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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다 원하다-18화 (18/51)

18화

이 새끼 정상이 아니야. 아니, 정상이 아닌 건 나야. 어째서 만져지는 곳마다 참기 힘든 짜릿함이 생기는 거야. 아니, 그것보다 어째서 내 손이 가지다가 날 만졌던 것처럼 움직이는 거야. 저 녀석이 보고 있는데. 제길, 넣고 싶어. 참을 수가 없어........지다야...

"흣....가지다...."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가지다의 이름에 턱을 괴고 무심하게 다인을 쳐다보고 있던 민준수의 눈이 커졌다. 다인은 자신의 손가락을 스스로 아래의 동굴로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게 민준수에게 자신의 아래쪽을 더 자세히 보여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민준수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게 더 자극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몸이 달아오를 데로 달아올라 자신의 손만으론 그 기분을 어쩌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다인은 쉴 새없이 가지다를 불렀다.

"으흣- 지다야...가지다..."

순간이었다. 다인의 아래에서 바쁘게 왕복운동을 하고 있는 손을 민준수가 잡아뺏다.

다인은 숨을 헐떡이며 핏기 없는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민준수를 쳐다봤다. 참기 힘들 정도로 달아올라있지만 이 녀석에게 범해지긴 싫다는 생각에 잡혀있는 팔에 힘을 줬다. 하지만 민준수는 잡은 팔에 더 힘을 주며 그녀를 쳐다봤다.

"어째서..."

"아, 아파!"

"왜!"

"아프다고!"

"어째서 그 입에서 가지다가 나오는 거야!"

민준수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이다인의 몸이 흠칫 거렸다.

"넌 노도수의 여자잖아. 어째서 그 입에서 가지다가 나오는 거냐고! 설마, 가지다와 한 거야?! 말도 안돼, 아니지?!"

"아파!"

"대답해! 가지다와 한 거냐고!"

어째서 이렇게 화난 얼굴로 가지다와 잔 거냐고 묻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 녀석이 가지다와 만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풍로와 천로는 몇십 년 동안이나 앙숙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미국 생활을 한 이 녀석이 가지다와 안면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이 변태 게이 녀석은 가지다와 자신이 섹스를 했냐고 물으며 열폭 중이다.

"그럴 리가 없어. 노도수의 여자까지 건드렸단 말이야?! 아니야, 가지다가 절대 그럴 리가 없어! 그는...!...그는...!..."

아아, 이 자식 게이라더니.

"사랑하고 있어."

이젠 이 녀석이 잡고 있는 팔이 아프지 않다. 감각이 없다. 하지만 게이 녀석이 가지다를 좋아하는 건 참을 수 없다. 다인은 흐트러진 눈동자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서로...사랑하고 있어. 흐읏-!"

그 말을 입으로 뱉어내자 자신도 모르게 아래에서 애액이 넘쳐흘렀다. 가지다를 생각하는 정도로 미칠 것 같던 몸이 드디어 알아서 절정을 맞았다. 신기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은 것만으로 가버린 몸뚱어리가. 그 정도로 만들어버린 미약이란 액체가.

민준수는 쇼크를 받은 듯 말도 안돼를 여러 번 중얼거렸다. 이다인은 절정을 느꼈음에도 계속되는 욕망에 가지다가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았다. 여차하면 앞에 있는 얼간이 게이의 것이라도 넣어 달라고 조를 것 같아 최대한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는 그녀였다. 본능적 쾌락 때문에 자기혐오를 하고 싶진 않았다.

"무슨 약을 먹인 거야! 노도수의 여자인 너를 가지다가 안을 리 없어! 절대 사랑일 리 없어!그는 사랑 같은 건 안 해! 내가 알아! 어떻게 꼬신 거야! 어떻게 꼬셨길래 의리밖에 모르는 가지다가 너를!"

한 손으로 다인의 목을 조르며 소리치는 민준수는 반쯤 정신이 나가 보였다. 다인이 고통스러운 듯 버둥거렸지만 민준수는 손을 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노지나뿐이라고 했어! 사랑하는 여자가 그 사이에 더 늘어났을 리 없어!"

"윽-!"

민준수는 고통스러워하는 다인을 한참이나 쳐다보다 이내 뭔가 생각난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한다.

"...그래. 없애면 돼. 쉬워, 그렇지? 니가 없어지면 노지나밖에 남지 않아, 그렇지?!"

버둥거리는 다인의 얼굴이 곧 숨이 끊어질 정도로 새하얗게 변했다. 그 순간이었다. 벌컥 하고 방문이 열리며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다급하게 민준수를 불렀다.

