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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롭스크의 바닷속을 거닐고 있는 동시에 강지건의 또 다른 분신은 일본을 활보했다.
야마다 타로라는 신분으로 수많은 AV 배우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급기야 롯본기의 수많은 맨션을 구입해 이들로 채우기 시작했다.
이후 레알핑크사에는 두 부류의 AV 배우가 존재하게 되었다.
강지건과 한 번도 잔 적이 없는 AV 배우와 강지건만의 여자가 된 배우로.
당연히 한 번도 동침해본 적이 없는 AV 배우들은 강지건과 동침하길 원했다.
하지만 이제는 쉽지 않았다.
강지건은 더 이상 AV 배우로 활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수상한데?
> 강지건이 활동을 멈췄는데 야마다 타로도 활동을 중지했어
> 둘이 어떤 사이길래?
> 둘은 동일 인물이야.
> 야, 둘 다 다른 사람인 거 증명하는 영상이 얼마나 많은데.
> 아직도 영상을 믿는 바보들이 있어? 영상도 조작되는 시대라고. 다들 정신 차려!
야마다 타로는 활동을 중지했다. 하지만 그게 잠적해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히토미와 아스카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 여유로운 생활을 만끽했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생활이었다.
‘한적하긴 해.’
별 다른 자극이 없는 시간.
분신의 죽음을 수도 없이 경험하며 살벌하게 싸우던 전투가 중지되니 어마어마한 후유증이 생겼다.
시간이 나면 자꾸 전투가 떠올랐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시간의 기억은 언제나 그렇듯 강렬했다.
얼마나 강렬한지 뇌에 강한 이미지를 남겼고 변형을 만들어냈다.
절대 잊지 못하게 각인되었다.
많은 전쟁 참가자들이, 혹은 끔찍한 참사의 생존자들이 악몽을 꾸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강렬한 기억은 꿈에서도 반복된다.
뇌에 각인 되었기에 꿈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것이다.
강지건에게도 이런 기억이 영향을 주었다.
‘인간의 육체를 버리면 이 기억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있겠지만 굳이?’
기억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기억으로 인한 감정에 휩쓸리지 말자.’
강지건은 무조건 억누르지 않았다.
‘지금은 다른 것에 몰입할 필요가 있어.’
새로운 것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흐음.”
섹스는 절대절정의 성역에서 이미 하고 있다.
‘섹스로 치유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또 다른 일을 해볼 생각을 했다.
‘데이트를 해보자.’
강지건은 구입했던 무인도에 레이나를 불렀다.
“여긴 다 벗고 지내는 곳?”
“응, 부담돼?”
“전혀요!”
강지건과 함께하는 AV 배우들과 함께 온 레이나는 고개를 저으며 붙었다.
“너하고도 찍고 싶은 사진이 있어서 그래.”
강지건은 석양 섹스샷을 찍었다.
석양과 대물 그리고 엉덩이와 바다가 한 곳에 담긴 사진.
AV 배우들과도 찍었던 그 사진을 레이나와 찍었다.
“으응, 야해요. 좋아요.”
레이나는 웃으며 강지건에게 안겼다.
야마다 타로는 AV 배우였으니 같은 AV 배우들과 함께 야한 시간을 가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일은 아니었다.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지만 사랑을 멈출 순 없었다.
강지건과 자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빼앗겼는데 소원을 이루도록 도움까지 받아버렸다.
여한이 없었다.
돈도 엄청나게 벌어서 별 걱정이 없다.
배가 부르니 노동 의욕은 떨어지고 놀고 싶어진다.
기왕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놀고 싶다.
그렇기에 강지건의 초대에도 응했으며 수많은 여자들과 함께 벗고 뒹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혼자가 아니기에 섬에서도 홀라당 벗고 돌아다니는 게 가능했다.
혼자였다면 부끄럽고 어색했겠지만 모두가 벗고 있으니 당당히 벗을 수 있었다.
모두 보는 앞에서 강지건과 섹스도 했다.
“다른 사람들하고 하는 거 그려봐도 돼요?”
“그리고 싶어?”
“네,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수많은 여자들의 나체를 그리기 시작했다.
AV 배우들은 당연히 포즈를 잡아주었다.
유혹을 위한 적나라한 포즈도 마다하지 않았다.
강지건의 대물을 품고 바라보는 포즈도 잡았다.
레이나는 열심히 그렸다.
사진으로 찍은 뒤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연필로 그린 것처럼 전환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레이나는 직접 그렸다.
직접 그리면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을 그려내는 기술을 얻는데 도움이 되니까.
그림은 표현의 도구.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그대로 표현하며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다수가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스케치가 보통.
하지만 취미로 계속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을 손에 넣기 마련이다.
재능이 없어도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은 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면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할 문제.
레이나의 경우에는 순수하게 즐기는 쪽이었다.
취미라면, 즐기는 것이라면 재능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즐거우니까 하는 것이다.
레이나는 여자들과 강지건을 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더 많이 그리고 싶어.’
계속 그리다보니 여자들과 강지건을 어떻게 그려야할지 알게 되었다.
보다 더 빨리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레이나는 강지건과 섹스하는 자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익숙해진 탓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상상으로 한 섹스를 그려냈다.
“잘 그렸는데?”
“히힛, 정말요?”
“그래, 이거대로 한 번 해볼까?”
“꺅!”
레이나는 웃으며 자세를 잡았다.
해변에서 파도에 엉덩이를 반쯤 담갔다.
파도를 맞으며 섹스했다.
찰싹거리는 바닷물이 느껴진다.
‘행복해.’
상상이 현실로 또 이뤄졌다.
