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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마스터
강지건은 주문을 했다.
“뇌 시냅스 재생용 나노머신 준비해줘.”
“네.”
인간의 뇌는 성숙하면서 불필요한 연결이 끊어진다. 하지만 과연 끊어진 연결들이 모두 불필요한 것인가하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것 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
경험에 의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이 약화되고 끊어진다. 대신 다른 부분이 강조된다.
폭력적인 경험을 많이 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 폭력을 휘두르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폭력의 대상이 되고 살아남으며 결국 폭력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뇌는 폭력에 대응하는 연결을 남겨두는 것도 모자라 더욱 활성화 시킨다.
환경이 폭력적이니 폭력적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형태로 뇌가 변하는 것이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이 전쟁이 끝난 뒤 돌아와서도 악몽을 꾸는 이유도 결국 뇌가 전쟁터에 익숙해지도록 변했기 때문이다.
가끔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나면 민감하게 반응하며 엎드리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폭탄이 터지거나 총을 쐈다고 뇌가 판단하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뇌에 변화가 오는 것이다.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면 뇌에도 변화가 온다.
충격은 곧 환경이 변했다는 의미. 때문에 뇌는 적응하기 위해 충격을 받아들이고 변화한다.
이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안 좋은 쪽으로 뇌의 시냅스가 연결되기도 하니까.
하지만 강지건에게는 이런 것을 바꿀 수 있는 기술력이 있었다.
생명을 만들어내는 수준에 도달한 과학력이 있다.
이를 적용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마법도 있었다.
강지건은 잠이 든 히토미와 아스카에게 다가갔다.
푸쉭.
주사총으로 나노머신을 주입해주었다.
이후 명령을 내렸다.
“음악 관련 시냅스를 강화해.”
소질이 없다?
그럼 만들어주면 된다.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재능을 소유할 수 있게.
인공지능에 명령을 내리자 히토미와 아스카의 손목에 찬 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보통 시계가 아니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것으로 인체 내에 주입된 나노머신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인공지능 네트워크가 히토미와 아스카의 뇌에 음악적 재능이 형성되도록 나노머신을 움직여 작업에 들어갔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난 히토미는 눈을 떴을 때 뭔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어?”
간질거리는 느낌.
이상하게 소리들이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일어났어?”
“응.”
강지건의 인사에 히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네 음악적 재능을 더욱 키울 거야. 소질은 만들어줬지만 키워나가는 건 같이 해야 해. 따라올 수 있어?”
“응, 할게.”
홀린 듯이 답한 히토미는 이끄는대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자, 건반을 하나씩 눌러봐. 그리고 소리를 기억해둬.”
“응.”
시키는 대로 했다. 이상하게 기억이 더 쉽게 잘 됐다.
“자, 그럼.”
강지건은 옆에 앉아 간단한 곡을 연주했다.
히토미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따라했다.
“어?”
간단한 곡도 제대로 연주할 줄 몰랐는데 지금은 너무나 쉽게 됐다.
“좀 더 어려운 걸 해볼까?”
강지건은 시범을 보였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4번 마제파.
“어?”
피아노 첨 배우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곡이다. 더구나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타고난 손가락 길이를 요구했다.
손가락 길이가 안 되면 죽었다 깨어나도 제대로 연주하기 어렵다.
동시에 눌러야 할 건반을 누를 수 없으면 연주는 물 건너간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마치 손가락 길이가 안 되는 사람을 조롱하는 것 같은 존재감을 뿜어낸다.
넌 이런 거 못하지?
이런 느낌이다.
물론 피아노 건반의 폭을 더 좁게 만드는 개조를 거쳐 손에 맞게 만들고 정확하게 연주한다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을까?’
히토미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잠시 뒤 연주가 끝나자 강지건이 돌아보았다.
“너도 할 수 있어.”
“나 그렇게 손 안 큰데.”
“손 봐.”
“어?”
히토미의 손 크기가 변했다.
상당히 길어진 손가락. 좀 더 큰 손.
“키도 커졌어.”
강지건의 말에 따라 일어나보니 키도 좀 더 커진 게 느껴졌다.
“어어?”
“어때?”
“어떻게?”
“그게 중요해?”
히토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해 봐. 기억나는 걸 쳐.”
딱 한 번 보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모든 음이 정확히 머릿속에 울렸다.
건반을 바라보자 무엇을 어떻게 눌러야할지 감이 왔다.
건반에 올라간 손가락이 첫 음을 누른 순간, 히토미는 머릿속에 떠도는 음들을 그대로 따라 연주했다.
연주하는 동안 취해있던 히토미는 연주가 끝난 순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을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내가 말했잖아. 난 초능력이 있다면?”
“야마다상은 외계인?”
“뭐 아주 아니라고는 못하겠네.”
“와앗!”
히토미는 강지건의 품에 안겼다.
“나도 애인 할래!”
“그래, 졸업하면 얘기하자.”
강지건은 히토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후 뒤늦게 깨어난 아스카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치며 악기 연주를 배웠다.
