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답안
고청운은 순간 멈칫했다가 시험장의 그 환경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조문헌의 몸 상태를 다시 생각하니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럼 문헌 사형 지금 몸 상태는 어때요? 좀 나아졌나요?”
고청운은 사실 고대하에게 매우 감사했다. 보기에 무심해 보이는 이 남자는 사실 매우 세심했고, 자신의 이익을 항상 최선위에 두었다. 자신의 동창에게도 큰 관심을 가져주었고, 자기가 잊고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하나씩 처리하여, 그가 동창들과 친구들 앞에서 호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약을 한 번 먹고, 미음을 마시고 다시 잠에 들었단다. 매우 피곤해 보였는데, 눈가가 검게 변했어.”
고대하가 답했다.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밥을 먹었다.
“이번 시험은 정말 무서웠단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셋째 날 아침부터 누군가가 계속해서 들려져 나오더구나. 누군가 나올 때마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가슴을 졸였지. 그래도 다행히 네가 견뎌 주었고, 조문헌도 끝까지 버텨냈지.”
고대하는 이미 지나간 일을 생각하며 가슴을 졸였다.
“아버지, 제 건강에 조금 더 믿음을 가지셔도 되어요. 전 이미 회복했는 걸요.”
고청운이 위로하며 말했고, 그 장면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는 느긋하게 밥을 다 먹고 난 후, 가져온 책들을 펼쳐서 답안을 맞추기 시작했다.
고청운이 답안을 보고 있을 때, 고대하는 옆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탁자를 닦고 있었지만, 사실 온 정신은 고청운의 행동에 맞춰져 있었다. 아들이 눈살을 찌푸리면, 마음이 초조했고, 아들이 웃으면 그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오히려 고청운은 자신의 아버지의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는 책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답안을 한 번 본 후,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점수는 모두 득점했고, 저급한 실수는 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훌륭하군.’
만약 간단한 문제조차 틀렸다면, 스스로를 잡아먹을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금은 시험관들이 경의와 시 짓기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달려 있었다. 주관성이 매우 강한 부분들이었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었다.
동생이 되니 사실 대부분 사람들의 실력은 엇비슷했다. 예를 들어, 사서오경은 기본적으로 모두 달달 외우고 있었기 때문에 첩경과 묵의에서 틀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득점을 할 수 있는 부분은 경의와 율법이었고, 물론 산학에서도 틀리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었다. 필경 어떤 문제는 꽤 어려웠으니까.
그리고 잡문은 그들의 격식이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없었다. 현대에서 공문을 작성해본 적이 있는 그는 격식을 매우 중요시 했고, 조금도 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저는 제 실력대로 시험을 봤어요. 이제 결과만 기다리면 되는데, 이번 수재 합격률은 5:1이라고 해요. 1000명의 동생 중에서 200명에 들어야 된다고 하는데 이게 진짜인지는 모르겠어요.”
고청운은 사실대로 말했다.
“이번 시험은 전보다 실질적인 지식을 많이 본 것 같아요. 나가서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고 싶어요.”
하지만 먼저 병문안을 가야했다.
“전자야, 한 가지 말할게 있다.”
고청운이 옷을 정리하고 문을 나서려고 할 때, 고대하가 갑자기 팔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
“아들, 시험 보기 전에 시장에서 돈을 걸었단다. 네가 수재가 될 거라고 은자 2냥을 걸었지. 시험에 방해가 될까봐 말을 안했는데, 이제 시험을 다 보았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다. 아들아, 이번에 수재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되니?”
고청운은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아버지를 찬찬히 쳐다보면서 감탄했다.
“아버지, 어떻게 그런 곳에 가서 돈을 거셨어요? 아는 사람도 없는 동네에서 은자 2냥을 거셨다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아실까봐 걱정되지 않으셔요……”
그는 뒷말을 내뱉지 않았다. 아무래도 친아버지께 체면을 남겨두어야 했다.
“아버지, 다음에는 그러시면 안 돼요. 그러시면 정말 압박이 커요. 만약 제가 합격하지 못하면 은자 2냥을 날리는 셈이잖아요?”
고청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버지, 걱정 마세요. 절대로 이 일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을게요. 할아버지께서 분명 뭐라고 하실 테니까 우리 둘만 알고 있어요.”
고씨 가문은 도박을 매우 금기시했다.
송나라 때는 민심이 흉흉해서 황제가 이런 행위를 금지하며 도박을 엄하게 벌했다. 그 이후의 황제 역시 느슨하게 굴지 않았지만, 도박이란 것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누차 금지했지만 근절되지 않아서 지금도 존재했다. 다만 전처럼 창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고대하는 참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요 며칠 동안 네 걱정이랑 은자를 번갈아가며 걱정했단다.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
“제가 합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마세요. 저도 모르니까요. 만약 제가 알면 이렇게 안절부절하지도 않겠죠.”
고청운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 우리 문헌 사형을 보러 가요.”
사실 그는 웬만하면 합격할 것이었다. 그는 그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주임 시험관의 기분을 봐야 했기 때문에 자신감만으로는 소용이 없었다. 그는 마음대로 뒷사람을 앞으로 둘 수도 있었다. 주관성이 너무 강해서 안전감이 없었다. 그런다 해도 상관없었지만 마음대로 불합격시키는 일이 걱정되었다.
두 사람은 같이 길을 나섰는데, 고대하는 고청운이 혼자서 걷고 있으면 누군가 납치라도 할까봐 혼자서 가는 것을 너무 걱정했다.
객잔 1층의 대당을 지날 때 어떤 이들은 이미 밥을 먹고 있었는데, 소수의 응시생들만 줄을 서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나머지 사람들은 아마 아직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고청운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졌다.
