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나루터 (2)
“큰할아버지, 전에 강가에 작은 부두가 있다고 하셨죠?”
고청운은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나서 급히 물었다.
“나중에는 왜 안 쓰게 된 거예요?”
고백산은 왜 고청운이 이런 데 관심을 갖는 지 알 수 없었지만 곰곰이 생각하다가 답했다.
“나도 오래된 벗의 이야기를 들은 건데, 아마도 이전 조대 때는 이곳에 나루터가 있었나보다. 과거에 한동안 지나가는 배는 이곳에서만 정착을 할 수 있었는데, 당시 현성은 아직 작은 진이라서 진의 많은 사람들이 뱃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걸로 연명을 했지. 하지만 그런 좋은 날들은 오래 가지 못했다. 몇 년 안 되어 하늘이 홍수를 냈고, 나루터도 잠겨버린 게야.”
그리고 지금까지 망가진 나루터는 강가에 있었다.
“그럼 할아버지, 부두를 정말 수리하고 나면, 옆의 공터를 사셔요. 앞으로 사람이 많아지면 부두가 발전하게 될 거고, 공터는 팔든 우리가 직접 상점을 열든 임대를 하든 쓸모가 많으니까요. 돈을 집에 두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
고청운은 진심으로 건의했다.
비록 부두가 아직 지어지지 않았지만, 그는 여전히 이 일이 매우 큰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직 사람들이 이 소식을 접하지 않았을 때 먼저 현아에 가서 땅을 사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두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모두 이 기회를 알게 되고, 그럼 그들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지금 좋은 밭이 한 묘가 10냥 은자, 중등 밭은 7냥, 황무지는 2냥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황무지를 개간한다면 2년까지는 면세였고, 3년째는 세금이 절반이었고, 그 이후부터 정상적으로 납세를 했다.
강가의 드넓은 황무지를 생각만 해도······ 고청운은 자신이 흥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황무지를 사야 한단 말이냐? 우리 마을에 있는 황무지도 사는 사람이 없어서 개간을 못 하고 있는데.”
고백산은 고개를 내젓고 웃으며 호통을 쳤다.
“말만 하면 다인 줄 아는구나. 돈 벌기가 어디 그렇게 쉽다냐. 이전 조대 때도 부두 근처에 집 짓는 것을 못 보았는데, 물건도 현에 가서 사면 되지, 멀지도 않은데."
“그러게요.”
옆에서 듣고 있던 고계산도 드디어 입을 열고 눈을 크게 떴다.
“집에 네 공부 뒷바라지 할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린 나이에 자꾸 돈돈돈거리지 말거라.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고청운은 입을 삐죽거리며 달갑지 않은 듯 말했다.
“전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에요. 조금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누가 힘들게 돈을 벌려고 하겠어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어떻게 돈을 버나요? 할아버지들은 땅에서 땀을 흘리고 넘어지시면서 일을 해도 절인 달걀을 파는 것보다 많이 못 버시잖아요.”
“아버지, 전자 말 좀 들어보시죠. 아이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대하가 옆에서 간곡히 청했다. 한 번 부성을 갔다와보니 시야가 탁 트였다. 부성의 번영을 보니 그 사람들이 군성으로 갈 때 이곳을 지나가고, 그들이 한 사람당 달걀을 하나씩만 사도 한 번에 달걀을 몇 개나 팔 수 있을까?
아들이 항상 자주 하는 말이 생각났다. 현성에는 인구가 적어서 절인 달걀을 많이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는다. 사람이 많아져야 현성이 발전하며 기회가 생기고, 소비를 많이 하게 되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었다.
비록 그는 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게 고슴도치 애비 효과인지 아닌지는 알려고 하지 않는 게 좋았다.
좌우지간 고대하는 도화진에서는 달걀이 한 알에 1문이었지만, 번화한 부성에서는 2문에 팔고,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3문이기도 한 것이 고청운의 의견에 설득력을 더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많으니 달걀도 귀해져서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닌가?
