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방씨 집안
섣달 그믐날이 지난 후, 시간이 지나 어느새 2월이 되었다. 고청명과 조옥당은 함께 현시를 보러 현성에 갔고, 모두 순조롭게 합격을 했다. 단지 고청명의 석차가 좋지 않아서 뒤쪽에 있었고, 조옥당은 이번에 중간 정도로 자리매김을 했다. 좌우지간 그들에게는 매우 큰 힘이 되는 일이었다.
또한 청명절 전후로 수전에 모내기를 마쳤다. 시끌벅적한 와중에 대아는 시집을 갔다.
고청운의 키가 아직 다 자라지 않아서, 고청명이 대신 대아를 업고 문밖을 나가서 수레에 태운 후 함께 수레를 따라 신랑 집으로 갔다.
마지막으로 주례인이 ‘신혼방 입성’이라고 큰 소리로 이야기 할 때, 고청운은 큰누이가 붉디붉은 혼례복을 입고 문 뒤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는데, 마음에 허전함을 느꼈다.
큰누이는 이렇게 시집을 가버렸고, 이제 돌아오면 손님이었다. 이런 느낌은 어떠한 말로도 형용하기 어려웠다.
“신부의 친동생이죠? 정말 어리네요. 옆에 있는 형제 둘은 사촌지간이라고 하던데, 이 아이는 허약해 보여요."
한 부인이 수군거렸다.
“아이고, 양보다는 질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런 남동생 하나만 있으면 됐지. 이 아이가 글쎄…… 우리 현의 동생(童生) 고청운이에요!”
“이 애가 바로 그 고청운이라고요? 이렇게 생겼군요. 보기 좋네요. 보니까 신부도 예쁘게 생겼고요.”
……
고청운은 아직 감상에 잠겨 있다가, 옆에 있는 손님들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
십 일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만에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때쯤, 그는 조옥당의 혼인식에 참석했다.
혼례는 매우 떠들썩했는데, 신랑이 개두(*蓋頭: 혼례식 때 신부의 머리를 가리는 붉은 천)를 올릴 때 손님들은 신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부는 하얗고 보드라운 피부를 지닌 아름다운 소녀였는데, 조옥당을 보고 웃는 모습에 고청운과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크게 웃었다.
시끌벅적한 축제가 지나가니 조용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청운과 다른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와서 공부를 하며 올해 8월 달에 있는 원시를 기다렸다.
그동안의 태도가 좋았기 때문에, 고청운과 조문헌은 반년을 채운 후에도 상반기의 학비만 보충하면 현학에 남아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현학에서 배우는 게 낫다고 여겨 모두 남기로 했다.
* * *
“악, 목젖이 나왔다! 목젖이 나오다니!”
유월의 어느 날 아침, 고청운이 아침 단련을 마치고 돌아와서 얼굴을 씻다가 자신의 목에 딱딱한 게 만져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뭔지 몰라서 반응이 없다가 몇 번 만져본 후에야, 파악을 하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같은 방을 쓰던 조문헌과 옆방에 있는 하겸죽이 모두 빠르게 방에서 나왔고, 고청운이 자신의 목을 만지면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다.
“하하하!”
다들 거의 땅에 쓰러질 듯 배를 잡고 크게 웃었다.
“청운아, 이미 열 두 살이니 목젖이 날만도 하지. 매우 정상적인 거야. 앞으로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많다고.”
스무 살이 된 한 젊은 남자가 웃으며 말했고, 그를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눈을 찡긋 감았다.
모두 또 웃기 시작하더니, 다 같이 턱을 들고 자신의 목젖을 만지며 웃으며 말했다.
“봐, 다들 목젖이 있잖아. 겁먹지 마.”
모두 고청운이 놀라서 그런 줄 알았을 뿐, 공포로 여기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고청운은 씁쓸하게 웃으며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 다음, 자신이 성장한 것에 대해 기쁜 척을 했다.
아침 시간 동안 자신이 목젖이 나와 놀란 일이 교유의 귀에 들어갔고, 식당의 잡공들도 이 소식을 듣고 나서 그를 웃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심지어 식당의 주인아주머니도 그에게 더 많이 먹으라면서 밥을 많이 주었다.
