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엄청난 압박감
“참, 최근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사람이 있지 않니? 나중에 그걸 사온 후 다져서 만두나 혼돈을 만들면 되겠구나. 어쨌든 가격이 싸니까.”
노진씨의 결심한 말투에 고청운은 순간 멈칫했다.
‘생선살로 만두를 빚을 수 있나? 가시가 있으면 어떡하지? 비린내 안 나나?’
하지만 노진씨의 단호한 모습을 보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할머니, 그렇게 만들면 맛있어요?”
“맛있는지는 만들어 봐야 알지. 그건 신경쓰지 마렴.”
노진씨는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포자를 한 입만 먹고 더 이상 먹지 않는 것을 먹고 급히 물었다.
“두 개 먹는다고 하지 않았니? 맛없으면 먹지마렴, 맞은편에 가서 혼돈 한 그릇을 사다주마.”
고청운이 황급히 저지하며 말했다.
“괜찮아요, 제가 무슨 맛을 그리 잘 안다고요.”
말을 마친 후 바로 다른 포자를 떠서 한 입 먹었다.
그때, 고대하가 그의 공부 상황을 묻자 고청운이 이에 진지하게 대답했다.
고청운은 자신이 이번에 식당에 나와 도울 수 있었던 점에 매우 기뻐했지만, 포자를 다 먹고 나서는 거의 쫓겨나다시피 돌아갔다.
그는 가기 전에 아버지에게 이번에는 정말 육지로 가고 싶지 않고 배를 타고 가고 싶다면서, 7월 말에 군성에 가는 객선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산을 한 번 타고 불상 앞에서 한 번 절을 하고 오니, 고청운의 기분은 다시 좋아져서, 차분한 마음으로 복습을 할 수 있었다.
* * *
순식간에 7월 27일이 되었다. 8월 3일이 원시는 보는 날이었기 때문에 동생(童生)들은 먼저 군성에 가서 대기해야 했다.
이번에 시험 보러 가는 건 비교적 수월할 터였다. 상의를 마친 끝에 기본적으로 현학의 모든 동생들은 객선을 하나 빌려 군성에 가기로 했는데, 자신의 벗들도 불러 같이 시험을 보러 가기로 하여 뱃삯을 나누기로 했다.
방자명은 자발적으로 배를 빌리러 갔는데, 그의 인맥과 배경으로 쉽게 객선을 빌릴 수 있었다.
이번에도 고대하가 고청운을 따라가기로 했는데, 평소 그가 또래보다 성숙해도 아무래도 그의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가족들은 걱정이 되었다.
모두 모였을 때, 동생들은 옆에 한 사람씩 동행인을 데리고 왔는데, 자신의 족인이나 가족이었다. 집에 돈이 있는 이들은 서동(书童)이 따라오기도 하였다.
방자명 같은 경우에는 그의 집사와 어린 머슴이 따라왔다.
하겸죽의 동행인은 지난번에도 함께 했던 족숙으로, 고청운은 그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했다. 그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
가장 놀라운 건 조문헌이었는데, 그의 옆에도 서동이 하나 있었다.
고청운이 자신을 신기하게 바라보자, 조문헌은 원치 않는 듯 소개했다.
“이 아이는 우리 어머니가 준비해준 서동인데, 이름은 조삼이야. 나의 족제(*族弟: 동종 유복친 안에 들지 않고 같은 항렬에 나이가 어려 아우뻘이 되는 남자)인 셈인데, 집에 있을만한 상황이 못 되어 내게 왔어.”
‘족제?’
고청운은 마음속의 놀라움을 억누르고, 출중한 추측 능력으로 깨달았다. 조문헌은 어쩌면 신비한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사실 그는 이런 것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해만 되지 않으면 됐다.
그는 조문헌이 갑자기 남주인공 모드로 갚아야 하는 은혜나 복수해야 할 것들을 들이밀며 무고한 사제인 청운을 희생물로 삼는 것이었다. 그건 너무나도 역겨운 짓이었다.
좌우지간 이것은 그의 진짜 인생이었고, 그는 희생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바로 자신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면서 소설과 같은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고청운은 조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삼은 살짝 놀라더니 부끄러운 듯 웃으며 얼른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다시 조문헌 뒤로 돌아갔다.
