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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재밌었다.’
다시 도쿄로 돌아가는 시간, 강지건은 아쉬움을 접었다.
너무 지나치게 놀면 결국 질려버린다.
일회용처럼 쓰고 버리고 싶지 않았다.
의미있는 여행이었기에 좀 더 관계를 지속하고 싶었다.
좀 더 꿈을 꾸고 싶었다.
학창시절에 꿈꿔봤던 일들을 하는 것은 즐거웠다.
‘또 해보고 싶다.’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도쿄로 돌아온 뒤 히토미와 아스카는 활동에 들어갔다.
“돈 벌어올게요!”
돈을 아주 많이 벌어서 강지건을 호강시켜주겠다는 야심을 품은 두 사람이었다.
다른 졸업생들도 각자의 생활로 돌아갔다.
몇몇은 백수였기에 강지건이 적당한 일자리를 알아봐주었다.
꿈과 같은 휴식이 끝나자 강지건은 다시금 하던 일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좀 더 도전해봐야지.’
죽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다시 도전할 시간이었다.
목적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른다.
길을 걷는 방법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으니 최종 목적지를 확실히 찾지 못했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한다.
눈을 감고 더듬거리며 길이다 싶은 곳을 찾기 위해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꼴이다.
길을 모르니 어쩔 수 없는 일.
문제를 해결하라고 떠들지 시스템은 친절히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퀘스트도 본인이 직접 설정할 일.
이런 상황이니 스스로 길을 만들어나가야 했다.
그렇기에 강지건은 죽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다보면 뭔가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멈출 순 없었다.
멈춘다면 아예 생각을 안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안틸로프에서 계속 싸우고 있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절대 멈출 수 없었다.
강해지지 못하면 잡아 먹힌다는 생각 뿐.
그렇기에 강지건은 길을 찾기 위해 죽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히말라야를 좀 뒤져볼까?’
강지건은 새로운 분신을 히말라야로 보냈다.
히말라야.
수많은 등산객이 도전을 했다가 조난을 당했다.
가끔 아주 오래된 시신이 발견되기도 한다.
“흐음...”
강지건은 깊은 계곡 속에 묻힌 시신을 발견했다.
조난당한 시신을 온전하지는 않았다.
아니, 조난을 당했다기보다는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었다.
이리저리 뒤틀리고 터지고 깨진 모습.
하지만 추위 때문에 그대로 얼어서 미라가 되었다.
‘어디보자.’
상태를 살피자 강지건은 살짝 놀랐다.
‘50년이 지났어?’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강지건은 시체의 모든 정보를 분석했다.
‘많은 부분을 추정할 수밖에 없네.’
시간이 지나며 변형이 왔고 유실된 부분들이 있었다.
강지건은 최대한 원형을 복구하고자 퍼즐을 푸는 것처럼 되살리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흠.......”
어려운 일이었다.
‘어쩔 수 없지.’
일단 되살리고 보자는 생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죽었던 세포를 깨우며 마나를 공급하고 아울러 몸을 재생하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했다.
신경과 뇌는 아직 깨우지도 않았다.
몸이 거의 재생되자 신경망을 재건하며 활력을 넣었다.
꿈틀.
몸이 서서히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척추와 뇌를 살리지는 않았다.
‘뇌의 빈 부분 중 기억을 빼놓고 다른 부분은 평범한 수준에 맞춰서 재생.’
척추를 비롯해 다른 부위를 관장하는 뇌가 소생되었다.
‘마지막은 기억인데. 어떻게 할까?’
그냥 원형만 되찾게 하면? 바보가 될 수 있었다.
‘기억들은 어느 정도 있긴 있네.’
과거의 기억.
살아있던 시절의 기억들이 보였다.
강지건은 이를 토대로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활동이 가능하게 가짜 기억을 넣었다.
활동하고 학습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유전자는 그대로니까 오케이.’
모든 작업이 끝났다.
아직 재워둔 상태이기에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소생 작업은 끝났다.
50년 된 미라를 되살린 것이었다.
‘이 사람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강지건은 한 밤중에 적당히 인근의 산악인 베이스캠프에 데려다놓고 사라졌다.
- 충격! 50년 전 실종되었던 남자의 귀환!
- 놀라운 일!
- 유전자 검사 결과 본인 확인!
- 이 분에 제 할아버지라고요? 나랑 동갑으로 보이는데?
강지건이 소생시킨 남자는 프랑스인이었다.
프랑스에서 난리가 났고 세계가 난리가 났다.
죽은 시체가 발견만 되어도 놀랄 일인데 죽었다고 판명난 사람이 살아돌아왔다.
처음에는 다들 사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자 모두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울러 50년 동안 헤어졌던 아내와 만나게 된 것이었다.
아내는 이미 다른 사람과도 결혼했다가 아이까지 낳는 등 자신의 삶을 살다가 늙었다.
자식은 되살아난 남자보다 더 나이가 많은 모습이었다.
할머니가 된 전 아내가 자신의 남편이 맞다며 흐느끼는 모습이 세상에 송출되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 그는 어떻게 된 것일까?
- 다른 세계에서 온 것일까?
