걸어가서 고개를 내밀어서 보고 말했다.
“명단이 이미 붙었네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 이름도 있어요?”
“제 이름은요?”
고청운은 어찌 할 도리가 없다는 듯 몸을 돌려 자리로 돌아와서 손을 내저었다.
“제겐 천리안이 없는 걸요. 정말 안 보여요. 너무 멀어요.”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창가로 달려들었으나, 아무것도 보이는 않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이는 안에서 차분하게 기다렸고, 어떤 이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지 미친 듯이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갔다.
하긴, 줄곧 담담하게 있는 이도 몇 되지 않았다. 고청운 역시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입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 같았으나,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명단이 있는 자리에서 시시각각 큰 소리가 들려왔는데, 이곳에서도 그들은 누군가가 미친 듯이 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 합격이다, 합격!”
이런 소리는 기다리는 사람을 더욱 더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고청운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던 장수원이 더 이상 부채질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는 것을 보았다.
“안수가 나왔어요, 안수가 나왔습니다!”
이때 회색 천옷을 입은 머슴이 달려오더니 바로 어느 탁자 앞으로 갔다. 그리고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련님, 안수를 보았어요. 장수원입니다!”
사람들이 웅성이면서 모두 장수원을 쳐다보았다. 그는 잠깐 놀랐다가 바로 기뻐했지만 다시 가다듬었다. 하지만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장 형 축하드립니다!”
“장 안수 축하드려요!”
“장 형, 소삼원이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
사람들은 급하게 축하의 인사를 올렸지만 마음속으로는 부러움과 질투가 교차했다.
장수원도 예를 갖추고 화답하고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매우 담담해 보였는데 그는 연신 이렇게 말했다.
“운이 좋아서 그렇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니 고청운마저 질투 어린 눈으로 그를 한 번 쳐다보았다.
안수가 된 이는 계속 노력하면 앞으로 거인이 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나는 몇 등인가?”
고청운은 계속해서 그 머슴을 보았는데, 다른 집 도련님이 그의 옷깃을 붙잡고 미친 듯이 묻는 것을 보았다.
그 머슴의 얼굴은 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도련님, 제가 보았습니다. 맨 마지막에 있더라고요!”
이때 그 도령의 표정을 고청운은 형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쁜 게 더 큰 듯했다. 마지막이라고 해도 정정당당한 수재가 된 것이니까.
여러 사람들이 머슴 주위로 다가가 한꺼번에 자신의 상황을 물었는데, 머슴이 하는 말들은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묻혔다.
고청운은 문 쪽을 쳐다보았다. 그가 옷매무새가 가지런하지 않고 머리가 거의 산발이 된 고대하를 보았을 때, 그는 이미 결과를 알았다. 아버지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미소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고청운은 급하게 일어나서 큰 소리로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
고대하는 그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고청운을 안고서 크게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전자야, 붙었단다, 네가 붙었어!”
급한 마음에 그는 사람들 앞에서 고청운의 아명을 불렀다.
고청운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이 순간 그는 너무나도 기뻤고, 지난 8년간 힘들게 공부했던 기억들이 전부 아름답게 느껴졌다. 겨울에 발이 꽁꽁 얼어서 고생했던 것도 상관없었다. 아마도 이게 수확의 기쁨인 것이겠지?
그는 고대하의 등을 두드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저 좀 내려주세요.”
그의 목소리에는 살짝 떨림이 있었다.
고대하 역시 자신이 살짝 실수한 것을 알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를 비웃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모두 질투심에 눈알이 빠질 것만 같았다.
고청운의 연령만 보아도 앞으로의 가능성이 보였다. 고청운이 앞으로 죽지만 않고 산 채로 열심히 공부를 한다면, 그가 거인이 될 확률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확률보다도 높았다. 이론적으로는 그랬다. 젊음이 본전이었으니까.
예비시험 때도 나이를 중시했다. 12살의 수재와 20살의 수재의 차이는 매우 컸다. 물론 나이가 어릴수록 좋았다.
