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부정행위
세 사람은 시제를 다시 토론했다. 이 중에서 경의 문제 하나가 가장 어렵다고 느껴져 격하게 토론을 했고, 산학 두 문제의 답안이 방자명과 달라서 그가 종이에 일일이 계산을 해보았더니, 하겸죽과 방자명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고청운은 처음으로 방자명의 안색이 파래진 것을 보았다. 그는 줄곧 기품 있고 당당한 모습이었기에 이토록 풀이 죽은 적이 거의 없었다.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으니 너무 걱정 말아요. 사형들이 틀렸으면 다른 사람들도 분명 틀렸을 거예요.”
고청운이 단언했다.
“경의 문제 같은 경우는 저도 자신이 없어요. 점수가 깎였을 수도 있어요.”
고청운은 점수 깎이는 문제를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 시간을 거슬러온 황제는 과거의 점수까지 손댔는데 왜 문장부호까지 만들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아라비아 숫자를 보급해도 좋았을 텐데, 이렇게 되면 후대 사람들에게 큰 이득인데 말이지.
그가 역사서를 읽을 때 이쪽 방면에 관한 내용을 전혀 보지 못했기에 나중에 다시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방자명과 하겸죽은 그의 말이 맞다고 수긍했고, 그제야 다른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토론을 마치고나서 모두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직 성적이 나오지 않았으니 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시험 문제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청운아, 부시에서 네 바로 앞 등수라고 말했던 왕우라는 사람을 아직 기억해? 시험장에 입장하기 전에 몸이 안 좋아서 약까지 먹었는데,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서 배가 아파서 저녁도 되기 전에 시험장을 나갈 수밖에 없었대. 그래도 혹시 무슨 일이라도 날까봐 오래 끌지 않고 바로 결정을 한 모양이야. 의원 말을 들어보니 만약 조금만 더 늦었어도 명줄이 끊어졌을 거래!”
하겸죽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고청운은 깜짝 놀라서 몸서리를 치다가 방자명을 보았는데, 그의 안색이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세상에, 어쩜 그렇게 조심성이 없을까요? 큰 시험을 앞에 두고 반드시 먹고 마시는 걸 조심해야 하잖아요. 이건 모두가 알고 있는 건데. 사형들도 여러 차례 강조한 거기도 하고요. 차가운 걸 먹으면 안 되는데, 그런 실수를 하다니? 정말……”
고청운은 상대방이 정말 칠칠치 못하다고 여겼다. 시험 전에 몸을 보호하는 것은 상식이라서 다들 아무거나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운이 안 좋아서 물갈이를 한 것 일지도 몰랐다.
하겸죽이 전에 했던 말을 통해 그는 왕우의 학문이 매우 우수한 것을 알고 있었는데, 문제를 풀 기회조차 얻지 못할 줄은 몰랐다. 왕우는 그저 기다렸다가 내후년에 다시 시험을 보는 수밖에 없었다.
단번에 2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하게 된 것이다.
“그게 중점이 아니야. 들어봐, 그러고 나서 어제 왕우가 방에서 친구랑 싸웠다지 뭐야. 왕우 말로는 상대방이 일부러 자기 시험을 망치려고 파두(巴豆)로 자신을 해하려고 했대. 객잔의 모든 동생들이 그 일을 알게 되었어. 내 족숙도 오늘 다들 이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걸 들었대. 그런데 그 동창이 자신을 헐뜯는 거라고 하면서 죽어도 인정을 하지 않더래. 그래서 두 사람은 주위 약포를 모두 돌았지만, 누구도 그 동창에게 파두를 팔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없었대. 이제 그 두 사람의 우정은 영영 끊어진 거지.”
하겸죽이 크게 탄식했다.
“친구를 신중하게 사귀지 못했네요.”
고청운도 찬성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 동창이 평소에 왕우를 질투했다가 기회가 생겼을 때 손을 쓴 것이리라. 그런데 꼭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소문만 돌 뿐이었고, 어쩌면 정말 왕우 혼자 배탈이 난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일의 자초지종을 파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창이 이런 일을 할 배짱이 있다면, 일찍이 준비를 했을 것이다.
