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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30)화 (30/504)

30화. 내가 혼인이라니…….

‘그럼, 앞으로 우리 집에서 소를 돌볼 사람은…….’ 

고청운은 탕후루를 맛나게 핥고 있는 구단, 아니, 이제 고청평(顾青平)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녀석을 보았다. 

‘청평이는 아직 자기가 소를 돌봐야 한다는 걸 모르고 있겠지?’

“형, 제가 뭐하고 있게요?"

고청평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매우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청운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고청평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먹으렴. 하나는 청안이에게 남겨 주고, 하나는 누이에게 줘. 안 그럼 청안이가 일어나서 분명 울 거야.”

구잉의 정식 이름은 고청안(顾青安)이었다. 

평안한 것이 복이라는 뜻이었고, 고계산이 이름을 지었다.

“알겠어요.”

고청평은 흔쾌히 대답하며 조건을 붙였다. 

“그럼 돌아오는 길에 땅콩사탕을 사 갖고 와야 해요.” 

“형이 돈 벌게 되면 사 줄게.” 

고청운이 약속했다. 

‘장난하나, 내 돈은 큰 곳에 쓸 거다. 자주 사줄 수 없지.’

고청운은 고청평에게 이번에 오는 길에 땅콩사탕을 사왔다고 말하지 않았다. 어른들은 고청평에게 간식을 주곤 했는데, 대아와 이아에게는 간식을 주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고청운은 땅콩사탕을 대아와 이아에게만 주고 싶었다.

한쪽에서는 소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소를 사 오면 제가 돌보면서 공부할게요. 방해되지 않을 거예요.” 

고청운은 과거 시험을 앞두고 있기에 점점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공부만 할 수는 없었다. 가끔씩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고청운은 농사일은 하지 못했지만, 소를 돌보며 방목하는 법은 배우기만 하면 할 수 있었다. 

모두 고계산을 쳐다보았다. 

고계산이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꾸나.”

그것은 아마 긍정의 의미였다. 

* * *

다음 날, 고청운은 집에서 쉴 수 있었다. 하 수재가 하루 쉬고 찾아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고청운은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큰할아버지 댁에 들러 고백산에게 현시 시험에 대해 보고한 후 귀가했다

“오늘은 누이가 밥하는 날이야?”

대아가 아침밥을 들고 나왔다. 

“응, 요 며칠은 내가 하고 있어.”

고씨 집안의 집안일은 고대하와 고이하, 두 집에서 닷새간 번갈아했다. 

“맞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누이 혼인 언제 한다는 소리는 안 하셨어?”

고청운이 물었다. 

“그걸 왜 묻는 거니? 그걸 내가 어찌 알겠어.”

얼굴이 빨개진 대아가 고청운을 흘겨보았다. 

대아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수록, 타고난 피부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래서 마을의 여느 아이들에 비해서 피부가 하얀 편이었다.

“누이, 내가 말한 대로 하니까 피부가 많이 좋아지지 않았어?”

고청운은 달걀부침을 먹으며 말했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군.’

고청운은 피부와 관련된 상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농사일하지 않고, 햇볕을 피하며, 쌀뜨물, 오이 등으로 지속적인 관리를 하면 당연히 미백 효과가 있었다. 고청운의 말대로 관리했더니, 대아의 피부가 확연히 좋아졌다. 

‘남자는 대체로 시각의 동물이니, 외모가 출중한 여자는 그렇지 못한 여자보다 좋은 부군을 얻을 가능성이 높지.’

고청운은 대아가 더욱 잘 살길 바랐다. 

“먹는 거로도 네 입을 막을 수가 없다니. 그런 책만 보면 안 돼. 본업에 충실해야지.”

대아는 애정을 가득 담은 손가락으로 고청운의 이마를 살짝 밀었다. 그리고 계속 아침밥을 차렸다. 날이 밝자마자, 밭에서 일하던 집안 어른들이 돌아왔다. 집안 어른들은 해가 뜨기도 전에 밖으로 나가서 농사일을 하다가, 해가 뜨면 집에 와서 아침밥을 먹었다. 

“이것도 아주 중요한 일인 걸.”

고청운이 구시렁거렸다. 

“여자로 사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야. 누이, 내가 알아보니까 미래의 매형 집안이 괜찮은 것 같아. 그런데 연말이나 내년에 누이가 시집가서 혹시라도 괴롭힘을 당하면 우리가 모를 수도 있잖아. 누이, 만약 매형이 누이를 괴롭히면, 꼭 내게 말해줘야 해. 내가 혼내줄게.”

