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7)화 (37/504)

37화. 나루터 (1)

“기회가 되면 제가 사형에게 잘 말해볼게요.”

 고청운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며 머리를 대충 빗은 후 묵었다. 그러곤 소이가 가져온 뜨거운 물을 밀면서 말했다. 

“아버지, 우리 같이 발 씻어요.”

객잔에서 목욕 하는 건 정말 불편한 일이었다. 이틀에 한 번 씻을 수 있었는데, 오늘은 그래도 날씨가 덥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날 저녁, 대부분의 응시생들은 방에서 조용히 잠을 자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시끄러워졌다. 그들은 서로 제목에 대해서 토론하기 시작했다. 

고청운의 문도 아침에 누가 두드렸지만, 그는 일부러 못 들은 척 하고 늦잠을 잔 다음 기상했다. 그렇다, 사실 그는 오랫동안 늦잠을 잔 적이 없었다. 이미 형성된 생체시계 때문에 일찍 일어났지만, 이불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고대하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하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가끔 게으름을 피우는 기분은 매우 좋았다. 

아침밥을 먹은 후, 세 사람은 또 한 자리에 모였다. 고청운은 조문헌의 안색이 어제보다 훨씬 좋아졌고,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을 보았다. 

‘하긴, 그저 하루 동안 시험을 보는 거지, 향시처럼 며칠 연속으로 호실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번에는 하겸죽도 함께 했다. 시험장에 입장하기 3일 전 연락이 닿았고, 그는 그들이 이곳에 묵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 같이 답안을 맞추기 시작했는데, 객잔의 대당(大堂)은 평소와 달리 시끌벅적했다. 어떤 사람은 이곳에서 시제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고청운은 깜짝 놀랐다. 이곳에는 응시생 스물 몇 명만 묵고 있었는데도, 분위기를 이렇게 달아오르게 할 수 있다니. 

주인이 웃으면서 이 모든 걸 바라보고 있었는데, 태도가 극진한 것이 이미 익숙한 상황인 것 같았다. 

“아!”

대당의 구석에서 누군가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시제의 황화가 국화가 아니라 봄날의 유채화라고? 세상에, 완전 다르게 쓴 거 아니에요? 봄날 풍경을 가을날로 쓰다니, 분명 통과를 못하겠어요!”

그 사람이 깜짝 놀라서 지른 비명소리는 마치 작은 지진과 같았다. 이에 모두 제목이 생각났고, 어떤 사람은 불시에 비명을 지르고 어떤 사람은 참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게 바로 학업에 정진하지 않은 대가죠. 이 문제는 일찍이 송나라 때도 나왔는데, 당시 크게 화제가 되어 어떤 책에 심지어 기록으로 남아 있는 걸요. 스승님께서 말씀 안 해주시던가요?”

이 사람은 순식간에 문제 파악을 잘못한 응시생들로부터 에워싸여 공격을 당했다. 

“사서오경만 보면 안 되죠. 당시와 송사도 봐야하고, 천문지리학적 내용도 봐야 해요. 주임 시험관이 이 문제를 낼 때, 문제 난이도를 낮추려는 줄 알았는데 이런 일도 모르고 있다니.”

이 말을 한 서생은 이마에 두건을 두르고 있었고, 면포를 입고 있었는데, 부채질을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말은 정말 미움을 사는데 딱이었다. 많은 응시생들의 원망스런 눈빛 아래에, 그는 재빨리 도망을 갔다. 

고청운 역시 그가 말을 빈정상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만 알고 있으면 되지, 그걸 왜 입 밖으로 내는 거지? 이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가정환경이 평범했거나 적당했다. 그래서 모신 스승의 수준 역시 평범했다. 이 사람들은 평소에 유학 경전을 배울 때 이미 애를 먹었는데, 외서까지 펼쳐보라고? 그것 역시 정력과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아야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볼 수 있었다. 

고청운이 만약 자주 서점에 가서 공짜로 책을 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의식적으로 책을 베껴 집에 모아두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를 못 보았을 수도 있었고, <예기>에 나온 내용대로 이해한 후 답을 했을 수도 있었다. 

