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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 비무 그리고 방문자

눈으로 보고 반응하면 늦는다.

보통은 행동을 보고 몇 수 내다보며 예측을 한다.

이렇게 움직이면 어떻게 반응할 거라는 계산을 토대로.

하나하나 생각하는 게 아니다.

그냥 그렇게 움직일 것이 보인다.

빠른 계산을 통해 뇌가 미리 시뮬레이션을 하며 알려주는 것이다.

괜히 싸워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잘 싸우는 게 아니다.

고인물들이 하수들의 움직임이 훤히 보인다고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물론 같은 경험을 해도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시뮬레이션을 금방 해서 빠르게 성장하지만 별 생각 없이 경험만 반복한 사람들의 성장폭은 그리 크지 않다.

전설 1만 시간 했다고 모두가 챌린저가 되는 게 아닌 이유다.

하루에 약 6시간씩 1년 365일 약 4년하고도 7개월 정도, 1만 시간을 게임에 투자해도 티어를 다이아도 못 찍어보는 사람은 있다.

생각 없이 즐기다보면 티어는 오르지 않고 그냥 시간만 지난다.

반면 1년도 되지 않는 시간에 갑자기 프로게이머로 데뷔하는 천재들도 있다.

물론 천재라고 처음부터 무조건 다 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습 속도가 남다르기 때문에 빠르게 추월한다.

무공도 마찬가지.

기본만 죽어라 한다고 갑자기 싸움을 잘하게 되는 게 아니다.

싸움을 잘 하려면 싸워본 경험이 많아져야 한다.

복싱 선수들이, 축구 선수들이, 그리고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괜히 실전 경험을 들먹이는 게 아니다.

높은 수준에서의 경쟁 경험이 빠른 성장을 이끌어낸다.

기본?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만으로 높이 올라가려면 그에 걸맞는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이 부족하면 머리를 써야 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머리를 쓰기 때문이지.”

“그건 맞는 말.”

강지건은 비무했던 상대와 술을 마시며 비무를 복기하고 있었다.

상대도 흔쾌히 응했다.

본인이 진 비무였으니 어떻게 움직임이 읽혔는지 듣고 싶은 것이다.

보통은 이런 거 잘 안 한다.

친한 사람 아니면.

아니, 동문이나 가족이 아니면 금기에 가까웠다.

무공이 유출되니까.

하지만 강지건은 유출될 무공도 없고 유출된다고 해도 별 관심도 없었다.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읽으며 최적의 파훼법을 찾아낸 것이었으니까.

“힘이 없으면 머리를 써야 해, 머리를.”

복기가 다 끝난 다음에는 재능 얘기를 했다.

“내가 내공없이 강할 수 있는 이유? 강련한 몸과 이 무기 덕분이지. 이게 굉장한 보검이야. 내공이 실린 공격도 막아낼 수 있는 검이거든.”

“그런 검이 있어도 힘에서 밀리면 소용 없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이 검과 이 몸이 합쳐져서 강하다 이 말이지.”

“허허, 그럼 검이 없으면 힘을 못 쓰겠군?”

“검이 없으면 굳이 손을 섞을 이유는 없지.”

약점을 찾았다는 눈빛.

‘멍청하긴.’

강지건은 속으로 비웃었다.

상대도 마찬가지.

서로가 서로를 멍청하다고 비웃는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강지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휘익!

검을 낚아채갔다.

챙!

검을 뽑더니 확인하는 상대.

“하하, 정말 보검이로군.”

탐욕이 가득한 눈이었다.

“손버릇이 나쁜 놈이군.”

퍼석!

머리를 주먹으로 쳤다.

수박처럼 박살이 나며 내용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쓰러지는 몸.

검과 검집이 땅으로 떨어지기 전에 발로 차올려 잡아서 납검 완료.

“꺄아아아아악!”

멀리서 지켜보던 시녀가 소리를 지른다.

순식간에 무사들이 뛰어나온다.

“무슨 일이냐?”

“헉!”

“악독한 놈!”

졸지에 술 마시다가 상대를 죽인 악당이 되어버렸다.

“용서하지 않겠다!”

힘이 없었다면 당황하다가 변명을 시도했거나 도망쳤을 것이다.

허나 강지건은 탁자의 술병을 들고 마시며 걸었다.

“취한 자의 권을 보여주겠노라.”

취권이 상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움직임이 아니라 굉장히 변칙적이다.

경험해본 일이 별로 없는 이들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한 수가 될 수 있다.

물론 변칙적인 것이 꼭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

간파 당하면 의외로 쉽게 박살나기도 한다.

하지만 강지건은 달려드는 무사들을 향해 술을 뿜었다.

“푸우우우우우!”

술 자체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건 아니다.

하지만 액체가 허공에 뿌려지면 시야를 잠깐이나마 방해할 수 있다.

이 틈을 노려 다음 수가 들어간다.

퍼석!

검집으로 머리를 찔러 터트린다.

“수박깨기!”

수박처럼 터져나간다.

무사들의 머리가 연속으로 터져 나간다.

‘도움도 안 되는 놈들.’

끔찍한 모습을 보고도 강지건의 마음은 평온하기만 했다.

몸에 덕지덕지 붙은 인간의 잔해.

그리고 피.

잔인한 학살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지건은 흔들리지 않았다.

툭.

벌레를 잡고 털어내는 것처럼 몸에 묻은 것들을 대충 털어냈다.

“후우.”

