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지다 원하다-9화 (9/51)

9화

<여자의 남자, 노도수>

다음날. 대화 없이 밥을 먹는 셋. 한참 밥을 먹던 노지나가 가지다에게 결혼을 하자고 덤덤하게 말한다. 다인과 지다는 동시에 놀라 지나를 쳐다보고, 아침에 노지나의 전화로 지다와 다인을 회장님께 모셔가기 위해 온 김운이 놀라 손에 들고 있던 폰을 떨어뜨린다.

"아, 왔어? 아침은?"

떨어진 폰을 주우며 부엌으로 오는 김운에게 노지나가 물었다. 김운은 먹었다고 말했고, 가지다는 아침부터 네가 여기 웬일이냐고 김운에게 묻는다.

"내가 불렀어....너랑 다인이... 오늘 다녀와, 아빠한테."

"...뭐?...갑자기 일정을 바꾸..."

"걱정 마. 오늘 오시는 김의원님 접대는 내가 알아서 잘 할 테니까. 그쪽으론 너보다 내가 더 나아. 알잖아?....그러니까 넌 다인이나 안전하게 아빠에게 데려가면 돼."

"할멈."

"아빠한텐 연락해뒀어. 좋아하시더라. 보고 싶대, 빨리."

"할멈!"

"마음 같아서는 운이만 보내고 싶어. 하지만 그랬다가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너 보내는 거야. 그러니까 군소리 말고 다녀와."

"............"

"가서 아빠한테 말해. 내가 너랑....결혼하려고 한다고."

"....지나야."

"하겠다며. 내가 하자고 하면 하겠다고 했잖아. 왜, 하기 싫어?"

"..............."

"하기 싫어도 해. 약속 했으니까...너, 한번 한 약속은 지키는 놈이잖아."

"............."

"먼 길이야. 일찍 도착하려면 서두르는 게 좋겠어."

노지나는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우는 걸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자신이 얼마만큼 상처 입었는지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가지다를 지키고 싶었다.

잃기 싫었다. 비참해지는 건 죽어도 싫었던 노지나였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가지다를 빼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이다인이 아버지의 것임을 가지다에게 인식시켜 주고 싶었다.

직접 눈으로 보면 가지다가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거라...그렇게 생각했다.

준비를 마친 이다인이 2층에서 내려오고, 동시에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노지나가 방에서 나온다. 잘 다녀오라고 배웅하는 노지나에게 왜 갑자기 결혼을 하려는 거냐고 묻는 가지다. 노지나는 그런 그에게 키스를 하며 이제 할 때도 됐잖아하고 웃는다. 그런 둘을 말없이 쳐다보는 다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빼앗길 수 없어. 처음부터 내 거였어. 누구에게도 주지 않아. 평생 내 남자야.

자신의 목을 감싸고 있는 노지나의 팔을 떼어내려는 가지다의 혀를 더욱 깊이 빨아당기며 이다인과 눈을 맞추는 노지나의 눈동자가 다인에게 꼭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다인은 지다와 키스를 하며 자신을 쳐다보는 노지나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없이 마주 보다가 이내 작고 가녀린 손을 뻗어 가지다의 어깨를 두어 번 약하게 치며 입을 연다.

"계속할 거면 입구는 좀 비켜주지. 나가고 싶은데."

.........

...............

..........

노도수 회장이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가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은 세 사람. 가지다는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이다인이 보는 앞에서 노지나와 딥 키스를 나눠버린 자신에게 회의를 느끼고 있었고, 이다인은 곧 노도수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에 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다. 김운은... 아침에 노지나가 한 결혼 얘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하다.

몇 년 동안이나 노지나를 좋아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아버지가 모시는 회장님의 딸인 노지나가 언젠가부터 여자로 다가왔다.

나이가 열 살이나 많은 여자라 자신을 남자로 보지 않을 거란 생각에 언감생심 고백은 꿈도 못 꿨고, 회장이 데려온, 남자가 봐도 예쁘게 생긴 자신의 동갑내기 가지다와 노지나가 섹스를 하는 걸 우연히 보고 고백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러나 이미 목숨같이 아끼는 친구의 여자가 되어버린 그녀였기에 그저 옆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자 그렇게 자신을 달랬다. 그랬는데 그녀의 입에서 가지다와 결혼을 하겠다는 말을 들으니 맹세했던 것과는 달리 심장 한쪽에서 폭풍이 일어난다.

지다와 결혼을 하게 되면 노지나는 영영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어버린다. 지금이야 사귀는 것도 아닌 사귀지 않는 것도 아닌 둘의 관계에 그나마 자신에게도 희망은 있다는 작은 기대감으로 살고 있지만 가지다의 아내가 되어버리면 그땐 정말로 끝이 나버린다.

남의 여자를 빼앗을 정도로 배포가 큰 놈이 아닌 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고, 목숨같이 좋아하는 친구의 여자를 빼앗을 생각은 더더욱 없는 자신이기에, 노지나의 결혼 얘기에 이대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어 망연자실 마음이 복잡한 김운이다.