“나도 잘못 답했네······”

귓가에 조옥당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은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조옥당은 창백한 낯빛으로 말했다.

“국화에 관련 된 시를 지었어. 이렇게 되면 이번 부시는 합격 못 하겠지?”

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다들 주임 시험관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이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니 다른 걸 잘했으면 희망은 있어요.”

마지막으로 고청운은 이렇게 그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조옥당은 그런 말을 받아들이기로 한 듯,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 같았다. 

다들 자기가 젊은 것은 알고 있었고, 이번에 안 되면 내년에 다시 와도 되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번에 꿰뚫어서 한 번에 시험에 통과하고 싶은 건 당연지사였다. 나중에는 더 많은 시간을 내서 향시 준비를 해야 할 터였다. 향시를 보고 과인이 되면 그제야 벼슬에 오를 자격이 주어졌으니, 갈 길이 멀었다.

“아버지가 점심에 상대를 따라 돌아간다고 말씀하셨어. 내일 저녁이면 집에 도착하니 필요한 게 있으면 어서 사.”

조옥당은 답안을 맞춘 후부터 기운이 없었고,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고청운은 사람도 지리도 익숙지 않은 곳에서 돈도 없었고, 필요한 건 아버지가 사셨을 테고 볼 일도 다 본 후라서 외출을 하지 않았다. 나머지 세 명은 나갔다가 점심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들이 돌아왔을 때, 그들 몸에서는 술냄새가 살짝 풍겨서 고청운은 저도 모르게 물어보았다. 

“술 마시러 갔었어요?”

조옥당은 바보처럼 웃었는데, 정신은 아직 맑은 것 같았다. 

하겸죽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조옥당을 가리키며 탄식했다. 

“길을 가고 있는데, 동창이 술을 마시고 싶다고 하길래, 객잔에서 마시면 아버지께 혼날까봐 작은 술집에서 술을 조금 마셨어.”

조문헌 역시 딱히 할 말이 없어보였다. 

“아버지께서 곧 돌아오실 테니, 어서 가서 옷을 갈아입어요.”

고청운이 이마를 짚고 재촉하며 말했다. 

“이제 곧 출발해야 되는데 그 사이에 사고를 치다니, 대단해요.”

출발하기 전, 달구지에 오를 때 조옥당의 아버지가 별 다른 점을 발견 못한 듯 아무 말 없는 것을 보고 네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조옥당 아버지의 눈빛은······ 고청운은 자신이 아무 것도 못 본 걸로 하고 조용히 입 다물고 있기로 결정했다. 

또 다시 하루 반나절이라는 시간이 걸려 그들은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8일 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마치 한 달이 흐른 것 같았다. 익숙한 풍경을 보니 순간 고청운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부성은 비록 크고 화려했지만, 그의 집이 아니었고, 이 농가소원이야말로 이 시대에서의 뿌리였다. 

이때, 고청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똑똑히 이 점을 의식하게 되었다. 

노진씨가 한바탕 ‘말랐네, 말랐어’ 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후, 고청운은 드디어 할머니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고대하가 산 물건들을 하나씩 우마차에서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굵은 소금, 양목, 식초, 간장, 흰 설탕, 술······ 양목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절인 달걀에 쓰이는 조미료였다. 이 재료들은 부성에서 사야 더욱 저렴했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마다 고대하가 사다 나르곤 했다.

하지만 모두 비법의 판매상황에 더 관심을 가졌다. 

고대하는 그제야 조심스럽게 협의서 몇 장을 꺼내 고계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비법 파는 건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직접 찾아가니 주인들이 다 제가 사기꾼인줄 알고 가져간 절인 달걀을 맛보기는커녕 제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쫓아냈어요. 그나마 태도가 좋은 사람은 1~2냥만 내고 사고 싶어 했고요. 물론 안 된다고 했죠. 가격이 싸도 너무 싸니까요!"

모두 깊이 공감을 했다. 

다음 말을 기다리듯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가족들을 본 고대하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계속 말했다. 

