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1)화 (31/504)

31화. 안수(案首) (1)

“지금도 소를 파나요?”

마음이 급한 이대랑이 얼른 인파를 비집고 들어와서 물었다. 

“이대랑, 자네 집도 소를 살 생각인가?”

옆에 있는 사람이 물었다. 

“물론이죠. 돈이 있는데, 소를 사지 않으면 은자라도 나오나요?”

이대랑이 옆에 있는 사람을 흘기며 물었다. 

“어르신, 이 소는 한 마리에 얼마나 하나요?”

“이 소에 거의 13냥을 썼다네. 살 거면 어서 가시게나. 이번 소 판매상은 지난번보다 소, 양, 당나귀, 노새를 많이 가져왔지만, 보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네. 서둘러 가지 않으면 좋은 놈은 다른 사람이 골라 갈 걸세.” 

고계산이 재촉하듯 권유했다. 

“그렇게 비싸다니!”

사람들이 혀를 끌끌 찼다. 

고계산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번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모든 소를 사가서 평민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소가 더 많았지만 살 수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았다. 최근 몇 년간, 날이 좋아서 집집마다 모아둔 은자가 조금씩 있었다. 

소를 사고 싶었던 이, 소를 살 생각이 없었던 이, 모두 급히 자리를 떠났다. 

사지 못하는 사람도 구경하고 오면 이야깃거리라도 생기는 게 아닌가. 

몇 사람은 소장수에게 가지 않고, 여전히 고씨 집안의 소를 보고 있었다. 

그때, 고백산이 와서 고청운을 뒤따라왔다. 

“이건 우리 두 집이 같이 산 것이오. 얼른 현성에 가서 한번 보시오. 우리 집처럼 두 집이 같이 사는 경우도 있을 것이오. 돈이 없으면 같이 사는 수밖에 없소.”

고계산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촌장님, 오셨어요!”

모두 인사했다. 

고백산은 뒷짐을 지고,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소를 보러 왔다오. 소를 사고 싶은 이들은 얼른 가서 사시오.”

“돈이 없어요. 곧 봄갈이 철이 다가오는데, 소를 빌려서 밭을 갈고 싶네요.”

묘대랑이 말했다. 

“집을 새로 지었는데, 정말 돈이 없소?”

옆에 있는 이가 물었다. 

“스스로 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려고요?”

“참, 최근에 청운이랑 청명이가 본 현시 결과는 언제 나오나요?”

어떤 이가 물었다. 

* * *

화제가 고청운과 고청명이 본 현시 이야기로 돌아가자, 적당히 이야기를 나누고 고백산과 고청운은 순조롭게 귀가했다.

“땅 오십 묘면 소 한 마리를 살 수 있다고 하지만, 하루에 세 묘 이상 갈면 소도 지치니 남한테 빌려주고 싶지 않네요.”

고대하가 구시렁거리며 보물 다루듯 소에게 풀을 먹였다. 

고청운은 두 살이 채 안 된 온순한 소를 봤다. 소의 평균 수명은 대략 12세에서 18세였기 때문에, 이 소는 장년(*壯年: 사람의 일생 중에서, 한창 기운이 왕성하고 활동이 활발한 서른에서 마흔 안팎의 나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었다. 하물며 암소이기 때문에 세 살이 되면 교배를 시켜서 새끼를 낳을 수 있었다. 

고가 씨집안은 이전 조대에서 소를 키운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 소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그때, 소를 구경하러 온 모든 사람과 인사를 나눈 고계산이 왔다. 고계산은 소의 곁을 한 바퀴 둘러보며 웃었다. 

“형님, 이번에 소를 판 사람이랑 같이 관아에 가서 계약을 했어요. 사흘간 시험 양육 기간을 갖고, 이 기간에 문제가 있으면 계약을 파기하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소는 약간 말랐지만 튼실한 것 같아요. 아마 오는 길에 고생해서 그런 것 같은데, 잘 키워야겠어요."

이 소를 사는 데 고백산네에서 4냥을 냈으니, 어찌됐든 지분이 있는 고백산에게 고계산은 당연히 설명을 잘해야 했다. 

고백산은 이견 없이 당부했다.

“잘 키우고, 함부로 도살해서는 안 된다.”

