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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가 되었습니다

호텔에서 일하는 셰프라고 하면 대단히 많이 벌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사실 요리사들은 대다수가 박봉에 시달린다.

일은 고되고 힘들다.

요식업계의 양극화는 뚜렷하다.

상위권의 셰프들이 돈 좀 만지고 나머지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더구나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하면 자고 일어나서 다시 출근해서 일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일이 그만큼 많다.

그리고 처음 시작한다면 어마어마한 구박을 받게 된다.

“흠.”

특히 파인 다이닝의 경우에는 엄청난 갈굼을 당할 준비를 해야만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파인 다이닝의 총주방장들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든 요리를 다 직접 만들지 못한다.

죄다 직접 만들려면 철인이 되어야 한다.

엄청 힘들고 규모가 일정 이상 넘어가면? 직접 하지도 못한다.

때문에 아래 있는 직원들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직원들은 평범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특히 신입은 아무 것도 모른다.

모르니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주방은 바쁘다.

바쁜데 어느 세월에 친절하게 하나둘 알려줄까?

때문에 갈군다.

재능 있는 셰프의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방해가 되지 않게 일을 도울 수 있는 수준까지.

갈구고 또 갈군다.

못하면?

둘 중 하나다.

욕을 너무 먹어서 의욕상실 속에 그만두거나 아니면 쫓겨나거나.

때문에 처음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한 번쯤은 욕을 먹기 마련이다.

셰프가 요구하는 레시피와 다른 요리가 나온다?

갈군다.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났건 어쨌건 그런 건 셰프의 허락을 받고 할 일이다.

일단은 요구 사항대로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요구하는 레시피를 소화하는 단계에 올라서면?

주구장창 그 요리를 만들게 한다.

딱 담당이 정해진다.

셰프는 주방을 살피며 행여나 이상한 짓을 한 놈이 있는지 찾는다.

어쨌거나 구박을 받는 게 당연한데 호텔의 주방에서 일을 시작한 강지건은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경력 1년이라고?”

“네.”

“혹시 어렸을 때부터 요리하거나 뭐 가족 중에 셰프가 있거나 그런 거 아니고?”

“아닙니다.”

“너 천재야?”

“모르겠습니다.”

지시한 것을 살피던 셰프는 놀란 표정이었다.

모든 것이 규격에 맞춰졌다.

함께 일하지 않으면 맞추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그걸 해냈다.

“대체 어떻게?”

“그냥 다른 분이 해놓은 걸 봤을 뿐입니다.”

강지건에게 요리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그래, 계속 그렇게만 해.”

셰프는 칭찬을 하고는 넘어갔다.

이후 강지건은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일을 더 빨리 할 수 있었지만 천천히 했다.

‘무념무상.’

요리사의 길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무엇인가에 몰입하기 위해서였다.

무엇인가 잊고자 한다면 다른 일로 바빠져야만 한다.

계속 잊고자 하는 일을 떠올리며 잊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더 깊이 파고든다.

그러니 다른 일에 집중해야 한다.

전투의 강렬한 자극을 잊기 위해 적당히 바쁜 환경을 택한 것이었다.

또한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은 일.

요리사란 직업은 박봉에 시달리고 바쁜 직업이다.

나중에 자신의 가게를 내서 자기 사업을 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큰 돈 벌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고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식사 한 번 만들어보지 않겠나?”

며칠 지나지 않아 셰프는 요리를 만들어보라고 시켰다.

강지건은 적당히 쓰다 남은 재료를 이용해 요리를 만들었다.

간단한 볶음밥이었다.

“왜 하필 볶음밥이었지?”

“맛있으니까?”

“이건 처음 먹는 볶음밥이군.”

“허브 볶음밥이니까요.”

“흐음. 특이해. 그래도 나쁘진 않아.”

익숙하면서 새로운 것.

조합을 통해 새로움을 더하는 것은 누구나 상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 격을 끌어올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우리 식당에 어울리는 메뉴는 아냐.”

“식당에서 내놓을 메뉴를 만드는 거라면 셰프가 할 일이죠.”

“그건 그렇지.”

강지건은 딱히 인정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자기 실력 잘 아니까.

사실 레스토랑의 셰프가 되는 건 더 쉬웠다.

강지건에게는 넘쳐나는 게 돈이었다.

조직원을 통할 게 아니라 본인이 해도 된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굳이 호텔 주방에서 일을 시작한 이유는 그냥 요리에 몰입하고 싶어서였다.

참신한 요리든 뭐든 계속 요리를 만드는 일에 몰입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 채우니 강지건은 많은 요리를 담당하게 되었다.

할 줄 아는 게 많아지니 여기 저기 도와주는 일이 많이 생겼다.

때로는 다른 요리의 담당이 갑작스럽게 쉬는 날 대타를 뛰기도 했다.

요리에 미쳐 지냈다.

딱히 새로운 요리들도 아니었고 강지건의 입장에서 만드는 게 어렵지도 않았다.

항상 강지건은 완벽한 요리를 만들어냈다.

셰프가 놀랄 정도로.

어마어마한 천재.

하지만 주방에서는 요리 좀 만든다고 바로 수셰프로 올리고 그러지는 않는다.