“그러다 이대론 안 될 것 같아서, 하 수재의 아들 하림(何林)을 찾아서 도움을 청해 그제야 비법을 팔 수 있었어요.”

고씨 집안에서는 비법을 매우 귀하게 여겼지만 술집이나 식당에서는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망하지 않는 가게는 배경이 좋거나 가게만의 특색 요리가 있어서 자신만의 비법이 있기 마련이었다. 만약 가격을 높게 부르면 사지 않고, 정말 원한다면 다른 방법을 통해 손에 넣는 게 나았다. 

“다행히 하림 형님이 저를 데리고 아는 사람들을 소개 시켜줘서 가격을 조금 높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대하는 하림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사람도 지리도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이 도움을 주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었다! 

결국 비법은 부성의 남쪽과 북쪽에 위치한 규모가 엇비슷한 식당 두 곳에, 15냥 은자를 받고 팔았다. 이는 삼자가 협상을 마친 것으로, 그렇지 않았다면 고대하는 물건을 팔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식당이 한 곳만 있으면 은자를 더 낮게 낼 터였다.

“음식을 만드는 사부는 대충 맛만 봐도 안에 뭐가 들어갔는지 알지만, 그 비율을 일일이 시험하기 힘들어서 그 시간을 들이지 싶지 않고, 달걀도 비싼 게 아니라서 돈을 들여 산 거지. 만약 그들을 조급하게 했으면 아마 자기들이 직접 만들었을 거예요.”

고대하는 가족들의 약간 불만스런 표정을 보고 급히 설명을 덧붙였다. 

고씨 집안사람들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대하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큰 도움을 주었으니 반드시 감사를 표해야 해요.”

고대하는 다시 급히 한마디 덧붙였다. 

하림은 중개인 역할과 같았고, 풍습에 따르면 하림에게 일정한 돈을 주어야 했다.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해했다. 그저 써야 하는 은자 두 냥이 아까울 뿐이었다. 하지만 또 생각을 바꿔서 보면, 만약 하림이 없었다면 비법을 팔지 못했을 것이었다. 

“적어도 이제 은자 13냥으로 두 묘의 땅을 살 수 있게 되었잖아요.”

고대하가 크게 웃었다. 마음속으로는 그래도 꽤 만족했다. 

집안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이 은자를 거의 꽁으로 벌었다고 생각하여 다 같이 기뻐했다. 

여기에 고청운이 순조롭게 부시를 보아서 모두 기분이 한결 더 좋아졌다. 

시험 성적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조정에서 올해 성인 남자들을 징발하여 복역을 시킨다고 했고, 집집마다 한 사람씩 가야했다. 작년에 고이하가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고대하가 갈 차례였다. 

이번에는 길도 역전도 아닌, 현성 강물의 부두를 수리한다고 했다. 

“큰할아버지, 그러니까 큰할아버지 말씀은 현의 부두를 수리하고 나면 현성과 부성으로 강물을 따라 갈 수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부성 사람들이 군성에 갈 때 우리 마을에서 수로를 따라 가면 더 가깝고요?”

고청운은 이 소식을 듣고 눈을 반짝거렸다. 이게 바로 환승역이라는 거군?

고백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가 그토록 흥분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고청운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강물이 현성에서 4리가 채 되지 않은 걸 기억했고, 집안에 우물이 없는 현성의 주민은 강가에 가서 물을 길어 마셨는데, 이걸 보면 강물이 현성에서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부두를 정말 수리하면, 배가 생길 것이었고, 관부는 이 부두를 물자를 보충하는 환승역으로 사용하려고 수리를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현지 지리 방면의 자료를 보았는데, 이곳은 동쪽에 위치해 있고, 현지에는 강과 냇가가 뒤얽혀 있어서 산길을 가면 멀지만 수로로 가면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쩐지 관부가 수로로 교통을 개선하려고 하다니. 

현재 관부는 이 부두를 수리하려고 했고, 그것은 임산현의 발전기회가 왔다는 것을 뜻했다. 기회는 한번 놓치면 다시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한번 도박을 해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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