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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다 원하다-15화 (15/51)

15화

노지나의 전화를 받은 강태산은 전화를 끊은 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풍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말한 노지나는 노 회장이 걱정된다며 강태산에게 가지다가 돌아올 때까지 노회장의 곁을 지키라고 했다.

이다인의 경호는 자신의 아이들이 대신할 거라며 자신 역시 이다인과 계속 함께 있을 테니 걱정 말라고 강태산을 안심시켰다.

풍로 회장이 수감 중인 노도수 회장을 일부러 칠 이유도 없고, 또 이미 노도수 회장의 병원에는 많은 경찰들이 그를 감시하고 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 풍로 회장이 가지다의 부재만 가지고 노도수 회장을 칠리는 절대 없다.

설사, 가지다가 지금 풍로의 손에 있는 리스트를 빼내기 위해 부재중인 걸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일부러 노도수 회장을 치는 바보 같은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같이 죽자는 생각이 아니고서야 모든 돌을 두드려보고 걷는 풍로 회장 스타일에는 절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노지나 사장이 자신을 노도수 회장에게 보내는 이유는 뭘까. 멍하니 생각에 잠긴 강태산은 한참 후, 뭔가가 생각난 듯 서둘러 전화기를 들었다.

.........

......................

.........

다음날 아침.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며 김운이 오기를 기다리던 가지다는 이제 막 잠에서 깬듯한 얼굴로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다인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띤다.

"깼네? 자는 모습만 보고 가는 건가 했는데."

"깨우지 않고."

"너무 곤히 자길래."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툭 치며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가지다. 다인은 아무 망설임 없이 그의 허벅지에 앉아 그의 목에 손을 둘렀다.

"서울 가?"

"응.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한 3일 정도."

"응..."

"호텔 경호하던 애들 두 명 불러뒀으니까 아무 걱정 말고 집에 있어. 전에도 말했지만 내 집이 가장 안전해....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바로 전화하고."

"태산 아저씨는?"

다인의 물음에 잠시 굳은 표정을 하던 지다가 이내 다인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영감한테 갔어."

"...할배한테 무슨 일 생겼어?"

".....아니. 할멈이 보냈어."

"...그래...?...."

"...아마 불안해서일 거야. 내가 지금 하려는 일이 풍로를 건드리는 일이니까."

"......위험해?"

"영감?"

"너."

"나한테 위험한 일은 없어."

"...웃겨. 니가 뭐 불사신이야?"

그때, 집 밖에서 들리는 빵빵 소리에 지다가 운이가 왔나 보다며 몸을 일으켰다. 현관 앞에 서서 신발을 신으며 자신을 보고 서있는 다인에게 다녀오겠다고 말한다. 다인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중얼거리듯 조심해라고 한다. 그런 다인을 보며 피식 웃더니 다인의 입술에 버드키스를 날리는 지다.

"굉장히 무표정한 얼굴."

"새삼스럽게."

"빨리 올게."

"...천천히 와. 어차피 너 오면 지나 언니도 올 거잖아. 굳이 빨리 와봐야..."

중얼거리듯 말하던 다인은 자신을 쳐다보는 지다의 시선에 짧은 한숨을 쉬며 말을 잇는다.

"...취소. 미안, 생각 없이 말했어. 취소야, 취소."

덤덤한 듯, 그러나 약간 곤란한듯한 얼굴로 지다에게 말하는 다인. 지다는 그런 다인을 보며 짧은 한숨과 함께 웃어 보이고는 현관을 나선다. 다인은 현관문을 잡고 서서 차 안에 앉아있는 김운과 눈인사를 하고 조수석에 앉는 지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 후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없는 넓은 집은 삭막할 정도로 조용했다.

태산 아저씨라도 있으면 덜 심심할 텐데.

호텔 경호원 두 명이 곧 올 거라는 지다의 말에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이다인은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야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짜증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현관문을 연 다인은 현관 앞에 서있는 사람을 보지도 않고 몸을 돌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침에 올 거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꽤 늦었네요. 호텔이랑 여기, 도보로 1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거리일 텐데요. 덕분에 아직 아침도...아니지, 아침이 뭐야. 벌써 1시가 넘었는데. 점심도 못 먹었다고요."

저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린 다인은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들의 생각보다 많은 인원수에 약간 놀란 얼굴이 된다.

".....지다가 두 사람이 올 거라고 말했는데....혹시, 지금 호텔이 무척 한가한가요?"

"...이다인 씨?"

그냥 봐도 대여섯은 족히 되어 보이는 검은색 무리 중 약간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가 다인에게 물었다. 이대영이었다.