각자의 생각들로 대화 없이 도착한 상호 병원. 가지다와 김운은 이다인을 데리고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오랜만에 보는 노도수는 병원복을 입고 있는데도 여전히 말끔하고 지적인 얼굴이었다.

나이 같지 않게 동안인 것도 그의 꽃중년 매력을 더해주었다. 은테 안경을 쓰고 신문을 보고 있던 노도수가 가지다와 김운과 함께 들어온 이다인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왔나."

"몸은 좀 어때."

가지다의 물음에 괜찮다고 말한 노도수가 안경을 벗어 신문과 함께 옆에 서있던 비서에게 넘기고 이다인에게 손을 내밀며 말한다.

"잘 있었나."

".............."

이다인은 자신에게 내민 노도수의 손을 빤히 쳐다보다 이리 오라는 노도수의 손동작에 아랫입술을 깨물고 발을 움직여 그에게로 간다.

"못 본 사이에 말랐구나. 날 걱정한 건 아닐 테고, 지다 녀석 집밥이 입에 맞지 않던가."

이다인의 허리를 잡아당겨 품에 안으며 노도수가 묻는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다인의 얼굴을 본 지다의 심장이 욱신거린다.

"영감. 천로 카지노는 당분간...."

"일 얘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지. 지금은 이 아이와 단둘이 있고 싶어."

잠깐 나가 있으라는 노도수의 말에 움직이지 않는 가지다의 팔을 김운이 잡아당긴다. 가지다는 김운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면서 다인을 본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인데 용케도 잘 참고 있다.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울컥 울컥 치밀었지만 자신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는 김운 때문에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가지다와 김운이 나가자 노도수가 이다인의 셔츠 안에 손을 집어 넣어 가슴을 만진다. 맨손에 만져지는 아담하고 통통한 이다인의 가슴에 노도수의 주니어가 불끈거리기 시작한다.

이다인은 발끝까지 전해지는 소름에 이를 악물고 자신의 유두를 만지고 있는 노도수의 손을 빼내 몸을 돌린다. 그리곤 말없이 자신의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한다.

그녀의 행동에 노도수의 주니어가 또다시 불끈거린다.

"이리 와."

어느새 알몸이 되어 자신의 가슴을 본능적으로 가리고 있는 다인에게 손을 뻗는 노도수. 다인이 그에게 천천히 걸어가자 노도수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자신에게 잡아당겨 엉덩이를 만지며 그녀의 가슴을 혀로 핥기 시작한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원래 별 애무 없이 가슴만 핥다가 바로 넣는 섹스 타입을 가졌던 노도수가 어째서인지 이다인의 몸 구석구석을 핥기 시작한다.

목과 쇄골, 어깨와 겨드랑이, 가슴과 배, 그리고 배꼽. 그것도 모자라 다인을 침대에 올리고 위로 올라가 수풀이 무성한 다인의 꽃잎에 얼굴을 묻는다. 당황한 다인이 노도수의 머리를 밀어내며 작은 목소리로 그냥 하라고 말한다.

그런 다인의 두 손을 잡아 압박한 노도수가 쯧-하고 혀를 차며 그녀의 허벅지를 강압적으로 벌려 얼굴을 들이민다. 다인은 치욕스러움과 손끝을 찌르는듯한 쾌감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흘린다.

한참을 다인의 꽃잎을 핥고 빨던 노도수가 고개를 들고 얼굴을 감싸고 우는 그녀의 손을 떼어내며 그녀를 부른다.

"그동안 많이 아팠지...그전까진 이게 이렇게 즐거운 일인 줄 몰랐다. 그저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지, 널 만족시켜 줄 생각은 못했어. 진짜는 이런 건데...널 못 만지게 되고 서야 그걸 알아버렸어."

".............."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덜 아팠을 텐데 말이야."

저렇게 말하고 다인의 입술에 키스를 하는 노도수. 강압적으로 그녀의 입술을 벌리게 만드는 노도수의 혀를 받아들이는 다인의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진다. 자신에게 키스를 하며 꽃잎 사이로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노도수의 손가락을 느끼며 체념한 듯 눈을 감는 다인. 노도수는 다인의 혀를 삼킬 것처럼 빨아당기며 손가락을 움직인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의 손가락에 쾌감을 느낀 다인이 가녀린 몸을 떤다. 그녀의 혀를 물고 빨고 하던 노도수가 그녀의 혀를 해방시켜주고는 흰 목덜미를 물었다.

노도수의 뜨거운 혀가 목에 닿자 이다인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왔다. 노도수는 오랫동안 굶주린 야수처럼 거친 숨을 토해내며 그녀의 흰 목덜미를 쭉쭉 빨았다.

오로지 내 것이라는 도장이었다. 처음으로 키스마크를 그녀의 몸에 새겼다.

하나로는 부족했다.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참으며 울음을 삼키는 사랑스러운 그녀를 보며 그녀의 몸 곳곳에 자신의 것이라는 흔적을 새겼다.

