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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틸로프
“크윽.”
또 하나의 분신을 흡수했다.
침식의 근원은 점점 더 난이도를 높였다. 지금까지 침식의 함대를 상대로 싸웠던 것은 애들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강지건에게도 소득은 있었다.
침식의 서번트를 죽이며 흡수한 힘 덕분에 상당히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죽인다.’
고통과 함께 원한은 더욱 깊어진다.
- 나를 원망하는가?
“아니라고 못하겠군.”
- 그래, 원망해라. 증오해라. 분노해라!
침식의 근원을 아예 부채질을 했다.
- 너의 소중한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뭐?”
- 지구. 너의 소중한 지구를 파괴하면 넌 얼마나 더 빨리 강해질까?
“보채지 마라. 그나저나 내가 강해지길 원한다면 너의 약점을 알려주는 게 먼저 아닌가?”
- 나의 약점? 그런 게 있었나? 모르겠군.
“웃기는 놈. 그럼 지금부터 너에 대해 물어볼 테니 말해봐라.”
- 그래, 나에 대해 더 잘 알아야 더 강해질 수 있겠지. 그 또한 재미난 일일 테니.
침식의 근원이 전하는 의지에서 강지건은 웃음과 자신감을 느꼈다.
- 우선 내 소개를 하지.
이때까지만 해도 강지건은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 내 이름은 안틸로프다.
안틸로프의 진실을.
“뭐?”
- 내 이름이 안틸로프인 것이 그렇게 놀랄 일인가?
“어떻게?”
- 안틸로프는 나의 이름을 따서 만든 세계. 내가 만들었다.
순간 강지건은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안틸로프에 침식의 근원이 자리하고 있었는지.
“여길 파괴하면 너도 죽나?”
- 설마. 다른 세계로 넘어가면 그만인 것을.
“왜 자신이 만든 세계를 파괴하려 한 거지?”
- 광기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인가?
강지건은 답하지 못했다.
- 인간이 가진 의식이란 것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지. 우리 같은 존재들은 그 의식이 성장하며 더욱 거대해진 것이고.
의식보다는 무의식의 영역이 더 크다.
신체의 모든 것을 의식하고 움직이라고 기계로 만들어놓으면 대다수의 인간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죽을 것이다.
세포 단위까지 모든 것을 의식하고 조종할 순 없다.
육체가 자동으로 반응하도록 발전하며 무의식의 영역이 커진다.
축구선수들이 은퇴할 때까지 죽어라 기본기 훈련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기본기를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의식이 기본기가 아닌 경기 전체를 바라보며 반응하게 하기 위해선 기본기에 쓸 의식을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살필 것이 많아지면 그만큼 난이도는 올라갈 뿐이다.
그렇기에 축구 선수도, 프로게이머도 생각하지 않고 의지에 따라 몸이 반응하는 수준으로 기본기를 연마한다.
처음 키보드를 잡고 타자를 치는 아이는 어려워서 힘들어하지만 반복을 통해 익숙해지면 의식하지 않고 타자를 친다.
피아노 연주를 처음 배울 땐 악보 보는 것도 힘들고 모든 게 어렵지만 반복하다보면 눈을 감고도 연주가 가능해진다.
의지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연주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하는 것을 무의식의 영역에 집어넣으며 육체는 변화한다.
해당 작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몸으로 변화한다.
- 의식이 성장하고 더 강한 힘을 얻고 그 힘을 더욱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그렇게 계속 성장하는 것도 결국은 외부의 자극이 필요한 일. 외부에서 더 이상 자극을 받을 수 없다면 성장 한계에 봉착하게 되지.
“그래서 미쳤다는 건가?”
- 단순히 그런 것으로 미치지는 않는다. 다만 모든 자극에 익숙해지고 나면 바다 한 가운데에 떠 있는 느낌과 같아진다.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어디에도 가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
- 그렇다. 우주 한 가운데에 있다 보면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그게 미칠 이유가 되나?”
- 의식이 필요 없어지니까.
“뭐?”
