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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52)화 (52/504)

52화. 내기

마지막으로, 고백산은 혼자서 모은 은자 두 냥을 주었는데, 이것은 고백산 일가족이 단독으로 준 것이었다. 

고백산은 이번 원시에 응시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나이가 많았고, 더 이상 분투하고 싶지가 않았다. 또, 고씨 집안에 고청운과 고청명이 공부를 하면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은 더 많은 학생들을 양성해낼 수 있도록, 힘이 닿는 대로 임계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고청운과 고청명을 보면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부분에서 천부적인 재능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다시금 인생의 가치를 찾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 고백산은 더 이상 과거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을 쉽게 말할 수 있었다. 전처럼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입으로는 과거를 볼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고청운은 큰할아버지가 생각이 깨인 건지 아니면 정말 시험을 보고 싶지 않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마음 편한 모습을 보니 포기하지 말란 말도 할 수 없었다. 

좌우지간 고청명도 거의 동생에 합격했기 때문에, 한 집안에 두 명이나 공부를 하면, 큰할아버지 같은 집안이라 할지라도 이는 매우 버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그토록 많은 은자를 빌려주었으니 아마 집에 남은 재산도 거의 바닥났을 것이다. 

그리고 고청운은 큰할아버지의 산학에 대한 증오를 떠올렸다. 만약 시험을 본다고 해도 그 성공률은…… 아무튼, 지금 손을 놓는다면 나중에 다시 시험을 준비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고청운은 자신은 지금 압박을 동력으로 바꾸어 합격자 명단에 오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행인에게 길을 물어가며 고청운 부자는 골목을 여러 번 꺾은 후에 방금 전 객산에서 2리 정도 떨어져 있는 중형 객잔을 찾았다. 조금 구석진 곳에 있었지만 유동인구도 어느 정도 있었고, 보기에는 깨끗한 편이었다. 

주인에게 가격을 물으니 중방은 하루에 500문이었고, 이는 부자 둘이 마음속으로 생각해두었던 금액과 비슷하여 바로 7일을 예약했다. 

* * *

차근차근 짐정리를 하다 보니 이미 어둠이 내려 앉아 오늘은 관부에 가서 수속을 밟을 수가 없었다. 고대하는 저녁을 사러 나가는 길에 방자명과 다른 사람들이 묵는 숙소에 들러 내일 관부에 가는 시간을 정했고, 그들이 묵는 객잔의 이름과 위치를 대략 일러주었다. 

고청운은 객잔에서 기름등에 불을 붙이고는 글씨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틀 내내 배에 있는 동안 다른 동생들처럼 멀미는 하지 않았지만, 배에서 글씨를 연습하고 싶지는 않았다. 

고청운은 먹을 간 후, 책 상자에서 습자본을 꺼냈다. 이 습자본은 방자명으로부터 빌린 것인데, 그는 이 습자본이 글을 막 익힐 때 고백산이 준 습자본보다 훨씬 더 낫다고 여겼다. 

습자본은 이전 조대의 서예 대가의 작품으로, 글자형태가 살짝 납작했고 글자체는 우아하면서도 넓은 것이, 자신과 그가 쓴 글자체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따라서 연습하기도 비교적 쉬웠다. 그래서 고청운은 그 글씨체를 보자마자 너무 연습해보고 싶어서, 방자명으로부터 바로 빌려온 후 열심히 모사했다. 자신의 글자체가 딱 봐도 잘 쓰고 분위기 있는 상대방의 글자체를 닮기를 바랐다. 

그는 먼저 모사를 했는데, 습자본을 비교적 투명한 종이 아래에 두고 붓으로 비추는 글자 모양대로 한 획씩 따라 썼다. 모사한 글자가 습자본의 글자를 벗어나지 않으면 되었다. 

이렇게 한동안 연습을 하고 나서야 종이를 떼고 보고 따라섰다. 습자를 종이 옆에 두고 따라서 썼는데, 글자체가 닮아야 하는 것은 물론 획의 무거움과 가벼움, 굵기, 그리고 느낌 같은 변화도 닮아야 했다. 

