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42)화 (42/504)

42화. 현학

고청운과 조문헌은 회색 옷을 입은 머슴을 쫓아 가림벽을 돌아서 장랑을 따라 쭉 걸었다. 두 사람은 매우 안절부절못하며 시선을 마음대로 하지도 못한 채 그저 시선을 내리깔고 편청(*偏厅: 손님을 맞이하는 곳)까지 걷다가, 그곳에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유 현령이 아직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 그들을 볼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고청운은 여전히 유 현령의 거처가 매우 간소하다고 여겼다. 화단에는 키우기 편한 화초 몇 종류만 심어져 있었고, 방 안의 장식은 상상했던 것처럼 화려하거나 우아하지 않았고, 그저 하 수재가의 접객청처럼 생겨서 그들은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편청 안에서 고청운과 조문헌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가끔씩 차를 마셨는데, 모방(*茅房: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까 봐 물을 많이 마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고청운은  유 현령을 그래도 매우 존경했다. 그는 이곳에 부임한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백성들의 가죽을 벗겨먹는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고 오히려 길을 수리하고 농사일을 돌보고, 지금은 또 부두를 고치고 수로를 개통하는 일을 시작했다. 

반 시진이 지나고 나서야 유 현령은 그들을 볼 여유가 생겼다. 

두 사람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을 한 후, 다시 일어나 경건한 자세로 섰다. 

그들은 일찍이 유 현령을 본 적이 있었다. 현시를 칠 때 현장에서 그가 말하는 것도 들었다. 물론 그는 분명 그들을 기억하지 못할 터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이렇게 빤히 훑어보지는 않을 테니. 

유 현령은 올해 약 마흔 살 밖에 되지 않았다. 관리를 하는 자에겐 이 나잇대는 젊고 기력이 왕성한 때였지만, 눈앞의 현령은 구레나룻가 하얗게 세어 있었고, 이마에도 주름이 잡혀있었다.

인사를 하는 과정은 매우 간단했다. 그의 태도는 꽤 온화했고, 젊은 나이에 실력이 대단하다며 칭찬을 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할 법한 말을 건네서 두 사람 모두 마음속으로 한시름 놓았다. 

그저 문책을 당하지 않으면 되었다. 비록 자신이 분명 잘못한 일은 없었지만, 갑자기 한 현의 지도자를 보는 일은 여전히 긴장되는 일이었다. 전생에서 고청운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았던 높은 공무원은 현 위원회 서기였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고대에서 현령은 그저 7품관에 불과했지만, 현대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닿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큰인물이었다. 

두 사람의 학업 진행 상황을 물어본 후, 유 현령은 잠시 침묵했다. 

고청운과 조문헌은 그저 조용히 기다렸다. 

“본관이 보아하니 기초가 튼실한 것 같구나. 모두 본현의 실력 있는 청년들이니 기회를 줄 수 있겠다. 현학에 둘을 추천해서 먼저 반년 동안 공부하고 돌아와서 상황을 보고 결정하려는데, 그대들이 듣기엔 어떠한가?"

고청운과 조문헌은 이 말을 듣고 서로를 바라보다가 매우 기뻐하며 바로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현존 대인의 보살핌에 감사드립니다. 학생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동의했다.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현학에 가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어서 그저 미룰 뿐이었다. 하겸죽은 지난달에 이미 현학에 들어갔고,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고 들었다. 

하씨 가문에는 두 명의 수재가 있었는데, 이 중 하나가 이정이었기에 현성에 인맥이 있는 게 분명했다. 

반면 고청운과 조문헌은 그런 인맥이 없었다. 고청운에 비해 조문헌은 홀어머니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인맥을 찾으려고 해도 누구를 찾아야 할지 몰랐다. 

“좋다. 그럼 현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 8월에 수재에 합격하여 본현을 빛내주길 바란다.”

말을 마친 후, 유 현령 뒤에 있던 수종이 편지 봉투 두 장을 꺼내서는 그들에게 주었다. 그리고 유 현령은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기쁘게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알현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현아 입구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유 현령이 어찌 그들에게 기회를 주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편지 한 통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 편지는 추천서와 비슷한 것으로, 이 편지가 있으면 일반적으로 교유는 그들의 입학을 거절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고대하에게 말하니 그는 더욱 기뻐했다. 누구나 현학은 임산현 전체에서 학문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을 알았고, 고청운이 그곳에서 공부하면 분명 크게 성장할 것이었다. 