고청운은 이번 조대의 율법을 본 적이 있었다. 소고기를 먹고 싶으면, 늙고 쇠약하고 병든 소만 도살해야 했다. 더 이상 쓸 수 없는 소를 도살하기 전에는 관부에 신고하고 허락을 받아야 했다. 만약 마음대로 건장한 소를 도살하면 범죄이며, 최고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게다가 소는 부산물을 달고 있었다. 가죽, 뿔, 힘줄 등은 투구, 갑옷, 활과 같은 병기를 만드는 데 쓰였다. 조정에서는 해당 물품을 완벽하게 통제하여 민간에서의 사사로운 거래를 금지했다. 

“걱정 마세요, 형님. 저도 다 알고 있어요. 어젯밤에 전자가 말해줬어요."

고계산은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고, 환희에 찬 눈빛으로 소를 쳐다봤다. 

“이제 전자만 믿어야겠구나. 때가 되면 명단을 보러 가는 거 잊지 말고.” 

고백산이 고청운에게 당부했다.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며칠 후, 성적이 나왔다. 고청운은 생각지 못한 1등을 해서 소위 ‘현안수(*懸案首: 현에서의 수석)’가 되었다. 

이 소식을 보았을 때만 해도 고청운은 믿기 어려웠다. 

벽에 붙은 명단의 가장 위에 자신의 이름이 떡하니 있었던 것이다.

고청명이 고청운의 손을 꽉 쥐고 말했다. 

“청운아, 네가 안수야!”

주위에 있는 응시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고청운을 향했다. 

고청운은 개의치 않고 시선을 명단에 집중한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 이름이 있나 한번 봐요.”

고청운은 매우 놀랐지만 그래도 침착할 수 있었다. 시험을 잘 본 것 같은 예감이 들긴 했었다.

‘그래도 1등은 생각하지 못했어. 문헌 형만큼 경의를 배우지는 못했으니까.’

2등인 조문헌은 주먹을 꽉 쥐고 명단을 노려봤다. 조문헌의 표정은 기쁜듯하면서도 알쏭달쏭했다. 

하겸죽은 10등이었다. 

조옥당의 이름은 명단 끝자락에 있었다. 그래도 조옥당은 매우 기뻐하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붙었어! 내가 붙었어!”

고청명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고청운은 명단을 쳐다보는 고청명을 보았다. 고청명은 흥분하고 기뻐하던 기색을 가신 채, 한숨을 내쉬었다.

고청명은 갓 오경(五經)을 마쳤고, 그 내용을 탄탄히 배울 시간이 없었다. 고청운도 일 년 전에는 경의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 현시에는 300명 가까이 참가했고, 대부분 성인(成人)이었다. 심지어 쉰 살부터 예순 살까지, 동생(童生)도 참가했는데, 이들은 평생 이십 몇 권의 책을 공부했기에 경의를 능숙하게 외웠다. 게다가 경의를 깊이 이해하여 젊은이가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전 조대(朝代)에서는 백 명 중 한 명꼴로 현시에 합격했다. 새로운 조대가 세워진 후에는 합격률이 살짝 높아졌다. 임산현은 학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이번에는 스무 명만 합격했다. 

합격 명단에 들어가려면 운과 실력을 모두 갖춰야 했다. 

합격 명단에 오른 이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울음을 터트렸는데, 쉰 살 남짓의 어느 사람은 혼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겪은 적이 있는 현아는 의원을 대기시켰다가 투입하여 수습했다.

낙방한 이들은 얼이 빠졌고,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인생의 희비가 교차했다. 

명단을 확인한 고청운은 고청명을 끌고 갔다. 조문헌, 하겸죽, 조옥당도 명단에 올랐으니, 등수에 상관없이 기쁠 것이었다. 

술집에 가서 축하하려고 했지만, 시험에서 떨어진 고청명이 있어서 쉽사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 * *

모두 침묵하며 조옥당의 별원으로 향했다. 

드디어 정신을 차린 고청명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자야, 나 괜찮아. 잠시 정신이 나간 것뿐이야. 마지막 날, 시험을 보고 느낌이 왔어. 내가 답을 잘못한 것 같았거든. 그런데도 마음속으로 기대했지. 만약 생각지도 못했는데 합격하면?, 하고 말이야.”

고청명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이제 알겠어. 꾀를 쓰면 명단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공부를 설렁설렁하다가 할아버지랑 스승님이 시키면 억지로 조금 열심히 하고, 안 시키시면 그냥 넘어가고 그랬거든. 최근 1년은 열심히 했지만 앞에 낭비한 시간을 보충할 수 없었지. 전에는 네가 재미없게 산다고 생각했어. 마치 책벌레처럼 매일 공부만 하니까. 그런데 내가 너무 단순했다는 걸 깨달았어! 난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거야!”

