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27)화 (27/504)

27화. 현시(縣試) (1)

고청운이 학당에 왔을 때, 하 수재는 평소처럼 수업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조옥당은 고청운의 어깨를 끌어안고 진지하게 말했다. 

“청운아, 오늘 점심은 내가 살게. 어제 던져준 돌 덕분에 내가 살았어. 안 그랬으면 그 자식이 나를 찔렀을 거야.” 

고청운은 고개를 내저으며 웃었다. 

“제가 돌을 던지지 않았어도 사형은 별 탈 없었을 거예요. 사형 재능은 매우 뛰어난 걸요.” 

조옥당은 웃으며 매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건 그렇지! 내 재능은 훌륭한 편이야. 나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무공을 훈련을 해. 안 그러면 종일 정신이 없거든. 그래도 네가 날 도왔으니 밥을 꼭 사야겠어.”

“제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는 것만으로도 전 매우 기쁜 걸요. 밥은 제가 사야죠.” 

고청운은 동의하지 않았다. 

옆에서 그들을 보던 하겸죽은 웃으며 결정을 내렸다. 

“모두 다 같이 가죠. 진에 있는 호운래 식당에서 밥을 먹자고. 맛있다고 하니, 옥당 사형이 오늘 모두에게 쏴요.” 

그렇게 결정되었다. 

* * *

점심 때, 고청운은 모두에게 양해를 구한 후 고청명도 데려갔다. 

식당에 자리한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고청명은 모두와 잘 어울렸다. 

고청명은 어제 일어난 일을 알게 된 후 매우 아쉬워했다. 

“어제 원래 도산사에 가려고 했는데 할머니께서 몸이 안 좋으셔서 가지 못 했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그런 큰일을 겪다니.” 

다시 흥이 난 조옥당은 득의양양하면서, 그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말했다. 

‘소년은 소년이군. 이게 뭐 그리 흥분할 일인지 알 수 없는데 말야.’

고청운은 다시는 그런 재수 없는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다만 공부때문에 압박을 받는 고요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던 와중에 큰일을 맞닥뜨리니, 신선한 자극이기는 했다. 

그래서 모두 흥분했다. 하지만 고청운은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요리는 먹을 만했다. 맛은 그저 그랬지만, 저렴하고 고기가 많았다. 

조금 먹었는데도 포만감이 들었다.

그날 오후, 귀갓길에 고청운이 고청명에게 물었다. 

“큰할머니 몸이 안 좋으셔요?"

“응, 요즘 날이 덥잖아. 할머니께서 밤에 잠이 안 오실 때 뜰에서 몸을 식히시곤 했는데, 그러다가 감기가 걸리셨어.” 

고청명은 괜찮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미 의원을 불러 약을 지었으니 괜찮으실 거야.”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녁에 큰할머니를 뵈러 가는 게 어떤지, 할머니께 여쭤봐야지.’

* * *

며칠 후, 드디어 인신매매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다. 자칭 방자명(方子茗)이라는 어린 소년이 고씨 집안에 왔다. 

고청운이 귀가했을 때, 방자명이 집에 있었다. 방자명은 고청운의 집에 꽤 오래 머무른 상태였다. 고청운을 본 방자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방자명은 월백색(*月白色: 달빛과 같은 흰색)의 면으로 만든 장포 차림이었다. 외모가 준수했고 나이가 어려서 얼굴의 윤곽이 부드러웠다. 그날 본 서른 남짓의 부녀자와 닮은 것 같았다. 올해 열두 살인 방자명은 부드러운 기질을 가진 동생(*童生: 생원 자격 획득을 위한 과거 급제자)이었다.

“올해 합격했다는구나.”

노진씨가 말했다.

“원시는 보러 가지 않았습니다.”

방자명은 원시를 보러 가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우리 집에 온 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을 텐데, 할머니께서는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알고 계신 거지? 왜 왔는지는 명확하지. 분명 고맙다고 인사하러 온 거야.’

고청운과 방자명은 인사를 나눴다.

“어머니는 집에서 사촌동생을 보살피고 계시고, 아버지는 마침 집에 안 계셔서 제가 올 수밖에 없었어요. 만약 실례가 되었다면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려요.”

