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준비하다 (2)
저녁 때 고청운은 소진씨가 큰누이의 예물로 자신의 뒷바라지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심경이 매우 복잡해졌다.
“어머니, 그건 안 되죠. 혼수는 여인의 평생을 좌지우지하는 일이니, 우리가 오히려 큰누이 혼수를 더 많이 해서 보내야죠. 그래야 시댁에서 허리를 꼿꼿이 피고 살지요.”
고청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무튼 전 동의 못해요. 동창이 알면 우리 집이 여인을 파는 집안이라고 비웃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그들 앞에서 저는 얼굴도 못 들고 다녀요.”
“정말이니?”
노진씨가 크게 의심하면서 말했다.
“오랜 시간 동안 농촌에서는 딸을 다 그렇게 시집보냈는데, 왜 우리 집만 안 된다는 게냐? 전부 다 판다는 것도 아니고 일부는 혼수로 보낼 건데 이 정도만 해도 마을 안에 있는 다른 여자아이들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 시집갈 때 새 옷 한 벌만 입은 채로 보따리 하나 들고 따라 가는 경우도 많단다.”
고청운은 심호흡을 한 번 하면서 스스로에게 화를 내지 말자고 상기시켰다. 그는 소진씨를 끌어 자리에 앉아서 부드럽게 말했다.
“어머니, 그들이 우리와 같은가요? 우리는 곧 출신 가문이 바뀌어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 텐데요. 지식인의 명성은 매우 중요해요. 이 일은 제 말을 들어주세요. 우리는 오히려 혼수를 더해서 보내야 해요. 그래야 하씨 가문에서는 우리 가문을 딸에게 잘해주는 화목하고 관대한 집안으로 생각하고 기꺼이 왕래를 하려고 하죠.”
그는 이런 말을 하면서 소진씨가 명성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을 했다.
“나도 물론 명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 하지만 시골구석에서는…… 다 그렇게 하는데 나라고 그리 못할 게 뭐니?”
소진씨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그녀가 시집올 때도 혼수를 얼마 가져오지 않았는데도, 여태껏 잘 살지 않았는가? 고씨 가문에서도 이걸 가지고 뭐라고 한 적이 없었다.
“아니고, 어머니, 그때랑 시대가 다르지요. 누이는 이번에 진으로 시집가니 분명 다른 마을로 시집가는 것과 다를 거예요. 아무튼 어머니 먼저 하씨 집안에 가서 혼수에 대한 일을 알아보시고,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혼수를 준비하도록 하셔요.”
고청운은 결국 이렇게 밖에 말 할 수 없었다. 물론, 자신의 능력에 맞춰 준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하는 것을 보고 한시름 덜 수 있었다.
“아무튼 너는 어려서부터 걱정을 너무 많이 했다니까. 이런 일조차 관여하다니. 너는 열심히 공부하는 게 본분이야. 네 큰누이도 내 몸에서 떨어져 나온 살인데 내가 서운하게 대할 것 같니?”
소진씨가 그의 이마를 두드리며 매우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다.
고청운은 그저 입을 벌리고 웃기만 했는데, 이번에 집에 돌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날, 고청운은 또 다시 아버지에게 같은 이야기를 한 번 더 했다.
* * *
현학으로 돌아와서 고청운은 매일 시간을 내어 책을 베끼는 것 외에 다른 때는 열심히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하겸죽, 조문헌, 그리고 방자명은 그에게 매우 큰 보탬이 되었다.
매번 그가 공부를 하다가 답답한 마음이 들 때, 그들이 지칠 줄 모르고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은 격려가 되곤 했다.
그는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의에 대한 문제가 있으면, 가끔 방자명에게 가르침을 특별히 청하기도 했다.
방자명은 일부러 문제를 내서 그를 시험했다. 고청운이 문제를 푼 후에 그는 자세히 보고 신음하다가 다시 말했다.
“경서에는 한진구주(汉晋旧注), 당인의소(唐人义疏)와 주희주해(朱熹注解)등등이 있는데, 답이 느린 건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몰라서 그런 거니?”
고청운은 그 말을 듣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맞아요, 그게 바로 문제예요. 스승님마다 각기 다른 이해를 가지고 있고, 대가들은 가끔 문장도 다르게 끊어 읽는데, 답을 할 때 어떤 걸 선택하면 좋을까요?”
이는 표준 답안이 있는 문제만 풀어본 사람에게는 선택 장애가 생기게 하는 심각한 문제였다.
“하하, 그건 조정에서 어떤 주해를 보는 지에 따라 답하면 돼. 아버지께서는 지금은 새로운 조대라서 이 방면에서 아직 조정에서 내비친 편향이 없다고 말씀하셨어. 다들 그래서 찾고 있고, 조당에서 대인들이 심각하게 옥신각신하고 있기도 하지. 그래서 우리는 시험을 볼 때 주임 시험관이 어떤 파의 경주를 추앙하는지 잘 알아야 해. 물론 가끔은 답을 할 줄 알면 주임 시험관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점수를 줄 거야. 좌우지간 혼자서 채점을 하는 건 아니니까. 이 부분은 나도 도울 수가 없어. 나도 공부하는 단계에 있으니까.”
비록 방자명은 이렇게 말했지만, 고청운은 여전히 그가 자신에게 준 도움에 감사했다.
“책을 더 많이 읽는 걸 추천할게. <설문(说文)>, <이아(尔雅)> 그리고 자학(子学)과 사학(史学)도 많이 알아둘 필요가 있어.”
고청운은 순간 마음이 가라앉았다. 사서오경을 공부하느라 너무 고생해서 다른 책은 아직 접하지 못하다가 현학에서 드디어 조금 접했다. 하지만 시간이 모자라서 그저 훑어보는 정도였는데, 이 역시 그저 이전의 지식을 공고히 하는 정도였다.
