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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 비무 그리고 방문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의 선거가 끝났다.

일본 뉴스는 연일 엄청난 투표 인파에 대한 중계로 시끄러웠다.

해가 지날 때마다 떨어지던 일본의 투표율.

하지만 이번에는 많이 달랐다.

엄청난 수의 젊은이들이 시간을 내서 투표에 나선 것이었다.

이들에게는 폰이 있었다.

폰으로 확인하며 투표를 했다.

이름을 틀릴 일도 없었다.

투표에 조금이나마 관심 있던 이들은 모조리 투표에 나섰다.

그리고 홀린 듯이 레알핑크당을 뽑았다.

일본의 경제를 살리자는 레알핑크당의 구호가 먹혀들었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다 떠들던 이야기였지만 레알핑크당의 목소리가 제일 크게 들렸다. 다른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모조리 집어삼킨 탓이었다.

여기에 레알핑크가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도 한몫했다.

더구나 지방에서는 지방 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거금이 투자되었고 사업들이 다 잘 돌아가고 있었다.

선거는 분위기다.

분위기를 타면 불리하던 선거판도 뒤집힌다.

온갖 비리로 점철되어도, 자질이 없네 뭐네 욕을 먹어도 분위기를 타면?

이기기도 한다.

때문에 어느 누구도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라고 해도 선거판에서 자신하지는 않는다.

중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어쨌거나 모든 것은 계획 되어 있었다.

선거에서 진다고 해도 이슈를 터트리며 한 명씩 죽이고 협박해서 일본 정부를 손에 넣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 방법은 B플랜이었다.

> 와, 레알핑크당이 먹었어?

> 레알핑크당이 집권당이 되다니.

> 뭐지? 어떻게?

> 그나저나 강지건 해명해라!

> 강지건!

> 야마다 타로상! 사랑해요!

> 야마다 타로는 강지건 짝퉁!

인터넷은 레알핑크당이 승리한 것에 대해 반반이었다.

선거가 끝나니 많은 이슈가 야마다 타로라는 인물에게 모였다.

이때 강지건은 미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 미국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 그럼 뭐 했나?

“그냥 게임하고 놀았습니다. 갑자기 유명해지니까 최근 감당이 좀 안 되더라고요. 돈도 많이 벌었는데 갈피를 잡기도 힘들고. 미래에 대해 생각중이었습니다.”

> 그럼 미래는 정했나?

“아뇨, 모르겠습니다. 더 생각해볼 생각입니다.”

> 생각만 하다 시간 다 갈 수 있다. 팬들에게 공연으로 보답할 생각은 없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은퇴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좀 지쳤습니다.”

피곤한 표정을 보이자 더 이상의 요구는 많이 줄어들었다.

많은 팬들은 걱정하면서 이해했다.

> 하긴 그 짧은 시간에 여기까지 오다니.

> 번아웃이 와도 이상하지는 않았어.

> 그가 뭘 얼마나 했다고?

> 프로게이머로 세계 대회 우승, 영화 배우, 가수로 성공, 사업에도 여기 저기 발 걸치고 인터넷 방송도 꾸준히 했었지.

> 이 정도면 지칠 만한데?

> 뭣보다 그는 생각보다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는 거야.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지쳤을 수도 있어.

> 하긴 의욕 없을 때 뭔가 열심히 하려고 하면 더 힘든 법이지.

> 그래서 공부가 힘든 거야!

> 맞아.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공부하는 것과 그냥 공부하다가 하고 싶은 걸 찾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어.

> 공부하다가 하고 싶은 걸 찾는 건 낚시에 가깝지. 운이 좋으면 잡고 아님 말고.

> 대부분의 학교 공부는 하고 싶은 걸 찾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던데?

> 네가 엿 같은 교육을 받고 있는 거겠지.

> 학교가 어디야? 우리 학교에서는 하고 싶은 걸 찾은 애들이 많은데

> 좋은 학교 다니는구나?