앞으로 시험을 볼 때 더욱 조심해야 했다.
그들은 몇 번 얼굴을 본 사이였기 때문에 고청운과 하겸죽이 그토록 탄식한 것이었다.
이야기를 하는 사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방자명의 집사가 와서 방자명에게 어디서 식사를 할 것인지 물었다.
세 사람이 눈빛을 교환했고 방자명이 말했다.
“아니면 우리 내려가서 대당에서 먹을까요? 그곳이 비교적 시끌벅적하니까요. 제가 살게요.”
두 사람은 모두 방자명이 이번에 시험을 잘 봐서 기분이 좋은 것을 알고는 바로 동의했다. 그들은 밥을 먹으러 가기 전에, 조문헌에게 한 번 다녀왔다. 그가 여전히 깊게 잠들어 있어서 깨우지는 않았다.
대당에서 세 사람은 한 탁자에 앉았다. 고대하와 하겸죽의 족숙은 대당에서 식사를 하는 게 낯설었다. 그곳은 사방이 장삼을 입은 지식인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하겸죽의 방으로 돌아가서 먹었다.
지금 대당에서는 동생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고 있었는데, 점심 때 썰렁했던 것에 비하면 정말 시끌벅적했다.
그들은 구석에 자리했고, 세 폭의 병풍이 각기 다른 별실을 만들어서 사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 이는 방자명이 요구한 것으로 고청운과 하겸죽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음식이 다 나온 후, 방자명은 집사와 어린 머슴을 방으로 돌려보냈다. 그들이 옆에 있으면 고청운과 하겸죽은 불편함을 느꼈다.
땅콩볶음 작은 접시 하나, 홍소육 한 접시, 푸릇한 채소볶음 한 접시, 콩깍지 고기볶음 한 접시를 주문했는데, 세 사람이 낭비하지 않고 먹을 양이었다.
방자명은 밖에서 밥을 먹을 때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 같은 걸 갖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말들을 했다.
“시험장 음식은 정말 너무 맛이 없었어요. 그저 배를 채우는 정도지. 우리 아버지가 시험 볼 때만 해도 음식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거든요.”
“전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고기가 없고 음식이 식은 것만 빼면요.”
고청운은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고기를 집으며 말했다.
“전 고기가 가장 좋아요.”
두 사람이 웃었다. 방자명은 홍소육을 그의 앞에 놓아주었다.
고청운도 전혀 사양하지 않았다. 고기죽으로 두 끼를 먹고 나니 다시 입맛이 도는 것 같았다.
세 사람은 조용히 밥을 먹으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거 아세요? 이번 시험 때 몇 사람이 부정행위를 하다가 대인들한테 들켰나 봐요. 흥, 밤에 많은 사람들이 자는 건 사실이지만, 아역들과 사병들은 잠을 안 자는데 그들 코앞에서 부정행위를 하려고 하다니. 정말 꿈도 야무지지!”
일부러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려는 심산인지, 이 사람은 일부러 목청을 높였다.
과연 대당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부정행위는 정말 공평하지 못한 짓이지. 대인분들께서 사소한 일까지 꼼꼼히 챙기시고, 그런 소인배들을 잡아내셔서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은 어떻게 부정행위를 한 거죠?"
누군가 호기심을 가지고 물었다.
“듣자하니 어떤 사람이 사람을 찾아 대리시험을 맡겼다는데, 그의 동창이 그것을 알아채서 내일 족쇄를 차고 길을 걷게 할 거라고 하더군 그리고 공부 할 자격도 박탈된다고 합니다.”
말하던 사람이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그 사람도 참, 대리시험을 맡기는데 그렇게 칠칠치 못하게 다른 사람한테 걸리기나 하고 말이죠.”
“지금 그 사람을 동정하는 건가요?”
누군가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고 연신 말했다.
그리고 작은 논쟁거리가 잠잠해졌다.
“참, 그럼 부정행위 하다가 잡힌 사람들 중에서 가장 고단수는 어땠나요?”