준수한 외모의 방자명이 사과하자, 고청운은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무례하기는요. 모두 시골 사람이라서 그렇게 많은 예의를 차리지 않는 걸요.” 

이에 방자명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날 큰일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것들은 제 어머니께서 가져가라고 하신 사례품이니 꼭 받아주셔요.”

고청운은 노진씨를 쳐다보았다. 

노진씨가 웃으며 말했다. 

“전자야, 네가 결정하려무나.” 

고청운은 방자명의 청에 매우 시원스럽게 응했다. 고청운의 집 근처에 방자명의 마차가 세워져 있고, 두 명의 하인이 서 있었다. 이를 본 고청운은 방자명이 부유하고 고귀한 것을 알아챘다. 돈으로 인정을 갚고 싶은 것이 틀림없었다. 

고청운은 일찍이 그 사건이 매듭지어지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날 방자명의 모친이 한 행동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부녀자는 고청운의 주소를 쉽게 찾아냈다. 

고청운이 사례품을 통쾌하게 받자, 방자명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집은 현성 장평가의 방택(方宅)에 있어. 현성에 오면 나를 찾아와도 좋아. 만약 도움을 청할 일이 있다면 찾아와.” 

고청운과 방자명은 한참 동안 이야기했다. 방자명은 성문을 걸어 잠그기 전에 현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작별인사를 했다. 

방자명이 떠난 후, 고청운과 노진씨는 사례품을 정리했다. 정말 사려 깊게 준비한 사례품이라고 느꼈다.

은자 열 냥, 몇 필의 양목, 정교한 간식이 담긴 함, 조각으로 인쇄된 책 <고문석의(古文释义)>, <문장궤범(文章轨范)>, <자치토감(资治通鉴)>이었다.

값어치가 각기 달랐고, 그것들은 사례품이 되기 적당했다. 

저녁이 되자 귀가한 가족들은 선물을 보고 흡족했다.

“통이 크구나! 일도 마무리됐고, 잡혀야할 사람은 잡혔으니, 이제 안심해도 되겠다.”

담배를 피우던 고계산이 결론을 지었다. 

책은 고청운이 가졌고, 간식은 노진씨가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다. 양목은 집집마다 한 필씩 가진 후, 남은 것은 은자와 함께 노진씨가 보관하기로 했다. 은자는 내년에 고청운이 과거를 볼 때 쓸 거였다. 

이와 같은 배분에 모두 이견이 없었다. 

* * *

다음 날, 사숙에 간 고청운은 조옥당이 더 많은 사례를 받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고청운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저 미소를 지었다.

고청운은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에 현시와 부시에 합격하는 게 목표였다. 수재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동생(*童生: 생원 자격 획득을 위한 과거 급제자)에는 합격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대아의 혼사가 정해졌다. 대상은 하상춘이었다. 조 씨가 맺어 주었는데, 하상춘의 집안은 꽤 좋은 편이었다. 

하상춘의 집안에서 왜 이 혼사에 응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고청운의 잠재력을 봤거나, 대아의 선량함과 근면함을 보고 정한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고청운은 시험을 잘 보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누이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다. 

* * *

고청운은 6년 동안,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계획표대로 공부했고, 드디어 노력을 시험할 날이 다가왔다. 

수재가 되려면 먼저 현시, 부시, 원시를 통과해야 했고, 이번 조대에서 규정한 현시의 모든 동생(童生)들은 본현(*本县: 중국 행정 구획 단위의 하나) 예방(禮房)에 본적, 성명, 연령, 3대 이력, 용모 등을 등록해야 했다. 그리고 동시에 다섯 명이 연대 보증을 서야했다. 본현의 생원을 찾아가서 본적, 출신이 깨끗하고, 기생, 잡기, 노예 집안의 자손이 아니며, 부모 중 사망자가 없다는 걸 증명해야 시험에 응시가 가능했다. 

고청운이 있는 갑반의 네 사람과 시험을 보고 싶어 하는 고청명까지 더해 딱 다섯 사람이었기에 서로 연대보증을 설 수 있었는데 생원을 찾는 일이 유일한 문제였다.

진(镇)에서 아는 수재는 모두 생원이 아니었지만, 하 수재의 인맥을 동원하여 매우 순조롭게 보증인을 찾을 수 있었다. 

