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53)화 (53/504)

53화. 원시

고청운은 자신이 묵고 있는 객잔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응시생이지만, 모두 방에 처박혀서 열심히 공부만 하고, 교류를 하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되자 정말 여러 성가신 일이 생략되었다. 

원시를 기다리는 날들은 너무나도 길게 느껴져서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하겸죽은 매일 와서 고청운과 정보를 교류했는데, 그는 할 말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말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꼈다. 게다가 그가 묵고 있는 객잔 쪽에는 응시생들이 훨씬 많이 묵고 있어서 그만큼 일어나는 갈등도 많았다. 그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느껴서 아예 고청운에게 와서 같이 복습을 했다. 

그래서 고청운은 간접적으로 그 객잔의 일을 알게 되었고, 이번에 반드시 붙을 것처럼 보인다는 7~8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 한명은 그들도 본 왕우(王宇)라는 이름을 가지진 자로, 같은 부시를 본 적이 있었다. 그는 당시 같은 객잔에 묵고 있다가 ‘황화여산금(黄花如散金)’이라는 문제로 여러 사람들을 비웃었다가 결국 쫓겨난 적이 있었다. 

지난 번 명단이 붙을 때 그는 마침 3등이라서 고청운 바로 앞에 있었다. 

듣자하니 이번에 실력이 크게 늘어서 소문이 자자하다는 것이었다. 

고청운은 이런 사람들이 그저 부러웠지만, 자신은 객잔에서 착실하게 복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네가 줄곧 나타나지 않으니, 사람들이 네가 감히 나올 엄두가 안 나서 숨은 거라고 수군거리고 그랬어.”

하겸죽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나타나기만 하면 그 누구도 너의 명성을 따라잡지 못하겠지.”

고청운은 그를 한번 흘겨보았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 * *

8월 3일, 원시를 보는 날이 되었다.

이번 시험 주임관은 학정(学政)으로 예부시랑(礼部侍郎)의 양쟁(梁铮)이 맡았다. 학정은 무고정품급으로, 경성에 있을 때의 관함품급을 따라 가는데, 양쟁은 정5품으로 그의 지위는 순무(巡抚) 다음이었다. 이 학정이 어떤 사람인지 고청운은 잘 알지 못했지만 향간으로는 그가 양방의 진사 출신으로 매우 곧은 사람이라고 했다. 

묘시부터 고청운과 다른 이들은 시험장 문 앞에서 검사 후 입장하는 것을 기다렸다. 이번 검사는 유난히 엄격했는데, 용모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이 시험장에 그들에게 보증을 서준 늠생(廪生)도 나와서 서로 확인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응시생 다섯 명은 대리 시험 등과 같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서로 시험 감독을 해야 했다. 

그래서 이번 원시 때는 늠생에게 은자 8냥을 주어야 했는데, 이를 송지경약(送贽敬若)이라고 칭했다. 이 은자는 늠생들도 마음 편히 받을 수 있었다. 필경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응시생 확인을 해야 했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공명(功名)이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응시생은 군성에서 늠생을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였다. 

전에 현시와 부시를 볼 때, 그들은 음식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으나, 이번 양학정 주임 시험관이 규칙을 바꾸어 음식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고, 때가 되면 아역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는 일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몸에 무언가를 숨기는 일을 방지하도록 이번에는 몸수색을 받아야 했다. 

고청운은 들어가기 전에 뒤를 돌아서 시험장 밖에서 사람들이 다닥다닥 서있는 모습을 보았다. 고대하가 가장 앞에 있었는데, 그가 쳐다보는 것을 보고서는 얼른 손을 흔들어보였다.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단호한 발걸음을 옮기며 안으로 들어갔다. 

‘용인지 버러지인지는 이번에 알 수 있겠지.’

다들 공자 상에 절을 올리고 학정의 말을 듣고, 한참 후에야 자신의 호방에 갈 수 있었다. 

원시는 두 번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는 정시, 두 번째는 복시였고, 이번에는 시험장에서 3일을 채워야 나갈 수 있었다. 