"뚫렸습니다, 도련님! 피하셔야 합니다! 지금 밖에 천로 놈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린 민준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다인의 목에서 손을 땠다. 이다인이 고통스럽게 켁켁거리자, 이불로 그녀의 알몸을 감싸며 검은 양복에게 말했다.

"요트까지 엄호해!"

"네, 도련님! 뒷문을 열어라!"

고통스러워 걷지 못하는 이다인을 끌어당기다 여의치 않자, 달랑 들어 어깨에 매단 민준수는 다인만 들릴 정도로 작게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다인은 싸이코 같은 민준수의 극과 극인 행동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풍로 외아들의 신변이 위험할 것을 대비해 요트경기장 근처를 은신처로 만들고 위급할 땐 바로 요트로 이동시켜 일본으로 보낼 정도로 풍로의 민 회장은 그의 아들을 아꼈다.

이다인이 민준수의 손에 있다는 것을 풍로에 심어놓은 아이에게 들었을 때부터 김운은 은신처의 위치를 보고 눈치를 챘다. 꽤 아슬아슬하게 가지다가 와줘서 요트로 잠입하는 건 쉬웠다.

풍로 녀석들을 처치하고 모자를 눌러쓰고 풍로 놈처럼 행동한 가지다와 김운은 이불째 민준수의 어깨에 매달려있는 이다인을 보고 놀라, 하던 행동을 멈췄다.

"출발시켜!"

검은 양복이 소리 침과 동시에 김운은 밧줄을 풀었고 이다인을 보고 흥분한 가지다는 배 시동을 걸자마자 민준수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지금 치면 민 회장이 알게 돼. 기다렸다가 밖에 놈들부터."

가지다의 팔을 잡으며 소곤거리는 김운을 보며 미간을 찌푸린 가지다는 김운의 팔을 떨궈내며 운전실로 들어간다. 밖에 있는 대여섯의 풍로 놈들은 천로 놈들을 욕하며 한시름 놓았다고 안심하고,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은 풍로 회장에게 전화해 안심하라며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운은 밑의 아이들이 자주 바뀐 탓에 중요한 요트 운전자의 얼굴도 모르는 풍로 놈들이 안타까워졌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식구 얼굴을 익히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일 텐데 풍로는 그걸 모르는듯했다.

그런 걸 보면 몇백 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생일까지 챙기게 한 노회장님이야말로 사람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스킬이 높은 게 아닐까.

.....

........

......

요트 방 안에서 숨을 고르며 소파에 던지듯 내려놓은 이다인을 쳐다보는 민준수. 약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아까 목을 졸렸던 것 때문인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그녀를 보자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드는 그였다. 절대로 건드려선 안되고 죽여서도 안된다는 아버지의 부탁이 있었는데도 이성을 잃고 죽일 뻔 했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부터 가지다란 이름엔 이성을 잃어버리는 그였다.

중학교 때 처음 가지다를 보고 세상에서 이렇게 잘생긴 남자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 회사와 앙숙인 회사의 회장을 경호하러 온 가지다에게 설렘을 느꼈다.

그게 첫사랑이 되고 나이가 먹을수록 여자보단 가지다와 비슷한 남자만을 찾게 되었다. 민준수가 게이가 된 계기는 분명 가지다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를 가질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는 노멀이고 또, 몇 년 동안이나 노지나 이외의 여자에겐 마음을 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었으니. 그런데 어째서...노도수를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그가 노도수의 여자를 안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없다.

서로 사랑한다니...말도 안된다. 가지다는 노지나를 버릴 사람이 아니다.

아무리 이 여자가 게이인 자신이 보기에도 두근거릴 정도로 색기가 흐른다지만...

민준수는 이불로 몸을 말고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이다인을 쳐다봤다. 역시나 인형같이 예쁜 여자였다. 보호본능을 일으킬 만큼 가녀리면서도 어느 누구보다 차갑고 도도한 눈빛을 가졌다.

민준수는 한참을 소파 구석에 서서 몸을 떨고 있는 이다인을 싸늘한 눈으로 쳐다보다 이내 방긋 웃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부른다.

"누나."

민준수의 부름에 이다인이 몸을 흠칫 떨며 몸을 뒤로 뺐다. 약기운 때문인지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 지경으로 몸을 떨었다. 민준수는 그런 다인을 보며 짧은 한숨을 쉬고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정말로 죽이려고 한건 아니었어...그야, 누나가 열 받게 하니까."

"............"

"나 가지다란 이름엔 좀 약하거든. 하핫."

