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8)화 (8/504)

8화. 체벌

예상했던 것처럼, 사흘 후부터 고청운은 정식으로 글을 배우게 되었다. 고청량도 함께했다. 

본래 고백산은 고청량이 아직 어리니 한 살 더 먹으면 글을 가르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고청운을 가르치게 된 것이다. 그럼, 고청운보다 한 살 많은 고청량도 함께 글을 배우는 게 당연지사였다. 

고청운, 고청명, 고청량이 옷깃을 바르게 하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고백산은 우선 고청운, 고청량에게 삼자경을 가르쳤다. 그동안 고청명은 복습을 했다.

스승은 한 명뿐이니, 돌아가면서 세 아이를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 

첫 수업에 사용한 책은 <삼자경(三字经)>으로, 고백산이 손수 필사한 새 책이었다. 삼실로 엮어 놓으니 깔끔하여 온전한 책 모양이었다.

책방에서 <삼자경>의 조각판 가격은 권당 800문이었고, 필사한 책은 이것보다 저렴한 600문이었다. 

이렇듯 공부를 하는 데에는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 서적이 이리도 비쌌다. 심지어 누군가가 필기라도 해둔 책은 더 비쌌다. 주석을 달아놓은 사람의 명성과 신분에 따라 책의 가격은 상이했다. 

고백산은 아이들에게 책을 주면서 가격도 알려줬다. 그러자 세 아이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할아버지, 저 대신 이 책을 팔아주세요. 그럼, 600문이 생기겠죠? 그 돈을 제게 주세요.” 

고청량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 말을 한 대가로, 고청량은 작은 엉덩이를 여러 대 얻어맞았다.

후에, 고청운은 아무나 필사한 책을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자의 크기가 일정하고 필체가 정갈해야 하며, 오탈자가 한 자라도 있어서는 안 됐다. 이러한 경지에 이른 사람에게만 필사한 책을 팔 자격이 주어졌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필사를 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했다. 한 권에 1,000자 정도 하는 책을 필사하려면,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가 걸렸다. 게다가 붓, 먹, 종이, 벼루 비용을 제하고 나면, 100문에서 200문이라는 극히 적은 이윤밖에 남지 않았다.

고백산은 시간에 쫓기며 필사했다. 그래서 고백산이 필사한 책에는 글자를 잘못 썼다가 고친 흔적들이 있고 먹물로 오염된 부분도 있었다. 글자의 크기도 일정하지 않으니, 이런 책은 책방에서 받아주지 않을 것이었다.

고청운은 매를 맞던 고청량을 생각하며 웃었다. 고청량은 제 무덤을 판 격이었다.

그래도 고청량과 같이 수업을 하면 웃을 일이 참 많았다. 고청량은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고, 자주 물을 마셨으며, 간식을 먹는다는 핑계로 쉬었다. 그럴 때마다 둥글둥글한 몸이 등자에서 왔다 갔다 했다. 고청량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총애를 받아서인지, 고백산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은 고백산의 심기를 건드렸다.

수업을 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고청량의 작은 엉덩이는 항상 부어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고청운도 아프다고 느낄 지경이었다. 고청운은 가끔 고백산이 너무 엄하다고 생각했다. 제자를 자주 체벌하는 건 좋지 않은 일이었다. 잘못 때려서 몸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고청량은 아직 어리지 않나.

고청운이 아버지 고대하에게 큰할아버지 고백산의 체벌에 대해서 말하자, 고대하는 체벌이 고씨 집안의 전통이라고 알려줬다. 고대하도 어린 시절에 다른 형제들과 글을 익히다가 고백산에게 맞은 적이 있다고 했다. 고대하는 그때가 훨씬 심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고대하와 고이하는 고백산에게 글을 배우지 않기로 해서, 고계산이 글을 가르쳐야 했다.

“지금은 큰할아버지가 연세가 있으셔서 많이 부드러워지신 거란다. 전보다 덜 때리시는 편이시지.”

고대하가 탄식했다. 

“아들, 걱정 말거라. 큰할아버지께서는 사리 분별을 잘 하신단다.” 

고청운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게 덜 때리는 거라고? 어쩐지 아버지와 숙부님이 공부를 싫어하더라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백산은 심리학과 교육학을 배운 적이 없는 고대의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고백산이 공부를 할 때도 아마 그렇게 스승에게 맞았을 것이다. 그래서 스승이 하던 대로 따라하는 것이리라.

* * *

글을 익히기 시작한 지 보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고청량은 그만두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고청운과 비교해 봐도, 정도가 너무 심했다.

열심히 글을 익히는 고청운과 비교하면 고청량은 그저 진짜 아이에 불과했다. 고청량은 전설 속의 천재가 아니라서, 고청운처럼 빠르게 글을 배울 수 없었다.

하지만 고청운은 사실 고청량의 기분을 생각해서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어렵게 생긴 배움의 기회이니, 반드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야 했다. 천부적인 재능을 꾸며내든, 열심히 노력하는 태도이든. 왜냐하면 고청운에게는 정말 간절한 기회였으니 말이다.

고청운에게 공부를 시킨 것을 가족들이 후회하게 할 수는 없었다.

한편, 고청량은 글공부 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했다. 고백산은 고청량이 글을 배우는 것을 싫어하게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일단 일 년을 놀게 해주고, 나중에 조금 철이 들면 다시 가르치기로 했다. 이것은 고청량이 고청운과 함께 공부하지 않고, 서로 시간을 엇갈리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 덕분에 고청운은 고백산에게 거의 일대일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고청운은 매일 진시(*辰時: 오전 7시~9시)에 일어나 오시(*午時: 오전 11시~1시)까지 공부한 후, 오후에는 자유 시간을 가졌다.

