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5)화 (35/504)

35화. 부시(府试) (1)

그날 오후,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는 길 내내 아무것도 맞닥뜨리지 않고, 아무 탈 없이 왔구나. 예전보다 길이 많이 안전해졌어.” 

조옥당의 아버지가 말했다. 

부성인 임양부에는 꽤 높은 성벽이 있었고, 성의 입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에 도착했으므로 상대의 임무는 완수됐다.

모두 성안에 들어가는 비용을 낸 후, 흩어질 준비를 했다. 

하겸죽과 하겸죽의 아버지가 인사하고 친척집으로 향했다. 같이 시험을 보러 온 사람들도 각종 이유로 떠났다. 마지막으로 남은 그들 세 집안뿐이었다. 

조옥당의 아버지가 상대에게 물었다.

“가격이 적당하고 깨끗한 객잔을 아시오?”

임양부 통치 아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시험을 보러 왔다. 그래서 시험장 부근의 객잔은 늘 꽉 찼다. 그들은 상대가 추천한 객잔 중, 멀지만 조용한 객잔을 선택했다. 그곳은 상방과 중방이 비어있어서 좋았다.

상방은 방 하나와 거실이 있는 구조로, 하루에 은자 2냥인데, 고기가 있는 세끼를 포함했다. 방에 침상 하나가 있는 중방은 하루에 50문이고, 세끼를 제공하는데, 먹지 않으면 40문이었다. 하방은 매우 협소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묵어야 했으며 시끄러웠다. 공동 주택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숙박료가 이렇게나 비싸다니! 현성보다 족히 세 배는 비싸네!’ 

고청운과 고대하는 깜짝 놀랐다! 

객잔 주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객관께서는 어느 방에 묵으실 생각입니까? 정하지 않으면 묵을 방이 없습니다. 이 가격은 공정한 편입니다. 지금은 어딜 가든 다 이 가격이에요. 시험장과 가까운 객잔은 두 배나 더 비싼 걸요! 그리고 어떤 이들은 묵을 곳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작년, 우리 객잔에 묵은 분 중에서 두 분이나 동생(童生)이 되었죠. 2간 1호와 2호인 상방(上房)인데, 오늘 아침에 다른 분이 정하고 가셨어요. 그 옆 3호실과 5호실만 남았습니다.” 

그 사이, 객잔 입구에 새로운 당나귀달구지가 멈춰섰다.

결국, 조옥당, 조옥당의 아버지, 조문헌은 상방을 선택했고, 고청운과 고대하는 중방을 고르고 끼니는 제외했다. 

* * *

“아버지, 그래도 이 방은 꽤 넓네요. 우리 둘이 묵는 데 충분하겠어요.”

고청운과 고대하는 짐을 방에 들인 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방 안에는 두 사람이 충분히 잘 만한 침상 하나가 있었고, 창가에 팔선상(*八仙桌:여덟 사람이 둘러앉을 만한 크기로 네모반듯하게 만든 큰 상)과 의자 두 개가 있었다. 그리고 상 위에는 찻주전자와 찻잔 몇 개가 있었다. 

“네가 침상에서 자거라. 난 여기서 자면 된다.”

고대하는 짐을 풀었다. 그리고 자잘한 대나무를 조립하여 침상을 만들었다. 

고청운은 깜짝 놀라며 웃었다. 

“아버지, 집에서 침상도 가져오셨어요?”

이불 같은 건 충분히 가져올 수 있었다. 좌우지간 우마차가 있으니까. 

‘하지만 침상을 가져오다니. 물론 침상이 큰 건 아니지만.’ 

“돈을 아끼려고 그랬단다. 아니면 너랑 좁게 자거나, 객잔에 몇십 문을 주고 침상을 추가해야 하는데,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는 게 낫지.”

“…….”

고대하는 짐을 정리하면서 물었다. 

“조문헌이라는 아이는 절약하는 법을 잘 모르더구나. 혼자서 중방에 묵으면 좋을 텐데.”

고청운은 책을 조심스럽게 팔선상 위에 둔 후, 구겨진 표지를 평평하게 만들었다. 

“아버지, 남의 일이잖아요. 문헌 사형이 돈이 많아서 좋은 곳에 묵는 게 무슨 상관이에요?”

“상관은 없지. 그냥 너랑 이야기하는 게다. 그리고 그 집도 돈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닌 거 같다. 홀어머니가 아들 뒷바라지하고 있는데, 자수로 돈을 그렇게 많이 번다고?”

