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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틸로프

한적한 공원.

강지건의 위에 앉은 레이나는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치마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두 사람은 이미 하나로 이어진 상태.

“헤응, 좋아요.”

슉샥셕쇽.

레이나는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었다.

강지건이 원하는 것은 뭐든 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초인기 애니메이션의 원작자가 사실은 변태라는 뉴스가 뜬다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소원풀이는 끝났다.

자신의 창작물이 성공하는 것을 보자 레이나는 산란 끝에 힘이 빠진 연어처럼 늘어졌다.

나중에 다시 창작욕구가 솟구칠지는 몰라도 당장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당장 중요한 것은 강지건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

인생의 가장 큰 꿈 중 하나를 이루게 해주었으니 감사할 뿐이다.

은인이다.

“어때요? 더 할까요? 사진 찍으실래요?”

레이나는 슬쩍 폰을 내밀기도 했다.

원한다면 무엇이든 응해줄 태세.

찰칵.

강지건은 레이나의 은밀한 곳이 대물이 꽉 찬 모습을 찍었다.

레이나는 활짝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후훗.”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아주 소소한.

근처에 지나가던 행인 하나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려고 하는 모습에 해킹을 통해 폰을 먹통으로 만들었다.

그 사이에 폰의 자료를 빼냈다.

‘놈. 맛 좀 봐라.’

폰에는 여러 가지 자료가 있었다.

남들이 본다면 눈살을 찌푸릴 그런 것.

강지건은 행인의 SNS에 자료를 업로드해버렸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순간 강지건은 의지만으로 타인의 시스템에 접근이 가능해졌다.

‘이건 문명사회에서는 정말 사기잖아.’

그 어떤 방벽도 강지건을 막을 수 없었다.

네트워크에 올리는 것들은 아무리 잘 숨겨도 비밀이 아니게 된다.

잠시 뒤 행인의 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새로 SNS에 올린 글을 본 지인이 화를 내며 욕을 한다.

행인은 서둘러 되돌아간다.

모든 것이 인지 범위 안이었다.

‘의식을 확장해볼까?’

공원에 앉아 이제 갓 성인이 된 처녀와 섹스를 하며 하늘을 본다.

그리고 의식을 확장하니 지구의 모든 것이 감각에 전해졌다.

강지건의 인식 범위는 행성 하나를 가뿐하게 포함하는 수준이 되었다.

‘아, 다 알고 싶지는 않아.’

강지건은 지구의 모든 것을 잠깐 들여다보고는 다시 범위를 좁혔다.

다 알게 된다면 재미 없어질 거 같아서.

‘상자는 열리지 않았을 때 기대를 품게 하지. 미지에 대한 공포는 색다른 자극.’

점점 더 강해지면서 강지건은 침식의 근원을 이해하게 되었다.

바보 같은 선택을 한 침식의 근원.

일부러 적을 키워주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깐 맛보는 수준으로 행성의 모든 것을 인지하게 되자 강지건은 얼른 인지 범위를 좁혔다.

자극이 무척이나 강렬했다.

신이 된 기분.

지구의 모든 것을 인지하게 되니 ‘전지’를 손에 넣은 셈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전능’까지 손에 넣는다면 신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터.

하지만 동시에 강지건은 생각했다.

자신과 동등한 존재가 없는 고독.

인간으로서 살아왔던 의식의 흔적은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제는 많이 벗어났다고 하지만 강지건은 아직도 인간적인 행위를 하면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푹팍퍽폭.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으면서 섹스를 즐긴다.

힘을 얻기 위한 섹스가 수많은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스토리가 가미된 휴식을 위한 섹스도 있었다.

레이나와 공원에서 하는 섹스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평범한 인간처럼 살짝 스릴을 안겨주며 섹스한다.

안심시킬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조마조마해하는 레이나의 반응을 보는 게 즐겁다.