고청운의 진지한 표정을 본 대아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눈가가 뜨거워진 대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여자로 사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야. 전자야, 사아(四丫) 기억나? 한 살이 채 되기 전에 요절해버렸잖아. 그런데 지금 삼아 말고는 아무도 그 아이를 기억하지 않아. 숙모도 그런 것 같아. 숙모는 아직도 요절한 이왜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사아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나는 혼인한 후에 만약 딸을 낳게 되면 정말 잘해줄 거야.”

이야기를 마친 대아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빨리 다 먹어. 그릇이랑 젓가락 정리해야 해.” 

고청운은 멈칫했다. 

‘사아?’ 

사아가 태어났을 당시에 고청운은 공부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사아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만약 대아가 언급하지 않았다면 사아가 존재했던 것도 잊어버렸을 것이다. 도화진에서는 돌을 못 넘기고 요절한 아이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마을의 산 중 하나는 미성년일 때 죽은 아이를 묻는 곳이었다. 고청운은 그 산을 지날 때마다 작은 무덤이 늘어난 것 같아서 슬펐다.

고대에서는 요절이 적잖아서 사람들은 타성(惰性)에 젖었다. 더불어 생계의 압박이 심해서, 요절한 아기를 그리워하는 데에 쓸 여유가 없었다. 눈물을 닦고 계속 살아 나갔고, 또 출산했다.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고청운이 급히 말했다. 

“누이는 나중에 아들도 낳고 딸도 낳을 수 있을 거야.”

“또 막말한다!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면 못써.”

대아는 자책하며 이어 말했다.

“내 탓이지. 너랑 그런 이야기해서 뭐하겠니. 부엌에 붉은 고구마가 있어. 가져다줄 테니 하나 더 먹어.” 

말을 마친 대아가 부엌으로 들어갔다. 

고청운은 부끄러워하는 대아에게 더 이상 장난치지 않았다. 고청운은 대아가 이번 혼인 상대를 비교적 만족해 한다는 걸 알았다. 

하상춘의 집안 환경은 훌륭한 편이었고, 하 의원에게는 재산이 꽤 있었다. 토지는 오십 묘 이상 소유했고, 진(镇)에 있는 저택도 매우 컸다. 그리고 하상춘은 못 생기지 않고 반듯하게 생겼다. 손가락이 여섯 개라서 멸시는 받겠지만 현지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 하씨 집안은 도화진에서 명성이 높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에, 보통 사람은 감히 이러쿵저러쿵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상춘은 글과 예의를 알았고, 흔한 병증을 고칠 수 있었으며, 약을 채집하는 특기를 지녔다.

‘땅을 사서 약재를 심은 후 기른다지. 최근에도 그 땅을 팔고 싶어 한다고 들었어. 그래도 누이가 왜 이 혼사에 응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 누이는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매우 만족하는 것 같은 걸. 하상춘은 둘째 아들이고, 그 집안의 재산은 대부분 큰아들에게 넘어갈 텐데. 그리고 누이는 왜 하상춘의 손가락이 여섯 개인 걸 개의치 않는 걸까? 고대의 여자들은 이 문제를 매우 신경 쓸 것 같은데. 이해되지 않지만 생각하지 말아야지.’

* * *

하씨 집안 가족에 대해서 알아본 고청운은 꽤나 흡족했다. 하 의원과 하상춘의 어머니는 슬하에 2남 3녀를 뒀다. 딸들은 모두 출가했고, 큰아들은 혼인한 지 1년이 되었으며, 큰며느리는 갓 회임했다. 

고청운은 하상춘의 어머니와 하상춘의 형수를 위주로 알아봤다. 하 의원에 대해서는 친숙한 편이었고, 하상춘의 형도 이미 여러 번 보았던 터라 됨됨이가 훌륭하고 의덕(*宜德: 뛰어난 덕행)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상춘의 어머니는 성격이 좋고, 하상춘을 매우 아끼고 사랑했다. 

하상춘의 형수는 성격이 어떤지 알 수 없었지만, 좋다고 평하는 것 같았다.

‘하상춘의 형수가 중요한 게 아니지. 가장 중요한 건 시어머니의 성격과 성질이야. 시어머니가 있는 이상, 하상춘의 형수는 집안일을 좌지우지하지 못 해.’

고청운은 생각했다.