고청운은 감사한 눈빛으로 고대하를 쳐다보았다.
‘이게 진정한 친아버지지, 무조건으로 지지해주는.’
“지금은 옛날과 달라졌는걸요. 천하가 바뀌었고, 여긴 작은 진이 현성으로 승급해서 인구가 점점 더 많아질 거예요. 그리고 여긴 산이 가까이 있어서 모피, 약재, 야생동물, 그리고 집집마다 뜨고 있는 삼베천을 팔 수 있어요. 비록 마포는 입으면 조금 불편하긴 해도, 비교해보니 부성에서 파는 마포보다 우리 마을의 마포가 조금 더 촘촘하고 부드럽더라고요. 또 더 질기기도 하고요. 이건 아마 우리 지역이 모시풀을 심기에 적합한 지역이라서 다른 지역과 구분이 되는 것 같아요.”
고청운은 고백산과 고계산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살짝 조급해졌다.
이 둘이 집안일을 결정하는 인물들이 아니던가.
고백산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고 고청운이 또 말을 덧붙였다.
“아이고, 큰할아버지. 돌아가서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맞다, 돈으로 복역을 대신해도 되나요?”
부두를 수리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일 것이었다. 그는 고대하의 몸이 견디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그는 작년 고이하가 길을 수리하고 돌아와서, 사람 전체가 홀쭉해지고 눈이 움푹 들어간 것이 기억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에서 일을 해야 하니 위험할 수도 있었다. 지금 부두를 수리하려면 수중 사다리를 이용해야 했는데 이는 대부분 나무로 만든 것이었고, 이렇게 되면 분명 누군가는 물에서 작업을 해야 했다.
“안 된다. 이번에는 일손이 부족할까봐 걱정해서 공명(功名)이 있는 집 외에는 전부 은자로 대신하는 것을 막았다. 물론, 만약 집에 돈이 있으면 돈으로 사람을 써서 대신 복역을 해도 되지.”
고백산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에는 사람을 고용하는 일도 힘들 가능성이 높았다. 다들 복역기간 관부에서 어떤 음식을 내주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으니까.
다들 그렇게 힘든 일을 목숨과 바꿔가면서 돈을 벌고 싶지 않아했다. 힘들게 번 돈이 몸보신을 하는데 들어갈 수도 있었다. 허나 큰 가문은 돈이 부족하지 않아서 넉넉한 삯으로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매년 복역을 가는 아들을 생각하면, 너무 힘들 때는 은자로 대신했고, 그래서 줄곧 별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불가능했다.
“대하야, 반드시 안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복역일이 20일이 넘으면 수리할 때까지 매일 복역비가 나온다고 하더구나.”
이번처럼 현성에서 복역을 하는 경우에는 가족들이 자주 옷과 음식을 가져다가 입히고 먹였다. 그래야만 몸이 많이 상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에게도 말해줘야 하니 먼저 가보겠다.”
고백산이 말을 마친 후 떠났다.
큰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고청운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가족들을 설득할 요량으로 방금 전의 일을 바꿔서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러자 고이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버지, 형님, 저는 전자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정말 그렇게 되면 우리 집안 부담도 훨씬 덜할 거예요. 전자는 내년에 군성에 가서 원시도 보아야 하니 돈이 있으면 더 잘 먹고 더 좋은 곳에서 묵을 수 있을 거고요.”
고청운은 고이하를 감사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고이하는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무튼 저는 전자가 가능성이 없는 일을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식구 중에서 가장 공부도 많이 하고, 본 것도 많고, 가장 똑똑한 아이기도 하죠. 그러니 전자 말을 들으면 잘못된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고이하의 말을 듣고 고청운은 깜짝 놀랐다.