고대하는 의심하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그 집이 어떤지는 내가 알 리가 없지. 내가 괜히 남 일에 관심을 가졌구나.”

물건을 정리한 고대하는 객잔에서 소를 홀대할까봐 감시하러 방을 나섰다. 

고청운은 홀로 남아 책을 보았다.

* * *

그날 밤, 그들은 야시장을 구경했다. 소이 말에 따르면, 해시(*亥时: 밤 9시부터 11시) 이후 통행을 금지하기 때문에 야시장에 사람과 상품이 많았다. 정말로 있을 건 다 있었다. 고청운은 열한 살이 되어서야 야시장을 처음 가보았기 때문에 눈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

비록 현대의 도시와는 절대 비교할 수가 없었지만, 고풍스러운 큰 길거리와 인파를 보고 있자면 텔레비전 연속극에서는 연출할 수 없었던 생기와 활기가 느껴졌고, 이는 그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었다. 

남방의 부성인데도 이토록 번화하고 활기찬데, 그럼 군성이나 경성은 어떨까? 

좌우지간 임양부의 번화한 모습이 고청운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곳의 인파는 임산현보다 훨씬 많으며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도 훨씬 좋아보였다. 그리고 낮에 성에 들어올 때 길 양측에 늘어져 있는 점포들 또한 그의 호기심이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곧 부시가 다가왔기 때문에 그는 나가서 놀 수 없었다. 시간이 나면 같은 객잔에 있는 응시생들과 함께 소소하게 정을 쌓았다. 사실 이는 주로 주임 시험관 지부(知府)와 관련된 정보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그가 화려한 문체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실질적인 언어를 좋아하는지, 경의를 좋아하는지, 시부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 모든 것이 응시생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였다.

저잣거리에서 떠도는 소문은 진실과 거짓이 뒤섞였고, 심지어 모순되기도 했다. 고청운은 한동안 몇 명의 응시생과 함께 분석했지만, 진실을 알 수 없었다. 정보의 출처는 다양했고, 정확한 진실을 아는 인맥은 없었다. 

한편 서점에는 몇 년 전의 부시 시험지를 팔기도 했다. 응시자들은 앞다퉈 몇 년 전의 부시 시험지를 사려고 했는데, 스무 쪽이 좀 넘는 소책자가 가격이 1냥이나 되었다! 사고 싶으면 사고, 아니면 말란 격이었다. 

어차피 자신이 안 사도 누군가는 살 거고, 만약 올해 나오는 제목이 이 안에 있으면 누구 손해인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악물고 시험지를 샀다. 

고청운은 이 광경이 매우 낯익었다. 

‘전생과 대동소이하네. 고대부터 이랬구나.’

부시를 통과하면 정식으로 동생이 되어 학식이 있는 사람이 드문 시골일수록 존중을 받았다. 

그때 시골에서 사숙을 연다면, 아무도 자격이 안 된다고 하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이웃 간 논쟁이 있을 때면 심사를 해달라고 불려가곤 했다. 

물론, 존중을 받는 정도는 연령과 상관이 있었다. 연령이 낮을수록 더욱 함부로 보지 못했다. 

고백산 같은 경우는 예외였다. 그는 촌장이라서 비록 어떤 권력은 없었지만 사람들이 마을에 집을 사고, 토지를 안배하는 일을 그를 거쳐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정이 누군지 알고 심사를 해주겠는가?

그래서 고청운은 현시보다 지금의 분위기가 더욱 긴장감이 맴돈다고 느꼈다. 이곳의 응시생들은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조문헌과 고청운은 소책자를 사지 않았다. 돈이 넉넉한 조옥당은 소책자를 사서 본 후, 조문헌과 고청운에게 보여줬다. 

고청운은 소책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았는데, 몇몇 경의를 제외하고는 모두 파악했다. 

조문헌은 소책자를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고청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는 아무래도 객잔으로 돌아가서 책을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믿음직스럽지 않아서요.”

주임 시험관이 소책자를 베끼지는 않을 터였다. 이곳저곳에 퍼진 제목이 시험에 나올 리가 없었다. 단, 출제 양식은 판단할 만했다. 하지만 답이 나오지는 않을 게 뻔했다. 이번 지부는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소책자를 볼 시간에 경의를 한 자라도 보는 게 나았다. 

“…….”

조옥당은 손을 내밀어 제지하고 싶었지만, 그저 고청운의 무정한 뒷모습만 바라봤다. 

“이 책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해보는 건 어때?”