- 그저 존재하게 될 뿐이다. 뭘 해도 별 느낌이 없는데 굳이 수고를 하며 뭔가 할 이유는 없지 않나? 그냥 가만히 있어도 존재할 수 있는데. 그렇기에 그저 바라볼 뿐이다. 바라보는 것도 지겨우면 파괴를 하고. 하지만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어떨까?
“설마 그게 자살을 하려는 이유인가?”
- 자살? 과연 자살일까? 아니면 한계를 극복하게 되는 계기일까?
“그 과정에서 죽게 된다고 해도? 소멸을 받아들일 수 있나?”
- 어차피 이 짓도 지겨워지면 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군.”
- 이게 내 문제 해결을 위한 선택이지. 그 뿐이다.
“그래서 침식을 택한 건가?”
- 그렇지. 공포는 원초적인 자극이니까. 너 또한 죽기 싫으니 열심히 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나?
강지건은 입을 다물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처음에는 강해지는 재미에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더 강해지기 위해선 결국 공포를 극복해야만 했다.
공포를 극복하며 대비하며 더 강해졌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얻었다.
전리품처럼.
돈, 여자, 유명세, 문명을 압도하는 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마음이 내키면 학살을 할 수도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절대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절대적인 힘이다.
- 한 번 맛보면 그만둘 수 없지. 살아있는 모든 것은 결국 광기를 품고 있다. 다른 것을 잡아먹고 더 성장하는 것이 생명이다.
동물 식물.
먹이 사슬이 존재한다.
먹이 사슬 최고에 위치한 인간들은 거기서 또 등급을 나눈다.
서민 중산층 상류층.
여기서 상류층이라고 다 같은 상류층이 아니다.
위에는 더 위가 있다.
계속 오르다보면 결국 정상의 자리를 노리게 될 뿐이다.
하지만 정상에 있다면?
- 아래를 내려다보며 생각하게 되지. 힘을 써보고 싶다고.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야.
장난감을 질리지 않고 가지고 놀기는 어렵다.
언젠가 질리기 마련이다.
게임도 계속 하다보면 질려서 졸음이 쏟아지기도 한다.
즐기는 게 아니라 노동처럼 변질된다.
서로 죽고 못 산다는 연인들이 결혼해서 붙어살다가 바람나기도 한다.
사랑이 식었으니 뭐니 하지만 결국 익숙해져서 지루한 것이다.
재미가 없으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 새로운 도전. 미지에 대한 공포는 기대를 품게 했다.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아직까지 그런 자는 없었다. 다들 제풀에 죽어나가더군.
세계를 침식하며 상대를 자극해보기도 했다.
도전자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보았다.
도전자들의 도전을 받고 물리치기도 했다.
- 많은 도전자가 있었다. 그리고 쓰러졌지. 너는 어떨까?
“지겨우면 그냥 죽어주면 되지 않나?”
- 그래서야 재미가 없으니까. 나는 그냥 죽을 생각은 없다. 새로운 길을 찾고 있을 뿐이지. 탐험이란 게 결국 그렇지 않나? 목숨을 거는 거지. 탐험하는 과정에서 죽게 된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많은 탐험가들이 저마다 이유를 가슴에 품고 도전했다.
죽은 사람도 있고 살아서 영광을 누리거나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탐험은 위험한 일.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지. 하지만 난 쉽게 죽어줄 생각 따윈 없다.
“그럼 더 알려줬으면 좋겠군. 네 약점을 알고 싶다.”
-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얘기를 듣고 싶다는 건가?
“그것도 좋고. 이야기를 듣고 싶군.”
- 뭐 몇 번 반복했던 이야기지만 들려주는 게 좋겠지. 부디 이야기를 듣고 내 약점을 찾아냈으면 좋겠다.
침식의 근원, 안틸로프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침식의 근원이 가진 이름이 안틸로프란 사실은 안틸로프인들에게는 충격을 주었다.
“설마 침식의 근원이 우리의 창조주라니.”
안틸로프인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그래서요? 그래서 뭐요? 우릴 창조한 존재이니 지금이라도 편을 바꾸자는 소립니까?”
“그건 아니고.”
잠깐 충격을 느꼈지만 이내 제정신을 되찾았다.