노도수가 다인의 허벅지 안쪽을 들어 올려 빨아당겼을 때 다인은 처음 느끼는 생소한 쾌감에 자신도 모르게 흣-하는 신음을 내고는 이내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런 그녀를 쳐다보며 노도수가 자리를 잡고 허리를 밀어 넣었다.

갑자기 들어오는 노도수의 페니스에 다인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 약간의 통증을 느꼈지만 이내 감미로운 쾌감으로 바뀌었다.

노도수의 페니스가 여러 가지 각도에서 다인의 안을 자극했다. 가슴을 잡고 있던 노도수의 왼팔이 밑으로 내려갔다.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다인의 클리토리스를 만졌다. 견디지 못하고 다인이 신음소리를 냈다.

목덜미에 노도수의 혀가 지나가고 오른쪽 가슴은 그의 손에 터질 듯 눌려졌다.

노도수의 몸이 땀에 젖었다. 허리를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두 사람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느끼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던 다인도 노도수의 끈질긴 애무에 함락해버리고 만다. 노도수는 몸을 약간 일으켜 방해가 되고 있는 자신의 상의를 벗어던지며 그녀 위로 무너지듯 누웠다.

갑자기 안쪽 깊숙이 들어온 노도수의 페니스에 다인의 입에서 앓는듯한 신음이 터져 나온다.

"흐으읏-!"

"으윽-"

노도수 역시 깊이 들어간 그녀의 안에서 녹아내릴듯한 느낌에 낮은 신음을 뱉는다. 노도수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한번, 한번이 힘차서 자궁 끝까지 닿는 느낌이다. 견딜 수 없는 자극에 다인은 절정에 다다른 것을 느꼈다.

"후욱...후욱...느껴지나?"

노도수가 여유 있게 허리를 쓰며 다인에게 묻는다. 이제껏 그녀를 가졌던 것과는 다른 체위로 그녀를 가지면서 여태껏 보던 체념한 듯 목석같이 누워 자신이 흔들려지는 데로 흔들리기만 하던 다인이 들어보지 못한 야한 신음을 뱉어내는 것에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수감이 되고 이 병원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자신의 형량을 6개월로 줄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임검사가 보내준 여자가 여러 체위를 가르쳐준 걸 감사하게 생각하며 그녀에게 배웠던 대로 다인을 만족시켜주려고 노력한다.

노지나의 엄마이자 자신의 아내와 사별한 뒤 한 번도 여자를 가지지 않았던 노도수였다. 그런 그가 오십 줄에 이다인을 만났고,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가졌다.

그 후, 이다인이 아닌 어떤 여자와도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 행위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면 싫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였기에 이번에 임검사가 보내준 여자와도 처음엔 관계를 가지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냥은 갈수 없었던 여자는 여자들을 만족시켜줄 테크닉을 가르쳐주겠다고 했고, 노도수는 이다인을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자신이 생각하고 고집하던 행위와는 많은 격차가 있는 여자의 애무에 노도수는 여태껏 이다인을 안으며 그녀를 한 번도 만족시켜주지 못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노도수는 이다인의 안으로 빠르게 들락날락하면서 그 여자에게 감사했다. 이다인이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로 노도수의 목을 끌어안으며 신음했기 때문이다.

7년 동안 한 번도 자신에게 먼저 손을 뻗은 적이 없는 이다인이 자의적으로 자신을 목을 감싸 안자, 이미 부풀 대로 부풀어있는 노도수의 페니스가 더욱 크게 부풀어 오른다. 자신의 목에 매달리며 신음을 흘리는 다인을 사랑스러운 듯 안은 노도수의 허리가 미친 듯이 빨라졌다.

"아아...흣-!"

"으읏-!"

절정과 함께 다인의 위로 무너지듯 내려온 노도수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다인의 숨소리를 느끼며 아직 남아있는 여운에 약하게 몸을 떨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도수의 손에 의해 오르가즘을 경험해버린 다인은 죽을 만큼 비참함을 느꼈다.

쾌감을 느끼고 노도수의 목을 끌어안고 이젠 밖에 들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참았던 신음을 토해냈던 자신이 미치도록 경멸스러워졌다. 동시에 참았던 눈물이 수도꼭지처럼 쏟아져 나온다.

눈물은 버릇 같은 거였다. 지난 7년 동안 늘 관계가 끝나고 나면 눈물이 흘렀다.

오늘처럼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 눈물은 아니었지만...

노도수는 자신의 밑에 깔려 괴로운 듯 울음을 터트린 다인을 내려다보며 땀으로 젖어있는 그녀의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한다.

"이젠 울지 않을 때도 되었지 않나.....오늘은 특히 더 많이 우는군. 좋아한다고 느꼈는데... 내 착각이었나."

"흐윽....흑..."

다인은 밖에서 자신의 신음을 들어버렸을 가지다가 생각나 더 크게 울어버린다. 그걸 알리 없는 노도수는 그녀를 안아 달래며 나지막하게 말한다.

"쉬- 그만 그쳐라...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다."

============================ 작품 후기 ============================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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