행복에 겨워 혀를 내밀고 덜덜 떠는 모습이 귀엽다.

조신한 여자처럼 입었으면서 사실은 노팬티로 다니며 음란하게 엉덩이를 흔드는 레이나의 모습을 감상했다.

‘좀 더 쉬어야겠어.’

쉰다고 해도 완전히 쉬는 것도 아니었다.

분신들은 다른 곳에서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반복적인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하는 즐거움을 일본과 미국의 분신을 통해 만끽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분신은 결국 세계 챔피언으로서 벨트 수집에 성공했다.

“이제 아무도 나를 못 이겨. 세계 최강의 주먹은 누구?”

> 건!

> 스트롱 건!

> 강지건!

“그래, 내가 제일 잘 싸워.”

강지건은 벨트를 얻었다.

하지만 눈물을 보이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복싱 챔피언 정도로 성취감을 느끼기에 강지건의 능력은 너무나 컸으니까.

그저 하나의 여흥이었을 뿐.

“이제부터 나는 먹방 여행을 할 거야.”

> 오오!

> 얼른 실력이 녹슬기 바래.

> 이제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인가!

“무너트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 하지만 돈을 좀 많이 준비해야 할 거야. 난 몸값이 비싸거든.”

복싱 이벤트 한 판에 어마어마한 액수가 달리게 되었다.

세계 통합 챔피언이었으니까.

보통 챔피언도 아니고 가수를 하다가 복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힙합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그저 ‘전설’로 통하고 있었다.

> 그는 레전드야.

> 진정한 남자의 길을 걷고 있지

> 먹방 여행? 나도 당분간 먹방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군.

> 우리 식당으로 오라구!

> 전미의 고속도로 식당들은 준비해야 할 걸? 잘 하면 대박 날 테니까!

강지건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는 옛날 스타일의 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1950년 대 스타일의 픽업트럭이었다.

> 오오, 뭘 좀 아는 군.

> 미국인의 영혼이 깃들었어.

미국하면 픽업트럭이다.

픽업트럭을 ‘남자의 차’라고 하기도 한다.

슈퍼카가 부를 과시할 수 있다면 픽업트럭은 미국의 상징과도 같다.

미국의 지방에서는 거의 필수나 마찬가지다.

대규모 농장주들에게 픽업트럭은 필수였다.

하지만 이제 전기차의 시대가 오면서 픽업트럭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었다.

“이건 전기 픽업트럭이야. 개조를 좀 했지.”

차체는 1950년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부는 전기차였던 것이다.

> 으음, 전기 픽업트럭? 마음에 안 드는군.

“뭐 마음에 안 들면 어쩔 거야? 내연기관차는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텐데.”

강지건이 원한다면 내연기관차를 계속 몰고 다니는 시대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역사에 개입할 생각이 없는 강지건은 지구 귀족들이 그대로 일을 진행하도록 했다.

‘뭐든 내 손으로 다 하면 재미가 줄어들지.’

아직은 지구에 질리지 않았다.

질릴 때까지는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즐길 생각이었다.

“그럼 시동을.”

강지건은 전기 픽업트럭에 시동을 걸었다.

차는 무척이나 조용했다.

“확실히 옛날 감성은 없어.”

> 조용한 픽업이라니

> 배터리가 험한 곳에서 망가지지 않을까?

“이 픽업트럭은 교체용 배터리를 사용해. 일부러 이렇게 했지. 어쩔 수 없었어. 이 차를 위한 배터리를 생산해달라고 할 순 없었으니까. 기존의 프레임을 사용하려면 결국 교체형 배터리가 답인 거 같아. 문제는 이게 얼마나 효율을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거지. 어쨌거나 어디 고장 나면 교체하면 되니까.”

픽업트럭이 조용히 달린다.

강지건은 라디오를 틀었다.

노래를 흥얼거리던 강지건은 선글라스를 썼다.

석양이 지고 있다.

