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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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어 음. 나쁘지 않네.”

“그쵸?”

먼저 보내버리면 이기는 레즐링 쇼.

이어서 시리즈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뜨거운 열혈 스포츠 레즈 AV였다.

코치와의 뜨거운 훈련.

스파링을 뛰는 여인의 사정.

한 체육관에서 벌어지는 단체 훈련.

악독한 레즈 프로모터에게 사육 당하는 레즐러.

챔피언이 되는 길.

하루에 하나씩 시리즈가 완성되어 지구에 출시 되었다.

“이거 참.”

강지건은 반응을 보며 웃었다.

> 야, 레즐링이거 진짜 뭐냐.

> B급 감성인데 연출은 특급

> 아름다운 싸움이었다.

> 황홀한 싸움이었다.

> 코치 언냐 나도 레즐러가 될 수 있을까여? (덜렁덜렁)

> 아아, 나도 훈련에 참가하고 싶다.

> 레즐러 있으니 이제 섹슬링 가자.

> 섹슬링을 하는 섹슬러 나의 꿈.

> 나도 섹슬러가 되고 싶어요.

> 근데 섹슬러 되면 여자가 챔피언 먹는 거 아니냐?

누군가 던진 떡밥에 갑자기 레알핑크 게시판이 불타오른다.

> 남자는 여자 못 이김. 먼저 싸버릴 테니까.

> 그래도 진짜 강한 남자는 여자 이김

> 남자가 다 조루는 아님.

> 지루가 남자 섹슬러의 재능이냐?

> 그럼 석녀가 여자 섹슬러의 재능이냐?

> 석녀 vs 지루 과연 누가 이길까?

> 누가 먼저 느끼긴. 당연히 지루가 지지. 석녀는 느끼지 못하지만 지루는 언젠가는 끝나잖아.

석녀와 지루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결국 승리는 석녀에게 돌아갔지만 느끼지 못한 것에 대한 동정이 뒤를 이었다.

> 섹슬링을 한다면 석녀가 최종 보스겠구나

> 섹슬링 챔피언 석녀라니.

> 느끼게 해주면 되는 거야?

> 막 도전 의욕이 생기는데?

> 너는 조루라서 3초 컷

> 너는 1초 컷

어쨌거나 레즐링은 상당히 성공했다.

그리고 묘한 유행을 만들었다.

> 나 내 동생이랑 레즐링함

> 아, 진짜 좋더라.

> 너 왜 너

> 가 족 끼 리 그 러 는 거 아 니 야

> 몰라. 좋으면 됐지

여자들끼리 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레즈비언들이 체육관을 만들기도 했다.

레즈비언이라고 소유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사랑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반대도 존재한다.

여러 파트너와 즐기고 싶은 욕망.

남자가 그러하든 여자도 그렇고 동성애자도 마찬가지다.

그냥 이런 저런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트레핀.

우주로 발돋음하기 시작한 문명.

강지건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서 움직이는 중이었다.

우주선 내부는 호텔처럼 꾸며졌다.

목적은 딱 하나, 탐사.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탐사하는 게 목적이었다.

트레핀의 우주는 아직 모르는 게 많았으니까.

우주의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서 탐사는 필수였다.

우주의 지도라고 하는 것도 단순히 별과 행성의 위치만 정리해놓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그려 놓으면 시간이 지나 쓸모없는 지도가 될 수 있었다.

우주는 팽창한다.

과거 지구인은 땅이 고정되어 있고 태양이 돈다고 생각했었다.

틀렸다.

이제는 태양 주변을 도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과연 태양은 고정 되어 있나?

아니다.

우주가 팽창한다면 당연히 행성계의 위치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돌 수도 있다.

어디론가 쏘아 보내지고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블랙홀을 향해 당겨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중력을 측정하고 이를 기록하며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행성계의 지도와 같다.

태양이 고정이지만 행성을 주변을 돈다.