다인은 이 감정 기복이 심해도 너무 심한 미친 사이코 변태 게이 녀석을 보며 진심으로 가지다가 보고 싶어졌다.

"자, 그럼- 아슬아슬하게 잘 빠져나온 기념으로 아까 하던 거나 마저 해볼까? 누나, 약기운 아직 가시지 않았죠?"

다인에게 손을 뻗으며 말하는 민준수.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눈을 질끈 감는 다인. 민준수는 다인이 꼭 잡고 있는 이불을 강압적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나 벗기는 거 안 좋아한다니까- 뱃멀미 하려고 하니까 힘들게 하지 말고 빨리 시작해요."

민준수에게 이불을 빼앗긴 다인은 무릎을 턱까지 끌어당겨 두 팔로 감싸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친 변태 게이 새끼."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자신에게 욕지거리를 뱉는 이다인을 보며 민준수는 자신도 모르게 푸핫-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웃어젖히는 민준수를 보며 이다인은 이 새끼는 진짜 미친놈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한참을 뭐가 재밌는지 웃어 젖히던 민준수가 갑자기 싸늘한 얼굴로 이다인의 턱을 잡고 자신의 얼굴 가까이로 끌어당겼다. 다인은 갑작스러운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잘해주려고 했는데. 누나 차암- 까칠해."

"윽-"

"안 그래도 이 입술이 참 마음에 안 들었는데 말이야....이 입술로 감히 가지다와 사랑을 한다느니 해대고....이봐, 누나. 죽이지 말라는 부탁은 받았지만 병신으로 만들지 말라는 부탁은 받은 적이 없거든?"

그리곤 갑자기 호주머니에서 칼을 빼 든 민준수는 칼날을 다인의 입안으로 쑤셔 넣으며 말을 잇는다.

"어디까지 찢어줄까, 말만 해."

"흣!"

다인은 두려움과 공포에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쿵쾅하는 소리와 함께 빛보다 빠른 동작으로 이다인의 입안에 칼을 넣고 있는 민준수의 손목을 잡은 손 하나. 민준수는 소스라치게 놀람과 동시에 팔의 압박으로 잡고 있던 칼을 손에서 놓았고, 덕분에 다인의 입안에 있던 칼이 떨어지면서 다인의 아랫입술을 베었다.

"가, 가지...!"

민준수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가지다는 왼손으로 민준수의 뒤통수를 잡아 옆에 있는 창문에 그대로 박아버렸다. 와장창 소리와 함께 쓰러진 민준수가 자신의 머리를 잡고 고통스러워하며 소리를 지른다.

"으악! 아악!! 내 머리!! 아악!!"

가지다는 아랫입술에 피를 흘리며 눈물이 그렁거리는 얼굴로 두려움에 떨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다인을 보며 자신의 겉옷을 벗어 덮어주며 말한다.

"기다려."

몸을 돌려 민준수에게로 간 가지다는 무표정한 얼굴로 민준수의 머리를 잡아 올려 옆에 있는 다른 창문에 그대로 박아버린다. 다인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가 없어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다.

"으아아아악!"

"지다야!! 죽이면 안 돼!!"

급하게 뛰어들어와 민준수의 머리통을 잡고 있는 가지다의 팔을 잡으며 소리치는 김운. 하지만 가지다는 김운의 가슴팍을 왼손으로 밀어버리며 민준수의 머리통을 들어 올렸다.

"그만해! 죽여선 안돼!"

김운의 외침이 들리고, 가지다가 민준수의 머리를 반대편 창문으로 가져가는 그때. 가지다의 등 뒤에서 그를 꼬옥 안아버리는 이다인. 다인은 가지다를 힘껏 끌어안으며 그만하라고 중얼거린다. 민준수는 바로 코앞에 보이는 창문을 쳐다보며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넘어져있던 김운은 빠르게 일어나 가지다의 손에서 민준수를 빼낸다.

"기다리라고 했잖아."

가지다는 자신의 등을 끌어안은 채, 몸을 떨고 있는 다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죽이면 안 된다잖아.... 죽이면..."

다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다인을 꼭 안은 지다는 멈추지 않는 다인의 떨림을 느끼며 나지막하게 욕지거리를 뱉었다. 머리와 얼굴에 피를 흘리며 김운의 품에서 떨고 있는 민준수를 보며 가지다가 말했다.

"건드렸으면 죽여."

"......."

"진짜로 죽여."

다인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가지다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고 가지다는 그런 다인의 머리통을 사랑스럽게 끌어안았다. 민준수는 피와 눈물 때문에 엉망이 된 눈으로 그 둘을 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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