두 사람은 내친 김에 바로 현학에 가서 일처리를 하고 있는 교유를 찾았다. 역시나 그는 유 현령의 서신을 보고 흔쾌히 동의하며, 내일 짐을 가져와서 비용처리를 하면 바로 입학할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 

오후에 집에 돌아간 후, 고씨 집안은 바로 사례품을 준비하여 이정 가문에 전달해주면서 도움을 준 것에 감사함을 표했다. 하 이정은 처음엔 거절하다가, 결국 받아들였다. 

고청운이 현학에서 공부하는 일은 이미 정해졌고, 그는 현학에서 반년 동안 공부하면서 학사에 기거하기로 했다. 

비록 반년 동안의 학비는 5냥에 달했고, 기숙비용과 식비를 합산하면 반년만 해도 이미 10냥이었다. 하지만 투자를 해야 결과가 있는 법. 고씨 집안사람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서 조금도 비싸다고 여기지 않고, 얻기 힘든 기회를 얻었다며 좋아했다.

고청운이 수재가 되는 고지가 바로 눈앞에 보였다. 만약 내년에 합격하면 집 안의 토지는 면세가 되고, 그럼 매년마다 꽤 많은 은전을 아낄 수 있었다. 하 수재 역시 계산을 해보았는데, 고청운이 운이 좋으면 내년에 바로 수재에 합격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운이 안 좋으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합격할 확률이 비교적 높았는데, 이제 현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니 합격할 확률이 더욱 높아졌다. 

고청운은 저도 모르게 늠생(禀生)을 목표로 삼았고, 늠생이 되려면 더 좋은 성적이 필요했다.

현학은 현아 근처에 있었다. 주위 거주 지역으로 예방과 가까이 있어서 시끌벅적하면서도 고요했다. 그곳엔 푸릇한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고, 면적은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원락(院落)에도 3진(三进)이 있었다. 1진은 동생들이 기거하고 학습하는 곳, 2진은 교유, 훈도(训导), 학정(学正), 그리고 교수가 일을 보는 곳, 3진은 수재들이 학습하고 기거하는 곳이었다. 

고청운과 조문헌은 3진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들이 지난번에 간 곳은 2진이었고, 지금은 1진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훈도는 대학에서 조교와 같은 역할이었다. 이때 이 훈도는 그들을 거처에 데려다 준 후, 현학의 규장제도를 설명해주고 자리를 떠났다. 

고청운과 조문헌은 같은 방에 배정이 되었다. 안에는 침상 두 개와 팔선상 두 개, 그리고 의자 네 개가 있었는데 이는 방을 둘로 나누어서 각각 한쪽씩 쓰라는 의미였다. 둘 다 방을 퍽 마음에 들어 했다. 

“다음에 집에 다녀올 때 할아버지한테 나무든 대나무로든 병풍을 만들어 달라고 할게요. 방 중간에 놓으면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거 같아요.”

고청운은 자세히 관찰한 후 말했다. 

그는 여전히 개인적인 공간이 있기를 바랐다. 

조문헌도 그 말을 듣고 매우 찬성했다. 

물건을 정리하자마자 하겸죽이 경쾌한 걸음으로 들어오면서 웃으며 말했다. 

“둘 다 왔구나. 정말 너무 좋다! 나는 바로 옆방에 묵으니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겠어.”

그는 매우 기쁜 내색을 했는데, 이는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얼마 전에도 밖에서 따로 만난 적이 있었으나, 이번에 현학에서 다시 모일 수 있어서 세 사람 모두 매우 기뻐했다. 

“옥당 형과 청명이만 빼고 모두 모였네요.”

하겸죽이 한 마디 더하며 방을 한번 둘러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옆방에 있는 내 방이랑 배치가 똑같네.”

고청운은 살짝 웃었다. 만약 조옥당이 그들을 빨리 따라 잡지 않으면 앞으로 그들 간의 간격은 점점 더 벌어질 것이었다. 마치 큰할아버지와 그의 할아버지처럼 함께 시험을 보았지만, 지금은 격차가 매우 현저한 것처럼 말이다.