이 집안에서 고이하는 거의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는 과목한 사람으로 열심히 일을 했고, 말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씨가 눈치 없이 이상한 말을 할 때, 막으려고 가끔 나서서 그녀를 제압했다. 그래서 요 몇 년 간 집안이 조용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수입이 중간정도 되는 농가에서 공부 뒷바라지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비록 공부 뒷바라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많지 않았지만, 그가 나이를 먹으면서, 특히 사숙에 다니기 시작한 후부터 매년 학비에만 2냥이 들었고, 문방사우, 의복, 사교비용 등을 합산하면 아무리 적게 들어도 일 년에 10냥이 들었다. 일반 농가는 2~3년 동안 수확한 것을 팔아야 이 정도 은자를 벌 수 있었다.
여기에는 매년 명절 때마다 스승님께 준비해드려야 하는 사례품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대부분 집에서 기른 것을 드렸지만, 이것 역시 은자를 써야 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그가 책을 베껴 돈을 벌 수 있어서, 책을 사는 비용은 집에서 내지 않아도 되었다. 종이를 사는 비용 역시 아낄 수 있어서 그나마 돈이 적게 드는 것이었다.
아무튼 지금 고이하가 그렇게 말하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 마침 내일이 절인 달걀을 가져다주는 날이니까, 절인 달걀을 가져다 준 후에 현아에 가서 황무지 가격을 물어볼게요. 돌아와서 황무지를 살지 안 살지 한 번 의논해 봐요."
마지막에 고대하가 건의를 했다.
고계산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이에 동의했다.
고이하와 고청운은 당연 이견이 없었다.
이번 가족회의는 이렇게 끝이 났다. 현안수가 된 이후, 고청운은 집에서의 발언권이 커졌다고 느꼈다. 전에 그가 이런 제안을 했으면, 고계산은 생각하지도 않고 반대했겠지만, 지금은 고려라도 해보았다.
보아하니, 집안에서의 지위는 결국 애교가 아닌 자신의 실력에 달려 있었다. 특히, 농가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리려고 하면, 여러 번 심사숙고한 끝에 결정을 하곤 했다.
이는 마치 7년 전 그의 뒷바라지 하는 일을 결정하는 것과 같았다.
* * *
다음 날, 고청운은 평소처럼 사숙에 갔다. 고대하는 오늘 현성에 서둘러 물건을 가져다주어야 한다고 해서 자신을 기다리지 않게 하고, 걸어서 가기로 결정했다.
고청명은 그가 돌아온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웃었다.
“네가 없는 동안 혼자서 걸으려니 어찌나 무료하던지. 길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어.”
고청운이 크게 웃었다.
고청명은 부성에 대해 큰 호기심을 가지고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고청운은 일일이 답해 주었다.
마지막에는 두 사람은 길에서 너무 무료한 나머지 풀을 꺾어서 장난을 치면서 암기를 시작했다.
고청운은 만약 내년 자신이 원시를 통과하면, 공부하러 이 길을 걷던 날들이 더 이상 없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매우 기뻤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운 느낌도 들었다.
좌우지간, 그가 수재가 되면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어린아이로 보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 눈에 그는 이미 성인인 셈이었고, 성인의 세계로 갈 수 있었다.
그렇다. 그는 꽤 오랫동안 성인이 아니었고, 정말 단순하게 공부만 하던 날들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에 돌아와서 같이 조금만 걸었는데도 고청운은 고청명의 변화가 큰 것을 발견했다. 공부 의욕이 넘치고, 그 동안 착실하게 공부를 한 것이 느껴졌다.
전에 길에서 암기 제안을 하면 고청명은 도통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지금은? 자기보다 더 열심히 외웠고, 전보다 훨씬 능숙하게 외웠다.
그는 정말 고청명이 자신처럼 시험에 붙기를 희망했다.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은 서로 기대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었다.
하 수재는 두 제자가 돌아온 것을 보고 일일이 답안에 대해서 묻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아무 말 없이 평소처럼 수업을 시작했다.
조옥당의 안색은 조금씩 슬프게 변했고, 고청운과 나머지 학생들은 평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물론, 그들 역시 속으로 조급해하며 성적이 빨리 나왔으면 했는데, 그저 내색을 안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