고청운은 절망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일어난 일이니, 눈물을 머금고서라도 참아야했다.
수업이 끝난 후, 방자명이 고청운을 찾아와서 먼저 한참동안 그를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올해 확실히 키가 큰 것 같네. 얼굴도 전처럼 동글하지도 않고.”
고청운은 상대방이 자신을 비웃지 않는 것을 보고 역시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몸이 천천히 늘어나고 있나 봐요.”
그는 한참동안 목젖이 난 일로 심난해 할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매우 놀랐지만 금세 담담해졌다. 오히려 ‘올 것이 드디어 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누구나 매일 서서 오줌을 누고 자신의 그곳을 만지다보면 쉽게 잠잠해질 터였다. 이 역시 몸에 있는 일부분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사람은 자기 몸에 있는 기관을 쉽사리 미워하지 않았다. 그저 그곳이 완벽하지 않다거나 예쁘지 않다고 불평하는 게 다였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시대에서는 정말 남자로 사는 게 여자로 사는 것보다 훨씬 자유롭다는 것이었다. 그는 동창들과 함께 물건을 사러 가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나들이를 가는 등 일정한 사교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자로 인해 잘살게 되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닌, 자신의 노력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달랐다.
그래서 고청운은 처음에는 살짝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적응을 했다.
이런 작은 일들을 일단락 짓고, 두 사람은 다시 공부 이야기를 했다. 고청운이 시 짓는 능력에 대해 불평을 하니, 방자명이 얼마 전에 시집을 사왔는데 그에게 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청운이 막 내일 가져다가 보여 달라고 말하려고 하던 참에, 방자명이 집에 와서 봐도 된다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방씨 가문 서가에 빽빽이 꽂힌 책을 생각하자, 고청운은 거절하려던 말을 삼키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자명은 하겸죽도 불렀다. 조문헌과는 잘 맞지 않았고, 그를 불렀다고 한들 그 역시 자연스럽게 같이 가지 않았을 것이었다.
고청운은 사실 속으로 이상하게 여겼다. 조문헌과 방자명은 별 다른 소통을 하지 않는데도, 어째서 평소에 서로에게 화가 나 있는 것일까.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이상했다. 말을 주고받았고, 공부 이야기도 같이 했지만, 사적으로는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 방자명이 집으로 초대한 것은 처음이 아닌데, 조문헌은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
고청운은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그들의 관계에 호기심을 갖지 않았다.
그들은 먼저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기로 했는데, 이는 고청운과 하겸죽이 고집을 부린 것이었다. 이따가 분명 저녁식사는 그의 집에서 먹을 텐데, 하루 종일 남의 집에서 밥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 *
방씨 집안 저택이 차지하는 면적은 매우 컸다. 가림벽, 회랑, 화원, 연못 등이 전부 있었는데, 고청운에게 이곳은 작은 공원과도 같았다. 현성에 이렇게 큰 면적의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니. 현성의 집값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은전이 필요했다.
‘부자구나!’
그와 하겸숙은 먼저 방자명의 어머니 왕 씨에게 안부 인사를 올린 후, 방자명의 책방에 갔다.
방자명의 책방에서는 매우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었다. 뜨거운 물, 찻물, 간식이 있었고 환경도 편안한데다가 머슴이 시중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청운과 하겸죽은 적응을 하지 못해서, 방자명은 머슴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들은 열심히 책을 보기 시작했다.
고청운은 이번 조대의 시인이 새로 낸 시집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지만, 단조롭고 재미가 없다고 느꼈고 두통이 오는 듯 했다. 아무리 봐도 다 그런 내용뿐이었다. 시를 잘 쓰는 방법 같은 내용은 왜 안 쓰는 걸까? 단순히 시의 내용을 써놓는다고 한들 무슨 소용인가. 그가 베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그는 일어나서 서가에서 아무 책이나 들여다보았다.
