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문회
“명 동생!”
장수원은 이쪽에 있는 방자명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이며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식사를 한 거야? 이런 우연이 다 있네.”
매우 친근한 말투였다.
장수원의 친근한 태도와 반대로 방자명의 얼굴은 굳더니 차가운 말투로 답했다.
“네, 이미 다 먹었어요. 천천히 드세요. 저는 방에 돌아가서 쉬고 싶어요.”
“명 동생, 시험을 마치고 나서 이렇게 다들 함께 시간을 갖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또 연이 닿아 같은 객잔에 묵고 있으니 오늘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떤가?”
장수원은 방자명의 태도를 개의치 않아하며, 여전히 웃었다.
고청운은 상대방이 방자명의 차가운 태도를 보고도 온화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여기가 올해 가장 어린 동생인 고청운인가?”
고청운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장수원의 온화한 음성이 들려왔고, 말 속의 뜻을 듣고 순간 깜짝 놀랐다.
그의 말은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였고, 모두 그가 신고 있는 천 신발부터 문양이 없는 면장삼과 두르고 있는 두건까지 빠짐없이 보았다.
고청운은 속으로 짜증이 났으나 얼굴에는 내색을 하지 않고 손 모양을 취하며 인사를 했다.
“장 형을 뵙습니다.”
장수원도 예를 갖추고 웃으며 답했다.
“우리도 정말 인연이네요. 같은 과의 동생인데다가 당시 고 형은 임산현의 현안수였고, 부시를 볼 때 우측 아래편에 앉았고, 얼마 전 원시 때는 또 제 맞은편에 앉으셨죠. 오래 전부터 청운과 안면을 트고 지내고 싶었는데, 객잔에서 보이지 않아서 아쉬워하던 참에 이렇게 만나다니요. 명 동생과도 가까이 지내는 모양인데, 정말 이게 바로 만나게 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것이군요. 지금 다음 문회를 열려고 준비하는 중인데, 고 형께서 참가하실 여유가 되시는지요?”
지식인 간 서로를 ‘형’이라고 호칭하는 건 정상적이었고, 조금 친밀한 사이에서 나이에 따라 호칭을 했다. 예를 들어, 그는 동창들이 가끔 ‘운 동생’이라고 부르곤 했다.
고청운은 방자명과 하겸죽을 바라보았다.
장수원은 그 모습을 보고 급히 하겸죽도 초대했다.
사실 고청운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방자명이 참가하기로 동의했고, 하겸죽도 한번 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반대하기가 좀 그랬다. 만약 그가 가지 않는다고 하면 찬물을 끼얹고 장수원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는 격이 되는 것이었다.
* * *
고청운은 방자명의 어린 머슴에게 고대하에게 먼저 돌아가서 쉬시라는 말을 전달한 후에야 그들과 함께 문회에 참가했다.
문회가 열리는 곳은 객잔에서 두 길 너머에 차관으로, 이곳은 날이 어두워지면 영업을 하는 곳이었다. 번잡한 길목임에도 조용했고 장소도 넓은데다가 찻물과 다과가 매우 특색이 있어서 많은 지식인들이 이곳에 와서 한참동안 머물다 갔다.
장수원의 호소력은 매우 대단해서, 객잔에 있던 대다수의 동생들이 따라왔다. 그는 현안수와 부안수였기 때문에 만약 이번에 원안수가 되면 ‘소삼원(小三元)’이 되는 것이었다.
고청운은 그가 답한 수준이 너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주임 시험관들은 이런 요인까지 고려하여 그를 1등으로 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청운은 이 점을 알고 1등 자리에 대해서는 깨끗이 마음을 비웠다.
그들이 차관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세 무리의 지식인이 이미 안에 있다고 들었다.
소위 문회란, 먹고 마시면서 허풍을 떨며 어떤 관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자리인데, 그러다가 보면 금세 끝이 났다. 물론, 일반적인 문회는 사실 시회로써, 북을 치는 동시에 꽃을 돌리다가 북이 멈추면 꽃이 놓인 자리에 앉은 사람의 마지막 글자로 시를 짓거나 오언율시(五言律诗) 혹은 칠언절구(七言绝句)를 지었고, 이는 개최한 사람의 규칙에 따라야 했다.
