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쯔걱거리는 소리와 노도수의 낮은 신음소리. 간간이 들려오는 다인의 울음 섞인 신음까지.... 밖에 서있던 가지다를 미치게 만들었다. 몇 번이고 병실 문을 열고 쳐들어가 그녀를 데리고 나오고 싶은 욕구를 참느라 애썼다.
이미 자신에 의해 길들여져버린 몸이라 분명 노도수와 관계를 가지면서도 절정을 느낄 거라 생각한 지다는 노도수와 동시에 뱉은 그녀의 신음소리에 체념한 듯 먼 곳만 응시했다.
나와 지나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너도 이런 느낌이었나....
가지다는 쥐어짜는듯한 고통에 손으로 자신의 심장을 누르며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낸다. 한참 후, 관계가 끝났는지 병실 안에서 지다를 부르는 노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다와 김운은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노도수는 병원복 상의 단추를 잠그며 그들에게 천로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물었고, 다인은 이불로 몸을 꽁꽁 감싼 채, 노도수의 뒤에서 멍하게 창밖만 보고 있다.
김운에게서 일 얘기를 들으며 자신의 옆에 알몸으로 이불을 덮고 앉아있는 다인의 가슴과 사타구니를 이불안에 손을 넣어 만져대는 노도수. 노도수가 자신을 만질 때마다 저절로 몸이 움찔거리는 이다인. 그런 그들을 쳐다보는 가지다. 가지다는 처음으로 아버지 같았던 노도수가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임검사와 접촉했어. 6개월 후면 나가게 될 거야. 나가면...이 아이와 결혼식을 하려고 한다."
갑작스러운 노도수의 말에 김운, 가지다, 이다인이 놀란다.
"준비는 지나와 네가 맡아라. 너무 요란하게는 말고, 딸아이보다 어린 여자아이와 결혼을 하는 게 자랑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다인을 쳐다보는 노도수.
"어떤가, 내 선물이."
노도수의 물음에도 창밖을 쳐다보고 있던 다인의 시선은 움직이지 않는다. 선물을 준비했다는 노도수의 말에 별생각이 없었다.
그에게 받고 싶은 것도 없었고 가지고 싶은 건 노지나의 남자인 가지다 뿐이었다. 그걸 노도수가 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결혼이라는 선물에 이다인은 심장이 내려앉을 만큼 놀랐다가 이내 어이가 없어질 뿐이다.
선물이라는 건 남을 위해 주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한 번도 노도수와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다. 아니, 생각한 적이 없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끝이 쭈볏선다. 결혼이라니...아내라니....법적으로 그의 여자가 되면 더 이상 이 남자에게 벗어날 길이 없다.
죽는 것만이 자유가 되는 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죽고 싶어졌다.
"부녀가 갑자기 결혼에 필이 꽂히셨나....오늘 할멈하고 영감이 번갈아가며 사람 놀라게 하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며 가지다가 말한다. 노도수는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지다를 쳐다본다.
"....나랑 결혼을 하겠대, 할멈이."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노도수가 아주 큰 목소리로 웃으며 말한다.
"허허. 녀석이 드디어 살림을 차릴 마음을 먹은 거냐? 너무 늦지 않아 다행이군. 드디어 손주를 보겠어...이 나이에 내 새끼를 보는 것도 좋지만."
저렇게 말한 노도수가 다인의 목에 키스를 한다. 노도수의 입술이 자신의 목에 닿자 이다인은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눈을 질끈 감는다.
가지다가 있는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불안에서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만지는 노도수 때문에 벌떡 일어난 다인은 자신의 알몸을 가지다와 김운에게 보이는 게 아무렇지 않은 듯 화장실로 걸어가며 나지막하게 씻겠다고 말한다. 갑작스러운 다인의 행동에 김운은 놀라 빠르게 고개를 돌렸고, 가지다는 한쪽 심장이 욱신거린다.
알고 있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보는 건 꽤 아프다.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그녀의 몸 군데군데에 새겨진 키스마크를 보며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가지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몸매가 아니냐."
다인이 들어간 화장실을 응시하며 노도수가 말했다.
"몸매로 따지자면 영감 딸이 더 죽여줘."
가지다의 말에 노도수가 껄껄 웃는다.
"...저 여자랑 왜 결혼이 하고 싶은 거야?....나와 나이가 같아, 알아?"
가지다의 말에 노도수가 탁자에 놓인 담배를 꺼내 문다.
"저 아이는 말이야....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고양이 같아. 안심하고 있다가 언제 할퀼지 모르지. 그런 면이 날 흥분 시키는 건지....저 아이를 못 본 몇 주일이 내겐 지옥이었다. 사람을 그리워한 건 저 아이가 처음이야....어차피 죄 많은 인생...죽으면 지옥으로 떨어질 내가 아니냐....저 아이는 얼마 남지 않은 내 삶의 마지막 욕심 같은 거다...."