그는 14살짜리 평범한 외모를 가진 소년으로,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으면 전혀 눈길이 가지 않았다. 신체는 왜소하고 얼굴은 누런빛을 띠었는데, 11살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키도 고청운과 비슷해 보였다.
고청운은 조삼의 집이 정말 가난해서 조문헌에게 갔다고 믿었다. 만약 가난하지 않다면 어떻게 이토록 마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몸 전체가 정말 깨끗했고, 입고 있는 베옷도 새로 지었지만 몸에 딱 맞았고, 그리고 언행을 보면 조문헌을 도울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의 가르침을 받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주의력을 조삼에게 두지 않았는데, 선주(*船主: 배의 주인)가 이미 그들에게 배에 오르라고 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배는 총 2층으로 큰 편이 아니었고, 안은 작은 방들로 나누어져 있었다. 선주는 이 층은 전문적으로 손님을 태우는 층이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각종 시설이 비교적 갖춰져 있는 편이었는데, 여기에는 식당, 변소, 씻는 곳이 포함되어 있었다.
고청운 부자는 이전처럼 방 한 칸을 같이 사용했다. 비록 조금 좁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묵을 만했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지난 번 부성에 갈 때보다 훨씬 더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울퉁불퉁한 길을 가는 것도 아니었고, 흙먼지도 없었다. 강 표면은 거의 고요한 편이었고, 순풍이 불어서 배의 속도로 매우 빨라서 육지로 3박 4일을 꼬박 가야하는 길을 이번에는 수로의 상황이 좋은 덕에 하루 반 정도만 할애했다.
모두들 그런 상황을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다. 순조로운 것이 좋은 징조라는 뜻이었다.
* * *
7월 29일 오후, 그들은 군성에 도착했다.
웅장한 성벽에는 알록달록한 흔적이 있었는데,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성벽 아래 서 있는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끼면서 알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고청운과 다른 이들 모두 부성에는 가본 적이 있었지만, 부성을 군성과 비교하니 볼 만한 게 없었다.
한 군의 수부(*首府: 지방행정의 중심지)일만 했다. 고청운은 속으로 매우 아쉬워했다. 6년 전만 해도 도화진은 월양부(越阳府)에 속했는데, 결국 나중에는 임양부(临阳府) 관할이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모두 수부 출신이었을 텐데. 하지만 이 시기엔 어디 소속이 되어도 모두 도화진의 가난한 상황을 개선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월양부와 임양부는 평급(平级)이었다. 월양부와 임양부 모두 시 정도 급에 속했지만 조정에서 월양부를 한 군의 중심지로 삼았고, 그 이후 월양부도 서서히 발전하게 되었다. 물론, 월양부는 수로 자체가 발전한 편이었고 교통이 비교적 편리한 편이었다. 건국 이래 줄곧 양호하게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월양군 전체에서 가장 발전한 곳이었다.
지금 대략 보기만 해도 월양부는 인구 유동성이나 번화 정도에서 임양부보다 2~3배 이상 차이가 났다.
다행히도 객잔의 가격은 2~3배가 뛰지 않았다.
하지만 중방 정도만 해도 이미 하루에 600문 정도였기 때문에 고청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거 해도 해도 너무 비싼 거 아니야? 많은 농가의 한 달 수입이 600문이 되지 않는데.’
그가 고대하를 쳐다보니, 그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집안 사정이 좋은 현학의 동창들은 이미 이곳에서 묵기로 정했고,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이들은 인사를 한 후 몇 명이서 짝을 지어 자리를 떠났다.
고청운은 방자명과 다른 이들을 보며 물었다.
“사형들께서는 이곳에 묵고 싶으신가요? 저랑 아버지는 조금 더 먼 곳으로 가려고 해요. 이곳은 너무 비싸네요.”
방자명은 부족함이 없었다. 그가 하겸죽과 다른 이들을 보니 모두 머뭇거리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성 입구에서 마차를 타고 시험장에서 가장 가까운 객잔으로 온 것이었고, 이곳에 묵는 이들은 대다수 동생들이라서 다른 이와 교류하기에 매우 편했다. 뿐만 아니라, 객잔의 환경 역시 매우 좋았지만 고청운이 이곳에 묵지 않는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명했으니……
방자명 뒤에 있는 방 집사도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청운이 웃었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의 경제상황을 숨긴 적이 없었다.