고대하는 고청운을 내려놓았다. 아들이 건네준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고는 조급해하는 방자명과 다른 동창들을 보며 말했다.
“구체적인 명차는 보지 못했지만 위에 자네들의 이름이 있더군. 모두 붙은 것 같더구나.”
세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눈빛을 교환했다. 심장이 다시 새롭게 뛰는 것 같았다.
그들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던 찰나, 방 집사와 다른 사람들도 단정하지 못한 차림으로 달려왔는데, 방씨 집안의 어린 머슴은 심지어 신발 한 짝을 손에 들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일일이 말한 후에야 고청운은 그들의 명차를 알았다.
이번 원시에 선발된 수재는 총 180명으로, 앞 10명은 갑과에 속했다.
고청운이 7등, 방자명이 6등으로 두 사람은 갑과에 속하여 바로 늠생이 될 수 있었고, 매달 은자 1냥과, 쌀 3두의 대우를 받았다. 쌀 3두는 약 37.5근이었는데, 이는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먹는 양이었다.
하겸죽은 170등이었는데, 조문헌의 성적은 부시 때보다 훨씬 떨어져서 뒤에서 4등이었다.
하겸죽은 이 소식을 듣고 그의 족숙과 함께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두 사람 모두 매우 기뻐했다. 반대로, 조문헌의 이름은 명단에 오르긴 했지만 입꼬리만 살짝 올라갔을 뿐, 크게 기뻐하는 기색은 안 보였다. 이는 옆에 있는 조삼의 매우 기뻐하는 모습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고청운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조문헌의 학식은 충분히 높은 편이었다. 평소에도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에 현학의 수재들도 그의 수준이면 수재가 되고도 남는다고 했고, 게다가 순위권에 들 것이라고 했다. 또한, 순위를 예측 할 때도 그의 명차는 줄곧 순위권에 있었는데, 이렇게 명단 끝 쪽에 위치할 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코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애초 예측을 할 때, 고청운은 스스로 뒤쪽에 위치한 명차로 합격했으리라 생각했지, 조심하지 않으면 낙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문헌의 경우는 달랐다. 조문헌의 기분이 별로인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청운아, 정말 대단하다! 7등이라니!”
방자명은 한참 기분을 만끽하다가 주의력을 고청운에게 두며 감탄했다.
고청운은 이때 그저 바보 같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헤헤, 그저 운인걸요. 운이 좋아서 나온 문제에 마침 답할 수 있었던 거예요. 이게 뭐라고요, 사형이 더 대단하지요.”
방자명은 수학 한 문제를 틀리고도 명차가 자신 앞에 있는 걸보니, 자신의 경의와 시 짓기 실력이 너무 떨어졌던 걸까?
“운도 역시 실력이지.”
방자명이 진지한 한 마디를 던졌다. 사람들에게 거의 떠받들다시피 하고 있던 장수원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고청운이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의기양양하고 있는 장수원이 보였다. 그는 속으로 상대의 대단함에 탄식했다. 그는 현안수, 부안수와 원안수까지 거머쥐었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소삼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떠받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고, 고청운 역시 대단하게 여겼다.
한 사람씩 명차가 밝혀지면서 객잔 전체는 하늘을 치솟는 기쁨과 땅으로 꺼지는 슬픔으로 나뉘었다.
고청운은 눈물을 흘리는 나이 든 동생들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백발의 동생들과, 풋풋한 어린 수재들이라."
방자명이 한 마디를 내뱉고는 고개를 돌려 고청운을 보며 말했다.
“먼저 객잔으로 돌아가서 기달려. 이따가 관부에서 좋은 소식을 갖고 사람이 올 거야. 그때 상금을 주어야 하는데, 준비했니? 없으면 내게 있어.”
고대하는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고는 급하게 말했다.
“상금은 있다. 아들, 어서 돌아가자꾸나.”
그는 말을 하면서 고청운의 팔을 끌고 자리를 떠났다.
고청운은 그저 손을 흔드는 걸로 인사를 고하는 수밖에 없었다.