> 그래도 학교 공부를 해두면 니가 뭐에 소질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지. 적어도 난 공부에 소질 없다는 걸 배웠어. 그래서 배를 타는 선원이 됐지.

> 학교 졸업장이 있으면 그래도 대접은 좀 받더라.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

인터넷은 금방 엉뚱한 방향으로 얘기가 흘렀다.

그렇게 강지건은 인터뷰를 마치고 잠적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강지건’이란 인물이 잠적한 것이지 일본에서 ‘야마다 타로’로 버젓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강지건이 하고 싶던 일이었다.

“후후후.”

일본을 먹었다. 정확히는 레알핑크가 지배하게 된 것이다.

선거에 의한 것이니 아주 잠깐 지배하고 끝날 수도 있지만 레알핑크당을 단발성으로 끝낼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일단 레알핑크당의 당명이 바뀌었다.

경제민주당으로.

경민당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당명을 바꾼 뒤에는 당연하게도 선거에서 힘을 쓴 이들에 대한 보상이 돌아갔다.

우선 전폭적으로 협력을 했던 야쿠자들에게 공직이 주어졌다.

의원의 비서에서부터 여러 자리에 꽂아주었다.

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가 조직을 해체하고 거너스에 충성하게 된 이후 돈 맛을 보면서 대충 만족하고 있던 이들에게는 정말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이들이 정계에 입문하자 해체했던 야쿠자들이 당으로 모여들었다.

극렬강성당원인 셈이었다.

당을 위해 죽으라면 죽을 정도로 열성이었다.

여기에 회유했던 정치인의 비서들과 정치인들에게도 자리를 주었다.

또한 처음부터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정치인을 총리로 뽑았다.

총리가 되었다고 해서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힘이 강한 총리가 있는가하면 당에 휘둘리는 총리가 있는 법이었다.

경제민주당의 경우에는 총리는 허수아비에 가까웠다.

비서로 있는 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다.

레알핑크사와의 연계가 중요했으니까.

더구나 경제민주당이 집권하자 갑자기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엄청난 호의를 보여주며 추켜세워졌다.

> 와, 세계는 일본을 사랑해!

> 경제민주당이 진짜다. 외교 봐라. 술술 풀린다.

> 방금 봄? 또 일본에 이익이 되는 계약이 체결되었어!

> 경제민주당이! 레알핑크가 일본의 경제를 살리고 있다!

경제 부흥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더불어 서양 국가들이 엄청나게 환대하고 추켜세워주니 일본인들의 가슴에 국뽕이 차올랐다.

> 경제민주당이 일본의 미래다!

> 경제민주당 만세!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이는 일본 정부나 총리가 무슨 뛰어난 외교력이 있어서 성사된 게 아니었다.

모두 강지건 한 명 때문에 벌어지는 일.

“이 정도면 일본에서 경제민주당이 뒤집힐 일은 없겠죠.”

일본 재계의 인사들은 정치인들에게 어떻게 반항할 수가 없었다.

일단 지방 경제를 손에 넣은 경제민주당이었다.

여기에 외교를 통해 일본 재계 인사들이 소유한 기업들의 목줄을 쥐었다.

잘 나가는 당은 기업을 해체시켜버릴 수도 있다.

비리를 캐면서 국유화하거나 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더구나 정치인 사망을 예고했던 일은 은근히 소문이 퍼져서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었다.

“닌자를 고용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긴 하지만 뭐.”

“그나저나 다음은 대만을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천천히 하죠.”

“이번에 선거 이기면서 포인트를 엄청 벌었습니다.”

“좋은 일이죠.”

서번트들이 퀘스트를 설정했고 덕분에 많은 포인트를 벌었다.

투표율을 비롯해 온갖 퀘스트를 걸었던 덕분.

“일본에 컴퓨터와 전자 제품을 다시 돌려주고 자동차는 우리가 도로 가져가면 될 거 같습니다.”