서서히 그가 연습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글자체에는 변화가 생겼고 또 다시 한 단계를 돌파한 것 같았다. 

히 수재에게 물어본 후에서야, 그것이 자신의 착각이 아니라 정말 실력이 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청운은 만약 현대에서 이 글자체를 보면 청소년 사이에서는 조금 잘난 체하면서 금상 같은 건 무리 없이 받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자명 같은 이런 좋은 친구를 둔 건 정말 행운이었다! 좋은 사람에게는 복이 찾아왔다. 고청운은 자기가 그 일을 못 본체 하지 않고 나서서 아이를 구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리고 방자명 역시 자신에게 책을 서슴없이 빌려줄 정도로 매우 잘해주었다. 현학에서 어떤 사람들은 남이 자기보다 뛰어나게 될까봐 자신의 책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을 꺼려했고, 다른 사람들 모르게 책을 꼭꼭 숨겨두었다. 

왜냐면 어떻게 보면 이들은 모두 잠재적인 경쟁자였기 때문이었다. 한 군에서 합격하는 수재는 몇 명 되지 않았으니, 경쟁 상대가 약할수록 당연히 좋은 법이었다. 

하지만 방자명은 이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가 마음이 넓기도 했고, 아마 매우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고청운은 시 짓기 방면에서 그의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씨를 쓰는 방면에서는 분명 어느 정도 우세가 있었는데, 그보다는 조금 더 글자를 예쁘게 썼고, 방자명도 이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몇 년간의 훈련 끝에 고청운의 팔은 더 이상 물렁거리지 않고 어느 정도 힘이 생겼다. 그리고 지난 몇 년 간 수천 번 수만 번 글씨 쓰는 연습을 하면서 이제 정갈한 소해(小楷)체를 쓸 수 있게 되었고, 빠르게 잘 쓸 수 있게 되어 현시 때보다 많이 발전하였기 때문에, 속으로 매우 만족스러워 하고 있었다. 좌우지간 번체자는 획이 많아서 거의 같은 크기로 쓰는 것이 일이었다. 

* * *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몇 명이 모여 함께 관부에 가서 수속을 밟았다. 초상화를 그려야 했기 때문에 반드시 본인이 가야했다. 고대하는 기다리는 사이, 시험장 주위 환경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비교적 늦게 온 편이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몇 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속을 거의 다 밟고 나자 이미 오후가 되었다. 

돌아올 때 방자명은 고청운을 객잔으로 초대하면서, 다른 동생들과 함께 문회(文会)를 열자고 하였다.

“모두들 너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하고. 이번에 원시에 참가하는 사람 중에서 연령이 가장 적은 것도 너라고 하네.”

“어떤 사람은 네가 그저 운이 좋아서 붙은 걸줄 알고, 직접 앞에서 시험을 해보고 싶어 하기도 해.”

하겸죽이 냉소를 지었다. 

“모두 동생이고 사형도 아닌데 무슨 출제를 한다고? 그렇게나 자신이 있나?"

조문헌 역시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어딜 가든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신경 쓰지 마.”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돼.”

방자명이 마무리 지었다. 

“그럼 안 갈게요. 그런 모임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사람을 대하는 일과 시 짓기에도 능하지 않아서요.”

고청운이 명쾌하게 답했다. 

나머지 세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갑자기 같이 웃기 시작했다. 

“청운이 그렇게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지. 하하, 제 말이 맞지요."

방자명이 웃기 시작했다. 

“내 말도 맞았네. 청운은 이런 모임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한다고.”

하겸죽도 웃었다. 

“그럼 난 틀렸네. 저녁을 살 테니 너무 많이 시키지 마. 돈이 별로 없으니까.” 

조문헌은 아쉬운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말했다. 

“네가 가서 구경할 줄 알았는데.”

“구경 할 게 뭐가 있다고요? 흥, 청운이는 그런 사람들이랑 달라요. 시 좀 지을 줄 안다고 이리 저리 다니면서 잘난 체 하는 인간들이랑은요.”