자학이라고? <노자>, <장자>, <한비자>, <순자>도 제대로 접하질 못했는데 사학은 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이전 조대의 역사를 조금 들여다보았고, 나머지는 전생에서 보았던 잡다한 지식이었다.
게다가 스승님들께서는 그들에게 그 책들을 보는 것을 권유하지 않았다. 수재가 되고 나서 다시 배우는 게 비교적 낫다고 하셨는데, 지금 보면 부담만 커지고 원시에는 이쪽 내용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번 조대의 율법서를 볼 마음의 여유가 있니?”
고청운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방자명은 그의 책상 아래에 있는 책들을 들춰보다가 이미 해질 대로 해진 이번 조대 율법서를 발견했다. 그 책을 펼쳐보니 옆에는 주석이 달려 있었는데, 손으로 쓴 필적을 보니 고청운이 쓴 것이었다.
고청운이 정신을 차리고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율법을 제대로 알아야 무엇을 하면 되고 안 되는지를 알 수 있어서요. 이건 제가 쉴 때 읽는 책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화본(*话本: 통속적인 글로 쓰여진 소설)을 보는데 저는 이 책 보는 걸 좋아해요.”
“율법서는 다들 수재가 되고 나서야 읽는데, 지금 읽으면 나중에 조금 수월하겠지. 거인 때 율법서를 시험 보는데, 비중이 얼마나 큰지 모르겠네.”
방자명이 웃었다.
고청운 역시 웃었는데 이것이 바로 많은 수재들이 거인에 합격하지 못하면 사야(师爷) 혹은 송사(*讼师: 변호사)가 되는 주요 원인이었다.
두 사람은 또 이야기를 나누었고, 고청운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이 더 심화되었다고 느꼈다. 전처럼 억지로 암기하는 방식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어쩐지 공부의 길에서 좋은 스승과 유익한 벗을 가지는 게 가장 좋다고 하더니, 옛사람들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 * *
이 한 해 동안 고씨 집안사람들은 여전히 소박하게 지냈고, 옷이 다 해질 정도가 아니면 천을 덧대거나 새 옷을 입지 않고, 짠 베천은 모두 가져다가 돈과 맞바꾸었다. 먹는 건 일반 마을 사람보다 조금 더 잘 먹었다.
집에서는 고백산네로부터 은자 30냥을 꾸어서 부두 부근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미 한 칸을 다 지었는데, 땅 한 묘가 보기엔 커보여도 막상 사용하려니 좁게 느껴졌다.
앞면은 점포, 뒷면은 마당, 작업장, 묵는 방, 창고, 화장실 등이 있었는데 돈이 있으면 우물을 뚫었고 이것만으로도 이미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했다.
고계산은 결국 스스로 작은 장사를 할 계획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부두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으니 포자와 호빵 같은 것만 팔아도, 적당한 크기에 맛만 있으면 잘 팔릴 건 분명했다.
이 외 두 묘의 땅에 지을 집은 주로 주거용이었다. 고씨 집안은 본래 집을 다 짓고 나면 세를 주려고 했지만, 그곳은 부두와 비교적 멀고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객상에게 단기적으로 세를 주면, 집이 크고 현성과 부두와 모두 가까우니 화물 같은 것을 보관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상황은 때가 되어야 알 수 있으니 지금은 그저 계획만 세워볼 뿐이었다.
고백산네 집도 같이 짓기 시작했는데, 건축설계 도면을 같이 사면 조금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었고, 고계산이 집 짓는 걸 지켜보는 것을 도울 수도 있었다.
고백산네는 장사할 계획이 없었고 세를 주려고 했기 때문에 세만 받으면 되었다.
새로운 수입을 벌 준비를 하고 있으니, 빚을 지고 있어도 모두 희망에 부푼 채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대아의 혼사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예물에서 은팔찌를 대아에게 주고, 예금에서 일부분으로 대아 몫으로 솜이불 두 채, 베개, 면포 몇 필, 반짇고리 등을 산 후, 고계산과 고대하는 대아에게 옷장, 화장대, 의자 그리고 여러 잡다한 물건들을 준비해주었다.
이 외에는 은자 1냥의 압상은(*压箱银: 중국 고대 혼례 풍습중 하나로 혼인이 성사될 때 신랑 측이 신부 측에 사례금과 예물을 주고 신부 측에서 상자 안에 돈을 넣어두는 돈을 지칭)이 있었다. 비록 대아 미래 형님이 될만한 분의 혼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많이 차이가 나는 건 아니었다. 지금 집에는 빚이 있었고, 이아와 삼아 역시 곧 자랄 것이고, 고청운의 미래가 불확실했기 때문에 고청운의 당부에도 고씨 집안은 혼수를 많이 낼 수가 없었다.
고청운 역시 딱히 큰누이에게 줄만한 것이 없었다. 가지고 있는 돈도 얼마 없어서, 글을 익히는 책 몇 권을 베끼고는 위에 주석을 달아서 주었다.
대아는 이 선물을 받으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자야, 정말 고마워. 이 선물 정말 마음에 들어.”
고청운은 웃으면서 역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큰누이, 그곳에 가서 잘 살아야해. 지금 혼수는 많지 않지만, 나중에 내가······”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로 내뱉지 않았다. 만약 나중에 돈과 권력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큰누이를 도울 수 있을 테지만, 만약 돈과 권력이 없다면 지금 말을 많이 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아무튼 그가 바로 서기만 한다면, 고대에서 그가 바로 대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었다.
“이미 훌륭한 걸. 마을에서 가장 좋은 혼수라서 다른 아이들이 매우 부러워 해.”
대아가 얼굴을 붉히며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고청운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에는 아쉬움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