갑자기 어떤 사람이 신비스럽게 물었다.
“제가 본 사람은 바로 옆 자리였는데, 자꾸 새가 날갯짓을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래서 시험장에서는 제비도 잠을 안 자나 싶었는데, 그게……”
세 사람은 눈빛을 교환하고 밥 먹는 걸 멈추고 귀를 쫑긋 세웠다.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옆쪽에 있었는데, 그 역시 별실에 앉아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비둘기로 서신을 전달했던 거였어요!”
“허? 비둘기로?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모두 그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듣자 하니 그 사람 집안은 비둘기를 훈련하는 집안이래요. 그래서 비둘기를 다른 이에게 팔아서 거액의 재산을 모았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부정행위를 할 줄은 아무도 몰랐죠. 정말 생각을 못해서 그렇지, 실제로 할 수 없는 일은 없네요.”
말하고 있는 사람이 부정행위의 전 과정을 대략 설명했다. 그 집안사람들은 평소에 비둘기를 훈련시켜 서신을 전달했는데, 시험을 보던 날 밤에 가족들이 비둘기를 시험장으로 들여보냈고, 비둘기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응시생은 문제를 종이에 적었다. 이때, 집에서는 이미 고수를 청해 문제에 따라 답안 작성을 마쳤다. 가족들은 다시 답장이 쓰인 종이를 비둘기에게 묶어서 시험장으로 들여보냈는데, 이 과정은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이루어졌다.
허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동작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발각된 채였다. 비둘기가 시험장에 출현한 사실은 누군가의 주의를 끌게 마련이었는데, 만약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라면, 경각심을 세우고 있는 사병에게 발각될 게 뻔했다.
“지금은 이미 붙잡혔고, 공부를 하는 자격을 박탈하고, 일가족을 경주(*琼州:지금의 하이난도)로 귀양을 보낸다고 해요.”
그 사람은 고소하다는 듯이 말했다.
세 사람 역시 매우 기뻤다. 누군가는 열심히 죽어라 공부를 하는데, 누군가는 부정행위로 좋은 성적을 얻는다면, 정직한 응시생들에게 매우 불공평한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관부는 응시생의 부정행위에 매우 엄격한 처벌을 내렸다. 공부할 자격을 박탈할 뿐만 아니라 변경(邊境)으로 유배를 보냈고, 더 심각하면 머리를 깨는 형벌을 내렸다.
이렇게 냉혹한 처벌조치는 사실 10년이 넘도록 힘들게 공부한 유생들과 천하 유학(儒学)의 이익과 관부의 존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모두 이런 처벌 수단을 지지했다.
“휴, 듣자하니 권세가 있는 부유한 집안이라서 아가씨들도 하나하나 다 호의호식하며 자랐고, 꽃과 옥처럼 곱다던데 이제는 경주와 같은 척박한 땅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으니, 정말 안타깝네요.”
누군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그러게요, 여인이 무슨 죄가 있다고.”
누군가 그에 응해주었다.
이 두 사람의 말은 순식간에 여러 사람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런 부정행위 수단은 모두가 혐오하는 것이었다. 나쁜 짓을 했으면 같이 벌 받는 것이 마땅하지 않는가?
고청운 역시 어이가 없었다. 이 시대에서는 개인이 잘못한 일을 개인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잘못하면 일가족이 연루가 되었다. 이런 말을 하는 두 사람은 머리가 장식인 건가? 어떻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아무튼 밥 한 끼를 먹는 동안 세 사람은 한 편의 극을 들은 느낌이었다.
“장 형 오셨어요!”
“장 공자님 오셨어요!”
……
그때, 몇 명이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들이 들려왔다. 세 사람은 병풍을 나가면서 슬쩍 보았는데, 월백색 면포를 입은 장수원이 보였다. 그의 곱상한 얼굴로 부드러운 기품과 자신만만한 태도로 여러 사람이 이런 저런 말을 건네는 와중에 천천히 걸어왔는데, 이 모습이 더욱 비범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