"......."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당긴 노도수가 긴 한숨과 함께 담배연기를 뱉어낸다.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노도수의 웃는 얼굴에 슬픔이 묻어있다.
"저 아이의 품에서 죽고 싶구나, 지다야."
"....큰 일 한번 겪었다고 약해졌네, 영감...그런 소릴 다하고...."
"허허허. 그래 보이냐....너는 어떠냐, 지나 녀석과 결혼할 마음이 있는 거냐?"
노도수의 물음에 김운이 지다를 쳐다본다.
"내가 만약 결혼이라는 걸 한다면 그 상대는 할멈뿐이라고 언젠가 말한 적이 있지....할멈이 원하면 할 거야. 그래야 한다고..........생각해."
"그래, 잘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가...진짜 가족이 되는 거지."
"영감은 나와 그렇게 가족이 되고 싶어? 대체 이유가 뭐야."
"지나가 좋아하잖느냐. 나 역시...널 단 한 번도 남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기억나느냐...?....가슴팍에 칼을 맞고 병원에 갔을 때, 수술을 끝내고 눈을 뜬 네가 나를 보며 제일 처음 한말을..."
"........"
"걱정 말라고 했지...네 아비의 돈을 다 갚기 전엔 죽지 않겠다고..."
"............."
"그때 이미 알아봤었다, 너라는 재목을.....지다야, 넌 나 대신 대한 그룹을 이끌 유일한 사람이다."
"............."
"그러니까 넌 지나와 결혼해서 내 식구가 되는 게 당연해."
화장실에서 지다와 회장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다인은 지나와 결혼을 하겠다는 가지다의 말에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죽여 울었다. 절망감에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파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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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김운과 함께 노도수의 병실을 지키던 지다는 병실 문 안에서 들려오는 노도수와 이다인의 신음소리에 힘들어하며 두 손으로 귀를 감싼다. 김운은 그런 지다를 쳐다보다 담배 한대 피우자며 대기하고 있던 녀석들을 불러 여기 좀 지키라고 말하고 지다를 데리고 나간다.
말없이 김운이 내미는 담배를 받아 피우며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지다를 보며 김운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다야...가질 수 없는 것엔 미련 두는 거 아니다..."
김운의 말에 지다가 운을 쳐다본다. 김운도 지다를 쳐다보며 말을 잇는다.
"너 몰랐지? 나 고등학교 때 첫사랑...지나 누나였다."
".............."
"누나가 비정상적으로 예쁘잖냐, 회장님 닮아서. 그런 누나나 너한테 반해서 몸 주고 마음 주고...근데도 난 내색 한번 없이 몇십 년을 버텼다....고백하자면 지금도 첫사랑의 그 감정 그대로 남아있어...아직도 좋아....보는 걸로도 심장이 떨릴 만큼...그렇게 좋다, 나."
"....할멈을 맘에 두고 있다는 건 대충 알고 있었어. 그런데...그렇게 오래 좋아했던 거냐...?.........그래서 여자를 안 만났던 거고....?..."
"...꼭 그런 건 아니고.....아무튼, 근데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뭔 줄 아냐?"
".............."
"아무리 지랄 발광을 해도 이 세상에선 절대 내가 못 가지는 여자라고....가질수 없는 여자라고....내 것이 아니라고...그렇게 포기했다....그러니까 편해지더라. 여전히 좋지만....아픈 건 없어지더라."
"......신선해서 놀랍긴 한데....갑자기 그 말을 왜 하는 거야. 뭐, 노지나 달라고?"
"...아니.....이다인....안된다고."
"................"
"....넌 못 가져, 지다야."
"..............."
"친구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그만 포기하고 편해져라...."
"........어떻게 알았어."
"나 눈치 빠른 거 모르냐?....지나 누나도 알아. 결혼 얘기 나온 것도 그 때문인듯하고."
"............"
"너 누나 성격 알지? 너에 관한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사람이야. 널 가지기 위해서 어떤 짓도 할 사람이라고."
"..............."
"너 때문에 다인이 목숨 위태로워지는 거 원하진 않잖아. 안 그래도 회장님이 숨겨둔 여자라고 노리는 놈들 많은 여자야. 너까지 보태진 마라. 지나누나....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기 위해선 아버지의 여자라도 손댈 수 있는 여자다."
"............."
"그리고....한없이 약한 여자이기도 하지......잘 울고, 잘 상처받고....지나 누나 너무 아프게 하지 마라......이건 친구로서 하는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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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노도수는 자신의 옆에서 등을 보인 채, 잠이 들어있는 다인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내일이면 이 아이와 또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다인은 쌔근거리며 잘도 잔다.