“청명 형…….”

고청운은 걱정했다. 전생에서 학교에 다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등수가 나올 때마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 이런 순간이 있었다. 내가 시험을 잘 보면 시험을 못 본 상대방의 기분을 신경 써야 했고, 상대방이 시험을 잘 보면 내가 시험을 못 봐서 유쾌하지 않았다. 모두 시험을 잘 봐야 기뻐할 수 있었다. 

“괜찮아. 그 덕에 깨달음을 얻었잖아. 무언가를 얻으려면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는 법. 우리 같이 축하하러 가요. 다들 시험을 잘 봐서 나도 엄청 기뻐요. 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요. 저도 남자고, 이건 현시일 뿐이니까요. 올해 안 되면 내년, 내후년에 기회가 있잖아요. 나이 드신 분도 계속 시험을 보는 걸요. 제가 좌절할 거라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의 말에 모두는 한시름 덜고 웃었다. 

“축하하러 가요. 내년에 여러분들이 없으니, 제가 합격할 기회가 더 크겠죠.”

고청명이 웃었다. 

모두는 고청명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나 실패를 빨리 털어내진 않으니까. 고청명이 괜찮은 척을 했다고 한들, 괜찮은 척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 * *

고청명은 성격은 시원스러웠다. 일단 말을 트고 나면, 빛나는 사교 능력을 발했다. 식탁에서 모두와 신나게 이야기하면서 유쾌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방금 전, 슬퍼하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가 가끔씩 유감스러움을 표하지 않았다면, 고청운은 그가 붙은 줄 알았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고청운은 고청명이 정말 신경을 쓰는지 아니면 깨달음을 얻은 척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육촌형이 이럴 수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이것이 여전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는 법을 배운 거니까. 

고청운은 전생의 나이와 현생의 나이를 합하면 꽤 나이가 들었는데도, 고청명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할 자신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15~16살이었고, 심지어 조옥당은 이미 18살이 되어 아내를 얻을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덥힌 술을 주문했는데, 아직 날이 추웠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함께 술을 마셨다. 

고청운은 술은 마시지 않고, 술을 따르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취할까봐, 소이(小二)에게 술에 물을 타 달라고 했다. 

‘술을 마시고 예의를 잃으면, 술이 깬 후 후회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나 혼자서 술 취한 넷을 돌보지 못 해.’ 

이 술집은 고씨 집안과 절인 달걀을 거래하는 곳이었다. 고청운은 일부러 절인 달걀을 주문했다. 입장할 때, 손님의 식탁을 살펴보니, 여럿이 절인 달걀을 먹고 있었다. 

이제 마을사람들은 달걀을 시장에 내다팔지 않고 고씨 집안에 팔았다. 고씨 집안은 보통 달걀 세 개에 2문, 큰 달걀은 한 개에 1문에 사들였다. 사람들은 시장에선 좀 더 비싸게 달걀을 팔 수 있었지만, 시장에 오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 서로 득이었다.

모두 밥상에 둘러앉아 즐겁게 이야기했는데, 화제는 주로 부시(*府试: 현시에 합격한 후에 응시할 수 있는 시험)와 원시(*院试: 정식 과거 시험 자격을 얻기 위해 먼저 치르는 시험)였다. 바깥이 아닌, 방 안이었기 때문에 타인에게 방해가 될까봐 걱정하지 않고 대화했다. 

고청운은 조문헌에게서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 고청운은 이해할 수 있었다. 시험장을 나섰을 때, 조문헌은 자신이 1등이라면서 자신만만했었다. 

‘우리 중에서 1등이라고 여겼는데, 안수를 내게 빼앗긴 격이다.’ 

일반적으로 각 현(县)의 안수는 이후 응시하는 부시에서 낙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고청운은 동생(童生) 정도는 안정적으로 붙은 것이라고 봤다. 

수재가 되지 못한 응시생은 ‘동생(童生)’이라고 칭했는데, 이는 범칭일 뿐 유명무실했다.

고청운이 동생에 합격 후 원시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그 다음해에 현시와 부시에 응시하지 않고 바로 원시를 볼 수 있으니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시험을 보면 수재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