고청운은 전생에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더 이상 이 화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고청운은 하겸죽으로부터 현학에 관한 일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우리 현의 수재는 열 몇 명 정도로 많이 않아. 계속해서 거인이 되려고 시험을 보는 사람도 열 명 남짓으로, 만약 거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현학에 와야 하지. 매년 학관의 감독 고시를 통과해야 하고, 이번 향시에 참가하고 싶으면 먼저 과고선발을 거쳐야 하는데, 모든 수재가 향시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야. 우리 스승님처럼 향시에 응시할 생각이 없으면 오지 않아도 되고, 이 수재처럼 계속 응시할 생각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현학에 와야 하지. 매년 한 번씩 응시를 해야 하고 말이야.”

하겸죽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매우 놀랐다. 수재가 되어서도 매년마다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니.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생각이 없지 않은 이상, 거인이 될 때까지 계속 시험을 보아야 했다. 

“현학에는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이 많지 않아. 평소에는 수재 그림자조차 볼 수 없고, 교수나 교유가 수업할 때만 와. 게다가 우리 현은 하현이라서 정원이 20명인데, 수재는 20명이 채 안되니 우리 동생들이 이곳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거야.”

고청운은 하겸죽의 설명을 모두 이해했다. 그저 현학일지라고 해도 고견의 학문이 안에 있었다. 그들과 같은 동생은 현학의 정식 제자는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이곳에 와서 보습을 하는 자들로, 학적이 현학 등기부에 있지 않았다. 그래서 현학에 학비만 낼 수재들과는 달리 별도로 학비를 내야 했다. 심지어 어떤 수재들은 조정의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수재도 등급이 나뉘었다. 현학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은 모두 ‘생원’이라고 불렸는데, 이는 늠선생(廪膳生), 증광생(增广生), 부학생(附学生) 세 부류로 나뉘었다. 

늠선생은 현학에서 있는 기간 동안 관부에서 제공받는 식사를 누릴 수 있었다. 임산현에는 늠선생이 두 명 뿐이었고, 한 명은 그들이 현시를 볼 때 보증을 서준 이였다. 이런 늠선생은 원시를 볼 때 전체 군성에서 상위권에 위치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나라에서 매달 1~2냥 은자와 쌀 3포대를 수령할 수 있었다. 

증광생은 교육대현에만 나타났다. 현학의 정원이 부족한데 입학하고자 하는 수재가 많으면 어떻게 할까? 그렇게 되면 현학에서는 증광 인수를 늘렸다. 늠선생의 원래 정원을 두 배로 늘리고 증광생으로 칭했다. 그들은 늠선 대우를 받지 않고 보조금도 없었지만, 현학에 학비는 낼 필요가 없었고, 숙박비와 식비만 내면 되었다. 

만약 그래도 수재가 많다면, 현학은 또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받았는데, 이는 늠선생, 증광생 정원 외의 추가된 학생으로 부학생이라고 불렀다. 

부학생은 정원 제한이 없었다. 처음에 입학한 자는 모두 부학생이었고, 시험을 치르고 성적이 우수하면 차례대로 증광생원과 늠선생원이 될 수 있었다. 

고청운은 지금 현학의 생원 정원이 다 차지 않아 그들과 같은 동생도 입학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현학은 부학생을 찾을 수가 없어서 수입이 없어, 그들과 같은 동생이 이곳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지금 몇 명이나 되는 동생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어?”

조문헌은 중점을 잡았다. 

하겸죽은 미소를 지으며 부채질을 했다. 

“우리 과에서 임양부 고시를 치른 사람은 20명밖에 안 되잖아. 지금 우리를 포함한 7명만이 동생에 합격했지만, 전부 다 현학에 올 수 있는 건 아니지. 앞에 몇 과의 동생들을 합쳐봤자 15명밖에 안되는데, 나이가 서른인 두 명 말고는 나머지는 다 젊은 편이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편이야.”

그는 매우 감격한 말투로 말했다. 

“청운아, 문헌아, 이번에 잘 왔어. 이곳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난 정말 얻은 게 많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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