너무 괴롭힌 탓일 테지. 오랜만의 관계라고 너무 많이 했다. 나중엔 아래가 욱신거릴 정도였으니. 노도수는 자고 있는 다인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이 아이가 어떤 피임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한 번도 자신이 콘돔을 쓴 적은 없다. 이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고 며칠 뒤 딸아이와 함께 병원에 갔던 것만 기억한다.
약을 먹는지 피임 기구를 했는지 자세한 건 알지 못한다. 6개월 뒤, 자유로운 몸이 되면 피임부터 못하게 해야겠다고 노도수는 생각했다.
이 아이에게서 자신의 씨를 얻고 싶었다. 아이가 생기면 자신을 싫어하는 다인이 자신의 아이 아빠로나마 좋아해 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자신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 노도수의 손길에 잠깐 잠들어 있던 다인이 잠에서 깼다. 하지만 눈을 뜨진 않았다. 오늘 하루 종일 물고 빨고 넣고 하며 자신을 괴롭힌 노도수였기에 자신이 깬 사실을 알면 또 덮치려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만큼 정력도 약해질 텐데 어째서인지 오늘 하루 노도수는 전혀 시들해지지가 않았다. 하기야...늘 몸 관리를 했던 사람이라 나이에 맞지 않게 탄탄한 근육에 다져진 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7년 동안 그와 함께 지내면서 오늘처럼 쉬지도 않고 해댄 건 처음이다.
사정을 하고 5분도 안돼 또 넣길 여러 번. 나중엔 노도수가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다.
다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더니 또다시 노도수의 주니어가 커졌다. 다인의 등 뒤에서 그녀를 안고 있던 자세였기에 그의 커진 주니어가 다인의 엉덩이에 닿았다.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흠칫 한 다인 때문에 그녀가 깬 걸 노도수가 알아버렸다.
"다인아...."
노도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멈추고 몸을 약간 들어 그녀를 내려다본다. 다인은 자신을 부르는 노도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내가 깨워버렸나..."
"....안자요...?..."
잠긴 목소리로 다인이 물었다. 노도수는 그 목소리마저 사랑스러워 어쩔 수가 없는 느낌이다.
"시간이...아까워서...."
".............."
"마음 같아서는 보내고 싶지 않다....내 옆에 계속....두고 싶구나."
"..............."
"하지만 널 잃을 수야 없지....6개월만 기다리거라. 그때가 되면..."
"....할배."
"....그래."
"왜 나랑 결혼을 하려는 거예요..."
천천히 몸을 일으킨 다인이 노도수를 쳐다보며 묻는다. 자신과 눈을 맞추며 작고 앙증맞은 입술을 움직이는 다인을 꼭 안아 주고 싶다는 욕구를 애써 참아내며 노도수가 말했다.
"왜...싫으냐...?...."
"좋을 리가 없잖아요."
".....너에게 주마. 내 전부...모든 것을 주마. 결혼하면 네가 원하는 건 전부...."
"자유를 줘요."
".......그 얘긴 하지 않기로 했잖느냐."
"그럴 줄 알았어. 그럼 약속을 하지 말아야죠. 내가 원하는 건 전부 주겠다는 말....하지 말아야죠."
"너를 평생 갖겠다고 말했었다. 그 말은 빈말이 아니야."
".........당신을 평생 싫어할 거라고 말했어요. 그 말도 빈말은 아니에요."
"..........."
"....할배....선물이란 건....상대방이 원할만한 걸 주는 거예요. 자신이 원하는 게 아니라."
"..............."
"결혼을 선물로 주다니....끔찍해서 토할 거 같네요."
노도수를 보는 다인의 눈에 증오가 묻어난다. 그런 다인의 눈빛에 심장 한쪽이 아파진 그는 그녀의 얼굴을 잡아당겨 강제로 입을 맞춘다.
오랫동안의 물고 빨고 핥는 노도수의 키스에 한 번의 반항도 없이 노도수의 거친 혀를 모두 받아들인 다인은 가쁜 숨을 내쉬며 다인의 입술을 놓아준 노도수를 빤히 쳐다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난 당신이랑 결혼 안 해."
"....하게 될 거야."
다인의 가슴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그녀를 강제로 침대에 눕게 만든 노도수가 그녀의 위에 올라탄다. 이다인은 체념한 듯 고개를 돌린다. 노도수의 시작되어버린 애무에 눈을 감은 다인의 눈에 눈물이 떨어졌다. 다인은....자신의 가슴을 핥으며 아래에 손가락을 넣는 노도수에게 나지막하게 말한다.
"가질 만큼 가지고.......죽여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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