고백산은 손자들을 가르치는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을의 일을 처리하거나 친우를 만나기도 했으니, 모든 시간을 고청운에게만 쓸 수는 없었다. 

고청운은 남는 시간을 자진해서 알차게 썼다. 고청운은 진짜 아이가 아니었으니, 틈만 나면 놀러 나가는 고청명처럼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고청운은 우선 장기적인 계획표와 단기적인 계획표를 차례대로 만들었다. 예를 들자면, 매일 만드는 계획표는 단기적인 계획표였다. 단기적인 계획표 만들면 다음 날 실천했고, 이러한 질서가 확립되면 장기적인 계획표에 적용했다. 이렇듯 시시각각 노력하면서 스스로를 독려했다.

고청운은 아직 어려서 손뼈가 다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글씨를 제대로 연습할 수 없어서, 책을 암기하는 방식 위주로 공부했다. 

고백산은 고청운에게 과거를 보려면 많은 책을 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고씨 집안이 대대손손 공부하는 가문이었다면, 미리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공부했을 것이다.

대대손손 공부하는 가문의 자제는 이르면 네 살, 늦더라도 다섯 살이 되면 <삼자경>, <천자문>, <유학경림(幼学琼林)> 등과 같은 책으로 글을 익히기 시작했다. 

글자를 익힌 후에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서오경>의 차례였는데, 이 모든 것을 거의 다 배우면 열다섯 살에서 열여섯 살이 될 터였다. 이때서야 시험 준비생은 수재(秀才) 시험을 보러 갈 수 있었다. 

고백산의 이야기를 들은 고청운은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고대에서 공부하는 일이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직접 공부를 시작하려니 갈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수재에 합격하려면 최소 열세 권의 책을 외워야 한다.”

고백산은 고청명과 고청운을 번갈아보며 탄식했다. 

“너희는 행운아로구나. 내가 공부를 할 당시에는 이 책들을 모으기 위해 엄청 애를 써야 했단다. 책을 사느라고 집안의 은전을 모두 써버렸지.”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했다.

‘이 책들을 합하면 최소 30냥에서 40냥이겠지? 어쩌면 더 비쌀 수도 있고.’

만약 집에 책이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빌려 베껴야 했다. 심지어 빌릴 수 없으면 책방에 가서 베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은 힘든 일이었다. 이렇든 저렇든,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책은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단다. 이전에 기근을 피해 도망을 갔을 때, 모두 내게 이런 책 대신 다른 물건을 챙기라고 했지.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지 않고 이 책들을 전부 메고 왔단다. 나중에는 사람들이 이 책들을 식량으로 바꾸라고 했다. 나는 아직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니 참겠다고 고집을 부렸지. 그리고 지금까지 책을 잘 보존했다. 이 책들은 앞으로 우리 고씨 집안에 대대로 물려줄 보물인 셈이야.”

추억을 곱씹는 고백산의 얼굴에 아련함이 서렸다. 고백산은 책을 보존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다.

고청운과 고청명은 고백산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며, 그 책들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할아버지, 저희가 열여섯 살이 되기 전에 이 책들을 다 외울 수 있을까요?”

고청명이 고민하다가 묻자, 고백산은 수염을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노력하면 할 수 있단다. 하지만 이번 황조에 산학 <구장(九章)>이 추가되어서, 수재 시험을 보려면 산술(算术)도 쳐야 한다. 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니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말을 마친 고백산은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고청명을 바라봤다. 

그러자 고청명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고청명이 놀기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고백산이 은근히 훈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큰할아버지께서는 어떻게 그리 많은 걸 아세요?”

고청운은 시험에 관한 모든 것이 흥미로웠다.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공부는 혼자서 죽어라 하는 게 아니란다. 교류를 해야 시험 준비를 더 잘 할 수 있지. 공부하는 전통을 가진 집안은 대체로 엄하단다. 그러니 부지런히 노력한다면 수재에 합격할 가능성이 훨씬 크지. 할아버지가 시험을 보러 갈 때, 다른 사람들은 이미 수재에 합격하고 했단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여전히 동생(童生)이었지.”

“아!”

고청명이 고백산의 말을 듣고 깨우쳤다.

고청운은 고백산의 말이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 스무 살 초반에 진사(进士)가 되는 경우도 있고, 머리가 하얗게 셀 정도로 나이 들어서 동생인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일은 드물지 않았다.

“우리와 같은 농가 출신인 집안은 땅 몇 묘를 더 팔수는 있지만, 공부에 있어서는 그 어떤 우세가 없단다. 유명한 선생을 모시지 못하고, 경험도 없어서 합격할 기회가 낮지. 그러니 너희가 수재에 합격한다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대손손 공부하는 집안 출신은 거인(*举人: 향시에 합격한 사람)이나 진사를 목표로 하지.”

고백산은 실의가 담긴 말투로 고청운과 고청명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공부할 기회가 있을 때 반드시 잡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조용히 공부하려고 해도 기회가 없거든. 공부해서 수재에 합격하게 되면, 네 자식에게도 가르침을 물려줄 수 있지 않느냐. 지금 내가 너희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것처럼 말이다.”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백산의 말에는 한 치의 그릇됨이 없었다.

고청명도 옆에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내가 너희들을 가르친다 하여도, 완벽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머지는 스스로 깨닫거나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깨우쳐야 한다. 진이나 현에 갈 수 있다면 같이 공부하는 사람이 있으니 좋겠지만 지금은 그러기엔 어려운 상황이구나. 공부는 평생의 일이다. 할아버지도 아직 배울 게 태산이구나.”

결국 전부 돈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었으니, 고백산은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임계촌을 거주지로 정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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