그가 시집 한 권을 막 꺼내서 펴보니 날개 부분에 백색 편지지가 꽂혀 있었고, 위에는 시 한 수가 적혀져 있었다. 즐겁고 경쾌한 내용으로, 여름날의 벌레 울음소리가 음악이 된다는 것이었다. 고청운은 한 번 읽었는데도 바로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어떤 속뜻이 있는 듯 했고, 자연스럽고 순박한 느낌이었다. 막 방자명의 시 짓는 실력이 또 늘었다고 칭찬하려던 찰나, 다시 생각해보니 이 글자체는 방자명 것이 아니었다. 비슷하긴 했지만 조금 더 여성스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방은 방자명이 홀로 쓰는 곳이었다. 방 거인의 책방은 이곳에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자명의 누이나 여동생인가?
고청운은 아무 것도 못 본 체 하기로 하고, 백색 편지지를 원래 있던 곳에 돌려놓은 후 책을 제자리에 두고서는 다른 책을 찾아봤다.
저녁을 먹을 때, 고청운은 방 거인을 보았다.
이미 수차례 본 적이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유전은 정말 흥미로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방 거인은 약 34~35세 정도 되어 보였고, 키가 크고 다소 말랐으며 성숙하고 조용한 기질을 갖고 있어 보였다. 함께 있으면 그가 전통적이며 엄숙한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으나, 외모는 매우 평범했다. 방자명과 방 거인은 거의 닮은 곳이 없었다. 방자명은 오히려 그의 어머니를 매우 닮았다.
왕 씨는 엄청난 미인이었다. 하지만 방자명은 어머니를 닮았어도 계집애 같지 않은 미소년처럼 생겼다. 그들이 함께 길거리에 나서면, 그는 항상 가장 주목을 받았지만 아무도 그를 여자로 보지는 않았다.
식당 중간을 병풍으로 나누어 한 편에서는 여식들이 식사를 했다. 그래서 고청운과 하겸죽은 반대편에는 누가 있는지 알 수 없었고, 그쪽은 그저 조용한 움직임만 있었다. 하지만 왕 씨가 있는 건 분명했다.
방 거인은 그들과 몇 마디 나눈 후 가장 먼저 젓가락을 들었고, 그제야 다들 숟가락을 들고 식사를 했다.
식탁에서 자신을 몰래 쳐다보는 이를 고청운은 무시하기로 했다.
그렇다, 식탁에는 또 다른 주인이 있었다. 그는 고청운이 현시를 볼 때 맞은 편에 앉았던 소년으로, 당시 호탕하게 옷을 벗은 후 먼지를 닦았었다.
일 년이 지났지만 소년은 여전했다. 살짝 통통했고 그는 방 거인을 많이 닮은 듯 했다. 하지만 외모를 논하자면 방자명을 따라갈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잘생긴 편이었다.
이는 방자명의 배 다른 형으로, 방씨 집안의 서자 방자뢰였다.
고청운이 고대에서 소위 서자를 본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현학 동창 중에서도 이런 신분이 있었지만, 방자명 집안에도 이런 상황이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방 거인은 엄숙하며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항상 자신의 겉보기를 중요시 했는데, 그에게 첩실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서자인데 장자라는 점이 가장 의문이었다. 그는 현성에서 돌아다니면서 이런 저런 소문을 자주 듣고 지금 풍습은 여전히 이전 조대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인은 일처일첩을 가지고 있지만, 보통 본처에 대한 존중의 뜻으로 적장자가 태어난 후에야 첩실이 아들을 낳을 수 있었다.
방씨 집안의 사례를 보니 고청운은 그저 자신이 순진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방 거인이 보수적인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가 보수적인 줄 알았는데, 그가 뒤로는 매우…… 그럴 줄 몰랐다.
방자뢰와 방자명의 형제 관계는 겉으로 보기에는 꽤 좋아보였다. 그저 고청운이 시험장에서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아마 방자뢰를 화나게 해서 그런지, 방자뢰는 혼자서 자신을 미워하고 있을 뿐이었다.
저녁에 현학에 돌아가는 동안, 하겸죽은 고청운에게 어떤 상황인지를 물었다. 알고 보니 식탁에서 고청운 옆에 앉아 있을 때 그 역시 방자뢰의 눈빛을 느꼈던 것이었다.
고청운이 사실대로 말하자, 하겸죽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그들 형제 일에 신경 쓰지 말자. 어차피 지금은 자명 형하고만 교류가 있으니까.”
고청운은 그 말에 매우 동의했다. 자신의 일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닌데, 남의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