조옥당이 제안했다.

“딱히 볼 게 없네요.”

조문헌은 소책자를 조옥당에게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객잔에서의 첫날, 부시 응시 수속을 마친 고청운은 방에서 조용히 할 일을 했다. 그러다가 뒤뜰을 산책한 후, 방에 돌아와서 팔굽혀펴기를 했다.

고대하는 고청운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매일 밖에 나갔다. 최근 고씨 집안은 절인 달걀 비법을 팔아서 은전을 벌 수 있는지 곰곰이 고민했다. 고씨 집안의 절인 달걀을 만드는 숙련도는 점점 높아졌고, 노진씨는 여러 차례 시험했다. 산에서 길어온 물을 사용해보았고, 식물을 조미료로 넣기도 하며 개선했다. 그랬더니 절인 달걀이 더욱 더 맛있어졌다. 절인 달걀을 거래하는 술집의 주인이 고씨 집안의 비법을 호평할 정도였다.

원래 고씨 집안은 다른 사람에게 비법을 팔고 싶지 않았다. 오래오래 두고 돈을 차곡차곡 벌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에 고청운에게 많은 돈이 들었고, 내년에는 군성에서 원시를 봐야 했다. 고씨 집안은 고청운이 분명 동생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집안의 닭은 충분했고, 이 이상 더 많이 키우게 된다면 일손이 부족했고 전염병이 발생하기도 쉬웠다. 그렇게 되면 득보다 실이 컸다. 

일 년간, 매달 현성의 술집에 300개의 달걀을 팔았고, 한두 달은 500개를 거래했다. 그리하여 매달 8전 이상의 은자를 벌었고, 닭을 판값을 더하면 일 년에 네다섯 냥을 벌었다. 농가에서 일 년에 십 몇 냥 은자면 많이 버는 것이었지만, 고청운의 공부를 뒷바라지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그들은 술집과 계약을 한 것 외에 임산현 내에서는 독자적으로 공급을 하기로 약조했다. 이 외에는 그들도 나가서 따로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과 마을에는 달걀 수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마을의 달걀을 사서 다시 절이는 것으로 수고비 정도만 벌 수 있었다. 

이 두 달 동안은 이랬다. 고계산은 매번 장이 설 때마다 가는 김에 달걀을 가져다가 팔았는데, 장사가 잘 될 때가 있고 잘 안 될 때가 있었다. 

허나 지금은 절인 달걀을 타지에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었다. 원재료가 없었고, 길이 멀어서 효율적이지 않았다.

고청운은 집안의 재산을 구체적으로 알진 못했지만 아주 부유하진 못하리라 추측했다.

‘집안을 일으키려면 갈 길이 멀다. 열심히 공부해야만 부유해질 수 있을 거야.’

시험에 응시하는데 돈이 없으면 매우 힘들었다. 

가난한 집안의 자제는 공부하다가 난제에 맞닥뜨리기 마련이었다.

화본에서 낙백서생(落魄书生)은 혼수를 많이 하는 상인 집안의 여성을 아내로 맞이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아내의 혼수로 시험을 보았다. 그러다 높은 관리의 눈에 들어 양반집 규수에게 또 장가드는 것이 화본의 결말이었다. 그렇다면 조강지처인 본처는? 작가의 마음이었다. 운이 좋으면 첩실이 되고, 좋지 않으면 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고청운은 가끔 화본을 베꼈다. 아무래도 돈을 빨리 벌 수 있고, 글자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니 알아볼 수 있게만 썼다. 화본의 내용은 매번 비슷했다. 베끼다 보니, 주인공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뒷부분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고 열불이 났다. 

‘이 모든 건 낙백서생들이 지껄이는 헛소리겠지? 아니면 이런 화본이 유행하는 건가?’

그는 잠시 자기도 직접 소설을 써볼까 생각하다가, 아직 학문이 탄탄하지 않은 걸 생각하고는 시간이 없으니 이런 일에 신경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단 수재가 된 다음 생각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시험이 있기 전날, 조옥당의 아버지는 성 밖에 있는 문곡성묘(文曲星庙)에 가서 참배를 드리며 조옥당이 명단에 오르게 해달라고 빌었다. 고청운이 말렸지만, 고대하도 조옥당의 아버지를 따라갔다. 문곡성묘에 다녀온 고대하가 말했다.

“절 앞에서 눈이 먼 점쟁이가 이번에 반드시 붙는다고 하더라.”

고대하가 기뻐하자, 고청운은 불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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