고청운은 이미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기술을 익혔기 때문에 못 본 척하고 아버지와 함께 객잔을 걸어나갔다.
조문헌이 묵고 있는 객잔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고청운이 말했다.
“여기서 10일은 더 기다려야 성적이 나오는데, 만약 제가 운이 좋아서 명단에 오르면 학정 대인께서 여는 사사연(谢师宴)에도 가야해요. 그러니까 먼저 돌아가지 않는 걸로 해요. 아버지, 우리 다른 묵을 곳을 알아볼까요? 지금 객잔은 비교적 비싼 편이잖아요.”
고대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가망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은 먼저 돌아갔고, 많은 응시생들이 아직 머물러 있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옮기는 것도 번거롭고, 이곳에 묵는 것도 익숙해졌으니 이따가 돌아와서 하방 가격을 물어본 다음, 한 번 둘러보고 묵을 만하면 하방으로 옮기자꾸나. 그리고 요 며칠 동안 알아보니 이곳에서 단기 날품을 쉽게 팔 수 있더구나. 나도 할 수 있고, 하루에 20문은 족히 벌수 있단다.”
“아버지, 일 안 하셔도 되어요. 제가 방에서 책을 베끼면 돼요. 지금 속도로 <삼자경> 한 권을 베끼는데 200문을 벌 수 있고, 하루면 다 베낄 수 있어요.”
고청운이 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고대하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하늘아래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좌지우지 하는 도리는 없었다. 그가 마음을 먹으면 아들이 반대해도 소용이 없었다.
고청운은 그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아버지가 분명 일을 하러 다닐 것을 알았다. 그래서 조건을 붙이며 위협했다.
“아버지, 그럼 부두에서 물건을 나르는 일은 하지 마세요. 가격이 높지만 너무 피곤해서 몸만 상하니까요. 만약 그곳에 가셔서 일을 하신 걸 알게 되면 성적이 나오는 걸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아버지도 아시다시피, 아버지가 가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저는 분명 알게 될 거예요.”
고대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에게 위아래가 없다고 혼내고 싶었지만, 잠시 생각하다가 응했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말을 하면서 가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고, 고대하는 고청운을 데리고 조문헌이 묵고 있는 중방에 갔다. 그가 깊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고청운은 조삼을 복도로 불러 작은 소리로 조문헌의 상태를 물었다.
“방금 전에 잠시 깨어서 책을 좀 보셨는데, 지금은 죽을 좀 드시고 약을 먹은 다음 또 잠에 드셨어요. 의원이 와서 보더니 약을 조금 더 먹으면 될 거라고 했어요.”
조삼의 누런 얼굴이 피로로 가득했다. 그는 고청운을 보며 감사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 도련님과 방 도련님도 오셔서 우리 도련님을 보고 가셨어요.”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아직 갖고 있는 돈은 넉넉한가요?”
그는 병이 들면 돈이 가장 많이 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네, 충분해요. 오기 전에 주모(*主母: 집안 살림을 다스리는 부인)께서 은전을 넉넉하게 주셨어요.”
조삼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고청운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럼 잘 보살펴 주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를 찾아와요. 그리고 문헌 사형이 잠들면 같이 눈 좀 붙여요. 그러지 않으면 몸이 남아나지 않을 거예요.”
조삼이 끄덕였다.
이때 고대하가 옆으로 다가오면서 방자명과 다른 동창들이 잠에서 깨었다고 일러주었다. 그래서 고청운은 그들을 찾아갔는데, 이번에는 고대하가 동행하지 않았다. 고대하는 하겸죽의 족숙을 보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러 갔다.
고청운 역시 어딜 가나 자신의 아버지를 데리고 다니는 게 조금 불편했다. 그가 동창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아버지는 낄 수가 없었는데, 아버지를 그냥 두는 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고대하는 매번 자연스럽게 다른 보호자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들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
‘아버지는 정말 세심하셔.’
방자명과 하겸죽은 상방에 묵었는데, 안에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객청(客厅)이 있었다. 그래서 방자명의 방에서 모이기로 약속했다.
다들 답안을 맞춰보았고, 방자명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번 율법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들?"
그는 질투하는 척하면서 고청운을 쳐다보았다.
“상식 문제 몇 개만 답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답을 못했어요.”
하겸죽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후회로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며 원망했다.
“누가 이걸 시험볼 줄 알았나? 먼저 말한 적이 없으니 지금 다들 수군거려. 학정이 출제를 막 했다고. 다들 이견들이 많지.”
“힘이 없으니 어쩔 수 없죠. 가서 들어보니 경성의 대인들이 요구한 것 같더라고요. 각 군과 성에서 율법 지식을 추가했는데, 비중을 학정이 결정했대요.”
방자명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후 조정이 점점 더 실질적인 면을 중시할 것 같네요. 전처럼 경서만 시험보는 게 아니라요."
고청운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본적으로 과거에서 시험 보는 내용을 보면 조정에서 지금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대략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매우 운이 좋다고 느꼈다. 솔직히 산학과 율법이 아니었다면 수재에 합격할 확률이 적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겸죽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사형, 사형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못 하는 걸요. 다른 부분을 잘 했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잘했을 테니, 문제없을 거예요.”
고청운이 위로하며 말했다.
하겸죽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청운은 그의 기분이 별로인 것을 잘 알았다. 지금은 그저 결과를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방자명이 시험을 조금 더 잘 봤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학문을 하는 집안인데다가 가족들이 글을 읽혔기 때문에 <삼자경>등과 같은 글을 익히는 책을 떼고 나서, 율법을 공부하는 건 그들에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것이었다.
그저 방자명이 이미 공부를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