히토미와 아스카는 수십개의 악기를 순식간에 배웠다.
연주하면 연주법이 그대로 머리에 각인되는 수준이었다.
너무나 쉬웠다.
재능이 있으니 너무나 쉽고 즐거웠다.
쉬우니까 익히는 게 편하고 즐겁고 그러니 더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고.
선순환이 계속 이어졌다.
재능은 인생을 즐겁게 만든다.
“자, 이제는 노래를 불러볼 시간이야.”
며칠 뒤에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아!”
목소리마저 아름다워졌다.
본인들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고마워, 파파.”
“파파.”
히토미와 아스카는 강지건에게 더욱 매달렸다.
강지건은 두 사람을 연예인으로 데뷔시키기로 했다.
딱히 어려울 건 없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재능은 몸에 새겨주었다.
만약 스포츠를 원했다면 육문공을 통해 강화해주었을 것이다.
히토미와 아스카의 몸에 재능을 새겨넣어준 뒤, 강지건은 자신의 몸 또한 그렇게 만들 수 있음을 알았다.
‘다른 생명체도 가능하겠지.’
생물학에 점점 더 관심이 많아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생명에 관심이 많았으니까.
번식은 결국 생명에 관한 것이다. 유전자를 후대에 남겨 계속 살아남게 한다.
재능은 결국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는 능력이다. 환경에서 최적화되도록 몸을 바꾸기도 한다.
재능의 최종형태는 결국 진화다.
유전자에 재능이 새겨지는 것이다.
특정 행동을 더 잘 하도록 육체를 구성하게 만든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죽는다.
생물학을 공부하다보면 이러한 것들을 보다 쉽게 볼 수 있다.
고고학을 통해 공룡의 화석들을 연구하다보면 더욱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강지건은 데이터를 얻기 위해 공부할 뿐이었다.
공부 자체가 즐거울 이유는 없다.
원하는 것이 있기에 데이터를 수집하는 행동에도 고통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것이다.
애들에게 수학 공부하라고 하면 머리 아파하면서도 게임은 더 잘 하기 위해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분석하고 공부하며 연습하는 것처럼.
히토미와 아스카의 데뷔는 수월했다.
데뷔는 아이돌로 했다.
“많이 미숙하지만 잘 봐주세요.”
첫 무대에서 두 사람은 놀라운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소녀 듀엣.
곡은 다른 세계에서 엄청나게 히트를 쳤던 곡으로 지구에서는 한 번도 발표된 적이 없는 곡.
하지만 다른 세계에서 히트를 쳤다는 것은 그만한 자극과 만족을 주었다는 의미다.
지구에서도 통했다.
약간 낯선 감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아이돌로 데뷔했다.
아이돌이라고 하면 일단 응원하고 보는 일본 정서에 의해 두 사람은 수월하게 받아들여졌다.
> 히토미와 아스카. 실력은 진짜 엄청나다.
> 생소하긴 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엄청난 재능이야.
> 오랜... 만에... 나타난.... 대형.... 신! 인!
일본 인터넷을 불타올랐다.
최근 들어서 한국 케이팝에 연신 밀리고 있는 분위기였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한국 아이돌들이 어마어마한 인기몰이를 하며 빌보드 1위를 찍기도 했다.
여기에 강지건까지 나타나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쯤 되니 일본 극우들의 질투가 폭발했다.
이런 과정에서 나타난 음악성이 충만한 일본 신인들.
응원하고 싶어졌다.
> 일본 사람이라면 힛짱앗짱을 응원합시다.
> 힛짱! 최고!
> 앗짱이 더 최고!
히토미와 아스카에 대한 열렬한 응원이 뒤를 이었다.
히토미와 아스카는 데뷔 이후 짜릿한 나날을 맛보고 있었다.
어딜 가든 이어지는 팬들의 환호.
강지건의 조직 중 하나인 거너스가 어둠 속에서 움직였다. 이미 일본을 손에 넣은 조직이 움직이니 아이돌 그룹 하나 거하게 밀어주는 건 일도 아니었다.
몇몇 기업이 광고를 내주며 언론사에 기름칠을 하니 바로 반응이 온다.
언론이 띄워주니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다.
실력이 없고 아무 것도 없다면 금방 식을 관심.
하지만 히토미와 아스카가 보인 재능은 굉장히 귀한 것이었다.
노래면 노래, 연주면 연주.
음악에 관련된 엄청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또한 미모도 상당했다.
더구나 아직 현역 여고생.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여고생은 여고생.
여고생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열광했다.
더구나 데뷔하면서 부른 곡은 일본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차트 등반을 시작했다.
> 왔다! 진짜다!
> 힛짱앗짱! 파이또오오!
> 가랏! 세계를 재패해버렷!
> 일본 사람이라면 힛짱앗짱을 응원합시다.
인터넷 반응도 뜨거웠다.
이제 분위기는 히토미와 아스카를 찬양하지 않으면 왕따 당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는 수준이었다.
“너무 고마워. 어떻게 해야 할까?”
“여고생의 맛을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두 사람은 발칙한 선물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