사실 이런 장소는 고청운이 가장 머리 아파하는 곳이었다. 허풍을 떠는 건 한 두 개 정도는 할 수 있었고, 가끔 다른 사람이 공감하기도 했지만, 시 짓기 같은 건 임기응변이었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괜찮은 시는 지을 수 있었지만, 가끔 짓지 못하면 벌을 받아야 했다. 그래도 운이 좋게도 대부분의 경우 그보다 더 못 짓는 사람이 나타나곤 했다.
이번에는 장수원이 개최하는 것을 제안하여 그가 돈을 냈는데, 기본적으로 시 짓기 위주로 흘러갔다.
모두들 먼저 원시의 시 두 수에 대해 논의한 후, 각자 자신이 지은 시를 적어 돌아가면서 품평을 받았다. 물론 이런 장소에서 굳이 적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다. 누군가 일부러 걸고 넘어지는 게 아니라면 강요하는 자리가 아니었으니까.
장수원은 먼저 자신의 시구를 적었고 다들 돌아가면서 그의 시를 읽었다. 그리고 품평을 할 때 칭찬일색이었다.
고청운은 적지 않았는데, 장수원의 시를 보고나서 확실히 잘 쓴 것을 보고 감탄했다.
“고 형이 보기엔 어떤가요?”
장수원은 고청운이 저녁 내내 매우 조용한 것을 보고 그에게 화젯거리를 던져주었다.
“매우 좋습니다. 장 형의 생각이 민첩한 것을 보고 혼자서 반성하고 있었어요.”
고청운은 손은 내저으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장수원은 고청운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서는 득의양양하며 웃고는 온화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각자 잘 할 수 있는 게 다르니까요. 고 형의 산학실력에 대해서 익히 들었습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방금 전 다 같이 교류를 할 때, 고청운은 어떤 이들은 그에게 매우 좋은 태도로 인사를 건넸지만 사실은 무시하고 있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멍청하지 않았기에 상대방의 진짜 태도가 어떤지 알아차렸고, 진심인지 아닌지 정도를 구분할 수 있었다.
지금 또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으니, 고청운은 갑자기 할 말이 없었다.
‘장수원이 너무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산학을 잘 하는 것마저 알고 있다니. 그것도 옆 현 사람이.’
“별말씀을요. 산학에 대해 작은 깨달음이 있는 정도입니다.”
고청운은 산학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그와 겨룰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과연 인정하지 못하는 몇 명이 와서 그와 산학에 대한 교류를 했다.
고청운 역시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이 내는 온갖 문제에 빠르게 답했다. 결국 그들은 탄식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은 장수원과 방자명이었다. 두 사람은 말을 묘하게 잘했고, 생각이 민첩해서 이번 문회 이후에 한 층 더 명성이 자자해질 터였다.
* * *
술시(戌時) 일각이 되었을 때, 야간 통행금지 시간 때문에 이 문회는 끝이 났다.
방 집사가 마차를 차관 밖에 있도록 준비 해두었기 때문에 세 사람은 같이 마차를 탔다.
“장수원이라는 사람은 일처리를 잘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모두 돌아갈 수 있도록 마차를 다 준비하다니. 줄곧 태도도 온화했고, 세심하게 배려를 하는 것이 어울리기 어려운 상대 같지 않은데, 방 형은 그와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보이네요.”
고청운은 마차에 앉아서 한숨을 돌렸고, 온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문회에서 아무 말이나 할 수 없으니,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제대로 한 후에 입 밖으로 낼 수 있었고, 이렇게 되니 정신적으로 소모가 많이 되었다.
이것이 그가 문회에 참가하기 싫어하는 이유였다.
방자명은 그 말을 듣고 순간 얼굴이 굳더니 분노의 눈빛으로 고청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그냥 그 사람이 싫어.”
고청운이 눈썹을 치켜뜨며 웃었다.
“아마 어렸을 적부터 알던 사이겠지요. 양측 부모님들이 서로 비교하고 그런 건 아니겠죠? 그런데 말이 안 되네요. 장수원은 사형보다 두 살이 많으니 동생에 합격한 나이도 그보다 어린데, 왜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거지요?"