수셰프는 셰프를 대신해 주방을 지휘한다.

파트 담당은 자신의 아래에 있는 셰프들을 담당한다.

요리 좀 만든다고 담당을 하지는 못한다.

담당을 하려면 다른 셰프들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니까.

아래 셰프의 실수는 곧 담당의 실수가 된다.

수셰프도 마찬가지.

주방에서 실수가 나와선 안 된다.

어마어마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방에 아무나 들이지도 않고 들어와서 제대로 못하면 갈군다.

희망도 없으면?

욕하지 않는다.

그냥 내보낸다.

답도 없는 인간에게 열을 내느니 새로 사람을 구하는 게 나으니까.

어쨌거나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자신의 요리만 잘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마저도 강지건은 다 잘 할 자신이 있었지만 굳이 더 위를 노리지는 않았다.

출세하려고 요리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저 작업을 반복해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요리에 몰입하는 것이었다.

초감각을 동원해 요리의 맛을 항상 최상으로 끌어낸다.

셰프, 수셰프, 그리고 파트 담당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해 내놓은 레시피를 모두 완벽하게 재현한다.

한 사람이 이렇게 다 한다는 것은 엄청난 재능이다.

새로운 셰프의 탄생이었다.

“가게 내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좀 더 배우고요.”

“그래?”

강지건은 레스토랑 오픈 같은 것엔 관심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한 여자를 만났다.

퇴근길에 마주친 여인은 강지건이 사는 아파트에 사는 여자였다.

아주 가끔 마주치지만 별 인사 없이 그냥 지나치는 사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울고 있었다.

강지건은 근처의 카페에서 도넛과 커피를 샀다.

“먹을래요?”

“뭔데?”

“힘내라고.”

강지건은 곁에 커피와 도넛을 놔두고 가던 길을 갔다.

능력을 이용한다면 기억은 물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죄다 읽는 게 가능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치트키를 써서 다 알아버리면 재미가 없으니까.

미지는 두렵지만 동시에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모험이 되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 또한 하나의 모험이다.

재수 없는 경우에는 죽거나 인생이 엄청나게 망가지기도 하지만 재수가 좋으면 엄청난 행운을 얻기도 한다.

어떤 관계가 될지 모른다.

강지건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만남은 그냥 사람을 읽는 능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 편이 더 재미있으니까.

다음 날, 퇴근길에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

여자는 강지건에게 고맙다며 쿠키를 선물해주었다.

간단한 간식을 주고 받은 이후 종종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주말에 뭐해요?”

“일.”

“무슨 일 하는데요?”

“호텔 셰프.”

“오오! 이거 식사 대접 한 번 할까 그랬는데. 못하겠네요.”

“해. 괜찮아. 얻어먹는 거 좋아.”

“셰프면 막 까다로울 거 같은데.”

“아냐, 좋아. 남이 해주는 밥 먹는 게 얼마나 꿀맛인데.”

강지건은 요리하는 동료들이 집에 가면 요리하기 싫다고 하는 소릴 자주 들었다.

집에 가면 대충 먹는다고 했다.

냉동식품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흔했다.

집에 가서도 요리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했다.

직업으로 요리하면서 시달리다보니 요리가 그다지 즐겁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강지건은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동료들의 이야기를 대화에 써먹었다.

세상에는 남의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처럼 포장해서 떠드는 사람들이 참 많다.

중요한 것이 이렇게 해도 먹힌다는 것.

“와아, 그럼 용기를 내볼게요. 다음에 언제 쉬나요?”

“화요일.”

“그럼 그때.”

화요일은 금방이었다.

저녁이 되자 여자, 엘로이즈의 집에 초대되었다.

엘로이즈는 간단한 파스타를 준비했다.

간단한 식사와 가벼운 음주.

사실 저녁 식사에 여자가 집으로 초대한다는 사실부터가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더 진도가 나가고 눈치 없는 사람들은 밥만 먹고 집에 가게 된다.

물론 눈치 빨라도 관심 없으면 그냥 집에 간다.

강지건은 엘로이즈의 행동에서 진한 호감을 느꼈다.

“엘로이즈.”

“지건.”

키스가 이어졌다.

평범한 만남에서부터 시작된 키스.

작은 우연을 키워 키스에 도달했다.

입이 열리고 나자 나머지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하나씩 옷을 벗었다.

이윽고 나신이 되었다.

강지건은 엘로이즈의 몸을 감상하며 대물을 준비했다.

“아.”

엘로이즈는 깜짝 놀랐다.

이어서 강지건의 대물이 안으로 들어오자 더욱 놀랐다.

‘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수준의 존재감.

연인과의 이별로 상심했던 마음의 구멍이 채워졌다.

아울러 욕구불만도 한순간에 날아갔다.

강지건을 더욱 끌어안은 엘로이즈는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더 세게.”

쿵.

요구대로 강하게 눌러준다.

“햑!”

엘로이즈는 거대한 존재감을 느꼈다.

심장이 쿵쿵 울리는 거대한 충격.

‘좋아.’

두 사람의 밤은 무척이나 길었다.

이후 엘로이즈는 강지건을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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