고청운과 그의 무리는 사전에 관부로부터 통지를 미리 받았기 때문에 일부 필수품을 모두 챙겨왔다. 지금은 8월이었는데, 이는 모기가 있다는 뜻이었고, 모기를 쫓을 향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더위 방지를 위해 박하, 약환, 면포, 걸레, 갈아입을 옷, 속에 입는 옷 등등을 모두 가져와야 했다. 

침구 같은 건 시험장에 구비되어 있었다. 

고청운은 재수가 별로 없어서 언뜻 보기엔 깨끗해 보였던 침구에 코를 가까이 대니 세상에 깜짝 놀랄 만큼 강렬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다행히 지금 여름이라서 저녁에 자신이 가져온 옷을 덮고 자도 괜찮았다. 걸레로 문지르고 나니, 등자 위의 석자(*席子: 돗자리)는 그래도 좀 깨끗해졌다. 

이 좁디좁은 호방과 작은 침상을 보고 있자니, 아니, 말이 침상이지 이건 사실 몇 개의 장방형의 등자를 이어 놓은 것으로, 위에 초석(草席)을 한 장 깔고 침상이라고 한 것이었다. 방자명과 다른 이들은 키 때문에 아마 발을 쭉 뻗고 자지 못하고 몸을 말고 자야할 게 뻔했다. 고청운은 자신의 키가 조금 작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바퀴 둘러본 후, 그래도 노력하면 3일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여겼다. 

별로 안 좋은 번호를 분배받은 응시생에 비하면 고청운은 자신의 운이 매우 좋다고 여겼다. 문 쪽이라서 변소 근처가 아니었는데, 이 날씨에 그 냄새를 맡을 생각만 해도 정신이 혼미해졌다.

잠시 후, 아역들이 시험지를 나누어주었다. 

고청운은 먼저 빠진 부분이나 중복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문제를 보기 시작했다. 문제양은 여전히 너무 많아서 시간을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했고, 내일 정오에 시험지를 제출해야 했다. 

첫 번째 시험 내용은 주로 첩경과 묵의였는데, 이건 그에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첩경과 묵의의 비중이 이미 줄어들어서 10분의 7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모두 경의와 마지막에는 시를 한 수 지어야 했다. 

앞부분을 수월하게 해결했기 때문에, 고청운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는 뒷부분의 경의 문제 몇 개를 마주하고서야 조금 어렵다고 느꼈는데, 1년 간 수많은 동생들과 수재들과 교류를 하고 가르침을 구하면서, 그의 실력은 부시를 볼 때보다 더 늘었다. 비록 이번 제목의 난이도 역시 더 높아졌지만, 그래도 답은 할 수 있었다. 그는 윤색을 하고 다른 고사를 넣어서, 문장을 천천히 다듬어 나갔다.

중간에 아역이 가져다준 점심도 먹었다. 고기요리와 채소요리가 각각 하나였는데, 소위 고기요리라고 나온 것을 조심히 뒤져보면, 작은 고기 조각이 하나 정도 나왔다. 이때 밥과 요리는 이미 미지근해져서 맛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배를 채울 수 있으니 더 이상의 요구는 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난 후, 고청운은 일어나서 왔다 갔다 했다. 약 20분 정도가 지났을 때 다시 앉아서 연습종이에 경의 문제의 답을 적기 시작했다. 

연습장에 답을 내린 후, 고청운은 답안지에 베끼지 않았다. 지금은 이미 오후 3~4시가 되어 햇빛이 강하기도 하고 날이 너무 더워서, 그는 거의 구워진 것마냥 등에 땀이 줄줄 흘렀다. 땀을 닦는 면포 역시 땀으로 축축해졌고, 땀냄새가 났다. 

그는 자신이 조금 졸린 게 느껴졌고,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는데, 잠은 또 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시험을 이틀이나 봐야한다고 생각하니 지금 조금 쉬어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초석에 누워서 다른 사람들이 종이를 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렇게 그는 알게 모르게 잠에 들었다.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땐 이미 해가 져있었고, 고청운은 정신이 매우 맑은 것은 느꼈다. 그래서 마지막 문제인 시 짓기를 시작했다. 