방자명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고청운은 자신을 두고 내기를 한 일을 질의하려다가, 이 말을 듣고 하겸죽 쪽으로 몸을 가까이 한 후 그를 쳐다보았다. 

“우리 옆 현의 그 장 안수 때문이지. 흥, 지난 번 부시에서 1등을 한 장수원의 명성이 요 며칠 동안 또 자자하거든. 게다가 나이도 어려. 15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잘생기기도 해서 옆에서 쫄다구들이 쫓아다닌대. 그래서 자명이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

하겸죽이 작은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고청운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방자명이 여전히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서 약간 의혹이 들었다. 

지난 일 년 동안 왕래하면서, 고청운은 방자명이 속이 좁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는 단순히 장수원이 명성이 자자해서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모르는 다른 심오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묵고 있는 객잔에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거 못 들었어? 이번 원시에 거의 천 명 가까이 되는 동생들이 응시를 하는데, 그동안 정원이 쌓여서 개국 이래로 응시생이 가장 많은 한 해라고 해. 모두들 올해가 시험의 대원년이라고 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네. 그래서 수재가 될 가망이 있어 보이는 이들이 주목을 받고 있고, 누가 명단에 오를지 내기를 하고 있어. 참, 너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 비율은 5명중에서 1명 정도인데, 모두 이번에는 기대를 안 하고, 다음 시험에 명단에 오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겸죽의 말을 들은 고청운은 어이가 없었다. 

“정말 다들 여유가 많나 봐요. 이런 일 가지고도 내기를 하다니. 보통은 진사 시험에 응시할 때 내기를 하는 거 아니었나요?”

“좋은 일인 거 같으면 다들 달려들지.”

하겸죽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때, 면을 파는 점포 앞에서 나는 고기 냄새를 맡고,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우리 밥 먹고 들어가요.”

방자명이 안을 보고 깨끗한 것을 보고 손짓을 하며 이어 말했다. 

“문헌 형님 보고 한 턱 내라고 하고요.”

조문헌은 그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면을 먹는 도중에 하겸죽이 변소에 갈 때 고청운도 따라 나왔다.

손을 씻을 때 고청운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나는 문헌 사형이나 방 형의 관계가 조금 나아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왜 서로 거들떠도 보지 않은 거예요?”

하겸죽은 손을 꼼꼼하게 씻으면서 웃었다. 

“걔들 중 하나는 재작년 부시 안수였고, 또 하나는 작년에 2등을 했으니, 서로지지 않으려고 할 수밖에. 네가 부두에 가서 일을 할 때, 수업에서 한 문제를 가지고 논쟁을 벌인 적이 있어. 그리고 결국 그날 수재인 스승님이 방자명 편을 들어 주었고, 조문헌은 방자명이 사실 진짜 실력은 없는데 다른 사람들을 등에 업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한다고 여기게 되었지.

사실 조문헌이 조금 치우친 면이 있었어. 그날 논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는데, 비록 조문헌이 한 말에 일리는 있었지만 방자명이 한 말도 틀리다고 할 수는 없었거든. 하지만 논쟁에 있어선 항상 각자 일리가 있는 주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날 스승님이 편을 들어주신 것도 스승님 자신의 의견을 밝힌 셈이잖아.”

하겸죽은 이 말들을 쏟아내기 전에 먼저 주위를 둘러 보았다. 

고청운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럼 지금은 관계가 조금 나아진 것 같죠?”

“장수원이 나타나서 그런 거겠지. 그 아이가 나타나면서 객잔에서의 두 사람 명성이 사그라졌는데, 이제 둘에게 공공의 적이 있으니 관계가 좋아졌지.”

하겸죽이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나는 명단 앞쪽에 이름을 올리는 건 바라지도 않아. 이번에 수재에 합격만 하면 바랄게 없어. 좌우지간 아직 젊은 나이니까.”

고청운은 이유를 알게 된 후, 더 이상 관심을 가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 면을 먹고 나서 먼저 객잔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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