컨트리송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강지건은 컨트리송을 흥얼거리며 달리다 간판을 하나 보았다.

“저기 뭔가 재미있는 간판이 있네.”

주차를 한 뒤 식당에 들어섰다.

재미있는 카우보이 캐릭터가 사람들을 부르는 곳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카우보이 분위기가 풍겼다.

강지건은 자리에 앉아 메뉴 한 가운데 있는 세트 메뉴를 시켰다.

“오오! 혹시 강지건?”

“하이!”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반가워요.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물론.”

가게의 주인을 비롯해 종업원들까지 모두 소란스러워졌다.

그냥 가수였다면 관심이 없는 경우 못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강지건은 굉장히 유명했다.

복싱으로 세계 통합 챔피언을 달성했으니까.

어마어마한 갑부.

잡지와 뉴스에도 자주 나오며 엄청난 회사를 보유하기도 한 대재벌.

그런 그가 갑자기 서민들의 식당에 나타났다.

“여긴 어쩐 일인가요?”

“먹방하러.”

“오오! 우리 가게 홍보 해주시는 건가요?”

“맛있으면 알아서들 찾아오겠지. 그러니까 신경 좀 써야 할 걸?”

“하하! 물론이죠!”

스테이크가 나왔다. 콜라와 함께 나온 스테이크는 꽤 두툼했다.

“일단 감자부터.”

두툼한 감자는 잘 구워졌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부드럽게 부스러진다.

감자로 시작해 다음은 고기.

스테이크를 먹는 동안 식당 안에는 사람들이 점점 몰리기 시작했다.

강지건은 무려 10인분의 음식을 천천히 즐겼다.

“오오, 몬스터.”

엄청나게 먹는 모습을 다들 지켜보았다.

“아, 나 먹는 거 보러 온 팬들이네.”

카메라로 찍어주자 다들 휘파람을 불며 소리친다!

“제니퍼! 나 방송 탔다!”

“수잔! 방송 나간다! 손!”

다들 방송을 탄다며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보통 인터넷 방송이라고 하면 영향력이 그리 크지는 않다.

하지만 강지건의 경우 최소 10만명이 본다.

실시간으로만.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보고 있는 방송이었다. 미국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본다.

“아, 맛있게 먹었어. 지금부터 입구 닫고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 세트 하나씩 쏠 테니까. 다들 그렇게 알아.”

“우와아아아아아아!”

강지건은 통 크게 팬서비스를 했다.

팁도 거하게 남겼다.

“그럼 난 다시 달리러 가겠어.”

강지건은 절대 비싼 식당은 들리지 않았다.

서민들이 자주 이용할 법한 저렴한 장소만 찾아다녔다.

그렇게 달리는 동안 강지건의 뒤에는 자동차의 행렬이 붙었다.

“뒤에 보여? 다 내 팬들이야.”

시간 남는 이들이 방송을 보고 따라붙은 것이었다.

위치가 파악되니 달라붙은 것이었다.

이어서 강지건이 들어가는 식당은 실시간으로 홍보가 되었다.

꼭 식당만 들린 것은 아니었다.

주유소 마트에서 식빵과 햄을 사서 즉석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먹기도 했다.

햄버거를 사먹기도 하고 밤새 달리며 도넛과 커피를 즐기기도 했다.

“자, 이제는 마쉬멜로 타임.”

시간이 많이 남는 사람들은 강지건을 계속 따라 달렸다.

픽업을 가진 이들과 함께 캠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을 보는 이들은 점점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엄청 놀라게 되었다.

> 언제 자?

“잠이 안 오네.”

일주일이 지났는데 강지건은 잠자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었다.

> 혹시 불면증?

“몰라. 지금은 달리고 싶을 뿐이야.”

강지건은 자신에게 불면증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는 것을 방관했다.

그냥 계속 달리고 싶을 뿐이었다.

지겨워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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