“반도체는요?”

“반도체는 조만간 회수해야죠.”

“하긴.”

반도체 공장은 굳이 미국에 지을 것도 없었다.

크롭스크를 비롯해 다른 세계에 지어놓고 미국에 지은 창고를 통해 계속 출하하면 되니까.

반도체 공장은 눈속임으로 지어놓고 직원을 죄다 조직원으로 채울 수도 있었다.

“한국이 앞으로 힘들어지겠군요.”

“어쩌겠습니까?”

“위기의 순간에 마스터가 나타나 도우면 장악이 더 쉽겠죠.”

“그렇습니다. 그러니 일단 경제를 박살내야 구원자가 될 수 있는 거죠.”

“죽을 정도로 위험하지 않으면 살려줘도 고마운 줄 모를 겁니다.”

부자에게 물 한 병 줘봐야 뭐냐고 쳐다볼 수 있다.

수상해서 받지 않고 버릴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사막 한 가운데서 목말라 죽어가다가 물 한 병을 받으면?

엄청나게 반가울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지구 귀족들 입장에서는 자국의 이익보다는 강지건의 포인트 벌이가 더 중요했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업의 초점은 오직 퀘스트를 통해 포인트를 획득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한편, 강지건은 여유롭게 일본을 활보하고 있었다.

꼭 좋은 시선만 있는 건 아니었다.

AV를 찍었으니까.

그렇지만 대놓고 앞에서 뭐라 하지는 못했다.

강지건은 뒤에서 뭐라고 하건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러다 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었다.

‘응?’

길을 걷던 중 우연히 감각에 걸리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자.

꽤 먼 곳이었기에 평범한 인간의 움직임으로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능력을 활용하면 금방이었지만 천천히 움직였다.

‘칼을 꺼냈네.’

일본도를 꺼낸 자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위협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화가 많네?”

“뭐? 죽고 싶냐? 죽인다!”

칼을 들고 협박한다.

그러자 강지건은 웃통을 깠다.

용문신이 드러났다.

“헉!”

“야쿠자?”

“그 사람 아니야? 야마다 타로.”

야마다 타로라는 이름은 아주 유명했다.

“강지건이 실명 쓰기 싫어서 야마다 타로라고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저 문신 봐. 강지건은 저런 문신 없던데.”

“요즘 가짜 문신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문신을 본 칼 든 남자는 움찔했다.

야쿠자는 위험하다는 게 알려진 상식이니까.

하지만 이내 주변의 떠드는 소리를 듣고 더욱 위협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죽어!”

갑작스럽게 폭발.

“왜 이렇게 화났어?”

위협적으로 보이는 베기였다.

‘검도 좀 했네.’

칼을 휘두르는 걸 보고 금방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지건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스윽.

여유롭게 피해낸다.

칼을 휘두른 남자를 바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게!”

얼굴이 붉어진 남자는 더욱 기를 쓰고 덤벼들었다.

그러다 강지건이 피하자 근처의 사람에게 돌진했다.

그 순간.

터억.

빠르게 다가가 발을 걸었다.

“어?”

주춤하며 균형을 잃은 순간 손목을 차서 칼을 떨어트리게 했다.

순식간에 무력화된 남자.

다시 칼을 주우려 했지만 강지건의 킥이 더 빨랐다.

빠악!

이마에 정통으로 들어간 킥.

남자는 그대로 허물어졌다.

“우와아아아아아!”

“야마다 타로!”

“야마다 타로!”

주변에서 지켜보던 젊은 남자들이 환호했다.

강지건은 손을 흔들며 피식 웃었다.

‘이게 뭐라고.’

사람들의 눈에는 굉장히 위험해보였을지 몰라도 강지건에게는 하품 나오는 일이었다.

‘칼이라.......’

강지건은 경찰이 오기도 전에 자리를 뜨다 칼을 바라보았다.

번득이는 칼날은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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