다인은 그가 그 무리들의 우두머리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누가 봐도 그 무리들이 노도수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 역시 직감할 수 있었다. 당황하거나 불리한 상황이 되면 버릇처럼 무표정한 얼굴이 되어버리는 다인은 역시나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물어본 남자에게 되묻는다.

"...천로 사람들이 아닌 것 같은데. 누구시죠들?"

"통성명은 천천히 하기로 하고, 일단 앉읍시다."

자신의 집도 아닌데 멋대로 소파에 앉은 나이 들어 보이는 녀석은 다인이 앉지 않고 서서 자신을 쳐다보고만 있자, 옆에 있던 검은 양복에게 고갯짓을 한다. 그 고갯짓 하나에 검은 양복은 이다인의 두 팔을 잡아 소파로 억지로 데려가 앉힌다.

"이봐요!...."

신경질적으로 검은 양복의 손을 떨쳐낸 다인은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능글거리는 웃음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낀다. 자신을 납치하려고 한 놈들이 가지다의 집까지 들어올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거기다 언제 잡혔는지 모를 호텔 경호원으로 보이는 두 명이 검은 양복 무리들이 든 총에 의해 머리 뒤로 손깍지를 끼고 2층으로 올라가자 저절로 손이 떨려오는 걸 느낀다.

이 집이 가장 안전하긴 개뿔이...금방 털리잖아, 바보. 물론 아무런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준 건 나지만...

다인은 떨리는 손을 들키고 싶지 않아 애써 주먹을 꼭 쥐고 맞은편에 앉은 놈을 쳐다봤다.

"노 회장이 죽고 못 살만하네. 예쁘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말이야."

"누구세요."

"그게 궁금한가?"

"궁금한 건 댁이 여기 온 이유인데."

"뭘 거 같나."

"내가 물었는데."

"말이 짧군."

"댁이 짧으니까."

다인의 말에 이대영은 한참을 아주 통쾌하게 웃고는 이내 시린 얼굴로 다인을 쳐다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노 회장의 여자라 이건가."

"혼잣말하는 거 습관 되면 안 좋아, 아저씨. 들리게 말해야지."

다인의 말에 이대영은 한 번 더 껄껄하고 웃고, 다인의 옆에 서있던 검은 양복이 입을 막아 버릴까요 하고 대영에게 묻는다. 다인은 밀려오는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미친놈처럼 껄껄거리고 웃던 이대영은 검은 양복에게 손을 저으며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한다.

"이렇게 예쁜 입술을 막아버리면 쓰나. 아니 아니, 막는 게 좋을까?"

"..............."

"자아- 뭘로 막을까. 이쪽? 아니면 이쪽? 어떤 쪽을 원하나, 예쁜 아가씨."

이대영의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과 자신의 아래를 가리키며 말하자 이다인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진다. 그러나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 이다인은 그의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살 떨리는 말에 애써 떨리는 입술에 힘을 주며 차분하게 말한다.

"댁의 어떤 것으로든 내 입을 막진 못 할텐데."

"아- 그렇지, 역시 신음소리는 나겠지? 이거이거, 네 신음소리가 궁금해지는데."

"...날 어쩔 셈이에요."

이대영은 이 무서울만한 상황에서도 당돌한 얼굴로 자신의 눈을 쳐다보고 말하는 다인에게 뭔가 알 수 없는 짜릿함을 느꼈다. 유흥촌을 관리하던 이대영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만지고, 가져왔다.

그가 만나왔던 여자들은 모두 그에게 온순했고, 그의 말에 복종했으며, 스스로 다리를 벌려왔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들이 심심하고 재미 없어졌다.

간혹 스포츠 같은 행위의 결과물로 원치 않는 아이가 생기는 것도 슬슬 질리고 있었다.

그런 이대영이 노지나의 부탁으로 찾아온 노 회장의 여자는 여자를 지루해하던 자신을 아주 신선하게 만들었다. 자그마한 인형 같은 여자애가 눈에 독기를 잔뜩 품고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이대영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원래라면 자신의 구역으로 데리고 가서 범해버릴 생각이었지만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자신에게 따박따박 반박하는 이다인을 보자, 자신의 주니어가 참지 못하고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대영은 기본적으로 정복욕이 강한 남자였다.

"규태. 이곳을 지켜라."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이대영이 손을 뻗어 이다인이 팔을 잡아당겨 가까운 방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이다인을 쳐다보던 김규태는 이대영의 말에 알았다고 대답하고 검은 양복 무리들에게 손가락으로 위치를 정해주며 자신은 이대영이 들어간 방문 앞에 섰다.