“우릴 버렸으니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존재입니다.”
다피림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배신감을 진하게 느꼈다.
“주인님!”
“더 박아주세요!”
“더!”
분노한 안틸로프 출신 서번트들은 더욱 격렬하게 절정을 느끼기 위해 엉덩이를 흔들었다.
“햐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를 악물고 버티며 절정에 절정으로 빠져들었다.
강해지기 위한 섹스.
강지건을 더 강하게 만들 섹스.
복수의 섹스다.
분노한 안틸로프 출신 서번트들은 섹스에 더 집중했다.
안틸로프인들의 분노는 상당했다.
버림 받은 것에 대한 충격은 그만큼 어마어마했다.
거대한 우주 문명이 멸망 직전까지 갔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절망은 거대했다.
강지건이라고 자신들을 도구처럼 쓰고 있는 것은 다름이 없다.
하지만 복수심은 그런 것을 생각지 않게 했다.
그저 한 방 먹여주고 싶다는 광기가 이성을 지배했다.
“큐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원한이 서린 교성이 길게 울려퍼졌다.
의지만큼, 복수심이 큰만큼 더 버텼고 버틴 만큼 더 강해졌다.
절정마나연공법과 초월의 날개 육문공 그리고 초능력이 무지막지한 시너지를 일으키며 서번트와 강지건에게 힘을 안겨주었다.
강지건은 분신을 만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울러 서번트 계약도 더 늘렸다.
서번트와 계약하며 더 강해지기 위한 스킬을 사주어야 하기에 포인트가 필요했다.
안틸로프인을 비롯한 조직원들은 이를 악물고 포인트를 벌기 위해 퀘스트를 수행했다.
수많은 퀘스트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등록되었다.
하지만 퀘스트 중에는 파괴적인 것은 없었다.
파괴적인 것은 빠르게 완수할 수 있는 퀘스트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다 파괴하고 나면 퀘스트를 더 설정하기가 어려우니까.
파괴한 뒤에 다시 재생 사업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이라면 퀘스트 난이도가 높지 않아는 것이다.
시스템은 여전히 포인트를 마구 퍼주었다.
덕분에 강지건은 서번트를 엄청나게 늘렸다.
1000만 서번트를 이뤄냈다.
“크억!”
1000만의 서번트와 계약하고 분신을 통해 힘을 쌓는다.
이제는 한 번에 1만의 분신을 돌려가면서 흡수했다.
흡수하며 죽어간 1만의 분신이 겪는 고통은 고스란히 강지건의 정신을 강타했다.
하지만 흡수한 만큼 힘은 더 빨리 강해진다.
이어서 죽은 1만의 분신만큼 다시 분신을 생성한다.
이후 다시 서번트들과 섹스하며 힘을 키운다.
그렇게 순차적으로 1만씩 지속적으로 힘을 돌아가면서 흡수했다.
- 역시 공포는 최고의 채찍이다.
“크으.”
‘죽여 버리겠어.’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침식의 근원, 안틸로프는 계속해서 강해질 것을 요구했다. 더 강해지지 않으면 지구를 비롯한 모든 세계를 침식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강지건은 받아들여야만 했다.
안틸로프의 이야기를 고통 속에서 들어야 했다.
의식은 계속해서 약점을 찾기 위해 집중했다.
“그래서 첫 경험은 언제 였다고?”
- 내가 13살 때였다. 이웃에 사는 아이였지. 우린 호기심으로 가득했었다. 키스도 하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몸을 가지고 놀다보니 하게 되었지. 마치 퍼즐 같았다. 구멍에 열쇠를 넣는 기분이라고 할까? 쾌락을 얻는 보물 상자를 연 기분이지.
안틸로프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주었다.
안틸로프에게 이야기를 계속 시키는 동안에는 더 강해질 수 있을 테니까.
분신을 흡수하고 전투를 하며 안틸로프의 이야기까지 듣는다.
다른 세계에서는 분신을 만들고 서번트들과 섹스를 한다.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되니 강지건은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익숙한 일을 계속 반복한다고 해서 힘이 안 드는 것은 아니었다.
‘미치겠군.’
강지건은 더더욱 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