지구의 5월 위치와 12월 위치는 다르다.

우주의 지도를 그리려면 중력과 벡터가 기록되어야만 하는 이유다.

매일 위치가 바뀌니까.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있다면 행성계들은 어딘가의 블랙홀을 중심으로 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달이 지구에 낙하하지 않고 지구의 궤도를 돌고 있는 것처럼 별들이 확장을 멈춘 블랙홀에 끌려들어가지 않고 블랙홀의 궤도를 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행성계를 벗어나 더 먼 곳을 찾아간다고 하다가 오히려 블랙홀의 중력에 빨려갈 수도 있는 것이다.

위성이 행성의 주변을 돌고 행성이 별의 주변을 돌고 별이 블랙홀의 주변을 돌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중력을 측정하며 이를 이용한 비행을 해야 우주 탐험이 가능해진다.

바람이 범선을 움직였듯.

중력을 이용한 우주선이 필요했다.

로켓 혹은 추진제에만 의존하는 우주선은 노를 이용하는 갤리선과 같은 것이다.

무엇보다 중력이란 것은 존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다.

빛까지 빨아들이는 힘.

강지건은 탐사를 하며 우주를 새롭게 느끼고 있었다.

무척 지루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강지건 컨트롤 302호기 혼자 지루한 시간을 보낼 뿐이니까.

주변에 여자를 잔뜩 데리고 다닐 수 있었지만 트레핀에서는 혼자 움직였다.

혼자 고독을 씹는다.

302호기만 고독을 씹는다.

우걱우걱.

피자를 씹는다.

“안녕하신가? 여긴 다른 세계의 우주라네. 좋지 아니한가?”

이젠 대놓고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를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지구인들은 믿지 않았다.

> 응 돈 들여서 사기칠라고

> 왜 경기 안 뜀?

> 복서가 피자나 먹고 말이야! 샌드백이라도 치란 말이야!

“아, 먹는 거 가지고 그러지 맙시다. 그래고 복싱한다고 피자 못 먹는 게 어디 있어요. 즉당히 합시다. 즉당히. 네? 안 그러면 한 방 날리는 수가 있어.”

> 인방으로 시청자 협박하는 비제이가 있다?

> 인방으로 시청자 협박하는 복서가 있다!

“크으, 내 배경이 안 보임? 여기 우주임. 트레핀이라고 아주 멋진 동네임. 우주 진출했음.”

> 구라

> 강지건 환자님. 약 먹을 시간이에요.

> 이젠 막 지어내는 구나.

“이거 진짠데 안 믿으시네. 그럼 어쩔 수 없구.”

> 그게 사실이라면 초강대국인 미국이 님을 납치할 거임

> 미국 몰래 우주에 진출한 복서가 있다?

> 러시아 몰래 우주에서 피자 먹방하는 복서가 있다?

> 님을 찾을 것임. 그래서 님을 해부할 거임.

> 외계인이구나.

> 사실 강지건이 외계인이라서 모든 게 다 가능했던 거임.

카메라로 보는 것이 진실이었지만 그대로 믿지 않았다.

자신의 두 눈으로 보는 게 아니니까.

믿음이란 결국 마음이 열려야 한다.

딥페이크를 비롯해 컴퓨터 그래픽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영상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영상으로 봤다한들 조작된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나마 영상은 기술력이 좀 있어야 하지만 사진의 경우에는 요령만 알면 초등학생도 조작할 정도다.

더구나 강지건은 부자였다.

장난을 치고자 하면 얼마든지 칠 수 있으니 의심을 받을 뿐이었다.

“의심으로 가득한 세상이네.”

> 그래도 안 속아요.

> 안 속아!

> 안 속는다고!