“저는 아버지랑 같이 있으니 걱정 하지마시고요. 저는 응시생들만 있는 객잔은 압박감이 커서 싫어요. 다리 하나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요. 저희는 먼저 갈게요. 묵을 곳을 찾으면 다시 알려 드릴게요.”
방자명과 다른 이들도 잠시 고민하다가 동의했다. 그들은 고청운 대신 숙박비를 내주고 싶었지만, 고청운이 분명 받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있는 척 하지 않는 고청운의 언행이 좋았다.
방자명이 말했다.
“그럼 묵을 곳을 찾은 후에 와서 알려줘. 내일 같이 관부에 가서 시험패를 만들고 문서 처리를 하기로 하자.”
고청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부자 둘은 나머지 세 사람에게 인사를 고한 후, 그제야 자리를 떠났다.
언제부턴가 이 작은 모임에서 방자명의 발언권이 가장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에는 보통 하겸죽이 나서서 말을 하고 그랬는데 말이다.
만물이 소리 없이 젖어가듯 천천히 이렇게 되었고,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고대하는 몸에 보따리를 짊어진 채로, 고청운의 손을 잡고 큰길을 걷고 있었다. 그는 음울한 표정을 지으며 무력한 말투로 말했다.
“아들아, 애비가 능력이 없으니 좋은 객잔에도 못 묵는구나.”
고청운은 그 말을 듣고 눈을 흘기며 말했다.
“이버지, 그런 말씀 마셔요.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우리 같은 집이 천하에 수도 없이 많은데, 공부 뒷바라지 할 수 있는 집이 몇이나 되겠어요? 공부 뒷바라지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스러워요. 그리고 좋은 곳에 못 묵고 조금 떨어지는 곳에 묵는 게 어때서요? 시험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요. 다른 사람들이 돈 있는 건 다른 사람의 일이고, 우리는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하다보면 돈 때문에 걱정하지 않을 날이 올 거예요.”
고대하는 매우 감동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무튼 제가 방금 전에 말한 건 다 진심이에요. 압박감이 너무 커서 응시생들로만 득실거리는 객잔에는 묵고 싶지 않아요.”
고청운은 12살의 어린 나이로 원시를 본다는 자체로 여러 사람의 의심을 받고,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이 분명 많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비록 그는 정말 이름을 날리고 싶었지만, 수재에 합격한 후에 이름을 날리고 싶었다. 11살에 동생이 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었다. 힘을 별로 들이지 않고 일찍이 사서오경을 달달 외우는 천재는 가끔씩 있었다.
방자명도 겨우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동생에 합격했다.
문풍이 대단한 지역에서도 12살의 수재는 비록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있긴 있었고, 9살짜리 수재 역시 출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동남부에 위치한 이 군은 국가 정치 중심인 경성과 거의 반대편에 있었고, 문풍이 센 곳이 아닌 남만(南蛮) 지역이었기 때문에 12살의 수재는 이미 찾아보기 매우 힘들었다.
고청운은 불필요한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았고, 혹여 라도 누군가 자신의 훌륭한 점을 보지 못하고 동생 자질이 없다고 할까봐, 현학에서처럼 화려한 털을 자랑하는 공작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미 본 실력으로 겨룰 때가 되어 십 며칠 후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지금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스스로가 진짜 실력이 있는지 증명해야 하는 일보다, 조용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차분한 마음으로 시험에 응시해야 했다.
그가 시험을 보러 오기 전에 고씨 가문에서 자신에게 준 은자만 떠올려도 엄청난 압박감이 몰려왔다.
그가 이번에 군성에 와서 시험을 보는데 총 36개의 은자를 가져왔다. 집안에서 내어준 25냥 외에 5냥은 자신이 모은 돈과 어머니 아버지가 모으신 비상금이었고, 나머지 4냥은 다른 사방(四房)사람들이 준 돈이었다. 이는 고씨 일가족의 그에 대한 투자와 지지인 셈이었다.
돈은 비록 많지는 않지만, 고씨 가문의 다른 세 집은 그들보다 생활 여건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고, 혈연관계도 비교적 먼 편이었지만, 은자를 이 정도 낸 것만 해도 이미 매우 잘해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