그때, 건물에서 다시 사람들이 나왔다.

고수들이었다.

“강호의 도의를 아는 인간인 줄 알았더니 금수였구나.”

“남의 검에 함부로 손대면 대가리 깨진다는 소리 못 들어봤나?”

“뭐?”

“오늘 니들 대가리 깨진다고.”

“발칙한 놈! 쳐라!”

고수들이 합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지건은 검을 뽑지 않고 유유히 사이를 거닐었다.

두 눈은 고수들의 검로와 모든 것을 살피고 있었다.

심지어 눈이 바라보는 방향까지.

눈으로 보지 못하는 곳의 움직임까지 모두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인지 범위 내에 있으면 눈으로 보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다 안다.

눈을 가리고 있어도 알 수 있다.

다만 인간이었던 습관이 눈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무엇보다 아직도 인간의 몸을 베이스로 하고 있었다.

인간의 탈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강제로 시력 사용을 금제하다보면 눈을 사용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가지고 있는 것을 버려야 할 이유는 없었다.

아직,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에 버릴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이걸 이렇게? 저건 속임수. 3초 뒤 순차적 합격.’

보고 읽는다.

상대의 수가 보이니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예측을 벗어난다.

‘반응하고 있으니 다시 수정.’

상대의 반응 속도 정도에 따라 또 다시 움직임을 수정한다.

예측을 예측하면 다시 예측으로 반격한다.

쉬지않고 상대의 수를 읽고 반응한다.

보통은 생각하고 하지 않는다.

보는 순간 경험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에 따라 바로 반응한다.

강지건의 경우에는 생각하면서 하는 게 가능하기도 했다.

너무나 수준이 차이가 나서.

마나는, 내공은 쓰지도 않으면서도 기본 신체 능력만으로 압살이 가능했다.

파삭!

‘대충 확인 완료.’

한 문파의 검술을 모조리 파악했다.

그 다음부터는 학살의 연속.

퍽!

파삭!

수박처럼 계속해서 머리가 깨져나간다.

고수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신체 능력을 더 끌어올리면 그만이다.

최하급이었던 육문공은 이제 무시무시한 수준으로 몸을 바꾸고 있었다.

애초에 효율이 나쁜 것이었지 성장 한계치가 낮은 무공이 아니었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무공.

하지만 무한한 시간은 물론 수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강지건에게는 너무나 적절한 무공이었다.

육문공으로 인해 육체는 마나 없이도 무왕계의 인간들을 도륙 낼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으니까.

다만 강지건이 처음부터 다 때려잡지 않은 이유는 때려잡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검술 수련, 취미 생활이 우선이었으니까.

퍼퍼퍼퍼퍼퍽!

용무가 끝나자 덤벼드는 자들은 모조리 머리를 깨주었다.

“흐윽.”

이를 지켜보던 하인들은 모두 도망쳤다.

도망가지 못한 것은 무공을 익히지 않았던 여인들.

“아아.”

가족이 도륙 당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얼굴들이었다.

강지건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

덤비지 않으면 볼 일은 없었다.

강호에 살인마가 떴다.

비무 살인마.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지만 강지건은 개의치 않고 계속 비무행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비무를 했다면 이제는 생명을 건 결투로 이어지고 있었다.

퍼석!

강지건은 생명을 노리고 덤비는 자들은 봐주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다면 그냥.

마음에 안 드니까.

살의를 품은 것이 보이니 반사적으로 불쾌감을 느낄 뿐이었다.

위협은 되지 않지만 불쾌하긴 하니까.

설교할 생각도, 그럴 이유도 찾지 못한 강지건은 살인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저 검술을 비롯한 온갖 무기술과 무공을 확인하고 계속 덤비면 죽였다.

‘흐음, 이런 방법도 있네. 이걸 어제 본 그거랑 연결하면.’

데이터를 쌓고 이어 붙이는 일의 연속이 이어진다.

새로운 상황, 새로운 검로.

강지건의 검술은 점점 더 화려해지고 있었다.

아울러 예측 불가능한 환검이 완성되어가는 중이었다.

때로는 최고로 효율적인 자세와 검로를, 때로는 군더더기가 넘치는 자세와 검로를.

변칙적으로 움직이며 혼란을 주고 완급을 통해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효율적인 상황 대처방법으로 바꿔버리기도 했다.

‘역시 사람을 읽어야 해.’

강지건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사람에 더 집중했다.

어느 정도 무기술에 익숙해지자 결국 남은 것은 사람뿐이었다.

‘완벽한 무공 따윈 없어.’

있다면 완벽한 상황 대처가 있을 뿐.

사람을 읽고 대처한다.

그 사람의 수준과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읽어낸다.

물론 죽이는 것에 초점을 준다면 굳이 무공을 사용할 필요는 없었지만.

강지건은 순수한 육체 능력만으로 상대하며 상대를 읽는 법을 익혀 나가기 시작했다.

“후우.”

무왕계에서 취미 생활을 하고 나면 지구에 와서는 휴식.

온천에 몸을 담그고 별을 본다.

강지건 전용 온천 여관.

안에는 여인들이 따라들어와 시중을 들고 있었다.

모리 아이코와 곤도 유미 그리고 나카노 아키코.

이들은 조직원이 된 이후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강지건을 섬기면서 동시에 주변에 아는 여자들을 데려와 안겼다.

“주인님, 오늘도 제 친구를 따먹어주세요.”

이번에는 운동 센터에서 알게 된 유부녀를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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