기쁜 일이 생기니 기분이 상쾌해져서, 두 사람은 발에 바람이라도 달린 듯 빠른 걸음으로 객잔에 돌아왔다.
“아버지, 먼저 머리와 의복을 정돈하세요.”
객잔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고청운이 갑자기 말했다.
고대하는 순간 멈칫하더니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정말 너무 기뻐서 정돈하는 것도 잊었구나.”
그는 오는 내내 체면을 잃은 행위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객잔에 도착하니 소식을 전하러 온 사람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고, 이때 객잔 주인은 매우 조급해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본 순간 크게 기뻐하며 소리쳤다.
“수재공 여기 계십니다, 수재공께서 여기 계세요!”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몰려왔다.
소식을 전하러 온 사람이 확인했다.
“임양부 임산현의 고청운, 고 공자가 맞으신가요?”
고청운은 숨을 고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식을 전하러 온 이는 순간 활짝 웃으며 급히 축하의 말을 건넸다.
“고 공자께서 명단에 오르신 걸 경축드립니다. 7등이십니다!”
이때 고대하의 입은 이미 귀까지 걸린 상태였다. 그는 품 안에서 염낭을 하나 꺼내어 소식을 전하러 온 이에게 주었고, 제대로 무언가를 말하기는커녕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소식을 전하러 온 이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염낭을 만져 보았는데, 모양이 제각각인 딱딱한 것을 확인하고 이것이 조각난 은자인 것을 알고 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맨 처음에 부자 둘이 입은 옷이 별로인 것을 보고 상금이 없는 것으로 여겼다. 필경 수재에 합격한 이중에서 십 몇 문만 주는 이도 있었고, 더 인색해서 하나도 주지 않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부자가 선뜻 쪼개진 은을 주다니. 크기와 무게로 보아하니 200문은 되는 듯 했다.
보아하니 자신의 운은 그래도 좋은 편이었다. 부잣집 출신 수재에게 소식을 전하는 이들만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 그들을 만났으니 돈을 번 셈이었다.
소식을 전하는 이가 떠난 후, 고청운은 객잔의 사람들에게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그는 온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고, 방금 전 장수원처럼 떠받들어졌다.
기본적으로 이때 그와 말을 섞는 사람은 수재에 합격한 사람이 아니라, 낙방한 이들 중에서 마음씨가 비교적 좋은 동생들이었고, 다들 그와 인연을 맺고 싶은 마음으로 축하의 인사를 했기 때문에, 듣기 안 좋은 말을 하는 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청운은 군성에 온 이후 안에만 틀어박혀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았다. 가끔 동창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고, 문회도 딱 한 번만 참가했었기 때문에 쉽게 원한을 사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를 조롱하는 얼굴을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우호적이지 못한 무리를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우호적이지 못하고 속으로 질투를 하는 이도 지금은 그 마음을 꼭꼭 숨겨야만 했다. 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으므로, 괜히 고청운에게 시비를 걸어 적이 되는 것보다 방으로 돌아가서 잠을 자거나 술을 마시는 편을 택했다.
모두들 동생이었으니 지능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었다. 처세술에 약한 자가 있어도 옆에서 말리는 이가 항상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 무리에서 고청운은 온갖 칭찬을 음미하며, 그들이 부러워하는 시선과 숨기려고 하는 질투를 느끼며, 온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이곳의 수재 직함은 마치 전생에서 중점대학이나 공무원에 합격한 것보다도 훨씬 가치 있는 일이었다. 적어도 전생에서는 사람들이 그저 축하한다고 대충 한 마디 건네고는 각자 해야 할 일을 했으니까.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한편 부모들이 고대하를 떠받들고 있을 때, 고대하의 뇌는 갑자기 더 맑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입을 더 꽉 물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절대 하지 않았고, 더욱 겸손한 태도로 일관했다.
고청운은 소식을 전하러 온 다른 이가 오고 나서야 그 자리를 벗어나서 고대하를 끌고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