레이나는 행복을 느꼈다.
레이나는 이후 강지건을 계속 따라다녔다. 강지건도 레이나를 데이트에 데리고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허락했다.
히토미와 아스카도 자신들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나날 속에서 강지건은 야마다 타로의 여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었다.
아직 진실을 모르고 있던 여자들은 다들 놀랐다.
“네? 강지건이라고요?”
“그래.”
“어떻게?”
“나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까.”
비밀을 끝까지 숨길 수 있었지만 굳이 숨길 생각도 없었다.
알려진다고 뭐가 어떻게 될 수준은 한참 전에 지났으니까.
무엇보다 강지건과 야마다 타로가 동일인물이라고 떠들어봐야 분신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바보로 만들 수 있었다.
초현실적인 상황?
분신?
이런 것을 언급해봐야 진지하게 받아주지도 않는다.
집단이 이와 같은 사실을 말해도 별로 믿지 않는다.
그냥 단체로 미쳤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확률이 더 높았다.
그렇기에 강지건은 자신있게 정체를 밝힐 수 있었다.
“놀랐어요.”
“히토미 깜짤 놀랐어.”
히토미와 아스카는 충격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정체를 숨겨서 먹은 충격이 아니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해?”
“이건 내 안드로이드.”
강지건은 안드로이드를 셋 불렀다.
셋 다 똑같이 생겼다.
“야마다 타로가 넷?”
“와아.”
다들 깜짝 놀랐지만 그것이 강지건을 떠날 이유는 되지 못했다.
“그럼 다른 세상도 있어?”
“그래. 가자.”
강지건은 히토미와 아스카를 데리고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마겔에서 섹스를 하고 초능력을 얻게 되자 좋다며 팔짝팔짝 뛰었다.
조직원이 아닌 이들은 모두 조직원이 되었다.
AV 배우들도 결국 조직원이 되어 다른 세계에 정착하게 되었다.
남편이 있는 이들은 이혼했다.
자식이 있는 이들만이 양쪽 세계를 오가는 정도였다.
그렇게 강지건은 자신과 섹스했던 모든 여자들을 조직원으로 만들었다.
지구에서는 행적이 묘연해진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별 영향은 없었다.
지구 전체 인구에 비한다면 정말 한줌에 불과했으니까.
이후 강지건은 야마다 타로의 신분으로 활동하는 일도 점점 줄여나갔다.
‘조용히 지내고 싶다.’
그렇기에 조직원으로 만들었다.
이후 데이트는 크롭스크와 스딘부르크 혹은 트레핀과 딕스 등 다른 세계에서 즐기기 시작했다.
지구에서는 너무나 떠들썩하게 활동했던 신분이라 주목을 받기 쉬웠다.
눈치 안 보고 움직이는 편이지만 반대로 은밀한 맛이 없었다.
‘우연한 만남도 은근한 맛이 있지.’
작정하면 함락시키지 못할 여자는 없다.
길 가다 절정뇌전 한 방 쏴주면 그냥 정신을 굴복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저항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은 어떻게 반항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지건은 절제했다.
‘힘을 마구 쓰다보면 질려. 음식에 넣는 조미료와 같은 것.’
맛있게 만든다고 설탕을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맛의 밸런스가 깨진다.
‘쓸 땐 쓰더라도 꼭 필요할 때에만.’
굳이 능력을 동원해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드라마는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렇기에 지구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로 활동했다.
지건 슈미트.
법적으로는 한나 슈미트의 양자로 기록되어 있다.
유럽에서 거둬들인 한나 슈미트는 이제는 서번트가 되어 성역에서 절정 속에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강지건이 평범한 유럽 신분을 원할 때 한나 슈미트의 제안을 받았다.
재빠른 제안으로 인해 한나 슈미트의 양자가 된 셈이었다.
신분 문제는 지구 귀족들이 뚝딱 해결해주었다.
이제는 침식도 해결한 상황.
강지건에게 적이라고 할 존재가 보이지도 않고 있었다.
즉, 강지건에게 지구 귀족을 비롯한 조직원들은 그다지 큰 쓸모가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
그렇기에 모두 강지건의 즐거움을 위해 노력했다.
“모두 수고했으니까 좀 즐겨도 되는데.”
“주인님을 모시는 것이 저희들의 사명입니다.”
“그래, 그래도 즐기면서 해.”
“감사합니다.”
나이는 20세.
직업은 요리사.
별로 대단치도 않은 신분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도 없었다.
요리사라고 하지만 지방의 소도시에서 요리한 것이 전부인 경력.
물론 이 경력도 위조된 것이지만 작은 레스토랑의 주인은 강지건의 조직원이었다.
절대 탄로 날 걱정 따윈 없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1년의 경력을 가진 요리사는 사실 업계에서는 그리 대단한 존재는 아니었다.
요리사로 1년 활동한 경력은 제대로 된 경력으로 쳐주지도 않았다.
아니, 요리사들에게는 경력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했다.
같은 1년이라도 동네 식당에서 1년 일한 사람과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들락거리는 호텔 주방에서 이랗ㄴ 사람과 똑같이 봐주지는 않는다.
영국 5부 리그에서 1년 뛴 축구선수를 1부 리그에서 1년 뛴 선수와 동등하게 봐주지 않는 것처럼.
때문에 정말 강지건의 경력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력이 보잘 것 없어도 강력한 추천이 있다면 자리를 얻는 것이 또 그리 어렵지만도 않다.
강지건은 단숨에 유럽의 유명 호텔에 들어갔다.
‘시간을 보내볼까?’
호텔 주방에 들어가게 된 강지건은 우선 재료 다듬는 일부터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