“아무튼 난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유는 이야기 하고 싶지 않네.”
방자명은 끝까지 납득이 되는 답을 하지 않았다.
고청운은 비록 궁금했지만 방자명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묻지 않고, 하겸죽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에게 오늘 밤 수확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친구를 몇 명 못 사귀었어. 아마 지금 다들 몸을 사리면서 성적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 그때가 되면 문회가 더 자주 열릴 텐데, 수재와 동생으로 나뉘어 접점이 적어지겠지. 봐, 지금 어떤 사람들은 네가 마음에 안 들어도 이런 장소에서 덤비려고 하지 않잖아. 네가 수재가 될까봐, 만약 네가 수재라도 되면 지금 너에게 잘못했다가 자신에게 해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 다들 그 정도로 멍청하지도 않고.”
하겸죽은 줄곧 예리하게 문제점을 짚어냈다. 게다가 그는 매우 세밀하게 관찰했기 때문에, 모두 고청운을 경계하고 질투하고 있는 것을 꿰뚫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고청운은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시간을 거슬러’ 온 재능으로 12살에 수재 시험을 보러 간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그런데 이게 왜 다른 사람의 앞길을 막는 거 같을까. 장수원의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데 다들 그를 시기질투하지는 않고서 말이다.
“하 형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
방자명 이어 말했다.
“만약 청운이 수재가 되면 안수의 명성도 청운을 따라잡지 못할 거예요. 물론, 전제는 청운의 명차가 조금 앞쪽에 있다는 거지요. 만약 갑과(甲科)에 있으면 더욱 좋고요.”
갑과는 앞에서 10등이었고, 10등 안에 들어가면 더 이상 시험을 보지 않고도 이번 조대의 늠생이 될 수 있었다. 다른 수재들은 늠생이 되려면 현학이나 부학에서 다시 시험을 쳐야 증광생 혹은 부학생에서 늠생이 될 수 있었다.
“저도 갑과에 있고 싶지요. 그런데 동생 수만 해도 사람이 넘쳐나는데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요? 이번 안수는 장수원이 아니면 방 형 같아요. 만약 장수원이 된다면 소삼원이 되니 더욱 명성이 자자해지겠죠.”
그는 비교적 조용하게 주목을 받는 것을 좋아했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산술 문제 하나를 틀렸는걸.”
방자명이 고개를 내저었다.
“다른 사람도 틀렸잖아요.”
고청운이 동의하지 않았다. 오늘 밤 이야기를 나눌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술 문제를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겸죽은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나는 합격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걸. 순위권 앞에 있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명단에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어.”
“저도 그래요. 성적도 안 나왔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이른 것 같아요. ……아, 도착했네요. 먼저 내릴게요. 조심히 돌아가세요. 내일 시간 있을 때 다시 조 형을 보러 갈게요. 이번에 이렇게 병이 났는데 시험을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네요.”
방 집사가 자신의 객잔에 거의 다 왔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을 보고 고청운이 급히 말했다.
사실 그는 정말 조문헌의 성적이 걱정되었다. 그는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예민한 사람인데 만약 합격을 못하면…… 정말 뭐라고 해야 될지 몰랐다.
방으로 돌아왔을 때, 고대하가 아직 안자고 그의 책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고청운이 물었다.
“아버지, 왜 아직 안 주무세요?”
사실 그는 아버지가 잠들지 못할 거란 것을 알고 있었다.
“네가 그 무슨 문회를 가는데 어찌 잠을 자겠니. 자, 가서 소이(小二)에게 뜨거운 물을 가져오라고 할 테니, 어여 씻고 자거라.”
고대하는 자신이 보고 있던 책을 일일이 정리했다.
만약 이번에 아들이 수재가 되면, 이제 자신은 수재 아버지가 되는 것이니 글자를 더 익혀야 했다. 적어도 몇 글자를 더 알아야 아들 명성에 먹칠을 하는 일은 막을 수 있겠지 싶었다.
고청운은 그런 아버지의 생각을 몰랐다. 그는 그저 고대하가 심심해서 책을 보는 걸로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