아울러  두 냥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례품을 지불했다.

“본현에 생원이 두 명뿐이고, 시험 때마다 보증설 테니, 매년 받는 사례품이 얼마나 많을까?”

고청명이 속닥거리자, 고청운이 크게 공감했다. 

현시는 현아 예방에서 총 네 번, 하루에 한 과목씩 봤다. 본현의 현령이 주임 시험관이었다. 

집에서 현성까지, 한 시진이 소요됐다. 고씨 집안은 고청운이 시험을 보는 나흘간 객잔에 묵게 할 예정이었다. 

고대하가 함께하는 데에 모두 찬성했는데 고청운이 동의하지 않았다. 고청운은 집과 가까운 현성에 익숙했다. 그리고 두 명이나 객잔에서 묵으면 은전을 많이 지출해야 했다. 그래서 고청운은 임양부(临阳府)에 시험을 보러 갈 때만 가족이 동행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 * *

고청운, 하겸죽, 조옥당, 조문헌, 고청명은 함께 현성으로 향했다. 고청운은 객잔에 묵으려고 준비했는데, 조옥당이 그의 별원에서 묵자고 했다. 

조옥당의 집안은 진(镇)과 현(县)에 각각 하나씩 면포 도매상을 운영하고 있었다. 비록 큰 도매상은 아니었지만, 조옥당네 호적이 여전히 농적(*农籍: 농촌 호적) 이라서 경제적 기반이 탄탄했다. 그러하니, 현성에 별원이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조옥당의 갑작스런 제안에 다들 어찌할 줄 몰라 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 고민할 게 뭐가 있다고! 우리 집에 묵으면 매우 편한 걸. 아버지께서 밥을 해줄 부엌아낙을 따로 고용할 거고, 객잔처럼 시끄럽지도 않고, 조용한 편이니 공부를 복습하며 지낼 수 있을 거야.”

조옥당은 다급하게 덧붙였다. 

평소에 조옥당과 왕래가 잦은 고청운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일찍 말씀하지 않으셔서요. 곧 현성에 도착하는데 이제야 말씀하시니 놀랄 수밖에요.” 

하겸죽, 조문헌, 고청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말하기 부끄러워서 그랬지. 이번에 처음으로 현시에 참가하는 거니까.”

조옥당이 살짝 부끄러워하며 답했다. 

“하 사형, 재작년에 응시하셨잖아요. 객잔에 묵기 편하던가요?” 

고청운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하겸죽은 손수건을 꺼내어 땀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나름 괜찮았어. 모두 본현의 동생(童生)이라서 교류하고 그랬지. 물론 사람이 많으니 조금 어수선한 건 당연한 일이고. 위쪽 방이면 좀 더 낫긴 해.” 

고청운은 조문헌을 보았다. 조문헌은 말랐지만 정신 상태는 매우 좋았다. 몸도 건강해 보이는 것이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조문헌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아니면, 한번 가보도록 하죠. 그런데 옥당 형은 반드시 우리가 먹고 자는 비용을 받아야 해요. 그때 가서 밥 살 때 드는 비용도 나누어서 내자고요. 부엌아낙을 고용하는 비용도요. 우리가 숟가락을 얻는 셈이니까요.”

모두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옥당은 본래 그 돈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모두 단호했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 * *

모두 순조롭게 조옥당의 별원에 들어갔다. 별원이지만 일반적인 집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방 세 칸, 부엌 한 칸, 당옥 한 칸, 부엌,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 있었다. 현아와 가까웠기 때문에 위치도 좋고 매우 안전하기도 했다. 조옥당의 말에 따르면, 이 별원을 사는 데 은자가 60냥 가까이 들었다고 했다. 

고청운은 한숨을 푹 쉬었다. 자신은 집에서 몇 년 동안 먹고 입는 걸 아끼고 이번에 받은 사례금까지 합쳐도 60냥이 될지 안 될지 몰랐다. 60냥이 된다고 해도 크게 차이는 안 날 게 뻔했다.

조옥당은 혼자서 방을 쓰고, 고청운과 고청명이 한 방, 하겸죽과 조문헌이 한 방에 묵었다. 이미 방에 두 침상이 준비되어 있는 걸 보아하니, 조씨 집안에서 미리 준비해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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