예외 없이 그는 또 다시 머리를 쥐어짜는 과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은 오직 그 자신만이 알았다. 하지만 그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그가 보았던 시집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이번엔 시를 짓는데 시간이 덜 들었고, 수준 역시 높아진 것 같았다. 

어쩌면 언젠가 그는 사고회전이 빠른 대시인(大詩人)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람은 천천히 발전하는 법이니까.

저녁을 먹은 후, 날이 아직 밝을 때 고청운은 촛불을 밝혔다. 그리고 자신이 쓴 답안을 일일이 검토한 후에 시험지에 정확한 답안을 옮겨 적기 시작했다. 

그가 모든 첩경과 묵의를 옮겨 적고, 또 경의 두 문제를 옮겨 적고 나니,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시험장 안팎이 촛불의 빛으로 일렁였고, 아역들도 시험장 내의 조명 횃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지금 이런 날씨에다가 사방에서 불까지 더해지니, 고청운은 또 몸에서 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는 얼른 박하물을 한 입 마시다가, 주임 시험관이 뒷짐을 지고 걷는 것을 보았다. 관복을 입은 한 무리의 관원들이 그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들은 고청운의 앞을 지나갈 때, 고청운을 희귀 동물 보듯이 쳐다보았다. 

그들의 시선에 고청운은 일부러 엄숙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잠긴 척 했다. 

시험관들이 이쪽 길 감독을 마치고 난 후 고청운은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오늘은 아직 첫째 날 밤이었다. 뒤에 아직 옮겨 적지 못한 경의 몇 장이 있었지만 이미 날이 늦었고, 초가 타는 향 때문에 숨이 막혔다. 그래서 시험지가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고이 접어서 침상 구석에 둔 책 상자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촛불을 불어서 끄고 침상에 누워서 발을 책 상자 쪽으로 올려둔 후, 눈을 감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잠들기 전에 반대편을 보니 그 사람은 이미 일찍이 잠자리에 든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 반대편 응시생이 장수원인 것을 알고 고청운은 큰 압박을 받았다. 

천재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장수원의 속도에 영향을 받아 자신에게 의구심을 품을까봐, 고청운은 온종일 줄곧 주의력을 반대편에 두지 않았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어서야 장수원을 쳐다본 것이었다. 

모두 자면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옆자리에 있는 사람이 시험지를 넘기는 소리가 너무 커서 시끄러웠다. 

다음 날 아침, 고청운의 생체시계는 그를 제시간에 깨웠다. 잠시 동안 헤롱거리다가 자신이 아직 시험장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시험장 뒤편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악! 내 시험지!”

비명소리는 처참했고, 믿을 수 없다는 듯 후회로 가득했다. 

“그만! 시험장에서 시끄럽게 굴면 아니 되오!”

응시생이 낸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매우 엄격한 목소리가 그를 저지했다. 

그리고 조금 후 그 응시생은 시험장 밖으로 쫓겨났다. 고청운은 문 가까운 곳에 있어서, 사병이 천으로 그의 입을 막고 죽은 개를 끌고 나가듯 끌고나가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고청운은 그 사람이 정말 너무 조심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손에 남아있는 검은 재를 보니 실수로 시험지를 태운 것이리라. 만약 소리를 지르는 대신, 시험관에게 시험지를 한 장 더 달라고 한 후 묵묵히 시험지를 다시 한번 풀었다면, 먼저 한 번 풀었기 때문에 문제 양이 많아도 오전 시간이면 어떻게든 완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너무 냉정하지 못했고 순간 당황한 나머지, 시험 시작 전 학정이 시험장에서는 절대로 소란을 피워서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당부한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려서 이런 비극이 초래한 것이었다. 

시험장의 규율이 이렇다 보니 가차 없이 개선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이 응시생이 시험장에서 쫓겨나고 나서야 시험장은 본래의 조용한 분위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대부분 자고 있던 응시생들이 모두 깨어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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