게다가 도산사에 다함께 놀러갔을 때, 하상춘이 지금까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집안사람들이 괜찮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상춘과 누이, 그리고 혼사 등에 대해 계속 생각하던 고청운은 문득 조 씨가 그에 대해 요상한 태도를 취했던 것을 무의식중에 이해할 수 있었다.

하 수재에게 책을 돌려주던 그날, 그는 고청운에게 이렇게 말했다.

“원래는 너를 손녀사위 삼으려고 했는데, 상춘이가 네 누이에게 장가를 들려고 하니, 이제는 안 되겠구나.”

부끄러워서 얼굴이 새빨개진 고청운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승님, 전 아직 어린걸요.”

하 수재는 계면쩍은 듯 말했다. 

“허허, 내가 아직 잠이 안 깬 모양이다. 헛소리를 했구나. 어서 나가보거라. 이따가 네 공부 진도를 볼 것인데 만약 대답을 못하면 손을 내놓아야 한다!” 

하 수재는 평소와는 달리, ‘스승님’이라고 자칭하지 않았다. 고청운은 서둘러 서방에서 나왔다.

* * *

고청운은 차근차근 생각했다. 

‘도산사에 갔을 때, 사모님이 이상할 만큼 까다롭게 군 것 같았지.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연유 때문인 듯한데, 사모님께서는 분명 탐탁지 않으셨겠지. 아무래도 우리 집안과 스승님의 집안은 차이가 많이 나니. 딸을 가난한 놈에게 시집보내고 싶진 않았겠지.’

대아와 하상춘의 혼인을 맺어준 건 조 씨였다. 그녀는 분명 고청운이 하 소낭자에게 장가드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대아와 하상춘이 혼인하면, 풍습대로 고청운과 하 소낭자는 혼인을 맺을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겹사돈’이 되는 꼴이므로 비웃음을 살 것이 뻔했다. 

어찌되었든 지금의 결과는 모두 좋았다. 고청운은 털도 다 자라지 않았으니, 혼사를 미룰 수 있으면 미루는 게 좋았다. 

‘내가 혼인이라니……. 켁켁.’

고기를 먹고 있던 고청운은 갑자기 맛을 느낄 수 없었다. 고청운은 한창 자라고 있었고, 외아들로서 혼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 집안의 압박으로 인해 견디기 힘들어질 것이었다.

‘내가 남자를 만나면 동성애를 하는 것이구나. 그러니 이 시대에서 일생을 함께할 남자를 찾는 건 포기해야해. 설령 찾는다고 해도 상대방이 변심할지 누가 알아? 좌우지간 다른 사람들의 낯선 눈빛을 견딜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결론적으로, 고청운이 여성과 혼인하지 않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는 그저 성장호르몬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생리 조건이 갖춰지면 아내를 얻는 일도 견딜 수 있을 것이었다. 고청운은 그간 십 몇 년 동안 줄곧 남자 아이들과 있었기 때문에, 이제 언행과 거동이 다른 남자아이들과 별 다를 게 없었다. 

아직 이 문제를 생각하기엔 너무 일렀다. 어쩌면 그때 가서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일지도 몰랐다.

고청운은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반드시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 * *

그날 오후, 고계산과 고대하가 소 한 마리를 끌고 왔다. 

이건 정말 큰일이어서, 마을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마을사람들이 소를 에워싸고 구경했다. 저마다 소를 가리키며 구시렁댔다. 모두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소는 어디서 사 왔소? 설마 현성에서 또 소를 파는 건가?”

고계산과 비슷한 연령의 노인이 큰소리로 물었다. 

고계산은 인파에 놀란 소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불안감을 잠재우려고 노력했다.

흥분한 고이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대꾸해주며 조심스럽게 소를 끌고 빠져나왔다. 

“오늘 큰애와 소금을 사러 갔다가, 소를 파는 걸 보고 얼른 샀소. 집안 식구가 너무 적어서 논을 갈 때마다 목숨을 갈아 넣는 것 같았다오. 만약 당신처럼 집안에 사내가 많았으면 아마 소를 살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테지.”

고계산이 답했다.

“어디 사람이 소와 같소? 당연히 소가 있는 게 더 좋지.”

노인은 매우 부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득의양양했다. 비록 집에 소도 없고 손자도 고계산네 손자보다 뛰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손자가 넷이었다. 게다가 이미 모두 성인이 되어 곧 아내를 얻고 자식을 낳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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