“아, 어쨌거나 오늘은 우주를 배경으로 전설 얘기나 해보죠. 우선 요즘 프로 선수들을 찾을 때 세밀하게 구분이 되고 있죠? 돌진형 포킹형 피지컬 뇌지컬. 이런 지표가 있는데 사실 이런 것에 판단력도 포함되어 있는 거 아시죠? 이게 뇌지컬로 분류되는데 뇌지컬도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판단력이나 학습 속도 뭐 이런 게 있죠.”

판단력이 좋은 선수는 임기응변이 뛰어나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모습을 보인다.

학습 속도가 좋은 선수는 메타 적응이 빠르다.

“나이가 들어도 사실 뇌지컬이 좋으면 어느 정도 활약이 가능합니다. 전설이 매번 패치할 때마다 선수들이 고생하잖아요. 패치 이후나 혹은 리그 초반 같은 경우에는 다들 헤매는 느낌이죠. 이럴 땐 뇌지컬이 좋은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어요. 노장 선수들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제 시즌 중반 지나고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면 올라올 팀들이 올라오게 되죠. 어쨌거나 전설이란 게임에서 결국 이기려면 돌발변수에 누가 더 빨리 대응하느냐에 따라 유리한 고지를 밟는 거죠. 피지컬 아무리 좋아도 이거 못하면 주도권을 내주고 휘둘리거든요. 그러면 설계 당해서 싸 먹히죠. 물론 그렇다고 피지컬 없어도 이긴다는 거 아닙니다. 다만 이게 굉장히 인간적인 거죠. 피지컬은 맹수고 뇌지컬은 인간이고. 맹수와 인간의 싸움이라고 할까요? 인간이 부족한 피지컬을 뇌지컬로 극복하고 먹이사슬 정점에 선 거잖아요. 그러니 인간은 머리를 써야 합니다. 헤딩. 꽝! 다 죽어요 그럼.”

> 아니 뭔 쓸데없는 이야기를 이렇게

> 쓸데없는 소리면 어때 옥음을 들을 수 있는데

> 강지건이 얘기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들으면 된다.

> 하지만 우주 얘긴 왜 안 믿음?

>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듣는다고 해서 믿을 필요는 없는 거지.

> 듣기만 해. 듣기만. 믿지는 말고.

강지건은 그렇게 방송을 하고 있었다.

침식된 존재가 방문하기 전까지는.

- 가서 전해라. 오라고.

침식의 근원이 명했다.

침식된 자는 명을 전하기 위해 강지건을 찾아왔다.

“대화를 하고 싶다.”

방송을 끝내고 우주를 보며 위스키와 안주를 즐기던 중이었다.

침식된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자 강지건은 눈살을 찌푸렸다.

“대화?”

“주인님께서 부르신다. 오라고 하셨다.”

“싫은데?”

“그렇게 전하겠다.”

침식된 자는 곱게 물러났다.

순간 홀로 남게 된 강지건은 어이가 없었다.

‘뭐야 저거?’

너무나 의외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없애버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화하자고 했으니 정보를 뽑아내려 한 것.

그러나 정보는 주지 않고 바로 돌아가 버렸다.

잠시 뒤, 다시 침식된 자가 왔다.

“심심하다고 하셨다. 안 오면 안틸로프를 박살내신다고 하셨다.”

“워.”

강지건은 멈췄다.

안틸로프인들은 모두 서번트로 만들었다. 더구나 24시간 쿨타임도 다 채워서 언제든지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떠나면 안틸로프의 침식도가 100%가 된다.

강지건은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

“얘기를 하자고. 심심하면 일단 대화는 어때? 응?”

“기다려라.”

침식된 자는 다시 사라졌다.

‘정말 불편하네.’

전령이 오가는 식이니 대화가 뚝뚝 끊긴다. 하지만 강지건은 네트워크를 연결해줄 생각은 없었다.

침식된 자와 연결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강지건은 기다렸다.

‘일단 포인트라도 더.’

강지건을 제외한 이들은 슬슬 활동을 인공지능에게 넘기며 무기 생산을 높이고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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