- 냉동인간은 실현 가능하다?
냉동인간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콜드 슬립에 들었다가 깨어난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가 깨어난 곳은 베이스캠프였으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아무런 흔적이 없기에 많은 이들은 의심을 하기도 했다.
조작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혹시.......”
강지건의 대물에 봉사하던 리사 그랜트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응, 내가 살렸어.”
“역시......”
지구 귀족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강지건이 사람을 살려낼 힘이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어 보였으니까.
“이제 죽어도 살릴 수 있으니까 수명 걱정 따윈 할 필요가 없을 거야.”
“후훗, 더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그래.”
리사 그랜트는 온 정성을 다해 대물을 입에 머금고 봉사했다.
신의 대물이었다.
입에 머금는 것만으로도 리사 그랜트는 아랫도리가 촉촉하게 젖었다.
지구 귀족들에게 강지건이 행한 일이 알려졌다.
“역시 그 분은.”
신.
50년이 지난 사람을 부활시키는 것은 인간의 기술을 아득히 뛰어넘은 것이었다.
“과학과 마법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재생을, 부활시킨 것이라면 정말.”
감탄이 나올 일이었다.
부활을 시켰다.
죽음을 극복했다.
인간에게는 신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초강대국인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상류층이었던 지구 귀족들도 죽음을 극복하지 못해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돈을 쏟아부어 어마어마한 연구를 했다.
죽지 않으려고.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매일 같이 호화로운 만찬을 즐기며 최고급 와인을 물처럼 마시고 최고급 스포츠카에 온갖 향락을 즐길 수 있는 대부호도 죽음은 피하지 못했다.
세계의 부를 거머쥐고 호령하던 대부호들도 늙으면 힘이 빠지고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힘이 빠지다 결국 죽었다.
거지도 부자도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는.
강지건이 등장하고 영생의 길이 열렸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단순히 회춘하여 장수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죽어도 되살리는 힘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이젠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그분이라면 시체만 있어도 되살릴 수 있겠지.”
“아직 능력을 연습하시고 계십니다.”
“그럼 도와드려야지.”
“좀 더 많은 미라를 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호박과 화석들도 구해보도록.”
“되도록 유전자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어야겠죠?”
“물론. 최대한 긁어모아. 다른 세계에서도.”
“알겠습니다.”
“고고학자들을 후원하자고.”
지구 귀족들과 강지건의 조직원들은 강지건을 서포트하기 위해 존재했다.
죽은 존재를 되살리며 힘을 연마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직원들에게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주인님의 힘이 어서 빨리 강해졌으면 좋겠군.”
“그렇습니다.”
강지건의 조직원인 이상 영생은 정해졌다.
거대한 힘을 가진 조직원이기에 여러 세상을 들락거리며 온갖 향락을 즐길 수 있었다.
여러 세상을 잠깐씩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간이 소모된다.
“그런데 이대로 힘이 커지신다면 언젠가 세계를 만드실 수 있지 않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지 않나?”
“맞습니다.”
“자, 그럼 포인트를 벌어보자고!”
“넷!”
포인트. 조직원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서포트를 위해 다들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지건은 고고학에는 별로 취미가 없었다.
하지만 조직원들이 연결해주며 가져다주는 발굴물에는 관심이 있었다.
화석을 중심으로 오래된 생명체들의 흔적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일단 쉬운 것부터.’
조직원들이 이렇게 해주는 의도야 알고 있었다.
강지건의 연습을 돕기 위한 행동.
‘이걸 살릴 수 있을까?’
강지건은 호박을 들었다.
노란 빛깔의 호박.
송진과 같은 것들이 굳어서 만들어진 노란색 광물.
광물이라고 하지만 보석 중에서는 가장 합성하기 쉬운 것으로 인조 호박도 상당히 많다.
이 때문에 사기를 당할 위험도 높다.
호박의 경우 안에 생물이 들어가 굳은 것을 귀하게 친다. 이런 경우에는 상당히 비싸게 팔린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기꾼들은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이라면 손을 댄다.
고가의 미술품도 위작을 만들어서 팔아먹는데 호박 같은 보석에 손을 안 댈 이유는 없다.
죽은 벌레는 넣고 인조 호박을 만든다.
플라스틱 따위가 아니라 정말 송진을 고온압착해서 만든다.
이렇게 만드는 것은 사실 어려운 게 아니다.
어려운 것은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전문가들도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래된 것처럼 만드는 기술이 위작을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이건 가짜군.’
강지건은 그런 것들을 걸러냈다.
“이것들은 가짜야.”
“네.”
자신들이 가져온 것 중에 위작이 섞여 있다고 하니 조직원들의 표정이 새파랗게 변했다.
“너무 자책할 거 없어.”
“죄송합니다.”
“괜찮아. 그 정도야 뭘.”
하지만 속은 조직원들은 괜찮지 않았다.
‘이 새끼들을.’
신 앞에서 망신을 당한 꼴이다.
올려 보낸 공물이 가짜다.
신자의 입장에서는 환장할 일이다.
이후 위작을 판매했던 자들의 라인은 모두 박살났다.
관련된 이들은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