원래라면 여자를 데리고 이대영의 유흥촌으로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이대영이 참지 못하고 방으로 여자를 데리고 가자 규태는 저절로 픽하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자신이 따르는 보스가 매일 밤 여자를 바꿔가며 자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남자가 그 잠시도 못 기다려서 여기서 일을 치려는 건지 같은 남자로서 이해가 잘 안되는 규태다.

가지다가 서울에 올라가긴 했지만 여긴 가지다의 집이 아니던가. 도대체 목숨이 몇 개길래 가지다의 집에서 노 회장의 여자를 범할 수 있는지 진심으로 궁금한 김규태는 방 안에서 들리는 이다인의 비명소리에 꿀꺽 침을 삼킨다.

"소리 질러봐야 도와줄 사람 아무도 없어. 힘 빼지 말고 좋게 좋게 가자고. 얌전히 굴면 아프게 하진 않을 테니까."

이다인을 침대에 눕혀놓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그 위에 올라타 다인의 옷을 벗기며 말하는 이대영. 눈물을 흘리며 발악을 하며 자신에게 욕을 퍼붓는 이다인의 모습에 점점 더 참기가 힘들어진 이대영은 잘 벗겨지지 않는 이다인의 옷을 그냥 두고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막았다.

"웁-! 웁-!"

자신의 목구멍 안까지 밀고 들어오는 이대영의 혀에 눈물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운 이다인은 자신의 혀를 씹어 삼킬 듯 물고 빠는 이대영의 행동에 수치심을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 한참을 다인의 입술을 물고 빨고 핥던 이대영이 이다인의 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작고 아담한 가슴을 움켜쥐자 이다인이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며 팔을 뻗어 옆에 잡히는 물건으로 그의 머리통을 있는 힘껏 후려갈긴다.

"으윽-!"

갑작스러운 충격에 옆으로 밀려난 이대영은 두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감싸며 신음을 흘렸다. 몸을 일으킨 이다인은 손에 들고 있던 스탠드를 놓으며 탁자 위에 놓인 자신의 폰을 집어 들었다.

빠른 동작으로 단축번호 0번을 누른 다인은 신호음이 울리기도 전에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잡아당겨 침대 위로 내동댕이치는 이대영 때문에 침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고 만다.

"악-!"

"이 쌍년이!"

자신의 이마에 피가 흐르는 걸 보고 넘쳐흐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한 이대영이 욕을 하며 이다인에게 손찌검을 하기 시작하고, 정신없이 뺨을 얻어맞은 다인이 비명을 지르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그녀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하는 이대영.

"부드럽게 대해주려고 했더니 이 건방진 년이 갑자기 내 대가리를 갈겨? 이 씨발-"

중얼거리며 바지를 벗은 이대영이 자신의 성난 주니어를 이다인의 꽃잎에 넣으려던 그때, 저만치 떨어져 있던 이다인의 휴대폰 사이로 들려오는 가지다의 외침에 이대영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느리게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쳐다본다.

[....이 씹새끼! 너 누구야!!]

"....이런 씨발."

굳은 얼굴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이대영은 서둘러 몸을 일으켜 옷을 입고 쓰러져있던 이다인의 팔을 잡아당겨 일으킨다.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이다인을 어깨에 둘러매고는 그녀의 휴대폰을 발로 밟아 망가뜨리고는 방문을 연 이대영은 검은 무리들에게 빨리 차 시동을 걸라고 소리친다.

"형님."

갑작스러운 이대영의 행동에 의아한 규태가 이대영을 부르자, 이대영이 허둥거리며 소리친다.

"가지다가 알아차렸어. 빨리 뜨자고!!"

이대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규태가 검은 무리들을 향해 소리친다.

"동수! 가서 시동 걸어!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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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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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자마자 김운에게 차를 돌리라고 말한 지다는 서둘러 호텔 관리실에 일하는 최선호에게 전화를 한다.

[네, 이사님.]

"지금 빨리 애들 데리고 집으로 올라가. 아무래도 이다인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예?!]

"어서 서둘러!"

[예!]

"무슨 일이야?"

전화를 끊는 가지다에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 김운. 가지다는 한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만지며 얼굴을 찡그린다.

"어떤 새끼 목소리가 들렸어."

"...뭐?!"

"빨리 좀 밟아."

가지다의 말에 서둘러 속도를 내는 김운. 지다는 휴대폰으로 작게 들려오던 남자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주먹으로 차 문을 세게 친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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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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